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손가락이 저절로 구부러지면서 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힘줄 문제가 아니라 손바닥 피부 아래 '수장건막'이라는 조직이 굳어서 손가락을 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듀피트렌 구축(Dupuytren's contracture)은 수술 외에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질환이며, 진행 속도와 정도에 따라 치료 시점을 결정해야 합니다.

왜 손가락이 저절로 구부러지는가

진료실에서 "손가락이 점점 안 펴져요"라고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방아쇠수지를 의심하고 오십니다. 하지만 방아쇠수지는 손가락이 '딸깍' 걸리는 것이고, 듀피트렌 구축은 손가락이 '천천히, 서서히' 손바닥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듀피트렌 구축의 병태생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수장건막(palmar fascia)이라는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손바닥 피부 바로 아래에는 손가락까지 연결되는 얇고 질긴 막이 있습니다. 이것이 수장건막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손을 쥘 때 피부가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수장건막에 근섬유아세포(myofibroblast)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시작됩니다. 근섬유아세포는 상처 치유 과정에서 활성화되어 조직을 수축시키는 세포인데, 듀피트렌 구축에서는 상처가 없는데도 이 세포들이 수장건막에 모여들어 콜라겐을 과다 생성하고 조직을 수축시킵니다.

이 과정을 비유하자면, 간경변에서 정상 간세포가 섬유화되어 굳어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간에서 별세포(hepatic stellate cell)가 활성화되어 콜라겐을 침착시키듯, 손바닥에서는 근섬유아세포가 수장건막을 섬유화시킵니다. 일단 시작되면 자연 회복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Luck JV가 1959년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에 발표한 고전적 연구에 따르면, 듀피트렌 구축은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1. 증식기(Proliferative phase): 근섬유아세포가 증식하여 결절(nodule)을 형성
  2. 침윤기(Involution phase): 결절이 선형의 띠(cord)로 발전
  3. 잔존기(Residual phase): 띠가 수축하여 손가락을 당김

누가 잘 걸리는가

듀피트렌 구축은 명확한 위험 인자가 있습니다. Hindocha S 등이 2006년 Journal of Hand Surgery (European Volume)에 발표한 역학 연구에 따르면:

위험 인자 상대 위험도
북유럽 혈통 3-10배
남성 7-15배
50세 이상 연령 비례 증가
당뇨병 3배
음주력 2배
흡연 2배
가족력 3-4배

"바이킹 병(Viking disease)"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북유럽계에서 흔합니다. 한국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당뇨병 환자에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양측성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육체 노동과의 관계입니다. 과거에는 손을 많이 쓰면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직업적 손 사용과 듀피트렌 구축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전적 소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듀피트렌 구축의 진단은 대부분 이학적 검사만으로 충분합니다. 특별한 영상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찰 시 확인하는 것들

  1. 결절(nodule): 손바닥에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는가
  2. 띠(cord): 결절에서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줄이 있는가
  3. 구축(contracture):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가
  4. 테이블탑 검사(Tabletop test): 손바닥을 테이블에 완전히 붙일 수 있는가

테이블탑 검사는 Hueston JT가 고안한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선별 검사입니다. 손바닥을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붙이려 할 때, 손바닥이 완전히 닿지 않고 들뜬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중수지절관절(MCP joint)과 근위지절간관절(PIP joint)의 구축 정도를 각도기로 측정하여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 진행 속도를 평가하고 수술 시점을 결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방아쇠수지와 어떻게 다른가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입니다. 표로 정리하면 명확합니다:

구분 듀피트렌 구축 방아쇠수지
문제 부위 수장건막 (피부 아래 막) A1 활차 (힘줄 터널)
주 증상 서서히 손가락이 구부러짐 손가락이 딸깍 걸림
통증 대부분 무통 통증 동반 흔함
촉진 소견 손바닥에 단단한 결절/띠 손바닥 MCP 부위 압통
아침 강직 없음 흔함
호발 손가락 4, 5번째 1, 3, 4번째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 제한적 초기 효과 있음

방아쇠수지는 힘줄이 두꺼워진 터널(A1 활차)을 통과하면서 걸리는 것이고, 듀피트렌 구축은 힘줄과 전혀 관계없이 피부 아래 막이 오그라드는 것입니다.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르므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듀피트렌 구축은 자연 치유되지 않습니다. 다만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큽니다. 어떤 분은 수년간 결절 단계에서 멈춰 있고, 어떤 분은 6개월 만에 손가락이 90도 이상 구부러지기도 합니다.

Diathesis(체질적 소인)가 강한 경우 빠르게 진행합니다. Abe Y 등이 2004년 Journal of Hand Surgery에 발표한 연구에서 정의한 Dupuytren diathesis의 특징은:

  • 50세 이전 발병
  • 양측성
  • 가족력 양성
  • 발바닥(Ledderhose disease) 또는 음경(Peyronie disease) 동반

이런 특징이 있으면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높고 진행이 빠릅니다.

구축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깁니다. 세수할 때 물이 샌다, 장갑을 끼기 어렵다, 악수가 어색하다, 주머니에 손을 넣기 힘들다 — 이런 불편을 호소하시면 이미 수술을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수술 외에 방법이 있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근본적 치료는 수술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비수술적 치료의 현실

스테로이드 주사: 초기 결절 단계에서 결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가 결절 크기를 줄이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Ketchum LD 등의 연구에서 triamcinolone 주사가 일부 효과를 보였으나, 이미 띠가 형성되거나 구축이 진행된 경우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콜라게나제 주사(Xiaflex): 2010년 FDA 승인을 받은 치료법으로, 클로스트리디움 히스톨리티쿰 유래 콜라게나제를 띠에 주사하여 용해시키는 방법입니다. Hurst LC 등이 2009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CORD I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 사용이 제한적이며, 재발률이 수술보다 높습니다.

방사선 치료: 초기 단계에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가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유럽 연구들이 있으나, 널리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물리치료, 스트레칭: 구축 진행을 막거나 되돌리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수술해야 하는가

수술 시점을 결정하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1. MCP 관절 구축 30도 이상
  2. PIP 관절 구축이 있는 경우 (PIP 관절은 조기 수술이 중요)
  3. 테이블탑 검사 양성
  4. 일상생활 불편 호소

특히 PIP 관절 구축은 조기에 수술해야 합니다. MCP 관절은 수술 후 교정이 잘 되지만, PIP 관절은 오래 방치하면 관절 자체가 굳어서 수술해도 완전히 펴지지 않습니다. Denkler K가 2010년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PIP 관절 구축이 40도 이상인 경우 수술 후 완전 신전 회복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수술은 어떻게 하는가

듀피트렌 구축의 수술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건막절개술(Fasciotomy)

병변 띠를 절개하여 끊어주는 방법입니다. 피부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지만, 재발률이 높습니다. 고령이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적합합니다.

  1. 건막절제술(Fasciectomy)

가장 널리 시행되는 표준 수술입니다. 병변 수장건막을 절제하여 제거합니다. 재발률이 건막절개술보다 낮습니다.

수술 방법 재발률 (5년) 합병증 회복 기간
건막절개술 50-60% 낮음 1-2주
부분 건막절제술 20-40% 중등도 4-6주
광범위 건막절제술 10-20% 높음 6-8주
  1. 피부건막절제술(Dermofasciectomy)

피부까지 함께 절제하고 피부 이식을 시행합니다. 재발률이 가장 낮지만 수술 범위가 크고 회복 기간이 깁니다. 재발성 듀피트렌이나 젊은 환자에서 고려합니다.

수술 후 관리와 재활

듀피트렌 구축 수술 후 재활은 손가락 신전 유지가 핵심입니다.

수술 직후 (1-2주)

  • 부목 또는 스플린트로 손가락을 편 상태로 고정
  • 부종 조절을 위한 거상
  • 수술 부위 드레싱 관리

수술 후 2-6주

  • 야간 신전 스플린트 착용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
  • 능동적 굴곡-신전 운동 시작
  • 흉터 마사지

수술 후 6주 이후

  • 점진적 일상 활동 복귀
  • 악력 강화 운동
  • 스플린트는 야간에만 지속

야간 신전 스플린트는 재발 방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수술로 띠를 제거해도 남아 있는 수장건막에서 다시 근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개월 이상 착용을 권장합니다.

재발하면 어떻게 하는가

안타깝게도 듀피트렌 구축은 재발이 흔합니다. 수술 방법, 환자의 체질적 소인(diathesis), 나이에 따라 재발률이 다릅니다.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

  • 기능적 불편이 다시 발생한 경우
  • MCP 또는 PIP 관절 구축이 30도 이상 재발한 경우

재수술은 첫 수술보다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흉터 조직으로 인해 신경, 혈관 손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수술에서 적절한 범위의 절제와 철저한 수술 후 재활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듀피트렌 구축도 하키나이프로 수술하나요?

아닙니다. 하키나이프(HAKI Knife)는 방아쇠수지에서 A1 활차를 절개하는 도구입니다. 듀피트렌 구축은 수장건막을 절제해야 하므로 피부 절개를 통한 건막절제술이 표준입니다. 병변의 해부학적 위치와 치료 목표가 다릅니다.

Q. 손바닥에 단단한 게 만져지는데 다 듀피트렌인가요?

아닙니다. 손바닥의 결절은 건초 낭종(ganglion cyst), 거대세포종(giant cell tumor of tendon sheath), 지방종, 표피낭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듀피트렌 결절은 피부에 고정되어 있고, 손가락을 펼 때 더 두드러지며, 특징적인 위치(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 손바닥 부위)에 발생합니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 진료가 필요합니다.

Q. 당뇨가 있으면 듀피트렌 구축이 잘 생기나요?

네, 당뇨병 환자에서 유병률이 3배 정도 높습니다. 다만 당뇨병 관련 듀피트렌은 진행이 느리고 결절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양측성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방아쇠수지나 수근관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손의 변화가 생기면 조기에 진료받으시길 권합니다.

Q. 물리치료나 스트레칭으로 좋아질 수 있나요?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물리치료나 스트레칭이 듀피트렌 구축의 진행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수장건막의 섬유화는 기계적 자극과 무관하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술 후 재활에서는 손가락 운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수술 후 언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수술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건막절개술은 1-2주, 부분 건막절제술은 4-6주, 광범위 건막절제술이나 피부 이식이 동반된 경우 6-8주 정도 소요됩니다. 사무직은 비교적 빨리 복귀할 수 있지만,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은 더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합니다. 야간 스플린트는 3-6개월간 착용해야 합니다.

Q. 재발하면 또 수술해야 하나요?

기능적 불편이 있다면 재수술을 고려합니다. 재수술은 첫 수술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합병증 위험이 높으므로, 첫 수술에서 적절한 절제와 철저한 수술 후 재활이 중요합니다.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젊은 나이, 양측성, 가족력)에서는 처음부터 더 적극적인 수술(피부건막절제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맺음말

듀피트렌 구축은 방아쇠수지와 달리 힘줄이 아닌 수장건막의 섬유화로 발생하며, 일단 시작되면 자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적절한 시점에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수술 후 철저한 재활로 재발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PIP 관절 구축은 조기에 수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 단단한 결절이 만져지거나 손가락이 서서히 구부러진다면, 방치하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십시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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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광희, 정재욱, 양석원, 신원정, 김종필 (2018). A Prospective Study of Bowstringing after A1 Pulley Release of Trigger Thumb: Percutaneous versus Open Technique. Archives of Hand and Microsurgery 2018;23(1):20-27. DOI: 10.12790/ahm.2018.23.1.20
  5. 강호정, 허만승, 이승엽, 한수봉. Comparison of the Clinical Results of HILT Versus ESWT in the Lateral Epicondyliti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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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하키나이프 수술 다수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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