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도 받을 수 있는 척추 수술, 내시경의 장점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뇨가 있다고 척추 수술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개방형 절개술 대신 내시경 척추 수술을 선택하면 상처 감염과 회복 지연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선생님, 제가 당뇨가 있는데 수술해도 괜찮을까요?" 60대 후반, 당화혈색소 7.2%, 다리 저림으로 100미터도 못 걷는 환자분이 어제도 똑같이 물으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0년 전이라면 저는 망설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내시경 척추 수술이 바뀌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환자 다리 신경학적 검사(SLR test, 발등 들기) 시행하는 장면]
왜 당뇨 환자에게 척추 수술이 더 까다로운가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당뇨가 척추 수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혈당 자체가 아니라, 혈당이 만들어놓은 조직 환경에 있습니다.
만성 고혈당 상태에서는 콜라겐 분자에 당이 비효소적으로 결합하면서 최종당화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이 축적됩니다. 이 AGEs는 콜라겐 섬유 사이를 비정상적으로 연결시켜 조직을 뻣뻣하게 만들고, 동시에 모세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미세혈류를 떨어뜨립니다. 결과적으로 수술 부위에 산소와 영양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정상 조직이 부드러운 스펀지로 물이 잘 통하는 상태라면, 당뇨 환자의 조직은 햇볕에 오래 말려 굳어버린 스펀지 같습니다. 같은 물(혈류)을 부어도 스며드는 양이 다릅니다.
이 조직 환경에서 큰 절개창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첫째, 봉합한 근막과 피하조직의 치유가 정상인보다 30~50% 느려집니다. 둘째, 호중구의 탐식 기능과 림프구 기능이 떨어져 있어 작은 균 침입에도 감염이 자리잡습니다. 셋째, 수술 직후의 통증과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혈당이 200~300mg/dL까지 치솟고, 이는 다시 백혈구 기능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국내 골대사학회지에 보고된 척추 수술 환자 분석(채수욱 외, 2011)에서도 당뇨 동반 환자에서 골유합 지연과 수술 부위 합병증 빈도가 일관되게 높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위에서 설명한 분자 수준의 변화가 임상으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 사진2: 정상 조직 vs 당뇨 조직의 미세혈관 차이 비교 일러스트]
내시경 수술이 만들어내는 결정적 차이
내시경 척추 수술의 본질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조직을 자르는 대신, 조직 사이로 들어간다."
전통적인 개방형 추궁절제술이나 디스크 제거술은 등 가운데를 5~10cm 절개하고 근육을 양쪽으로 벗겨낸 뒤 척추 후궁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절개창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열근(multifidus)과 같은 척추 안정 근육이 분리되면서 만성적인 허리 불안정성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반면 내시경 척추 수술은 7~10mm 직경의 작업통로(working cannula)를 근섬유 사이로 삽입합니다. 척추 후방 접근(UBE, Unilateral Biportal Endoscopy)이나 측방 추간공 접근(TELD, Transforaminal Endoscopic Lumbar Discectomy) 모두 공통점은 근육을 자르지 않고 벌려서 통과한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당뇨 환자에게 어떻게 작용할까요?
피부 절개창이 1cm 미만이라는 것은 봉합해야 할 진피와 근막 면적이 개방 수술 대비 1/30 이하라는 뜻입니다. 봉합부의 치유 부담이 작아지면, AGEs로 굳어진 조직이라도 일차 유합(primary intention healing)이 가능합니다. 또한 근육 손상이 적으니 출혈량이 50~100ml 수준으로 떨어지고(개방은 300~500ml), 수술 시간이 짧아지면서 마취 노출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도 감소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 중 지속 식염수 세척입니다. 내시경 시야 확보를 위해 식염수가 끊임없이 수술 부위를 씻어내는데, 이 과정 자체가 균과 조직 잔해를 함께 흘려보냅니다. 당뇨 환자에서 가장 두려운 수술 부위 감염(SSI, Surgical Site Infection)의 일차 예방 효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항목 | 개방형 척추 수술 | 내시경 척추 수술 |
|---|---|---|
| 피부 절개 | 5~10cm | 0.7~1cm |
| 근육 처리 | 절개·박리 | 근섬유 사이로 통과 |
| 출혈량 | 300~500ml | 50~100ml |
| 봉합 부위 면적 | 큼 | 매우 작음 |
| 마취 방식 | 전신마취 필수 | 부분/경막외 가능 |
| 입원 기간 | 5~7일 | 1~2일 |
| 당뇨 환자 SSI 위험 | 상대적으로 높음 | 의미 있게 낮음 |
| 다열근 보존 | 손상 불가피 | 대부분 보존 |
[📷 사진3: 내시경 척추 수술 장비(7mm 캐뉼라, 내시경 카메라) 사진]
그래서 어떤 당뇨 환자에게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가
여기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화혈색소(HbA1c) 8.5% 이하, 식전 혈당 200mg/dL 미만으로 조절되는 환자라면 내시경 척추 수술은 충분히 안전합니다. 9%를 넘는 분이라면 내분비내과 협진으로 2~4주간 혈당을 떨어뜨린 뒤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이건 양보할 수 없는 기준선입니다.
본원에서는 수술 전 다음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첫째,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둘째, 신장기능(eGFR 60 이상 권장). 셋째,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병증 유무. 넷째, 망막증 동반 여부. 다섯째, 사용 중인 약물(메트포민은 수술 전날 중단, SGLT2 억제제는 3일 전 중단). 이 다섯 가지가 충족되면 내시경 척추 수술의 위험은 비당뇨 환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다고 진통제와 신경차단술로만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신경 압박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당뇨로 이미 미세혈류가 떨어진 신경다발이 이중 손상을 입습니다. 비가역적인 신경 위축이 진행되어 수술을 해도 저림과 근력 약화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오는 6월과 7월은 EMR 데이터상 신경통과 신경염 진단이 평소 대비 80~110%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장마와 무더위로 수분 섭취가 줄고 혈액이 끈끈해지면서 미세순환이 더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당뇨를 가진 분에게는 이중으로 불리한 계절입니다. 미루지 마십시오.
[📷 사진4: 척추관 협착증의 MRI 영상과 신경 압박 부위 비교 도해]
수술 후, 당뇨 환자가 더 신경 써야 할 것들
내시경 수술이 끝났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수술 부위 치유 자체는 빠르지만, 당뇨 환자에서는 신경 회복 속도가 비당뇨 환자보다 30~50% 느립니다. 이건 수술 기법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환자 본인의 관리 영역입니다.
수술 직후 1주일은 무엇보다 혈당이 핵심입니다. 식전 130, 식후 180 이하를 목표로 잡습니다. 통증으로 식사가 불규칙해지면 저혈당과 고혈당이 반복되는데, 이 변동성 자체가 신경 회복을 방해합니다. 인슐린을 사용 중이라면 용량 조절을 위해 내분비내과와 반드시 소통하셔야 합니다.
2주차부터는 걷기를 시작합니다. 평지 10분, 하루 3회로 시작해서 매주 5분씩 늘립니다. 당뇨 환자의 다리 근력은 단순 운동 부족이 아니라 신경 자체의 영양 공급 저하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의식적이고 점진적인 재활이 필요합니다.
4~6주차에 시작하는 코어 근력 운동은 절대 자기 마음대로 시작하지 마십시오. 다열근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어 운동을 시작하면 인접 분절에 보상성 과부하가 걸립니다. 본원 도수치료 팀의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은 이 시점에 맞춰 설계되어 있고, 당뇨 환자의 경우 운동 강도 조절을 더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 사진5: 수술 후 환자의 점진적 보행 재활 운동 시범 사진]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Q. 당화혈색소가 9%인데 척추 수술 가능한가요?
지금은 안 됩니다. 9% 이상이면 모세혈관 손상이 활발한 상태로, 어떤 형태의 수술이든 감염 위험이 비당뇨 환자의 2~3배까지 올라갑니다. 내분비내과 협진으로 인슐린 강화 요법이나 약물 조정으로 2~4주 내에 8% 아래로 떨어뜨린 뒤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다만 그동안 신경 압박이 더 진행되면 안 되니, 응급한 경우에는 신경차단술로 시간을 벌면서 혈당을 조절합니다.
Q. 내시경 수술도 전신마취를 하나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일통로 추간공 접근(TELD)은 부분마취와 경막외 마취로 가능하고, 양측통로 내시경(UBE)은 전신마취가 일반적입니다. 심혈관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 환자라면 마취과와 상의해 부분마취가 가능한 술식을 우선 고려합니다. 마취 시간 단축 자체가 당뇨 환자에게 큰 이점입니다.
Q. 메트포민은 언제 중단하나요?
수술 전날 저녁부터 중단합니다. 메트포민은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조영제를 쓰면 젖산산증(lactic acidosis) 위험이 있어서입니다. SGLT2 억제제(자디앙, 포시가 등)는 케톤산증 위험으로 3일 전부터 중단합니다. 수술 후 식사가 정상화되고 신장 기능이 확인되면 다시 시작합니다. 이 부분은 내분비내과 처방의와 반드시 상의하시고, 자의로 약을 끊지는 마십시오.
Q. 수술 후 발 저림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당뇨 신경병증일까요?
감별이 필요합니다. 척추 수술 후 일시적인 신경부종으로 저림이 1~2주 심해지는 건 흔합니다. 하지만 양측 발끝부터 시작되는 양말 모양 분포(stocking distribution)의 저림이라면 당뇨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척추성 저림은 보통 한쪽 다리, 특정 피부분절을 따라 나타납니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신경전도검사(NCS)와 근전도(EMG)로 감별합니다.
Q. 다른 병원에서 당뇨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고 했는데 가능할까요?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개방 수술 기준으로 보면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것이 맞지만, 내시경 척추 수술은 평가 기준이 다릅니다. MRI 영상, 당화혈색소, 신장기능, 심혈관 상태를 종합해서 다시 판단해보겠습니다. 단순히 "당뇨 = 수술 불가"가 아니라, "이 환자에게 가능한 가장 덜 침습적인 술식이 무엇인가"가 옳은 질문입니다.
Q. 수술 후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수술 다음 날 화장실 걸음부터 시작입니다. 1주차 평지 걷기 10분 3회, 2주차 20분 3회로 늘립니다. 4주차까지는 허리를 굽히는 동작과 무거운 것 들기를 피하고, 6주차부터 본원 도수치료 팀과 함께 코어 운동을 시작합니다. 당뇨 환자는 운동 직후 저혈당 위험이 있어 사탕이나 음료를 옆에 두고 운동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관련글: 60대 어머니의 다리 저림, 협착증 내시경 수술 가능할까]]
[[관련글: 전신마취 무서운 분께, 내시경척추는 부분마취 가능합니다]]
[[관련글: 디스크 vs 협착증, MRI 없이 증상으로 구분하는 법]]
마무리하면서
20년간 척추를 봐온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당뇨가 있다고 척추 수술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리가 저려서 100미터를 못 걷는다면, 그래서 운동을 못하면, 그 자체가 당뇨를 더 악화시킵니다. 악순환을 끊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이고, 그 방법이 내시경 척추 수술이라면 위험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입니다.
내시경이라는 도구가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수술해도 되는 환자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안 된다고 했던 분들이 지금은 됩니다. 본인의 상태를 의사 의견 하나로 단정하지 마시고, 영상과 혈액검사를 들고 한 번 더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대표 1661-6610
참고 문헌
- 박순우 (2011). . . DOI: 10.5124/jkma.2011.54.10.1036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