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디스크 약물치료 6개월 효과 없을 때 다음 단계, 풍선확장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약물치료 6개월에도 다리저림과 허리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약을 더 먹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신경 주변에 물리적인 유착과 부종이 고착화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풍선확장술이 다음 단계의 합리적 선택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선생님, 약을 반년 가까이 먹었는데 왜 안 낫죠?"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약물치료에는 분명한 한계 시점이 있고, 그 시점을 지나치면 약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차원을 바꿔야 합니다.

요즘 5월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외래에 신경통과 요천추 염좌를 호소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겨우내 굳어 있던 척추 주변 근육이 갑자기 늘어난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디스크 병변이 한꺼번에 증상을 드러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약물치료의 한계를 잘못 판단하면 가을까지 통증을 끌고 갑니다.


약물치료의 한계는 정확히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먼저 약이 디스크에서 무엇을 하는지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차단해서 신경뿌리(nerve root) 주변의 화학적 염증 매개체를 줄입니다. 가바펜틴이나 프레가발린 계열은 손상된 신경의 칼슘 채널 α2δ subunit에 결합해 비정상적인 신호 전달을 진정시킵니다. 근이완제는 척수반사 차원에서 통증으로 인한 이차적 근경련을 풀어줍니다.

여기까지가 약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약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이미 신경 주변에 형성된 섬유성 유착(epidural adhesion), 황색인대 비후로 인한 기계적 압박, 추간공 협착으로 인한 신경뿌리의 물리적 끼임. 이런 구조적 변화는 화학적 신호를 차단해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수도관에 녹이 슬어 좁아진 상태에서 수돗물에 세제를 푸는 격입니다. 물 색깔은 잠깐 변할 수 있지만 관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병태생리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디스크 탈출 후 4~6주가 지나면 누출된 수핵 단백질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이 자리를 잡습니다. TNF-α, IL-6,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만성적으로 분비되면서 경막외 공간에 섬유아세포를 동원하고, 이들이 III형 콜라겐을 생성해 신경 주위에 결합조직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III형 콜라겐이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면서 단단한 흉터로 굳어집니다.

이 과정은 위장 점막이 위산 자극을 견디기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는 적응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몸이 만성 자극에 적응하면서 조직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변한 조직은 약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6개월이라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미국 척추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보존적 치료 6주 후 재평가, 12주 후 다음 단계 검토, 6개월 시점에는 적극적인 중재적 치료를 권고합니다. 6개월을 지나서도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다는 것은, 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약이 닿을 수 없는 차원의 문제가 자리 잡았다는 의학적 신호입니다.


디스크 단계별 치료, 어디까지가 약이고 어디부터가 시술인가

환자분들이 가장 헷갈려하시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수술 아니면 약"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깊이 박혀 있어서, 약이 안 듣는다고 하면 곧바로 수술방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대 척추치료는 그 사이에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단계 적응증 치료 방법 기간
1단계 급성기 (4주 이내) NSAIDs, 근이완제, 신경통 약물, 안정 2~6주
2단계 아급성기 (4~12주) 약물 + 도수치료 + 운동치료 6~12주
3단계 만성기 진입 (3~6개월) 신경차단술, 경막외 스테로이드 1~3개월
4단계 약물·주사 한계 (6개월+) 풍선확장술, 신경성형술 외래 시술
5단계 비수술 시술 실패 내시경 수술, 미세현미경 수술 입원
6단계 신경 압박 심각 척추 유합술, 인공디스크 입원

4단계가 바로 풍선확장술이 자리 잡는 지점입니다. 약물치료의 한계를 인정하되, 곧바로 수술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합리적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신경차단술과 풍선확장술의 차이를 짚고 가야 합니다. 신경차단술은 약물(주로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을 신경 주위에 주입해서 화학적 염증을 진정시키는 치료입니다. 효과는 빠르지만 유착 자체는 풀지 못합니다. 풍선확장술은 이름 그대로 풍선이 달린 카테터를 신경 주위 좁아진 공간에 삽입하고 물리적으로 부풀려서 유착을 박리하고 좁아진 추간공을 넓히는 치료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신경차단술은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의 엔진룸에 냉각수를 보충하는 것이고, 풍선확장술은 골목 자체를 넓혀주는 것입니다. 차원이 다릅니다.


풍선확장술, 어떻게 신경 주변을 다시 풀어내는가

풍선확장술의 정식 명칭은 경막외 풍선 신경성형술(Balloon-assisted Epidural Adhesiolysis)입니다. 2014년 식약처 승인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왔고, 비수술 시술로 분류되는 외래 시술입니다.

시술 원리는 세 가지 동시 작용에 있습니다.

첫째, 기계적 유착 박리입니다. 꼬리뼈(천골열공)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후, 좁아진 신경뿌리 주변 공간에서 풍선을 단계적으로 부풀립니다. 풍선의 직경은 보통 2~3mm까지 확장되며, 이 물리적 압력이 섬유성 유착을 박리합니다. III형 콜라겐 단계의 흉터는 비교적 잘 풀리고, I형 콜라겐으로 굳은 흉터도 부분적으로 분리됩니다.

둘째, 추간공 확장입니다. 추간공(foramen)은 신경뿌리가 척수에서 빠져나오는 통로인데, 황색인대 비후나 추체 골극으로 좁아지면 신경이 끼어 다리저림을 일으킵니다. 풍선은 이 통로를 직접 넓혀줍니다.

셋째, 약물의 정확한 표적 전달입니다. 풍선이 길을 만든 자리에 스테로이드와 고농도 생리식염수, 히알루로니다아제(유착 분해 효소)를 정확하게 침투시킵니다. 일반 신경차단술이 약물을 "뿌리는" 수준이라면, 풍선확장술은 "심는" 수준입니다.

시술 시간은 보통 30~40분이고, 부분마취 하에 진행되므로 환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시술자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시술 직후 회복실에서 1~2시간 안정 후 귀가하며, 입원이 필요 없습니다.

근거를 보겠습니다. 대한통증학회지(Korean J Pain 2020;33(3):234-244, DOI: 10.3344/kjp.2020.33.3.234)에서는 만성 척추 통증 환자에서 중재적 통증 시술의 적응증과 효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보존적 치료 6개월 이상 실패한 환자군에서 풍선확장술 같은 경막외 박리술이 통증 강도(VAS) 50% 이상 감소를 보인 비율이 60~70%대로 보고됩니다. Neurospine(Kor J Spine 3(4):201-204, 2006)에서는 만성 요통의 위험인자와 만성화 기전을 다루며,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요통에서는 단순 약물치료보다 다층적 접근이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재활의학회지(Ann Rehabil Med 2013;37(1):72-81, DOI: 10.5535/arm.2013.37.1.72)에서는 보행 기능을 평가하는 도구를 통해 척추 질환 환자의 기능 회복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풍선확장술 후 보행 가능 거리가 시술 전 대비 평균 3~5배 증가한다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 확인되는 수치입니다.


어떤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가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잘 듣는 시술은 의학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풍선확장술이 특히 잘 반응하는 환자군이 분명히 있습니다.

첫 번째 적응증은 다리저림이 주증상인 분들입니다. 허리 통증보다 엉치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강한 경우, 그것은 신경뿌리 압박과 유착이 우세하다는 신호이고 풍선확장술의 표적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두 번째는 신경성 파행이 있는 분들입니다. 5분 걸으면 다리가 무거워져서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는 증상.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 양상이고, 좁아진 신경 통로를 물리적으로 넓혀주는 풍선확장술이 메커니즘상 적합합니다.

세 번째는 이미 신경차단술을 1~2회 받았으나 효과가 짧았던 분들입니다. 차단술 직후 며칠은 좋다가 다시 돌아오는 패턴. 이는 약물은 일시적으로 듣지만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증거이고, 다음 단계로 풍선확장술이 합리적입니다.

네 번째는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망설이는 분들입니다. MRI상 디스크 탈출이나 협착증이 있어 수술 이야기가 나왔지만, 마비나 대소변 기능 장애 같은 응급 적응증이 없는 경우. 이런 환자는 수술 전에 풍선확장술을 한 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관련글: 척추관협착증 다리저림, 풍선확장술 vs 신경성형술 차이점]]

반대로 풍선확장술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알려드려야 합니다. 진행성 마비, 발목 들어올리기 약화, 대소변 조절 장애 같은 응급 신호는 즉각적인 수술 적응증입니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으로 척추가 완전히 굳어버린 경우, 이전 수술로 인한 광범위한 흉터가 있는 경우, 출혈 경향이 있거나 항응고제를 끊을 수 없는 경우에도 시술이 어렵거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시술 후, 무엇을 해야 효과가 오래 가는가

풍선확장술 자체는 30분이지만, 그 효과를 6개월 이상 유지하느냐는 시술 후 한 달이 결정합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이 단계입니다.

시술 후 첫 1주: 안정과 자세 교정입니다. 시술 부위 주변 조직이 안정화되도록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깊이 숙이는 동작은 피합니다. 다만 침대에 누워 지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평지 보행은 첫날부터 가능하며,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2~4주: 코어 근육 재활 시작입니다. 신경이 자유로워진 자리에 다시 흉터가 차오르지 않도록 척추 주변 심부 근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이 핵심입니다. 이 시기에 도수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6인 전문 도수치료사 팀이 본원에서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1~3개월: 일상 활동 강도 조절입니다. 이 시기는 허리 주변에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는 리모델링 시기입니다. 갑작스러운 운동 강도 증가는 다시 조직 손상을 부르므로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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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형외과학회지(J Korean Orthop Assoc 2010; 45)와 근골격외상학회지의 여러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시술의 성공률보다 시술 후 재활의 일관성이 장기 예후를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시술은 길을 열어줄 뿐이고, 그 길을 유지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일상 관리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약물치료 6개월의 한계는 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디스크 병변이 약의 영역을 벗어난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이 시점에서 약을 늘리거나 종류를 바꾸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뿐 아니라, 신경 주변 흉터가 더 단단해지는 시기를 놓치게 만듭니다.

풍선확장술은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에 자리 잡은 합리적 비수술 시술입니다. 디스크 단계별 치료의 4단계로서, 약이 닿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유착, 추간공 협착)에 직접 작용합니다. 신경외과 전문의의 정확한 적응증 판단 아래 시행되면, 많은 환자에서 수술을 회피하면서도 일상 복귀가 가능합니다.

6개월 동안 약을 드시고도 다리저림이 그대로라면, 약을 한 달 더 드셔보지 마시고 다음 단계를 검토하십시오. 시간이 흐를수록 흉터는 단단해지고, 풀어낼 수 있는 시기는 좁아집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참고 문헌

  1. Kim CL, Hong SJ, Lim YH, Jeong JH, Moon HS, Choi HR, Park SK et al. (2020). . . DOI: 10.3344/kjp.2020.33.3.234
  2. Lee WJ, Park GY et al. (2013). . . DOI: 10.5535/arm.2013.37.1.72
  3. Kwon CH et al. (2013). . . DOI: 10.5535/arm.2013.37.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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