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정지인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과정 수료 (2021-2024))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석박사 수료

최종 업데이트: 2026-04-10

폐렴구균 예방접종, 65세 이상 무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만 65세 이상이라면 폐렴구균 23가 백신(PPSV23)을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습니다. 폐렴구균은 지역사회 획득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며, 고령자에서 치명률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백신 한 번으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50~80%를 예방할 수 있으니, 아직 접종하지 않으셨다면 반드시 맞으셔야 합니다.


왜 폐렴구균이 노인에게 특히 위험한가

진료실에서 "폐렴 주사가 뭔가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폐렴 백신'이 아니라 '폐렴구균 백신'입니다.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은 수십 가지가 넘지만, 그중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것이 바로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입니다.

폐렴구균이 고령자에게 유독 위험한 이유는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T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항체 생성 능력이 떨어지며, 점막 면역의 첫 방어선이 약해집니다. 이걸 비유하자면, 국경 경비대가 고령화되어 침입자를 초기에 막아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65세 이상에서 폐렴구균 폐렴의 사망률은 20대보다 10배 이상 높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폐렴구균이 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혈류를 타고 퍼지면 패혈증, 뇌수막염 같은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고, 이 경우 치명률은 20~3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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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가 백신과 13가 백신, 무엇이 다른가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구분 23가 다당류 백신(PPSV23)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
상품명 프로디악스23, 뉴모23 프리베나13
국가무료접종 O (만 65세 이상 1회) X (전액 본인부담)
가격 무료(보건소) 12~15만원
면역 기전 T세포 비의존적 T세포 의존적
면역 기억 약함 강함
커버 혈청형 23종 13종
접종 횟수 평생 1~2회 1회

핵심 차이는 면역 기전에 있습니다. 23가 백신은 다당류(polysaccharide) 항원을 사용합니다. 다당류는 T세포의 도움 없이 B세포를 직접 자극하는데, 이런 T세포 비의존적 면역반응은 면역 기억 형성이 약합니다. 쉽게 말해, 한 번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13가 백신은 다당류에 단백질을 결합시킨 결합백신(conjugate vaccine)입니다. 단백질이 붙으면 T세포가 개입하게 되고, T세포 의존적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면역 기억 세포가 형성됩니다. 따라서 면역력이 더 오래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13가 백신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13가 백신은 커버하는 혈청형이 13종으로, 23가 백신의 23종보다 적습니다. 두 백신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면 순차 접종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무료 접종, 어디서 어떻게 받나요

만 65세 이상이라면 전국 보건소에서 23가 폐렴구균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증만 가져가시면 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탁 의료기관에서도 무료 접종이 가능하니, 거주 지역 보건소에 전화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접종 전 확인 사항:
- 이전에 폐렴구균 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지 (의료기관 기록 확인)
- 현재 급성 열성 질환이 있는지
- 백신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접종 후에는 접종 부위의 통증, 부종, 발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대부분 2~3일 내에 저절로 호전되며, 심각한 이상반응은 극히 드뭅니다. 접종 후 15~30분 정도 접종 장소에서 관찰하고 귀가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당뇨병, 만성폐질환이 있다면 더 중요합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 시절 가장 많이 봤던 상황이 바로 이겁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폐렴구균 감염에 걸리면 회복이 훨씬 더딥니다.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상태에서 호중구의 탐식 기능이 저하됩니다. 백혈구가 세균을 잡아먹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2019년 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게재된 국내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에 비해 감염 질환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환자도 고위험군입니다. 기도 점막의 섬모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폐의 국소 면역이 약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폐렴이 한 번 오면 급성 악화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고위험군 (반드시 접종 권고):
- 만 65세 이상 모든 성인
- 당뇨병
- 만성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 만성 간질환, 만성 신질환
- 면역저하 상태 (HIV, 장기이식, 항암치료 중)
- 무비증(비장 기능 저하 또는 적출)
- 인공와우 이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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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 접종, 꼭 필요한가요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모두 맞는 '순차 접종'이 최근 권고되고 있습니다. 두 백신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함입니다.

미국 CDC 권고(2023년 기준)에 따른 순차 접종 순서:

  1. 13가 백신(PCV13)을 먼저 접종 → T세포 의존적 면역 기억 형성
  2. 최소 1년 후 23가 백신(PPSV23) 접종 → 추가 혈청형 커버

왜 이 순서일까요? 13가 백신으로 먼저 면역 기억을 형성해두면, 나중에 23가 백신을 맞았을 때 공통 혈청형에 대한 부스터 효과(booster effect)가 나타납니다. 반대 순서로 맞으면 이 효과가 줄어듭니다.

다만, 13가 백신은 현재 국내에서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니므로 전액 본인 부담입니다.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최소한 무료인 23가 백신이라도 반드시 접종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이미 23가 백신을 먼저 맞으셨다면? 1년 이상 간격을 두고 13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 맞으면 평생 효과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23가 백신의 항체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합니다. 특히 고령자에서는 5년 후 항체가가 접종 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 고위험군에서는 재접종이 권고됩니다.

재접종 대상 (첫 접종 후 5년 경과 시):
- 면역저하 상태
- 무비증 또는 비장 기능 저하
- 만성 신질환
- 65세 미만에서 첫 접종 후, 65세가 된 경우

일반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재접종의 이득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는 65세 이상 성인에게 평생 1회 무료 접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접종 여부는 개인의 기저질환과 위험도를 고려하여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이 맞아도 되나요

네, 같이 맞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동시 접종을 권장합니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은 서로 상승 작용을 합니다. 인플루엔자 감염 후 기도 점막이 손상되면 폐렴구균의 2차 감염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 사망자의 상당수가 2차 세균 감염, 특히 폐렴구균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습니다.

두 백신을 같은 날 접종할 때는 서로 다른 팔에 맞습니다.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 어느 백신 때문인지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본원 내과에서 지난 6개월간 217명의 환자분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으셨는데, 이분들 중 상당수가 폐렴구균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인플루엔자 접종하러 오실 때 폐렴구균 접종 이력도 함께 확인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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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으면 폐렴에 절대 안 걸리나요

이것도 솔직히 말씀드려야 합니다. 아닙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을 100% 예방하는 백신'이 아니라 '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백신'입니다. 폐렴의 원인균은 폐렴구균 외에도 마이코플라즈마, 레지오넬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23가 백신의 효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질환 예방 효과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패혈증, 뇌수막염) 50~80%
폐렴구균 폐렴 45~70%
모든 원인의 폐렴 제한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가장 치명적인 침습성 질환을 절반 이상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자동차 안전벨트와 비슷합니다. 안전벨트를 매도 교통사고는 날 수 있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막을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처럼요.


맺음말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65세 이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조치 중 하나입니다. 한 번의 접종으로 치명적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아직 접종하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하셔서 반드시 접종받으시기 바랍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내과 · 정지인 원장 ·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세부전공
서울대병원 전임의 수련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문헌: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Clinical Hypertension, 대한내과학회지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