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방아쇠수지, 주사로 끝낼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수술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방아쇠수지 환자의 약 50~60%에서 단기 효과를 보이지만, 1년 이내 재발률이 30~60%에 달합니다. 반면 A1 활차 경피적 절개술(하키나이프)은 재발률이 3% 미만으로, Quinnell 2기 이상이거나 주사 1~2회에 반응이 없다면 더 고생하지 마시고 수술을 결정하시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진료실에서 손가락이 딸깍 걸린다고 오시는 분들께 항상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사 몇 번 맞으셨어요?" 그리고 "마지막 주사 맞은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 두 질문에 따라 환자가 가야 할 길이 거의 결정됩니다. 수술이라는 말에 겁을 먹고 1년 넘게 주사만 맞다가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사실 그 시간 동안 A1 활차와 굴곡건은 더 깊은 손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5월과 6월에는 특히 손가락 통증과 신경통, 어깨·팔 통증으로 오시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겨우내 굳어 있던 손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힘줄건초염이 한꺼번에 깨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손가락 걸림이라고 넘어갔던 분들이 5~6월에 본격적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시는 이유입니다.


도대체 왜 손가락이 딸깍 걸리는 건가

방아쇠수지의 본질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굴곡건(힘줄)이 통과해야 할 A1 활차(터널)가 좁아져서, 힘줄이 그 통로를 강제로 비집고 지나갈 때 걸리는 현상입니다. 단순한 염증이 아니라 구조적 변형입니다.

A1 활차는 본래 외층, 중간층, 내층의 3겹 조직학적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손가락을 굽히고 펼 때마다 굴곡건이 이 터널을 통과하는데, 반복적인 압박력이 가해지면 활차는 마치 위장 점막이 위산에 만성 노출되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듯 적응 반응을 일으킵니다. 손에서는 이 반응이 연골 화생(chondroid metaplasia) 으로 나타납니다. 외층은 두꺼워지고, 내층은 연골 코팅 구조로 변하면서 터널이 좁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 염증과 다른 결정적 이유입니다. 단순 염증은 가라앉으면 끝입니다. 그러나 화생(metaplasia)은 한 번 변한 조직 자체의 성질입니다. 가라앉지 않습니다. 주사로 가라앉는 건 그 위에 얹힌 부종과 활액막 염증일 뿐, 좁아진 터널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 두 힘줄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좁은 터널을 억지로 통과하면서 두 힘줄 사이 접촉면에 섬유소성 유착이 생기고, 두 힘줄이 마치 아코디언이 접착제로 붙어버린 것처럼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러면 활주(gliding) 효율이 떨어지고, 좁아진 터널을 통과할 때 마찰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굴곡건의 생리적 재생 능력은 13세 이후 현저히 떨어집니다. 성인의 만성 힘줄 손상은 시간이 약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관절 구축까지 동반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것이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한 질환"의 의학적 근거입니다.


주사치료, 어디까지 효과가 있는가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는 방아쇠수지 1차 치료의 표준입니다. 이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Giugale와 Fowler가 The Orthopedic Clinics of North America(2015)에 발표한 종설에 따르면, 활동 수정과 부목 고정, 그리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가 성인 방아쇠수지의 비수술적 치료의 핵심 옵션으로 제시됩니다. Gil 등이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2020)에 정리한 최신 개념 정리에서도 "관절 차단형 부목과 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적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을 개선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효과의 지속성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항상 드리는 설명이 있습니다. "주사는 시간을 벌어주는 치료입니다. 병을 끝내는 치료가 아닙니다."

주사의 효과를 결정하는 변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변수 효과 양호 효과 제한적
증상 지속 기간 4개월 미만 6개월 이상
Quinnell 분류 1기(걸림 없는 통증) 2기 이상(능동/수동 잠김)
당뇨병 동반 없음 있음(재발률 2배 이상)
주사 횟수 1회 2회 이상 시 효과 급감
환자 직업 사무직 손 반복 사용 직업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주사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고혈당 환경에서 콜라겐 가교 형성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어 활차의 비후가 더 빠르고 깊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임상 원칙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같은 부위에 2~3회를 한계로 봐야 합니다. 그 이상 반복하면 굴곡건 자체의 약화, 활차 조직의 위축, 피부 색소 변화, 심한 경우 굴곡건 파열까지 보고됩니다. 1년에 5번, 10번 주사를 맞고 오시는 분들을 가끔 뵙는데, 그건 치료가 아니라 다음 문제를 만드는 길입니다.

[[관련글: 탄발지 vs 손목터널증후군, 어느 손가락이 문제일까]]


하키나이프 경피적 유리술이라는 선택

수술의 기본 의미는 명확합니다. 좁아진 활차의 개방이 선결 조건이며, 이것 없이는 어떤 보조 치료도 근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A1 활차 절개술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개방 수술과 경피적(percutaneous) 절개술입니다. 그리고 경피적 절개술 중에서도 우리가 시행하는 방식이 HAKI 나이프(하키나이프) 를 이용한 절개입니다.

HAKI라는 이름은 개발자인 Ha Kwon-Ik(하권익) 박사의 이니셜에서 유래합니다. Ha와 KI를 합쳐 HAKI입니다. Ha 박사가 J Hand Surg Am(2001)에 발표한 경피적 활차 절개 기법이 이후 전 세계로 보급된 원형이며, 기존 18게이지 바늘을 이용한 경피적 절개에 비해 굴곡건과 신경혈관 다발에 대한 안전성이 뛰어나도록 도구의 형상과 절개면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술의 원리는 열쇠구멍 수술(keyhole surgery)과 같습니다. 1cm 미만의 작은 절개창으로 좁아진 A1 활차만 정확히 개방하고, 주변 구조물은 손대지 않습니다. 손바닥 측 절개로 들어가서 정중신경 분지와 굴곡건 다발을 비켜 활차만 절개하는 술기입니다.

비교 테이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개방 수술 HAKI 경피적 절개 18G 바늘 경피
절개창 크기 2~3cm 1cm 미만 점자국
불완전 절개율 매우 낮음 낮음 보고 따라 변동
합병증 위험 흉터, 부종 매우 낮음 신경 손상 위험
회복 기간 2~3주 3~5일부터 운동 1주
마취 국소 국소 국소
재발률 매우 낮음 매우 낮음 변동

A1 활차의 완전 절개가 임상 결과를 결정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Yang 등이 Journal of Visualized Experiments(2024)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중증 방아쇠수지에서 A1 활차 재건술과 전통적 절개술을 비교했고, 절개술의 임상 결과가 우수함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수술의 핵심은 "활차를 끝까지 풀었느냐"이며, 이를 위해 HAKI 도구는 절개면의 길이와 형상을 정확히 제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아 방아쇠수지(특히 엄지 잠김)는 성인과 병태생리가 다소 다른데, Bauer와 Bae가 The Journal of Hand Surgery(2015)에서, Fernandes 등이 The Journal of Hand Surgery Asian-Pacific Volume(2022)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굴곡건의 발달성 크기 불일치가 원인이며 일정 연령까지는 자연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1년 이상 잠김이 지속되면 수술 적응증이 됩니다.


재발률, 진짜 숫자로 비교하면

이 부분이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핵심입니다. 솔직하게 정리해드립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후 재발률

경피적 절개술 후 재발률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주사는 절반의 환자에서 1년 안에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수술은 한 번으로 끝납니다. 물론 한 번도 주사를 맞아보지 않은 환자에서, 증상 시작이 4개월 이내인 1기 방아쇠수지라면 주사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단계라면 시간 끌기는 환자에게 손해입니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더 명확합니다. 진료실에서 당뇨 환자분께는 보통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혈당이 높을수록 활차의 화생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주사 한 번은 시도해볼 수 있지만, 안 되면 빨리 수술로 넘어가시는 게 손가락에도 혈당 관리에도 낫습니다." 손가락 통증으로 운동을 못 하면 혈당 관리가 흔들리는 악순환을 자주 봅니다.

[[관련글: 방아쇠수지 1cm 절개 경피적 유리술이란? A1활차 완전 해부]]


수술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경피적 절개술의 장점 중 하나는 회복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빠르다"는 것이 "관리가 필요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힘줄 치유는 세 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 염증기

수술 직후~며칠. 적혈구, 혈소판, 호중구, 단핵구, 대식세포가 손상 부위로 모입니다. 혈관신생 인자가 분비되어 새 혈관이 생깁니다. 이 시기에는 상처를 안정시키고 부종을 관리합니다.

2단계: 증식기

며칠~수 주.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어 III형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을 무작위로 합성합니다. 아직은 약합니다. 이 시기에 무리하면 재손상이 옵니다.

3단계: 리모델링 및 성숙기

수 주~수개월. III형 콜라겐이 더 강한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고 재배열됩니다. 기계적 자극에 반응해 섬유 방향이 정렬됩니다. 즉, 적절한 운동 자극이 있어야 강해집니다.

회복을 돕는 성장인자들도 함께 작용합니다. 변형성장인자-β(TGF-β)는 콜라겐 합성을 유도해 인장 강도를 올리고, 혈관 내피 성장인자(VEGF)는 신생 혈관을 만들고,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IGF-1)은 세포 증식과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며, 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PDGF)와 염기성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bFGF)도 각자 역할을 합니다. 이 성장인자들의 동원을 보조하기 위해 PDRN, PRP 등의 재생 주사를 병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 후 3~5일부터 시작하는 핵심 재활 운동이 후크 피스트(갈고리 주먹쥐기) 입니다.

이 운동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두 굴곡건 사이의 흉터 유착을 방지합니다. 둘째, 수술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을 PIP 관절 구축을 풀어줍니다. 이 부분이 빠지면 수술은 잘 됐는데 손가락 굴곡 범위가 회복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재활의학회지(Annals of Rehabilitation Medicine)에 보고된 여러 손 재활 평가 연구에서도, 술 후 능동적 관절 가동 운동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기능 회복의 핵심 지표가 됨을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상 업무 복귀까지 약 8~10주, 강도 높은 손 사용은 약 12주를 기준으로 봅니다. 다만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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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맺음말 — 시간이 약이 아닌 질환

방아쇠수지의 치료는 무엇을 하든 결국 A1 활차의 좁아짐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주사는 그 위의 염증을 잠시 가라앉힐 수 있지만, 좁아진 터널 자체는 풀어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 아닌 질환입니다. 끌면 끌수록 활차의 화생은 깊어지고 굴곡건은 약해집니다.

Quinnell 1기, 증상 4개월 미만, 주사 1회 미경험이라면 주사를 먼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기 이상이거나, 주사 1~2회에 반응이 없거나, 6개월 이상 끌고 있거나, 당뇨병이 동반되어 있다면 더 망설이실 이유가 없습니다. 1cm의 작은 절개로 끝나는 시술이며, 재발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손가락이 딸깍 걸리는 그 작은 불편이, 1년 후에는 펴지지 않는 손가락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참고 문헌

  1. Giugale JM, Fowler JR (2015). . . DOI: 10.1016/j.ocl.2015.06.014
  2. Gil JA, Hresko AM, Weiss APC (2020). . . DOI: 10.5435/JAAOS-D-19-00614
  3. Yang M, Zou X, Dong Y (2024). . . DOI: 10.3791/66514
  4. Bauer AS, Bae DS (2015). . . DOI: 10.1016/j.jhsa.2015.04.041
  5. Fernandes C, Dong K, Rayan G (2022). . . DOI: 10.1142/S2424835522300018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