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정지인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과정 수료 (2021-2024))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석박사 수료

최종 업데이트: 2026-04-02

갑상선 기능 저하증, 피곤함의 진짜 원인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성 피로의 숨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대사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면서 피로, 체중 증가, 추위 민감, 변비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행히 적절한 호르몬 보충 치료로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요즘 너무 피곤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수면 시간을 늘려도, 영양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피로. 서울대병원 전임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런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반드시 갑상선 기능 검사를 권합니다. 실제로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 중 상당수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갑상선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

갑상선은 목 앞쪽, 숨을 쉴 때 올라갔다 내려가는 갑상연골(흔히 말하는 울대뼈) 바로 아래에 나비 모양으로 위치한 내분비 기관입니다. 무게는 고작 15-20g 정도지만, 이 작은 기관이 분비하는 호르몬은 우리 몸 전체의 대사를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주요 호르몬은 T4(티록신)와 T3(트리요오드타이로닌)입니다. T4는 갑상선에서 주로 분비되는 형태이고, 실제로 세포에서 작용하는 활성형은 T3입니다. 이 호르몬들이 하는 일을 비유하자면,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이라는 공장의 "전력 공급 시스템"과 같습니다. 전력이 부족하면 공장의 모든 기계가 느리게 돌아가듯,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심장 박동, 체온 유지, 장 운동, 뇌 기능까지 모든 것이 느려집니다.


도대체 왜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걸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갑상선 자체의 문제(일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Hashimoto's thyroiditis)으로,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갑상선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하고 공격하면서 서서히 갑상선이 파괴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면역계가 관절 활막을 공격하는 것처럼,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는 면역계가 갑상선 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항갑상선 과산화효소 항체(anti-TPO antibody)와 항티로글로불린 항체(anti-Tg antibody)가 생성되어 갑상선 세포를 지속적으로 손상시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갑상선 조직이 점차 섬유화되고, 호르몬 생산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둘째, 뇌하수체 문제(이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 갑상선을 자극해야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뇌하수체 종양이나 수술, 방사선 치료 등으로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면 TSH 분비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갑상선 호르몬도 감소합니다.

셋째, 시상하부 문제(삼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TRH(갑상선 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가 뇌하수체의 TSH 분비를 조절하는데, 이 단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드물지만 시상하부 병변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단연 하시모토 갑상선염입니다. 특히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의 약 90% 이상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모르게 적응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 저하 증상: 피로감, 무기력, 추위를 잘 탐, 체중 증가(식사량이 줄어도)

심혈관계 증상: 서맥(느린 맥박), 혈압 상승(특히 이완기 혈압), 심낭 삼출

피부 및 외형 변화: 피부 건조, 얼굴 부종(특히 눈 주위), 머리카락 거칠어짐과 탈모, 눈썹 바깥쪽 1/3 소실

소화기 증상: 변비, 식욕 감소

신경계 증상: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 우울감, 손발 저림(수근관 증후군 동반 가능)

근골격계 증상: 근육통, 관절통, 근력 약화

생식기계 증상: 월경 과다, 불임, 성욕 감소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패턴이 있습니다. "선생님, 요즘 너무 피곤하고, 살이 자꾸 찌고, 변비도 심해지고, 머리도 자꾸 빠져요." 이 네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저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 갑상선 기능 검사를 처방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히 "나이 들어서", "스트레스 때문에", "갱년기라서"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분들이 몇 년씩 증상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피검사에서 뭘 보는 건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진단은 혈액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루어집니다.

TSH (갑상선 자극 호르몬): 가장 민감한 선별 검사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뇌하수체가 이를 감지하고 TSH 분비를 늘려 갑상선을 더 자극하려 합니다. 따라서 일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는 TSH가 상승합니다. 정상 범위는 대략 0.4-4.0 mIU/L이지만, 검사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Free T4 (유리 T4): 혈중에서 실제로 활성을 나타내는 갑상선 호르몬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는 감소합니다.

Free T3 (유리 T3): T4가 말초 조직에서 전환된 활성형 호르몬입니다. 초기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는 T3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어, T4가 더 민감한 지표입니다.

항갑상선 항체: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진단에 중요합니다. Anti-TPO antibody가 가장 흔히 양성으로 나오며, anti-Tg antibody도 함께 측정합니다.

검사 항목 정상 범위 갑상선 기능 저하증
TSH 0.4-4.0 mIU/L 상승 (>4.0)
Free T4 0.8-1.8 ng/dL 감소 (<0.8)
Free T3 2.3-4.2 pg/mL 정상 또는 감소
Anti-TPO Ab 음성 (<35 IU/mL) 양성 (하시모토)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는 개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TSH는 상승해 있지만 T4는 아직 정상 범위인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약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것입니다. 치료제로는 레보티록신(levothyroxine, L-T4)이 표준입니다. 상품명으로는 씬지로이드(Synthroid), 유티록스(Euthyrox) 등이 있습니다.

치료 시작 용량: 일반적으로 체중 kg당 1.6 mcg 정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고령자나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저용량(25-50 mcg/일)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증량합니다.

복용 방법: 아침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음식, 특히 칼슘이나 철분 보충제, 제산제 등은 레보티록신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최소 30분-1시간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커피도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복용 후 1시간 정도 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용량 조절: 치료 시작 후 6-8주 뒤에 TSH를 재검하여 용량을 조절합니다. 목표는 TSH를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TSH 0.5-2.5 mIU/L 사이를 목표로 합니다.

치료 기간: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대부분 평생 치료가 필요합니다. 갑상선 조직이 이미 손상되어 스스로 호르몬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환자분들께 명확히 설명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지만, 레보티록신은 우리 몸에서 원래 만들어야 할 호르몬을 그대로 보충하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주의사항: 과량 복용 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증상(심계항진, 불안, 체중 감소, 불면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해진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하면 정말 좋아지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가 극적으로 좋아집니다.

치료 시작 후 2-3주 정도 지나면 피로감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4-6주 후에는 변비가 개선되고, 2-3개월이 지나면 체중도 서서히 정상화됩니다. 피부 건조함이나 탈모 개선은 조금 더 시간이 걸려 3-6개월 정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꾸준한 복용입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다시 갑상선 기능 저하 상태로 돌아갑니다.

둘째, 정기적인 검사입니다. 최소 연 1-2회 TSH 검사를 통해 용량이 적절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체중 변화, 임신, 다른 약물 복용 등에 따라 필요 용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 생활 습관 관리입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에 필수적이지만, 과잉 섭취는 오히려 갑상선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조류(미역, 다시마, 김 등)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련글: 고혈압 초기, 약 없이 관리할 수 있나요?]]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다른 질환의 연결고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다른 자가면역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갑상선 기능 이상의 빈도가 일반 인구보다 높습니다. 2011년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활막에서 파골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함을 확인했는데, 이러한 자가면역 기전의 활성화가 갑상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지종대 등, 대한류마티스학회지 2011). [[관련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겨울철 관절 관리법]]

전신홍반루푸스(SLE): 루푸스 환자에서도 갑상선 자가항체 양성률이 높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에서 한국인 SLE 환자의 골밀도 감소 위험인자를 분석했는데, 이처럼 자가면역 질환은 여러 장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박윤정 등, 대한류마티스학회지 2011).

제1형 당뇨병: 역시 자가면역 질환으로, 갑상선 자가면역 질환과의 연관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자가면역 질환이 진단되면,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선별 검사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갑상선 관리

임신 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 중에는 갑상선 호르몬 요구량이 약 30-50% 증가합니다. 임신 전부터 갑상선 약을 복용하던 분은 임신 확인 즉시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임신 중 새롭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견된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하지 않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유산, 조산, 태아 신경 발달 장애의 위험을 높입니다.

고령자: 고령에서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이 "노화"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피로, 변비, 기억력 저하 등이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60세 이상에서는 정기 건강검진 시 갑상선 기능 검사를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장 질환 환자: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자체가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이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CRP, 리포단백(a), 피브리노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는데,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이상지질혈증은 갑상선 호르몬 보충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조준환 등, J Lipid Atheroscler 2012). 다만,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레보티록신을 저용량부터 천천히 증량해야 합니다.


갑상선약, 이런 점은 알아두세요

구분 내용
복용 시간 아침 공복, 식사 30분-1시간 전
피해야 할 것 칼슘제, 철분제, 제산제 (동시 복용 시 흡수 감소)
용량 조절 6-8주마다 TSH 검사로 확인
부작용 적정 용량에서는 거의 없음. 과량 시 심계항진, 불안
치료 기간 대부분 평생 (자가면역성인 경우)
임신 시 용량 증량 필요, 즉시 주치의 상담

맺음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만성 피로, 체중 증가, 추위 민감, 변비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증상을 유발하지만, 간단한 혈액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고 하루 한 알의 호르몬 보충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갱년기라서"라고 넘기지 마시고, 원인을 모르는 피로가 지속된다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내과 · 정지인 원장 ·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세부전공
서울대병원 전임의 수련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문헌:
1. 지종대 등 (2011). 류마티스관절염 활액 대식세포에서 파골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 대한류마티스학회지. DOI: 10.4078/jrd.2011.18.1.11
2. 박윤정 등 (2011). 한국인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서 골밀도 감소의 위험인자. 대한류마티스학회지. DOI: 10.4078/jrd.2011.18.1.19
3. 조소영 등 (2011). 요산저하 치료가 통풍 환자의 신기능에 미치는 영향. 대한류마티스학회지. DOI: 10.4078/jrd.2011.18.1.26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