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오해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무릎 통증의 70% 이상은 무릎 자체가 아닌 허리나 고관절에서 기원합니다. 진료실에서 "무릎이 아파서 왔는데 왜 허리 검사를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무릎 통증과 다리 저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좌골신경통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무릎이 아픈데 왜 허리를 보라고 하나요

"무릎이 시큰거리고 계단 내려갈 때 힘이 빠져요." 이런 호소로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요추 4-5번 신경근 압박에 의한 연관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신경 해부학을 알아야 합니다.

요추에서 나오는 신경근은 마치 전기 배선처럼 하지 전체에 분포합니다. L3 신경근은 대퇴 전면과 무릎 내측을, L4 신경근은 무릎 전면과 하퇴 내측을, L5 신경근은 하퇴 외측과 발등을, S1 신경근은 종아리 뒤쪽과 발바닥을 지배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신경이 눌리는 곳(허리)과 통증이 느껴지는 곳(무릎, 다리)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면, 서울에 있는 발전소(허리)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부산의 가정집(무릎)에서 전기가 나간 것과 같습니다. 부산 집의 두꺼비집을 아무리 확인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송전선(신경) 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Michel 등이 Annals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muscle syndrome)이 좌골신경을 압박하여 무릎 통증과 다리 저림을 유발할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무릎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무릎이 아픈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짜 무릎 문제인지 어떻게 구별하나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통증의 양상입니다.

무릎 자체 문제(관절염, 반월상연골 손상 등)는 대개 움직일 때 아프고 쉬면 나아집니다. 특히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아프고,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뻣뻣하며,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 부위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을 수 있습니다.

반면 신경 유래 통증(좌골신경통)은 양상이 다릅니다. 앉아 있을 때 더 아프고, 허리를 숙이거나 기침할 때 악화되며,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동반됩니다. "전기가 오는 것 같다", "타는 듯하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통증 부위가 넓고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1978년 Rask가 Clinical Orthopaedics and Related Research에 발표한 고전적 연구에서 무릎 굴곡 검사(knee flexion test)를 제안했습니다. 좌골신경통 환자가 바닥에 손을 닿으려 숙일 때 아픈 쪽 무릎을 무의식적으로 구부리는 현상이 요추 신경근 압박의 객관적 증거라는 것입니다. 이 검사는 지금도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구분 무릎 관절 문제 신경 유래 통증 (좌골신경통)
통증 양상 쑤시는 통증, 뻣뻣함 저림, 전기 오는 느낌, 타는 듯
악화 요인 계단 하강, 쪼그려 앉기 오래 앉기, 허리 숙이기, 기침
완화 요인 휴식 걷기, 서 있기
통증 범위 무릎 주변 국소적 엉덩이→허벅지→종아리로 뻗침
동반 증상 부종, 열감, 관절 소리 감각 저하, 근력 약화
정확한 위치 지적 가능 어려움 (광범위)

무릎 자체가 원인인 경우

물론 무릎 자체의 문제도 매우 흔합니다. 실제로 무릎에서 기원하는 통증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50대 이후 무릎 통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관절 연골이 닳아 뼈끼리 마찰이 생기는 것인데, 이 과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마모가 아닙니다.

연골세포(chondrocyte)가 기계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IL-1β,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이들이 MMP(matrix metalloproteinase)를 활성화시켜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으로 구성된 연골 기질을 분해합니다. 동시에 연골하골(subchondral bone)이 경화되면서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다시 연골 손상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2026년 Medical Gas Researc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409명 분석)에서는 무릎 관절염에 대한 오존 관절내 주사의 통증 감소 효과를 보고했습니다. 이는 오존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으로 설명됩니다.

반월상연골 손상

무릎 관절 안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반월상연골이 찢어지는 것입니다. 젊은 층에서는 스포츠 손상으로, 중장년층에서는 퇴행성 변화로 발생합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걸리는 느낌, 특정 각도에서 갑자기 잠기는 현상(locking), 관절 부종이 특징적입니다. 연골판이 관절 사이에 끼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슬개대퇴 증후군

무릎 앞쪽 통증의 대표적 원인입니다. 슬개골(무릎뼈)이 대퇴골 고랑(trochlear groove)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 트래킹이 어긋나면 연골에 비정상적인 압력이 가해집니다.

계단 오르내리기, 오래 앉아 있기, 쪼그려 앉기에서 악화되는 전형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이 치료의 핵심인데, 특히 내측광근(VMO) 선택적 강화가 중요합니다.

허리에서 오는 무릎 통증과 다리 저림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무릎 통증과 다리 저림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허리 문제를 강력히 의심해야 합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 (허리디스크)

디스크 내부의 수핵(nucleus pulposus)이 섬유륜(annulus fibrosus)을 뚫고 나와 신경근을 압박합니다. 이때 단순한 기계적 압박뿐 아니라 화학적 자극도 중요합니다. 탈출된 수핵에서 phospholipase A2, prostaglandin E2, nitric oxide 같은 염증 매개물질이 분비되어 신경을 자극합니다.

L3-4 디스크가 L4 신경근을 누르면 무릎 앞쪽과 내측에 통증이 나타납니다. L4-5 디스크가 L5 신경근을 누르면 무릎 외측과 하퇴 외측, 발등으로 통증이 뻗칩니다.

"앉아서 허리를 숙이면 다리가 더 저리고, 걸으면 오히려 나아진다"면 디스크를 의심하십시오.

요추관 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것입니다. 디스크와 다른 점은 신경성 간헐적 파행입니다.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다가 허리를 숙이거나 앉으면 나아집니다. 쇼핑카트를 밀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괜찮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척추관의 동적 변화를 알아야 합니다. 허리를 젖히면(신전) 황색인대가 접히면서 척추관이 더 좁아지고, 숙이면(굴곡) 넓어집니다. 그래서 협착증 환자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이게 됩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1996)에 보고된 연구에서도 요추부 신경근 압박 시 하지 증상의 패턴을 분석했는데, 무릎 주변 통증이 허리 병변의 연관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수였습니다.

이상근증후군

엉덩이 깊숙이 있는 이상근(piriformis muscle)이 좌골신경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오래 앉아 있는 직업군에서 흔하고, 허리 MRI가 정상인데 좌골신경통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합니다.

Michel 등의 연구(2013)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상근증후군은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어 "숨어 있는" 원인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학적 검사로 FAIR test(굴곡-내전-내회전)에서 통증이 유발되면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무릎 관절염인데 허리 치료를 받거나, 좌골신경통인데 무릎에만 주사를 맞으면 당연히 낫지 않습니다.

무릎 관절 자체 문제의 치료

1단계 - 보존적 치료

  • 체중 감량 (5kg만 줄여도 무릎 부하 20kg 감소)
  •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
  •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2단계 - 주사 치료

  • 관절내 스테로이드 주사 (급성 염증 완화)
  • 히알루론산 주사 (관절 윤활 개선)
  • PRP 주사 (조직 재생 촉진)

3단계 - 수술적 치료

  • 관절경 수술 (반월상연골 손상 등)
  • 인공관절 치환술 (말기 관절염)

2026년 Journal of Arthroplasty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23,235명)에서 인공관절 치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0.34%로 매우 낮았고, Journal of Knee Surgery의 연구(7,634명 분석)에서는 단과절 치환술의 성공률이 80.7%에 달했습니다.

신경 유래 통증(좌골신경통)의 치료

1단계 - 보존적 치료

  • 약물치료 (소염제, 신경통 약물)
  • 물리치료, 도수치료
  • 일상생활 자세 교정

2단계 - 비수술적 시술

  • 경막외 신경차단술
  • 신경근 차단술
  • 신경성형술 (유착 박리)

3단계 - 수술적 치료

  • 미세현미경 디스크제거술
  • 척추 유합술 (불안정성 동반 시)

본원에서는 6인 전문 도수치료사 팀과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좌골신경통 환자의 상당수를 비수술적으로 호전시키고 있습니다. 핵심은 원인 부위를 정확히 찾아 치료하는 것입니다.

재활과 예방이 재발을 막습니다

치료 후 재활과 생활 습관 교정 없이는 재발이 잦습니다.

무릎 건강을 위한 운동

대한재활의학회지(2015)에 발표된 연구에서 한국판 어깨 장애 설문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한 것처럼, 무릎에서도 체계적인 기능 평가와 맞춤형 재활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대퇴사두근 강화입니다. 무릎을 둘러싼 근육이 튼튼해야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듭니다.

  • 앉아서 다리 들기 (쿼드 세팅)
  • 벽에 기대어 스쿼트 (월 슬라이드)
  • 계단 오르기 (단,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
  • 수중 운동 (관절 부하 최소화)

허리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좌골신경통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 장시간 앉기 피하기 (30분마다 일어나기)
  • 허리 지지대가 있는 의자 사용
  • 무거운 물건 들 때 허리가 아닌 다리 힘 사용
  • 코어 근육(복근, 허리근육) 강화 운동

자주 묻는 질문

Q. 무릎이 아픈데 허리 MRI를 왜 찍어야 하나요?

무릎 통증의 상당수가 허리 신경에서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요추에서 나오는 L3, L4 신경근이 무릎 주변을 지배하는데, 이 신경이 눌리면 무릎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무릎이 아픕니다. 특히 저림이 동반되거나, 무릎 X선이나 MRI가 정상인데 계속 아프다면 허리 검사가 필수입니다. 원인을 못 찾으면 치료도 효과가 없습니다.

Q. 다리 저림과 무릎 통증이 같이 있으면 어디를 먼저 치료하나요?

대부분 허리를 먼저 치료합니다. 좌골신경통이 있으면 무릎에 아무리 주사를 맞아도 근본적으로 낫지 않습니다. 신경이 눌린 부위(허리)를 먼저 해결해야 말단(무릎, 다리)의 증상이 좋아집니다. 다만 무릎 관절염과 허리디스크가 동시에 있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한 진단 후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Q.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데 나쁜 건가요?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관절액에 녹아 있던 가스가 터지는 소리(crepitus), 인대가 뼈를 넘어가는 소리 등은 정상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되는 소리입니다. 연골이 닳아 뼈끼리 마찰할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 반월상연골이 걸리면서 나는 또각 소리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Q.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정상 무릎처럼 될 수 있나요?

정상 무릎의 80-90% 수준까지 회복이 목표입니다. 완벽히 정상과 같지는 않지만, 말기 관절염으로 걷기도 힘든 상태에 비하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됩니다. 계단 오르내리기, 걷기,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달리기, 격렬한 운동은 권하지 않습니다. 2026년 대규모 연구에서 수술 성공률이 80% 이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Q. 도수치료가 좌골신경통에 효과가 있나요?

효과가 있습니다. 도수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고, 관절 가동성을 회복시켜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간접적으로 줄여줍니다. 다만 도수치료만으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등과 병행할 때 시너지가 납니다. 본원에서는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도수치료를 제공합니다.

Q. 무릎 주사는 몇 번까지 맞을 수 있나요?

스테로이드 주사는 연간 3-4회 이내가 권장됩니다.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주입은 연골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히알루론산 주사는 제한이 덜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반복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주사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른 치료 옵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맺음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무릎 통증과 다리 저림이 함께 나타나면 반드시 허리 문제를 의심하십시오. 무릎만 보다가 원인을 놓치면 수개월, 수년을 고생합니다. 정확한 진단이 효과적인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통증이 지속된다면 더 고생하지 마시고 전문의 진료를 받으십시오.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로 대부분 호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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