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진통제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디스크가 나은 것이 아닙니다. 약은 통증 신호를 차단할 뿐, 신경뿌리를 누르고 있는 수핵 자체에는 손도 대지 못합니다. 그래서 끊으면 다시 아픕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이겁니다. "원장님, 약 먹을 때는 살 만한데 끊으면 어김없이 다시 아파요. 이거 평생 먹어야 하나요?" 50대 사무직 환자분이 한숨을 쉬며 던진 질문입니다. 처방전을 들고 다닌 지 8개월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약을 오래 먹으니 위가 쓰려서 위장약까지 같이 먹어요." 6월부터 7월 사이 본원에 위염 환자가 평소보다 70% 이상 늘어나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하는 패턴입니다.

오늘은 이 흔하면서도 위험한 함정, 즉 "약은 듣는데 근본은 안 잡히는" 진통제 의존의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통제가 듣는 동안 디스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요추 추간판은 가운데 젤리 같은 수핵(nucleus pulposus)과 그것을 둘러싼 15~20겹의 섬유륜(annulus fibrosus)으로 구성됩니다. 섬유륜은 마치 양배추 잎을 겹쳐 싼 것처럼 동심원 구조이고, 각 층의 콜라겐 섬유가 65도 각도로 교차되어 짜여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우리가 허리를 굽히고 비틀어도 수핵이 새지 않습니다.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은 섬유륜의 후방, 정확히는 후종인대(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아래입니다. 이 부위는 콜라겐 층이 가장 얇고, 게다가 신경뿌리가 바로 옆을 지나갑니다. 반복적인 굴곡 부하, 특히 책상 앞에 앉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는 수핵을 후방으로 밀어내는 압력을 만듭니다. 섬유륜 균열이 시작되면 수핵의 단백다당(proteoglycan) 성분이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고, 이 물질이 신경뿌리에 닿는 순간 화학적 신경염증이 폭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신경뿌리 통증의 본질은 기계적 압박이 아니라 화학적 염증입니다. 수핵에서 누출된 phospholipase A2, TNF-α, IL-6 같은 염증 매개체가 신경뿌리의 myelin sheath를 자극하고, 신경섬유의 전기적 흥분 역치를 낮춥니다. 그래서 약간의 자극에도 통증 신호가 폭발적으로 발사됩니다. 이걸 신경의 감작화(sensitization)라고 부릅니다.

자, 그럼 NSAIDs(소염진통제)는 이 과정의 어디에 작용할까요? 답은 가장 끝, 통증 신호가 이미 발사된 다음 단계입니다. cyclooxygenase 효소를 차단해서 prostaglandin 합성을 줄이는 것이 NSAIDs의 작용 기전인데, 이는 마치 화재 경보기를 꺼버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불은 그대로 타는데 경보음만 안 들리는 것이지요. 환자분은 "괜찮아졌다"고 느끼지만, 디스크 균열은 그대로이고, 수핵은 여전히 새어 나오고 있고, 신경뿌리의 감작화는 더 깊어집니다.

왜 약을 끊으면 더 아픈가, 신경 염증의 자가 증폭 회로

진통제를 끊는 순간 통증이 "더 심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첫째, 통각 회로의 가소성(plasticity)입니다. 신경뿌리에서 척수 후각으로, 다시 시상과 대뇌 피질로 이어지는 통증 전달 경로는 반복 자극을 받으면 시냅스 강도가 강화됩니다. NMDA 수용체 활성화와 BDNF(뇌유래신경성장인자) 분비가 핵심인데, 결과적으로 같은 물리적 자극이 더 큰 통증으로 인식됩니다. 이를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라고 합니다.

둘째, 약물에 의한 통증 인지의 정상화 효과가 사라집니다. 환자분의 뇌는 8개월간 "약을 먹고 있는 상태의 통증 수준"을 기준선으로 학습합니다. 약을 끊으면 그 기준선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잠재되어 있던 통증이 한 번에 드러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누수가 있는 천장 아래에 양동이를 받쳐 놓은 상태와 같습니다. 양동이(진통제)가 떨어지는 물(통증)을 받아주는 동안에는 바닥이 깨끗하지만, 천장의 균열(디스크 손상)은 점점 커집니다. 그러다 양동이를 치우는 순간, 그동안 모인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균열은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로 넘어간 환자분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만성 비암성 통증 환자의 오피오이드 인식과 의존 패턴을 조사한 결과, 통증 강도가 강한 환자일수록 오피오이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는 역설적 패턴이 확인되었습니다(Kim CL 등, Korean J Pain, 2020). 즉, 아플수록 약을 끊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피오이드 의존이 과거에는 드문 문제로 여겨졌지만, 만성 척추 통증 영역에서는 이미 임상적 경고 신호가 켜져 있습니다.

진통제만 먹다가 놓치는 시간의 가치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디스크는 시간의 질환입니다.

급성기(증상 발생 6주 이내)에는 자연 흡수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입니다. 탈출된 수핵은 면역반응에 의해 식세포가 흡수하면서 크기가 줄어들 수 있고, 실제로 6주~3개월 사이에 영상학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시기의 약물치료는 의미가 있습니다. 통증을 줄여 일상 활동을 유지하면서, 신경뿌리 주변의 염증이 가라앉을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3개월이 지나도 호전이 없다면, 그것은 자연 흡수 기전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단계에서 약을 더 늘리는 것은 시간만 잡아먹습니다. 신경뿌리는 만성 염증에 적응하면서 섬유화(fibrosis)가 진행되고, 신경 주변에 유착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1년이 넘어가면 신경뿌리 자체에 영구적 변성이 누적되어, 나중에 수술로 압박을 풀어주어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통증 지속 기간 자연 호전 가능성 권장 접근
0~6주 높음 (60~70%) 약물 + 안정 + 자세교정
6주~3개월 중간 (40~50%) 약물 + 신경차단 + 도수
3~6개월 낮음 (20~30%) 신경성형술/풍선확장술 검토
6개월 이상 매우 낮음 내시경 수술 적극 검토

본원에서 최근 6개월간 추간판장애로 인한 좌골신경통(M51.1) 환자만 75명을 진료했습니다. 이 중 신환 비율이 22.7%였는데, 신환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평균 4~6개월간 다른 곳에서 진통제와 물리치료만 받다가 호전이 없어서 본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진통제를 일찍 끊고 정확한 진단으로 단계를 올리는 결정이 늦어졌다는 뜻입니다.

NSAIDs 장기 복용이 만드는 두 번째 청구서, 위장과 신장

진통제 의존의 또 다른 비용은 장기에 누적됩니다.

NSAIDs는 위 점막의 prostaglandin E2 합성을 억제합니다. PGE2는 위 점막의 점액 분비, 중탄산염 분비, 점막 혈류 유지를 모두 책임지는 핵심 매개체입니다. 이게 줄어들면 위 점막은 위산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됩니다. 본원 통계에서도 6월에 위염 환자가 평소 대비 44% 급증하고, 7월에는 73% 급증하는 패턴이 매년 반복되는데, 그 배경에는 만성 통증으로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환자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장에도 부담이 갑니다. 신사구체의 수입세동맥 확장도 PGE2가 매개하는데, NSAIDs를 6개월 이상 복용하면 신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만성 신장 손상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60세 이상, 당뇨,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분이라면 위험은 배가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약을 줄이는 것이 답이 아니라, 약이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통증의 원인, 즉 디스크 자체에 손을 대야만 가능합니다.

약물에서 시술, 그리고 내시경 수술로 가는 단계적 의사결정

비수술적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다음 카드는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입니다.

신경차단술은 압박받는 신경뿌리 주변에 국소마취제와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입해서 염증 매개체를 씻어내고 신경의 흥분 역치를 정상화하는 방법입니다. 효과가 즉각적이고, 진단적 가치도 있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정말 그 신경뿌리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성형술(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은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꼬리뼈를 통해 가는 카테터를 신경뿌리 주변까지 진입시켜, 유착된 경막외 공간을 물리적으로 박리하면서 약물을 정확한 병변 부위에 도달시킵니다. 신경 주변의 흉터 조직이 약물의 도달을 막고 있을 때 특히 효과적입니다. 신경차단술이 듣다 말다 한다면, 그 사이에 유착이 끼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풍선확장술은 신경성형술에 한 단계를 더 얹습니다. 카테터 끝에 작은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추간공이나 경막외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히는 시술입니다. 척추관 협착증 또는 추간공 협착이 동반된 디스크 환자에서 효과가 좋습니다.

이 단계까지 시도했는데도 통증이 잡히지 않거나, 근력 저하 같은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나면, 그때는 내시경 수술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입니다.

단계 시술 회복 기간 주요 적응증
1단계 약물 + 도수치료 즉시 급성기, 6주 이내
2단계 신경차단술 1~3일 6주~3개월
3단계 신경성형술/풍선확장 3~7일 3~6개월, 유착 동반
4단계 내시경 척추수술 2~4주 6개월+, 신경 결손

내시경 척추수술은 8mm 정도의 작은 절개로 척추 후방 또는 측방으로 내시경을 진입시켜, 압박하는 수핵 조각을 직접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정상 조직 손상이 최소화되고, 후방 근육과 인대 구조가 보존되기 때문에, 과거 개방수술 시대의 "수술 후 더 아프다"는 우려가 크게 줄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척추 내시경 기술의 임상 경험이 빠르게 축적되어 왔고,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추간판장애에서 표준적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진통제를 끊어도 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이겁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압박과 염증이 풀린 시점입니다.

신경뿌리 압박이 영상학적으로 해소되고, 임상적으로 하지방사통이 사라지고, 직선거상검사(SLR)가 음성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약을 줄여도 통증이 다시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 전에 약만 끊으면 위에서 설명드린 통증의 자가 증폭 회로가 다시 돌아갈 뿐입니다.

수술이나 시술 후 재활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척추 안정화 운동, 즉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과 다열근(multifidus)을 활성화시키는 코어 강화는 디스크 재발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비약물 보호장치입니다. 하루 10분, 데드버그(dead bug)와 버드독(bird dog) 같은 기본 동작을 8주만 꾸준히 해도 코어 근육의 두께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합니다. 약을 끊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진통제를 6개월 이상 먹어도 큰 문제 없을까요? 부작용 측면에서는 위장관 출혈, 신기능 저하, 심혈관 위험이 누적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통증의 근본 원인을 놓치는 것입니다. 6개월 이상 약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 호전의 시기를 놓쳤다는 뜻이고, 이 시점부터는 정밀 검사를 통해 신경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추가 시술이 필요한지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Q. 약을 끊었더니 더 아픈 건 디스크가 나빠진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물에 의해 둔감해져 있던 신경 감작 상태가 약을 끊으면서 한꺼번에 드러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반동성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이 새로 생기거나, 발목 힘이 빠진다면 신경 압박이 진행된 신호일 수 있어 즉시 검사가 필요합니다.

Q. 신경차단술 한 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잘못된 통념입니다. 신경차단술은 진단적 의미와 치료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데, 효과가 충분하면 한두 번으로 통증 사이클을 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차단술이 매번 짧게만 듣고 다시 아프다면, 그것은 단순 염증이 아니라 유착이나 구조적 압박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신경성형술이나 내시경 수술 같은 다음 단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Q. 광화문 근처에서 척추 시술을 받을 수 있나요? 서소문로 ENA센터 3층에 위치한 본원은 광화문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등 단계별 비수술 시술이 모두 가능하며, 시술 후 즉시 귀가하실 수 있습니다.

Q. 내시경 수술이 정말 회복이 빠른가요? 개방수술과 비교하면 절개가 작고, 후방 근육과 인대 구조를 보존하기 때문에 수술 다음 날부터 보행이 가능합니다. 사무직 환자분의 경우 평균 2주 이내 직장 복귀가 가능하며, 노동직은 6~8주 정도 보호 기간이 필요합니다.

Q. 약을 줄이고 싶은데 갑자기 끊어도 되나요? NSAIDs는 비교적 안전하게 단계적 감량이 가능하지만, 트라마돌이나 옥시코돈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을 6주 이상 복용하셨다면 자가 중단은 위험합니다. 금단 증상이 올 수 있고, 통증의 반동이 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함께 감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약을 먹으면 좀 낫고 끊으면 재발하는 것은, 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약이 닿지 않는 곳에 진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는 화재 경보기입니다. 경보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을 꺼야 합니다.

3개월이 분기점입니다. 그 시점까지 호전이 없다면, 약을 늘리는 결정이 아니라 진단의 단계를 올리는 결정이 필요합니다. 신경차단, 신경성형, 풍선확장, 그리고 필요한 경우 내시경 수술까지, 단계별 선택지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늦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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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임상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대표 1661-6610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문헌

  1. 저자 미상. Spinal Epidural Abscess after Invasive Spinal Intervention. The Nerve (peripheral nerve).
  2. 저자 미상. Sacroiliac Joint Pain Intervention - Korean Guideline. Neurospine.
  3. 저자 미상. ERAS Protocols for Spine Surgery Pain Management. Neurospine.
  4. 저자 미상. Interventional Pain Fellowship Training Standards. Neurospine.
  5. Cluff RS, Rowbotham MC. Spinal Cord Stimulation for Pain Management.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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