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드립니다.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드립니다. MRI가 깨끗하다고 해서 통증이 거짓인 것은 아닙니다. 영상에서 잡히지 않는 통증의 상당수는 신경의 구조적 이상이 아니라 기능적 자극에서 비롯되며, 이를 가려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진단적 신경차단술입니다.
진료실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다른 병원에서 MRI 찍었는데 별 이상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계속 저리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픕니다. 제가 꾀병인가요?"
꾀병이 아닙니다. 영상이 못 잡는 통증이 의외로 많습니다. 5월과 6월은 봄철 활동량 증가로 인해 신경통·신경염 진료가 평년보다 80% 이상 폭증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오시는 분 중 적지 않은 비율이 "MRI는 정상이라고 들었다"는 분들입니다. 영상이 정상인데 통증은 분명한 이런 환자분들에게 답을 드리는 도구가 바로 진단적 신경차단술입니다.
영상 검사는 구조를 보고, 통증은 기능에서 옵니다
이 부분이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MRI는 본질적으로 해부학적 구조를 보는 검사입니다. 디스크가 얼마나 튀어나왔는지, 신경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인대가 두꺼워졌는지를 사진처럼 찍어줍니다. 그런데 통증이라는 현상은 신경이 자극을 받아 이상 신호를 보내는 기능적 사건입니다. 구조와 기능은 같지 않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MRI는 도로 사진과 같습니다. 도로에 균열이 있는지, 공사가 있는지는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대에 어느 구간이 정체되는지, 어느 신호등이 사고를 자주 일으키는지는 사진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차량을 통과시켜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바로 그 "실시간 통과 시험"입니다.
호주 가정의학회지(Australian Family Physician)에 실린 Govind J(2004)의 정리에 따르면, 요추 신경뿌리병증의 통증은 단순한 기계적 압박이 아니라 압박에 의해 감각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발생하는 이소성(ectopic) 신경 자극의 결과입니다. 즉 MRI에서는 디스크가 신경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 보여 "큰 이상 없다"고 판독되어도, 그 신경 자체가 이미 예민화되어 있다면 환자는 격렬한 다리 저림과 통증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통증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찾을까요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신경이나 관절에, 짧게 작용하는 국소마취제를 정확히 주입합니다. 만약 그 신경이 진짜 통증의 원인이라면, 마취제가 작용하는 30분에서 4시간 사이에 통증이 60% 이상 감소합니다. 만약 그 신경이 원인이 아니라면, 통증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 단순한 "차단했는데 통증이 멈추는가"를 확인하는 시험이 의외로 강력합니다. 영상으로 알 수 없는 통증의 출처를 거의 외과의사 수준의 정확도로 짚어내기 때문입니다.
미국외과학회지(The American Surgeon)에 발표된 흉곽출구증후군에 대한 신경차단술의 메타분석(2026, PMID: 41026580)에서,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87.0%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MRI나 일반 X-ray로는 거의 잡히지 않는 대표적인 "영상 음영 질환"입니다. 사각근이나 소흉근 사이로 지나가는 신경다발이 자세나 동작에 따라 압박되는 것이라, 가만히 누워서 찍는 MRI에서는 정상으로 나오기 일쑤입니다. 이런 질환에서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87%까지 정확도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영상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어떤 환자에게 이 시술이 필요한가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빛을 발하는 대표적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다레벨 디스크 환자입니다. MRI에 L3-4, L4-5, L5-S1 세 군데 모두 디스크가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어느 레벨이 진짜 통증의 원인인지를 영상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습니다. 신경뿌리차단술을 단계별로 시행하면, 통증이 감소하는 그 레벨이 진짜 원인입니다.
둘째, 허리와 엉덩이가 동시에 아픈 환자입니다. 천장관절(SI joint) 통증과 요추 신경뿌리 통증은 분포가 비슷해서 환자 본인도 어디가 진짜 원인인지 모릅니다. 이때 천장관절차단술을 먼저 시행해서 통증이 사라지면 천장관절이 원인, 그대로면 요추 신경뿌리가 원인입니다.
셋째, 어깨 통증 환자입니다. 견갑상신경차단술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견주관절학회 분야 메타분석(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 2026, PMID: 40681086)에서 동결견(오십견) 많은 환자분들대상으로 견갑상신경차단술을 분석한 결과, 1년 추시까지 의미 있는 통증 감소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회전근개 파열인지, 동결견인지, 경추신경 방사통인지 헷갈릴 때 신경차단술이 답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만성 통증 환자입니다.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어 통각 신경계 자체가 변화한 경우, 영상은 점점 무력해집니다. 이런 만성기 환자에게 신경차단술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합니다.
영상 검사와 신경차단술, 무엇이 다른가
| 비교 항목 | MRI/X-ray | 진단적 신경차단술 |
|---|---|---|
| 보는 것 | 해부학적 구조 | 통증의 신경학적 출처 |
| 검사 시간 | 30~60분 (정지 자세) | 10~20분 (실시간 반응) |
| 통증 재현성 | 영상은 통증을 측정 못 함 | 즉시 통증 감소로 확인 |
| 다레벨 감별 | 어느 레벨이 원인인지 불명확 | 차단 레벨에서 답 확인 |
| 기능적 통증 | 정상으로 판독되기 쉬움 | 87% 진단 정확도 (흉곽출구) |
| 치료 효과 | 없음 | 진단 + 치료 동시 |
| 보험 적용 | 적응증 따라 다름 | 신경차단술 청구 가능 |
이 표가 보여주는 핵심은 두 검사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는 것입니다. MRI는 "구조가 어떤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신경차단술은 "통증이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답합니다. 두 질문은 다른 질문이며, 두 답을 모두 알아야 정확한 치료 계획이 나옵니다.
시술의 안전성 — 이걸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신경차단술은 매우 안전한 시술이지만, 반드시 영상 유도 하에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양보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골격방사선학회지(Skeletal Radiology, 2017, DOI: 10.1007/s00256-017-2740-4)에 발표된 이진영 등의 연구에서, 미추 차단술 시행 시 카테터를 사용한 경우 혈관 내 주입 발생률이 유의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시술 자체는 안전하지만, 어떻게 시술하느냐에 따라 합병증 위험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한국통증학회지(Korean Journal of Pain, 2015, DOI: 10.3344/kjp.2015.28.2.148)에 보고된 김병호 등의 증례에서는, 알코올을 이용한 신경 파괴술과 흉부 경막외 주사 후 발생한 하반신 마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진단적 차단술은 단기 작용 국소마취제만 사용하며, 알코올이나 페놀 같은 신경파괴제를 진단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시술은 반드시 형광투시(C-arm) 또는 초음파 유도 하에 시행되어야 합니다.
당원에서는 모든 신경차단술을 초음파 또는 C-arm 유도 하에 시행하며, 시술 전후 환자의 통증 변화를 시각통증척도(VAS)로 정량 평가하여 진단의 객관성을 확보합니다.
차단술 후,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 부분이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대목입니다.
신경차단술 후 30분에서 4시간 사이의 통증 변화가 진단의 핵심 정보입니다. 환자분께 통증 일지를 드려서 시간대별로 통증을 0~10점으로 기록하시도록 합니다.
통증이 60% 이상 감소했다 → 차단한 신경/관절이 진짜 원인. 이후 치료 계획은 그 부위 집중 치료로 결정.
통증이 30~60% 감소했다 → 부분적 원인. 다른 통증 발생원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 추가 진단 차단술 시행.
통증이 거의 변화 없다 → 차단한 부위는 원인이 아님. 다른 가능성 검토. 이 결과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정보.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든, 영상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혈관조영의 메타분석(Archives of Orthopaedic and Trauma Surgery, 2026, PMID: 41493622)에서도 보였듯, 정확한 신경차단술은 평균 VAS 4점에 달하는 통증 감소를 보이며, 이는 환자가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재활과 추적 관찰
진단이 명확해지면 재활도 명확해집니다. 어디를 강화하고 어디를 풀어야 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요추 신경뿌리병증이 원인으로 확인된 경우는 신경 활주 운동(neural gliding)과 요추 안정화 운동을 우선합니다. 천장관절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골반 안정화와 둔근 강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견갑상신경 분포로 통증이 확인되면 견갑골 주변근 안정화와 가동범위 운동이 핵심입니다.
진단적 차단술의 또 다른 장점은 치료적 차단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짧게 작용하는 마취제로 진단이 끝나면,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 또는 PRP 같은 장기 작용 약제를 추가해 치료 효과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이 부분은 진료실에서 실제로 받은 질문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RI에서 정상이라는데 정말 신경차단술이 필요한가요?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MRI는 구조를 보는 검사이지 통증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신경의 예민화나 동적 압박처럼 정지 자세에서 찍는 영상에는 잡히지 않는 통증 기전이 다수 존재합니다. Govind J(Australian Family Physician 2004)의 정리에서도 신경뿌리 통증은 단순 압박이 아닌 신경 자체의 이소성 자극이 본질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정상이어도 통증이 분명하면 진단적 차단술의 적응증이 됩니다.
Q. 신경차단술은 한 번만 맞으면 끝인가요?
진단 목적의 차단술은 1~3회 정도면 통증의 출처를 거의 확정할 수 있습니다. 첫 차단으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부위를 차단해보면서 원인을 좁혀가는 방식입니다. 치료 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통증의 만성도와 반응 정도에 따라 추가로 진행됩니다. 무한 반복 시술이 아니라 명확한 진단적 종료점을 가진 시술입니다.
Q. 시술 후 다리에 힘이 빠지는데 정상인가요?
네, 일시적 운동 약화는 마취제의 정상적 작용입니다. 짧게 작용하는 국소마취제가 운동 신경에도 일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술 부위에 따라 30분에서 4시간 정도 다리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마취제가 분해되면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단, 4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없거나 점점 심해지면 즉시 병원에 알려주셔야 합니다.
Q. 한 번 효과 본 통증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실패한 건가요?
전혀 아닙니다. 짧게 작용하는 마취제를 사용한 진단적 차단술은 효과가 짧게 끝나는 것이 정상입니다. 통증이 30분~4시간 사라졌다가 돌아왔다면, 그 부위가 통증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고, 이제 본격적인 치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효과가 짧다"가 아니라 "원인을 찾았다"가 정확한 해석입니다.
Q. 흉곽출구증후군 같은 진단을 받았는데 MRI에서 안 보이는 이유가 뭔가요?
흉곽출구증후군은 사각근, 쇄골, 1번 늑골, 소흉근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신경다발이 동적으로 압박되는 질환입니다. MRI는 누워서 정지 자세로 찍기 때문에, 팔을 들어 올리거나 머리를 돌릴 때만 발생하는 동적 압박을 잡지 못합니다. The American Surgeon(2026)의 메타분석에서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87% 정확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영상의 한계를 신경학적 시험으로 보완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Q. 봄철에 신경통이 심해지는 이유가 있나요?
활동량 증가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겨울 동안 굳어 있던 근막과 인대가 갑자기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신경 주변에 마이크로 자극을 일으킵니다. 5월과 6월은 진료실에서도 신경통·신경염 환자가 평년 대비 80% 이상 늘어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통증이 심해지면 영상 검사보다 차단술이 더 빠른 답을 줄 때가 많습니다.
맺음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MRI가 정상이라고 들었는데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분들께 드리는 답은 명확합니다. 영상이 못 잡는 통증이 있고, 그 통증을 가려내는 도구가 진단적 신경차단술입니다.
영상은 구조를 보고, 차단술은 기능을 봅니다. 두 검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통증이 길어지고 답이 안 나올 때, 한 발 더 나아가 신경차단술로 통증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치료의 시작입니다. 더 이상 "꾀병이 아닐까" 의심하지 마시고, 진단적 도구를 정확히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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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참고문헌
- 저자 미상. Spinal Epidural Abscess after Invasive Spinal Intervention. The Nerve (peripheral nerve).
- 저자 미상. Sacroiliac Joint Pain Intervention - Korean Guideline. Neurospine.
- 저자 미상. ERAS Protocols for Spine Surgery Pain Management. Neurospine.
- 저자 미상. Interventional Pain Fellowship Training Standards. Neurospine.
- Cluff RS, Rowbotham MC. Spinal Cord Stimulation for Pain Management.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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