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정지인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과정 수료 (2021-2024))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석박사 수료

최종 업데이트: 2026-05-05

고혈압 있어도 척추 수술 가능? 내시경이 부담을 줄여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혈압이 높다는 이유로 척추 수술을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부분마취로 진행이 가능하고 절개 범위가 작아, 전신 부담이 큰 환자분들에게 오히려 적합한 선택지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선생님, 제가 혈압약을 먹고 있어서 수술은 못 하겠지요?" 70대 어르신이 다리 저림으로 한참을 못 걸어 오셨는데, 정작 가장 두려워하시는 건 통증 그 자체가 아니라 수술실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공포는 30년 전 기준으로는 일리 있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척추 내시경이 정착한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어떤 원리로 부담이 줄어드는지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70대 환자분께 척추 모형을 들고 디스크 위치를 설명하는 진료 장면]


척추 디스크와 협착,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하는가

척추 수술이 필요한 분들은 대부분 두 가지 병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다른 하나는 척추관 협착증입니다. 60대 이상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추간판은 본래 수핵(nucleus pulposus)이라는 젤리 같은 중심부와, 그것을 둘러싼 섬유륜(annulus fibrosus)이라는 동심원 구조의 외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20대 이후부터 수핵의 수분 함량이 서서히 감소하고 프로테오글리칸 합성이 줄어들면서, 수핵은 탄성을 잃고 섬유륜은 미세 균열이 누적됩니다. 어느 순간 균열을 따라 수핵 조각이 신경 쪽으로 밀려 나오면, 신경근을 직접 압박하면서 다리로 뻗치는 통증과 저림이 시작됩니다. 쉽게 비유하면 오래된 자동차 타이어의 옆구리가 부풀다가 결국 터지는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메커니즘이 좀 다릅니다. 추간판이 납작해지면서 척추 마디 사이가 좁아지고, 그 사이를 잇는 후관절(facet joint)에 부하가 집중되어 골극이 자라납니다. 동시에 황색인대(ligamentum flavum)는 반복되는 부하에 대한 적응 반응으로 두꺼워지는데, 이 두꺼워진 인대가 척추관 안쪽으로 부풀어 들어와 신경 다발이 지나갈 공간을 좁힙니다. 위장 점막이 만성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는 것처럼, 인대 조직도 압박 부하에 적응하느라 비후되고 결국 그 비후 자체가 새로운 압박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 사진2: 정상 척추관과 협착증 척추관의 비교 일러스트 — 황색인대 비후와 디스크 탈출 표시]

골다공증이 동반된 고령자에서는 문제가 한 단계 더 복잡해집니다. 채수욱 등이 2011년 대한골대사학회지에 발표한 전 척추 시상면 MRI 분석에 따르면,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 골절은 한 마디에서만 그치지 않고 인접 분절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척추체가 무너지면 그 위아래 분절의 정렬이 어긋나면서 신경 압박이 가중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수술까지 가야 하는가

신경 압박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자주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신경이 눌린 채로 6개월이 지나면, 그 신경은 풀어줘도 회복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는 신경의 생리에 근거한 이야기입니다. 압박을 받은 신경은 처음에는 부종과 염증으로 통증을 일으키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신경 내부의 미세혈관이 손상되고 수초(myelin)가 변성되며, 결국 축삭(axon)이 단절되는 단계로 진행합니다. 축삭 단절 단계까지 가면 수술로 압박을 풀어도 근력 약화나 발목 처짐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관련글: 60대 어머니의 다리 저림, 협착증 내시경 수술 가능할까]]

여기에 더해 보행 거리가 50미터 이하로 줄어들고 통증이 야간 수면을 방해하기 시작하면, 환자분 본인의 활동량 자체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활동량 감소는 심혈관 건강과 근육량에 즉각 영향을 주므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분일수록 오히려 수술을 미루는 것이 전신 건강에는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가 두려운 분들에게 — 부담의 실체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환자분들이 두려워하는 "수술"은 사실 두 가지 부담이 합쳐진 개념입니다. 하나는 절개와 조직 손상에서 오는 부담이고, 다른 하나는 전신마취에 따른 순환기·호흡기 부담입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술기입니다.

전통적인 척추 후방감압술이나 융합술은 보통 6~10cm의 피부 절개와 척추 주변 근육의 박리, 그리고 전신마취 하에 평균 2~3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전신마취 자체가 위험한 시술은 아니지만, 마취 유도 시점과 회복 시점에 일시적인 혈압 변동이 발생하고, 인공호흡 동안 흉강 내압이 변하면서 정맥 환류와 심박출량이 영향을 받습니다. 박창규의 2004년 대한내과학회지 종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의 급격한 변동은 그 자체로 혈관 내피 손상과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인자입니다.

이에 비해 척추 내시경 수술은 7~10mm 정도의 작은 절개를 통해 내시경과 기구를 삽입하고, 환부 주변에만 국소마취를 시행합니다. 환자분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므로 마취 유도 단계의 혈압 변동이 없습니다. 호흡도 본인의 자발 호흡으로 유지되어 인공호흡에 따른 이차적 부담도 없습니다.

[📷 사진3: 척추 내시경 수술 장면 — 작은 절개 부위와 모니터에 비치는 신경근 영상]

구분 전통적 개방수술 척추 내시경 수술
절개 길이 6~10cm 7~10mm
마취 방식 전신마취 부분마취·국소마취
수술 중 의식 무의식 의식 유지 (대화 가능)
근육 박리 광범위 최소
출혈량 100~500ml 보통 30ml 이하
입원 기간 5~10일 1~3일
만성질환자 부담 높음 낮음

수술 중 의식이 유지된다는 점은 단순히 환자 입장의 편안함을 넘어 안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신경 가까이에서 조작할 때 환자분이 다리 저림이나 이상 감각을 즉시 알려주실 수 있으므로, 신경 손상 직전에 술기를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수술 전후, 실제로 점검하는 것들

내시경 수술이 부담이 적다고 해서 사전 평가가 느슨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본원에서는 60세 이상 또는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분께는 수술 전 다음 항목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첫째, 혈압의 안정성입니다. 수축기 혈압이 평소 160mmHg 이상으로 변동이 큰 분은 1~2주간 내과 협진을 통해 약물을 조정한 뒤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Park JH가 2024년 Clinical Hypertension의 30주년 기념 사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수술 전 혈압 안정화는 합병증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입니다.

둘째,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복용 여부입니다.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신규 경구 항응고제 등을 복용 중인 분들은 처방 의사와 상의하여 일시 중단 일정을 정합니다. 단, 자의로 중단하시면 안 됩니다.

셋째, 호흡 기능입니다. 부분마취로 진행하지만 수술 자세(엎드린 자세)에서 흉곽이 눌리므로, 만성 폐질환이 있는 분은 호흡곤란 척도(mMRC scale)를 확인합니다. 서울대 내과전공의 매뉴얼에서 표준화된 mMRC 호흡곤란 스케일은 진료실에서 5분이면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이지만, 수술 자세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 사진4: 수술 전 혈압 측정과 심전도 확인하는 장면]

넷째, 뼈의 강도입니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내시경으로 후관절이나 추궁판 일부를 다듬을 때 골절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양규현·송형근이 2011년 대한골대사학회지에서 정리한 비전형적 대퇴골 골절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골 강도 평가 없이 진행되는 모든 골 시술은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골밀도 검사 결과에 따라 사전에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선행할지, 척추체 보강을 함께 고려할지 결정합니다.

[[관련글: 전신마취 무서운 분께, 내시경척추는 부분마취 가능합니다]]


수술 후 회복, 무엇이 다른가

내시경 수술의 회복 양상은 절개 수술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절개 수술은 근육과 인대를 광범위하게 박리하므로, 그 부분의 통증과 강직이 회복의 주요 변수가 됩니다. 환자분들이 "수술 부위는 안 아픈데 등 근육이 더 아프다"고 호소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 박리 손상 때문입니다.

내시경 수술은 근육 손상이 거의 없으므로, 수술 후 통증의 양상이 본래 신경 압박 통증의 잔여 부분에 가깝습니다. 즉 수술 직후부터 환자분 본인이 "다리 저림이 줄었는지"를 분명히 체감하실 수 있습니다. 수술 다음 날 보행 시작, 2~3일 후 퇴원, 2주 후 가벼운 산책, 4~6주 후 일상 복귀가 일반적인 일정입니다.

[📷 사진5: 내시경 수술 다음 날 병동에서 보조기 착용 후 보행 연습하는 장면]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술이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척추가 받는 부하 자체를 줄여주지는 못합니다. 수술 후 6주 동안 무거운 짐 들기, 갑작스러운 비틀림, 장시간 앉기 같은 부하 동작을 피해주셔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6월에서 7월 사이에는 신경통과 어깨·근근막 통증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통증 때문에 자세가 무너지면 척추 부하가 다시 커지므로 재활 운동을 꾸준히 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Q. 혈압이 180mmHg까지 올라가는데 그래도 수술받을 수 있나요?

당장은 어렵습니다. 수술 전 1~2주간 내과 협진을 통해 평소 130~140mmHg 수준으로 안정화시킨 뒤 일정을 잡습니다. 혈압이 변동이 큰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면 마취 깊이와 무관하게 수술 중 출혈량이 늘어나고, 회복기 합병증 위험도 높아집니다. 약을 한두 개 추가하거나 용량을 조정하면 대부분 1~2주 안에 안정화됩니다.

Q. 부분마취로 한다는데, 수술 중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까요?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충분히 주입하므로 절개와 기구 조작 자체는 통증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신경 가까이에서 도구가 움직일 때 일시적인 다리 저림이나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건 오히려 신경의 위치를 확인하는 신호로 활용됩니다. 환자분이 "지금 왼쪽 다리가 찌릿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시면 그 정보로 안전한 조작 경로를 찾습니다.

Q. 당뇨도 있는데 상처가 잘 안 아물지 않을까요?

절개가 1cm 미만이라 봉합 부위가 매우 작습니다. 당뇨 환자분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큰 절개창의 봉합 지연이나 감염 위험이 본질적으로 낮습니다. 다만 수술 전후 혈당이 200mg/dL 이상으로 조절이 안 되는 분은 일정을 미루고 혈당을 정리한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수술 후 얼마나 누워 있어야 하나요?

대부분 수술 다음 날 아침부터 보조기를 착용하고 일어나 걷기 시작하십니다. 오래 누워 있으면 오히려 폐렴, 욕창, 심부정맥혈전증 같은 이차 합병증 위험이 커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 회복을 돕습니다.

Q. 협착증과 디스크가 같이 있다는데, 한 번에 수술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같은 분절에 두 병변이 함께 있는 경우 한 번의 내시경 진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절이 다르면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하거나, 더 증상이 심한 분절을 우선 시술하고 경과를 보면서 결정합니다.

Q. 내시경 수술이 모든 척추 환자에게 가능한가요?

아닙니다. 척추 변형이 심하거나 척추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다발성 분절 협착이 매우 심한 경우는 융합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MRI와 X-ray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술식을 결정합니다.

[[관련글: 디스크 vs 협착증, MRI 없이 증상으로 구분하는 법]]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만성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무조건 미루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와 마취 부담을 모두 줄여 고혈압·당뇨·심혈관계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분들에게 오히려 적합한 술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핵심은 "수술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수술이 그분의 전신 상태에 가장 적합한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다리 저림과 보행 장애로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정확한 평가를 받으십시오. 시간을 끌수록 신경의 회복 능력은 줄어듭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참고 문헌

  1. Park JH (2024). . . DOI: 10.1186/s40885-024-00286-5
  2. 채수욱, 김영진, 최덕화 (2011). . . DOI: 10.11005/jbm.2011.18.2
  3. 양규현, 송형근 (2011). . . DOI: 10.11005/jbm.2011.18.2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