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허리 통증이 반복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디스크 자체가 아니라, 손상된 섬유륜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역학적 스트레스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는 한 번 찢어지면 원래 구조로 돌아가기 어렵고, 그 취약해진 부위로 수핵이 다시 밀려나오는 것이 재발의 본질입니다.

진료실에서 "왜 저만 허리가 자꾸 아픈 거죠?"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MRI 찍어보면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고, 주사 맞고 좋아졌다가 몇 달 지나면 또 아프고. 이런 패턴이 3년째, 5년째 반복되시는 분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분들 대부분은 "치료를 잘못 받아서"가 아니라 "디스크 손상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생활하셨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는 왜 한 번 다치면 계속 문제가 되는가

허리디스크를 이해하려면 먼저 추간판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추간판은 바깥쪽의 섬유륜(annulus fibrosus)과 안쪽의 수핵(nucleus pulposus)으로 구성됩니다. 섬유륜은 동심원 형태로 15~25겹의 콜라겐 층이 교차 배열되어 있고, 수핵은 70~80%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젤리 같은 조직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섬유륜의 바깥쪽 1/3만 혈관과 신경이 분포합니다. 안쪽 2/3는 무혈관 영역(avascular zone)이라 한 번 찢어지면 일반적인 상처 치유 과정을 거치지 못합니다. 피부가 베이면 혈액이 모이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새 조직이 자라나죠. 하지만 섬유륜 안쪽은 그 재료 자체가 도달하지 못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고무 타이어에 금이 갔는데, 그 금이 타이어 안쪽 깊숙이 있어서 접착제를 바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바깥에서 아무리 덧대봤자 안쪽 균열은 그대로 남아 있고, 압력이 가해지면 그 틈으로 공기가 새어나오듯 수핵이 밀려나옵니다.

Adams와 Roughley의 연구(Spine, 2006)에 따르면, 섬유륜의 내측 손상은 자연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며, 반흔 조직(scar tissue)으로 대체되더라도 원래 조직의 인장 강도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이 반흔 조직은 정상 섬유륜보다 역학적으로 취약해서, 같은 하중에도 더 쉽게 찢어집니다.

재발을 부르는 세 가지 역학적 요인

왜 어떤 사람은 한 번 아프고 끝나는데, 어떤 사람은 계속 재발할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째, 굴곡 하중(flexion loading)의 반복

사무직, 운전직, 학생처럼 오래 앉아 있는 분들에게 가장 흔한 패턴입니다. 앉은 자세에서는 요추가 자연스러운 전만(lordosis) 대신 후만(kyphosis) 방향으로 휘어집니다. 이때 추간판 앞쪽은 눌리고, 뒤쪽은 벌어지면서 수핵이 후방으로 밀리는 힘이 작용합니다.

Nachemson의 고전적 연구(Clin Orthop Relat Res, 1966)에서 측정한 바에 따르면, 앉은 자세에서 추간판 내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40% 이상 증가합니다. 게다가 구부정하게 앉으면 그 압력은 185%까지 치솟습니다. 하루 8시간씩 이 자세를 유지하면, 이미 손상된 섬유륜에 가해지는 누적 하중은 상상 이상입니다.

둘째, 회전 스트레스

허리를 비트는 동작, 특히 굴곡 상태에서의 회전은 섬유륜에 치명적입니다. 섬유륜의 콜라겐 섬유는 약 30도 각도로 교차 배열되어 있어서, 순수한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비틀림(torsion)에는 취약합니다.

골프 스윙, 물건을 들면서 몸을 돌리는 동작, 심지어 자다가 돌아눕는 동작에서도 이런 회전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아픈 분들 중 상당수는 수면 중 부적절한 회전 동작이 원인입니다.

셋째, 코어 근력의 불균형

척추는 본래 불안정한 구조입니다. 뼈만으로는 2kg의 하중도 버티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척추를 안정시키는 것은 심부 안정화 근육,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과 다열근(multifidus)입니다.

허리디스크 환자에서는 이 근육들의 위축과 지연 활성화가 관찰됩니다. Hides 등의 연구(Spine, 1996)에서는 급성 요통 환자의 다열근이 통증 측에서 유의하게 위축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통증이 사라진 후에도 근육 위축은 자연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근육이 약해지면 척추를 보호하는 "자연 코르셋"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디스크에 더 많은 하중이 집중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통증의 정체: 디스크 탈출 vs 디스크 내 파열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MRI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왔다"고 해서 모두 같은 통증은 아닙니다.

핵심 감별: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주된 경우 → 신경근 압박 가능성 / 허리 자체의 깊은 통증이 주된 경우 → 디스크성 통증(discogenic pain) 가능성

디스크성 통증은 수핵이 완전히 탈출하지 않았더라도 섬유륜 내부의 균열(internal disc disruption)만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섬유륜의 바깥층에는 신경 말단이 분포하는데, 균열이 바깥층까지 진행하면 그 자체로 통증을 유발합니다. 게다가 손상된 디스크에서는 염증 매개물질(IL-1, IL-6, TNF-α)이 분비되어 주변 신경을 감작(sensitization)시킵니다.

2019년 발표된 Urits 등의 리뷰(Pain and Therapy)에 따르면, 만성 요통 환자의 39%에서 디스크 자체가 주된 통증 원인이었습니다. 이 환자들은 MRI에서 뚜렷한 탈출 소견이 없어도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오히려 탈출된 디스크보다 치료가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구분 디스크 탈출 (herniation) 디스크 내 파열 (IDD)
MRI 소견 수핵이 섬유륜 밖으로 돌출 디스크 내 고신호 영역 (HIZ)
주된 증상 하지 방사통, 저림 허리 중심부 깊은 통증
악화 요인 앉기, 기침, 재채기 앉기, 굴곡 동작
신경학적 결손 있을 수 있음 드묾
자연 경과 60-90%에서 6-12주 내 호전 만성화 경향 높음

왜 주사 치료 후에도 재발하는가

"신경차단술 맞으면 좋아지는데, 몇 달 지나면 또 아파요."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신경차단술이나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이지, 손상된 구조를 복원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불이 났을 때 소화기로 불을 끄는 것과 같습니다. 불은 꺼지지만, 탄 부분은 그대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 효과가 있어서 급성기 통증을 빠르게 줄여줍니다. 염증으로 부어오른 신경근의 압박이 줄어들고, 염증 매개물질의 분비가 억제됩니다. 하지만 섬유륜의 균열은 메워지지 않고, 취약해진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같은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면, 같은 역학적 스트레스가 같은 취약 부위에 가해지고, 다시 염증이 생기고, 다시 통증이 재발합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주사 치료가 효과가 없어서 재발하는 게 아니라, 주사 치료만으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발하는 겁니다.

반복 재발을 끊으려면: 구조적 접근

이어서, 어떻게 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요?

1단계: 급성기 염증 조절

먼저 활동성 염증을 잡아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약물 치료와 주사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2단계: 역학적 스트레스 제거

앉는 자세, 수면 자세, 물건 드는 방법을 교정해야 합니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분들은 요추 지지대(lumbar support)와 30분마다 일어나기가 필수입니다.

굴곡 동작을 최소화하고, 물건을 들 때는 반드시 무릎을 굽혀서 하체 힘으로 들어야 합니다. "허리를 펴고 들어라"는 말은 수천 번 들으셨겠지만, 실제로 지키시는 분은 10명 중 1명도 안 됩니다.

3단계: 심부 안정화 근육 재활성화

도수치료와 재활 운동의 핵심 목표입니다. 단순히 "코어 운동 하세요"가 아니라, 복횡근과 다열근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6인 전문 도수치료사 팀이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을 통해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합니다. 처음 4회는 연부조직 이완과 관절 가동성 회복, 이후 8회는 단계적 근력 강화와 기능적 움직임 훈련으로 구성됩니다.

O'Sullivan 등의 연구(Spine, 1997)에서는 특이적 안정화 운동(specific stabilization exercise)이 일반적인 운동보다 만성 요통 감소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었고, 이 효과는 30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

4단계: 장기적 자가 관리

치료실에서의 시간보다 일상에서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결국 환자분이 스스로 관리하실 수 있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매일 10분 심부 안정화 운동
  • 장시간 앉은 후 스트레칭
  • 수면 자세 교정 (옆으로 누울 때 무릎 사이 베개)
  • 체중 관리 (체중 1kg 감소 시 추간판 압력 4% 감소)

수술이 필요한 경우

물론 보존적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대적 수술 적응증

  •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대소변 장애, 안장 부위 감각 저하
  • 진행하는 근력 저하: 발목을 들어올리지 못함, 계단 오르기 어려움

상대적 수술 적응증

  • 6주 이상의 적극적 보존 치료에도 호전 없는 심한 방사통
  •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통증

Peul 등의 무작위 대조 연구(NEJM, 2007)에서는 좌골신경통 환자에서 조기 수술과 보존적 치료를 비교했을 때, 1년 시점에서 결과 차이가 없었으나 수술군이 더 빠른 통증 감소를 보였습니다. 다만 2년 시점에서는 두 그룹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여, 대부분의 허리디스크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수술은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자연 경과로 좋아질 것을 더 빨리 좋아지게 해주는 것이지,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RI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왔다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증상 성인의 MRI를 찍어보면 20-30대에서도 30-40%에서 디스크 팽윤이나 돌출이 발견됩니다. 중요한 것은 영상 소견이 아니라 임상 증상과의 일치 여부입니다. MRI 소견이 있어도 증상이 없으면 치료 대상이 아니고, 반대로 MRI가 정상에 가까워도 증상이 심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Q. 허리가 아플 때 찜질은 뜨거운 게 좋나요, 차가운 게 좋나요?

급성기(다친 지 48-72시간 이내)에는 냉찜질이 도움됩니다. 염증 반응을 줄이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후 만성기에는 온찜질이 근육 이완과 혈류 개선에 도움됩니다. 다만 찜질만으로 디스크 자체가 치료되지는 않으며,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Q. 코르셋(허리 보호대)을 계속 차고 있어도 되나요?

급성기에 단기간(2-4주) 사용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착용하면 오히려 척추 주변 근육의 위축을 유발합니다. 코르셋이 근육 역할을 대신해주니까, 근육은 일을 안 하게 되고, 쓰지 않는 근육은 약해집니다. 결국 코르셋을 벗으면 더 불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급성기를 지나면 코르셋에 의존하지 말고 근력 강화 운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Q. 허리디스크인데 수영이 좋다고 하던데, 어떤 영법이 좋나요?

수영은 부력 때문에 척추 부하가 적어서 추천되지만, 영법에 따라 다릅니다. 접영과 평영은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는 동작이 반복되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배영이 가장 안전하고, 자유형도 호흡 시 과도한 회전만 주의하면 괜찮습니다. 수중 걷기(아쿠아 워킹)도 좋은 대안입니다.

Q. 앉아 있으면 아프고 서 있으면 괜찮은데, 이것도 디스크인가요?

전형적인 디스크 통증 패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앉은 자세는 추간판 내 압력을 크게 높이고, 후방으로 수핵이 밀리는 힘이 작용합니다. 반면 서 있을 때는 요추 전만이 유지되면서 디스크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이런 패턴이 명확하다면 디스크성 통증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Q. 재발을 막으려면 평생 운동을 해야 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매일 헬스장에서 1시간씩 운동하라는 게 아닙니다. 핵심 안정화 운동은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마치 양치질처럼 매일 습관으로 하시면 됩니다. 이미 손상된 디스크가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는 이상, 주변 근육이 그 역할을 대신해줘야 합니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약해지므로, 유지하려면 꾸준히 자극을 줘야 합니다.

마치며

허리 통증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손상된 섬유륜의 구조적 취약성, 그리고 그 취약 부위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역학적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주사 맞고 좋아졌다가 또 아프고, 또 맞고 또 좋아졌다가 또 아프는 패턴을 반복하고 계시다면,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꾸셔야 합니다. 염증만 끄는 치료가 아니라, 역학적 원인을 제거하고 안정화 근육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지 마시고,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지용철, 이시우 (1998). Cervical Far Lateral Disc Herniation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7:80-82 (1998).
  2. 공병준 외 5명. Far Lateral Lumbar Disc Herniation Combined Approach. J Korean Neurosurg Soc.
  3. 이경석, 권영준, 도재원, 윤일규 (1999). Factitious Herniated Lumbar Disc -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8:269-272 (1999).
  4. 조원호 외 5명 (2002). Brown-Sequard Syndrome from Cervical Disc Herniation. J Korean Neurosurg Soc 31:392-394 (2002).
  5. 저자 미상. Foraminal Lumbar Disc Herniation Diagnosis.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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