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인 내과 전문의

의학적 검토 · 작성: 정지인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내과 전문의 취득 (2021)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취득 (2023) ·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석박사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과정 수료 (2021-2024)

소속: 현명내과 & 류마티스내과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시청역 인근)

학회·자격: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 대한류마티스학회 정회원 · 대한골대사학회 정회원 · 대한척추관절염연구회 정회원

최종 검토·업데이트: 2026-06-23

본 글은 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비타민B12 결핍성 빈혈, 채식주의자가 절대 놓쳐선 안 되는 한 가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식만 5년 이상 지속한 분들의 상당수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비타민B12가 바닥나 있고, 이 결핍은 빈혈로 끝나지 않고 비가역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빈혈 수치 정상이어도 안심해선 안 됩니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시절, 손발 저림 때문에 신경과를 거쳐 오신 비건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5년째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끊은 분이었는데, 헤모글로빈은 11.8 g/dL로 경계선상이었고 본인은 "조금 어지러운 정도"라고만 표현하셨죠. 그런데 평균 적혈구 용적(MCV)이 112 fL로 거대적아구성 변화가 뚜렷했고, 혈청 비타민B12는 측정 가능한 하한 아래였습니다. 척수 후삭의 아탈수초화(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가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환자분께 그날 제가 드린 말씀이 본 글의 테제입니다. 채식주의자에게 B12 결핍은 시간의 문제이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신경 증상이 나타난 후의 치료는 늦습니다.


도대체 왜 채식만 해도 B12가 부족해질까

비타민B12(코발라민, cobalamin)는 오직 미생물만이 합성할 수 있는 분자입니다. 식물은 B12를 만들지 못합니다. 우리가 먹는 동물성 식품의 B12는 결국 그 동물의 장내 미생물 또는 사료에 포함된 미생물 합성물에서 유래한 것이고, 인간이 직접 합성하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비타민C는 신선한 과일에 가면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흔한 통화이지만, B12는 정해진 곳에서만 환전되는 외화 같은 겁니다. 채식주의 식단은 이 외화 창구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셈입니다.

문제는 흡수 과정도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음식 속 B12는 위에서 펩신과 위산에 의해 단백질로부터 분리된 뒤, 위벽세포(parietal cell)가 분비하는 내인자(intrinsic factor, IF)와 결합해야 합니다. 이 B12-IF 복합체가 회장 말단(terminal ileum)의 큐비린(cubilin) 수용체를 통해 흡수됩니다. 즉, 위산 분비가 줄어든 고령자나 위절제술 후 환자, 만성 위염을 앓고 있는 분들은 충분히 먹어도 흡수되지 않습니다.

50대 이상에서 위축성 위염 유병률이 3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B12 결핍은 더 이상 채식주의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반 위염 환자도, 메트포르민을 장기 복용하는 당뇨 환자도, 위산 억제제를 1년 이상 쓰는 분도 모두 위험군입니다. 특히 7~8월처럼 신경통과 위염이 동시에 늘어나는 시기에는 이 두 가지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게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빈혈이 아닌, 신경의 위기

B12 결핍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빈혈 때문이 아닙니다. 빈혈은 오히려 늦게 나타납니다.

B12는 두 가지 효소 반응의 조효소입니다. 하나는 메티오닌 합성효소(methionine synthase)로, 호모시스테인을 메티오닌으로 전환시키며 DNA 메틸화에 필수적인 SAMe(S-adenosylmethionine)를 만듭니다. 다른 하나는 메틸말로닐-CoA 변환효소로, 미엘린(myelin) 수초의 안정성에 직접 관여합니다.

B12가 부족하면 미엘린 합성이 어긋나고, 척수 후삭과 측삭에서 점진적인 탈수초화가 시작됩니다. 환자분들은 처음에 양발 저림, 균형 감각 저하, 진동각 소실로 호소합니다. 이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수개월 이상 방치되면 신경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굳어집니다. 빈혈 수치는 멀쩡한데 손발이 저리다고 오시는 분의 30% 정도에서 저는 무조건 B12를 의심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피세포에 독성이 있고, 고호모시스테인혈증은 동맥경화와 정맥혈전증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윤정 등이 알코올 섭취가 많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대한내과학회지, 2004)에서도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직결장 선종 발생과 관련된다는 점을 보고했습니다. 결국 B12 결핍은 빈혈, 신경 손상, 혈관 노화, 더 나아가 발암 위험까지 연결되는 다층적 문제입니다.

류마티스 환자분들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메토트렉세이트, 설파살라진 같은 항류마티스 약제는 엽산과 B12 대사를 간접적으로 교란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골밀도가 감소한다는 박윤정 등의 보고(대한류마티스학회지, 2011)에서도 영양 결핍의 누적 효과가 언급되는데, 거대적아구성 빈혈은 류마티스 환자의 만성 피로를 악화시키는 숨은 요인입니다.


피검사에서 정확히 무엇을 봐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혈청 B12 수치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결핍을 놓칩니다.

일반 검진에서 측정하는 총 B12는 약 80%가 비활성형(haptocorrin과 결합)이고, 활성형은 홀로트랜스코발라민(holoTC) 형태입니다. 총 B12가 200~300 pg/mL의 경계 영역에 있을 때 실제 세포 내 결핍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음 세 가지 항목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검사 항목 정상 범위 결핍 시 변화 임상적 의미
혈청 비타민B12 200~900 pg/mL 감소 (200 이하) 결정적이지 않음, 경계치 다수
메틸말로닌산 (MMA) <0.40 µmol/L 증가 세포 내 결핍의 가장 민감한 지표
호모시스테인 <15 µmol/L 증가 혈관 위험까지 함께 평가
MCV (평균 적혈구 용적) 80~96 fL 증가 (>100 fL) 거대적아구성 변화 시사
말초혈액 도말 정상 적혈구 다분엽 호중구, 거대 적혈구 형태학적 확진

본원 내과에서 채식을 5년 이상 유지하신 분이나 위절제 병력이 있는 분께는 B12 단독이 아니라 MMA와 호모시스테인을 패키지로 측정합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신경 손상 위험을 정확히 가늠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추가로, 위벽세포 항체나 내인자 항체를 확인하면 자가면역성 위염에 의한 악성빈혈(pernicious anemia)을 감별할 수 있습니다. 악성빈혈은 단순 식이 결핍과 달리 위 점막의 자가면역 파괴가 원인이므로, 평생 비경구 보충이 필요합니다.


약을 언제, 얼마나 써야 하는가

치료 원칙은 명확합니다. 결핍이 확인되면 즉시 보충, 신경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근육주사부터 시작합니다.

경구 시아노코발라민(cyanocobalamin) 1,000~2,000 µg을 매일 복용하면, 내인자 결핍이 있어도 수동확산만으로 약 1%가 흡수되어 결핍을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신경 증상이 있을 때는 농도 회복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근육주사로 시작합니다.

채식주의를 지속하실 분들은 결국 평생 유지요법이 필요합니다. 김치, 된장 같은 발효식품에 미량의 B12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인간이 활용 가능한 활성형 비율은 매우 낮고, 결핍을 예방할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강화 식품(시리얼, 식물성 유유)이나 보충제를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한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엽산을 단독으로 보충하면 거대적아구성 변화는 가려지지만, 신경 손상은 오히려 진행됩니다. B12 결핍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의 엽산 보충제는 금물입니다. 채식주의자가 시중 영양제를 자가 처방하기 전, 반드시 B12 수치부터 확인하세요.

비만치료를 함께 받으시는 분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사용하면서 식사량이 줄고 위 배출이 느려지면, 가뜩이나 B12 흡수가 까다로운 분들은 결핍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관련글: 비만치료제 효과, 누가 가장 잘 빠질까?]]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GLP-1 계열 약제를 장기 사용하는 분들께는 영양 상태 점검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이것만은 꼭 지키세요

채식을 유지하면서 B12 결핍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3개월에 한 번은 강화 식품으로 의식적 보충입니다. B12가 강화된 시리얼, 두유, 영양 효모(nutritional yeast)를 식단에 고정시켜두세요. "어쩌다 먹는다"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둘째, 연 1회 혈액검사로 모니터링입니다. 헤모글로빈, MCV, 혈청 B12, 가능하면 호모시스테인까지. 비건 5년 차 이후에는 메틸말로닌산 검사를 더해주세요.

셋째, 신경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입니다. 손발 저림, 균형 감각 이상, 기억력 저하, 우울감 같은 비특이적 증상도 B12 결핍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넷째, 위장 증상이 있는 분은 위 내시경 점검입니다.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 헬리코박터 감염은 B12 흡수를 직접 떨어뜨립니다. 정희진의 국내 성인 예방접종 권고(대한의사협회지, 2011)에서도 강조하듯, 50대 이후 영양·면역 관리는 단편이 아닌 종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메트포르민 복용자는 별도 관리입니다. 메트포르민은 회장 말단의 칼슘 의존성 B12 흡수를 방해합니다. 당뇨 환자가 메트포르민을 5년 이상 사용한다면 연 1회 B12 점검을 권합니다.


맺음말

비타민B12 결핍은 채식주의자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채식주의자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드시 찾아오는 문제입니다. 헤모글로빈 정상이라는 말에 안심하지 마시고, 손발 저림이라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세요. 채식의 신념을 지키는 것과 B12를 보충하는 것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생 채식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관련글: 여름철 장 건강을 지키는 식습관]]과 함께, 본인의 영양 상태를 객관적 수치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내과 · 정지인 원장 ·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세부전공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수련 (2021~2024)
시청역 1번 출구 도보 3분 ·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자주 묻는 질문

Q: 채식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나면 B12 결핍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비타민B12는 간에 수년치가 저장되기 때문에 채식 시작 직후에는 정상 수치로 측정됩니다. 진료실에서는 완전 채식 또는 비건 식단을 2~3년 이상 유지한 분들에게 혈청 B12와 함께 호모시스테인, 메틸말론산을 함께 확인하는 검사를 권합니다. 다만 위절제술 병력이나 만성 위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식단 기간과 무관하게 조기 검사가 필요하며, 결과 해석은 개인 차이가 있어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Q: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인데도 B12 결핍이 있을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비타민B12 결핍은 빈혈로 드러나기 전에 신경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평균 적혈구 용적(MCV)이 상한선에 가깝거나, 손발 저림·균형감 저하·기억력 변화가 동반된다면 헤모글로빈이 정상이어도 결핍을 의심해야 합니다. 본원에서는 빈혈 수치만으로 안심시키지 않고 MCV와 신경학적 문진을 함께 시행하지만, 증상 양상은 개인 차이가 커 전문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Q: 보충제만 챙겨 먹으면 채식을 계속해도 괜찮은가요?

A: 경구 보충제로 충분히 관리되는 분이 많지만 모든 분에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위산 분비가 줄어든 고령자, 만성 위염, 위절제술 병력, 회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경구 흡수율이 낮아 근육주사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식단 유지 여부와 흡수 능력을 함께 평가한 뒤 보충 경로를 정합니다. 보충 방식과 주기는 개인 차이가 있어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Q: 손발 저림이 이미 시작됐는데 지금이라도 치료하면 회복되나요?

A: 신경 증상이 시작된 직후 빠르게 보충 치료를 시작하면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척수 후삭의 아탈수초화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일부 증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발 저림, 보행 불안정, 진동 감각 저하가 나타났다면 며칠 안에 검사와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회복 정도는 결핍 기간과 진행 단계에 따라 개인 차이가 크므로 전문의 진료를 권장합니다.

참고 문헌

  1. 임윤정, 최윤호, 김영호 외 (2004). . . DOI: 10.4078/kjm.2004.67.5
  2. 박윤정, 박보형, 민도준, 김완욱 (2011). . . DOI: 10.4078/jrd.2011.18.1.19
  3. 정희진 (2011). . . DOI: 10.5124/jkma.2011.54.12.1289
  4. 지종대, 김태환, 이빛나라 외 (2011). . . DOI: 10.4078/jrd.2011.18.1.11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