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5-19

골프·테니스 동호인의 손가락 잠김, 그립 손상과 방아쇠수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라켓·골프채를 강하게 쥐는 동호인의 손가락 잠김은 단순한 사용 과다가 아니라 A1 활차의 병적 적응에서 시작된 힘줄건초염입니다. 4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후에도 재발한다면 활차 개방이 우선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골프 끊을까요? 라켓을 놓아야 낫는 거 아닌가요?" 50대 중반 남성분이 오른손 약지가 아침마다 잠긴다며 찾아오셨습니다. 주말마다 라운딩, 평일엔 스크린골프 두세 번. 지난해 가을부터 통증이 시작됐는데 올봄 들어 손가락이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는 상황까지 진행됐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두 번 맞았고, 두 번째 주사 후 두 달 만에 다시 재발한 케이스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분의 손에서 일어난 일은 그립을 놓는다고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A1 활차 내부에 비가역적 구조 변화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골프나 테니스를 즐기는 동호인분들이 흔히 오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오늘은 그 메커니즘과 치료 원칙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립을 잡는 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골프채를 잡을 때, 그리고 테니스 라켓의 백핸드 자세에서 손가락 굴곡 힘줄에는 단순한 근력 부하 이상의 일이 일어납니다. 손바닥과 MP관절 사이를 지나가는 굴곡힘줄(FDS와 FDP)은 A1 활차라는 좁은 터널을 통과하면서 활주합니다. 이때 그립 압력은 손가락 끝이 아니라 손바닥 안쪽, 정확히 이 A1 활차 부위에 집중적으로 가해집니다.

A1 활차는 본래 조직학적으로 3겹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외층, 중간층, 내층. 그런데 외부 압박력이 수년간 지속되면 외층이 두꺼워지면서 중간층과 내층은 망가지기 시작하고, 혈관이 건초 안으로 자라들어오면서 활차 자체가 비후됩니다. 그 결과 힘줄이 눌리기 시작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위장 점막이 오랜 시간 위산 자극을 받으면 이를 견디기 위해 "장상피화생"이라는 변화를 일으킵니다. 위 내시경에서 흔히 보이는 그 소견입니다. 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두꺼워진 A1 활차 내부에 "연골 화생"이 생겨, 압박력에 견디기 좋은 구조로 적응합니다. 문제는 이 적응 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힘줄의 활주 통로를 좁히고, 마찰을 증가시키고, 결국 염증을 반복적으로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잠김 현상은 이 만성적 적응의 종착역입니다.

여기에 그립을 강하게 쥐는 동호인분들에게는 한 가지 변수가 더 붙습니다. 두 가닥의 굴곡힘줄(FDS, FDP)이 만성 염증으로 인해 서로 섬유소 접착으로 끈적하게 붙어버립니다. 한 덩어리가 된 두 힘줄이 좁아진 활차를 통과하면서 마찰과 손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골프 스윙의 임팩트 순간, 테니스 그립의 회전 부하가 이 손상 사이클을 매번 갱신합니다.


왜 골프·테니스 동호인에게 흔한가

방아쇠수지의 위험인자로는 당뇨, 류마티스, 갑상선 질환, 그리고 반복적 손 사용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임상에서 보면 동호인 환자분들이 일반인보다 진행 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립 압력의 집중성입니다. 골프채와 테니스 라켓 모두 손바닥의 척골측(약지·소지 쪽)으로 그립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그래서 동호인 방아쇠수지는 약지에 가장 흔하고, 그다음이 중지와 엄지입니다. 본원에서 최근 6개월간 방아쇠손가락으로 진료받으신 환자 데이터를 보면 월평균 14명 수준이며, 그중 약지 침범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둘째, 충격 부하의 반복성입니다. 일반적인 손 사용과 달리, 라켓·골프채는 임팩트 순간 손가락 굴곡 힘줄에 순간적인 고압이 걸립니다. 이 순간 부하가 누적되면 활차 외층 비후가 가속됩니다. 골프 라운딩 한 번에 평균 80-100회의 풀스윙, 테니스 한 게임에 수백 번의 그립 회전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산술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관찰이 있습니다. Giugale과 Fowler가 The Orthopedic Clinics of North America (2015)에 발표한 리뷰에서, 성인 방아쇠수지의 위험인자로 반복적 그립(repetitive gripping)을 명확히 지목합니다. 그리고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다지(multiple digits) 침범 환자, 당뇨 환자, 그리고 증상 지속 기간이 긴 환자에서 떨어진다는 점도 함께 보고했습니다. 동호인분들은 보통 첫 손가락이 잠긴 시점에 이미 옆 손가락에도 압통이 시작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 그룹에 해당하기 쉽습니다.

특히 2026년 6월과 7월은 EMR 데이터상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 어깨 충격증후군이 피크를 맞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골프 라운딩과 테니스 야외 코트 활동이 가장 많은 때입니다. 손가락 잠김 증상이 함께 악화되는 패턴도 임상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어떤 단계일 때 그립을 바꿔도 늦지 않은가

진료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평가가 퀸넬 등급(Quinnell grade)입니다. 동호인분들이 자가 진단해보실 수 있도록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등급 상태 권장 조치
1등급 손가락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만 잠김은 없음 그립 변경, 휴식, NSAIDs
2등급 구부리다가 잠기지만 다른 손 도움 없이 펴짐 스테로이드 주사 1회 시도
3등급 구부리다가 잠기고 다른 손으로 펴야 함 활차 개방 수술 적극 고려
4등급 다른 손으로도 펴지지 않음 수술 필수, 관절 구축 동반 확인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1-2등급에서는 그립 두께를 굵게 바꾸거나 라켓 손잡이 패딩을 추가하고, 라운딩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등급 이상이면 이미 활차 내부 연골 화생과 힘줄 손상이 진행되어, 손을 쉰다고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가 잘 듣는 시기도 정해져 있습니다. Gil 등이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 (2020)에 발표한 리뷰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는 다지 침범 환자, 당뇨 환자, 증상 지속 6개월 이상 환자에서 유의하게 떨어집니다. 두 번 맞고도 재발하면 세 번째 주사는 효과 대비 부작용 위험이 커집니다. 힘줄 자체에 직접 들어가면 힘줄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는 동호인분들의 경우입니다. 국내 연구 중 구본섭 등이 대한수부외과학회지 (1998)에 발표한 연구에서,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환자의 방아쇠수지에 대한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는 비당뇨 환자보다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당뇨가 있는 골프 동호인분이라면 1-2회 주사 후 호전이 없을 때 더 빨리 수술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이유 — 힘줄 재생의 시간 창

여기서 동호인분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힘줄의 재생은 이론적으로 13세 이후에는 생리적으로 활발하지 못합니다. 즉, 한 번 손상된 굴곡힘줄은 시간이 지난다고 깨끗하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성 방아쇠수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잠김 자체가 아니라, 그 잠김이 일어날 때마다 굴곡힘줄에 가해지는 미세 손상이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골프 스윙으로 잠긴 손가락을 강제로 펴는 순간, 힘줄은 이미 망가진 활차에 끼인 상태에서 추가 손상을 받습니다. 동호인분들이 "한 번씩 우두둑 펴면 시원한데요"라고 하시는 그 동작이 사실은 힘줄을 갉아먹는 동작입니다.

Wen 등이 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 (2025)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경피적 A1 활차 절개술(PAP)과 스테로이드 주사를 동시에 시행했을 때의 결과를 다수 연구에서 분석했습니다. 활차 개방이 선행되어야 힘줄건초의 염증이 비로소 가라앉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즉, 활차를 열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치료만 반복하는 것은 좁은 통로에서 마찰을 그대로 둔 채 염증을 가라앉히려는 비효율적 접근입니다.

치료 방법별 비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치료 침습도 회복 기간 적응증 한계
NSAIDs + 스플린트 비침습 4-6주 1-2등급, 증상 3개월 이내 진행성 변화에 효과 제한
스테로이드 주사 최소 즉시 2등급, 비당뇨 2회 이상 시 효과·안전성 저하
개방형 A1 활차 절개 침습 2-4주 모든 등급 절개창 흉터, 회복 지연
HAKI 나이프 (경피적) 최소 침습 3-5일부터 능동 운동 모든 등급 시술자 숙련도 의존
A1 활차 재건술 침습 6-8주 활차 광범위 손상 시 적응증 제한적

HAKI 나이프는 Ha 등이 J Bone Joint Surg Br (2001)에 발표한 한국 의료진 개발 기구로, 초기 보고에서도 93%의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손 느낌만으로 수술했음에도 그 정도였고, 현재는 초음파 유도하에 시행하므로 정확도와 안전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Yang 등이 Journal of Visualized Experiments (2024)에서 보고한 A1 활차 재건술은 활차가 광범위하게 손상된 중증 케이스에서 고려되는 술식이지만, 동호인분들의 일반적인 방아쇠수지에는 활차 개방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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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그립을 다시 잡기까지

동호인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은 결국 이겁니다. "언제 골프채를 다시 잡을 수 있나요?"

답은 단계적입니다. HAKI 나이프 수술 후 3-5일부터 능동적인 관절가동 훈련을 시작합니다. 4-6주에 걸쳐 수지부, 수부, 전완부의 근력 강화를 진행합니다. 일상 업무 복귀는 보통 8-10주가 기준입니다. 그러나 골프·테니스 같은 강한 그립 부하 활동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신중해야 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술 후 개방된 A1 활차 부위는 주변 손바닥 인대들과 다시 붙으면서 "새로운 활차"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이 신규 활차는 원래의 3겹 구조 활차보다 압박 강도에 취약합니다. 또한 수술 전 만성 염증으로 손상되어 있던 굴곡힘줄도 동시에 재생되어야 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인의 힘줄 재생은 느립니다.

권장 복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립 두께는 반드시 손에 맞게 키워야 합니다. 표준 그립이 손가락 굴곡 부담을 최대로 만든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드사이즈나 점보 사이즈로 한 단계 올리고, 골프 글러브의 두께도 충분한 것으로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수술 부위 재손상 방지가 핵심이라는 점, 이것을 반복해서 강조드립니다. 통증이 없다고 첫 라운딩에서 풀스윙 18홀을 다 도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이 경우 수개월 후 같은 손가락 또는 옆 손가락에 힘줄건초염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 먹으면 좀 낫는데 끊으면 재발, 진통제 의존의 한계


맺음말

골프·테니스를 즐기는 분들의 손가락 잠김은 사용 과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A1 활차의 병적 적응이라는 구조적 변화이고, 한 번 시작되면 휴식만으로는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4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후에도 재발하는 단계에서는 활차 개방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힘줄의 재생은 성인 이후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 손상이 고착화되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립을 영영 놓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시점에 활차를 열어주고, 재활 기간을 정확히 지키고, 그립 환경을 조정하면 라운딩과 라켓 코트로 충분히 복귀할 수 있습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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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골프나 테니스를 당분간 쉬면 방아쇠수지가 저절로 좋아지나요?

A: 초기 단계라면 휴식과 부목 고정으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손가락 잠김이 반복되는 단계라면 A1 활차 내부에 비가역적 구조 변화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립을 놓는 것만으로는 멈추지 않습니다. 4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됐다면 운동 중단보다 진료실 평가가 우선입니다.

Q: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는데 다시 재발했습니다. 또 맞아도 되나요?

A: 스테로이드 주사는 초기 염증 단계에서 효과를 보지만, 재발한 경우 같은 주사를 반복하면 힘줄 자체의 약화와 활차 변성이 더 진행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두 번째 주사 후에도 재발한다면 활차 개방을 우선 고려합니다. 다만 개인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Q: 수술하면 골프나 테니스를 다시 칠 수 있나요?

A: A1 활차 개방술 후 대부분 운동 복귀가 가능합니다. 활차는 힘줄이 들뜨는 것을 막는 역할이지만, A1 한 곳을 열어도 나머지 활차들이 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립 강도 조절과 워밍업 습관을 함께 교정하지 않으면 다른 손가락에서 재발할 수 있어 운동 복귀 시점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Q: 그립을 부드럽게 잡거나 그립 두께를 바꾸면 예방이 되나요?

A: 그립 압력 분산은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두께가 가는 그립일수록 손바닥 A1 부위에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적절한 두께와 부드러운 쥐기 습관이 활차 부담을 줄입니다. 그러나 이미 잠김이 시작된 손가락에는 그립 교체만으로 진행을 막기 어렵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진료실 평가를 권합니다.

참고 문헌

  1. Giugale JM, Fowler JR (2015). . . DOI: 10.1016/j.ocl.2015.06.014
  2. Gil JA, Hresko AM, Weiss APC (2020). . . DOI: 10.5435/JAAOS-D-19-00614
  3. Yang M, Zou X, Dong Y (2024). . . DOI: 10.3791/66514
  4. Wen J, Syed B, Khalil R (2025). . . DOI: 10.1186/s13018-025-057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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