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드립니다.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드립니다. MRI에서 정상으로 보여도 통증은 실재합니다. 영상은 구조를 보여줄 뿐 통증 신호를 직접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통증의 진짜 출처를 찾아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한 분은 6개월간 허리에서 종아리까지 찌릿한 통증으로 큰 병원 두 곳을 다니셨는데 MRI 결과지에 "특이 소견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은 어깨에서 손끝까지 저린데 경추 MRI도, 어깨 MRI도 모두 깨끗했습니다. 두 분 모두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그럼 제 통증은 가짜입니까?"

가짜가 아닙니다. 단지 영상이 보지 못하는 곳에 있을 뿐입니다.

영상이 정상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여기서부터 정확히 짚고 가야 합니다. MRI는 해부학적 구조를 본다는 점에서 강력하지만, 통증이라는 생리적 현상 자체를 측정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신경통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보면 이 한계가 분명해집니다. Govind J가 Australian Family Physician (2004)에 정리한 요추 신경근통의 병태생리에 따르면, 통증은 단순히 물리적 압박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신경근 또는 후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on)에 자극이 가해지면 비정상적인 이소성 신경 충동(ectopic nerve impulse)이 발생하고, 이 충동이 해당 신경의 분포 영역에서 통증으로 인지됩니다. 핵심은 압박 자체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도시의 정전 사태를 생각해보십시오. 전선이 끊어져야만 정전이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전선의 피복이 살짝 벗겨졌거나, 변전소의 신호 간섭이 있거나, 누전으로 인한 전압 불안정이 있으면 전등은 깜빡거리고 전기 제품은 오작동합니다. 하지만 멀리서 항공 사진을 찍으면 전선은 멀쩡해 보입니다. MRI가 바로 그 항공 사진입니다. 신경의 화학적 흥분, 미세한 염증, 기능적 변화는 잡아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통증의 진짜 출처가 영상 시야 바깥에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American Surgeon (2026, PMID: 41026580)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흉곽출구증후군의 진단에 신경차단술이 87%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이 질환은 쇄골 아래 좁은 공간에서 신경이 눌리는데, 일반적인 경추 MRI나 어깨 MRI 시야에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환자는 손저림으로 고생하지만 영상은 정상이라고 나옵니다.

그럼 통증의 출처는 어떻게 찾는가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이라는 도구가 등장합니다.

원리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통증을 일으킨다고 의심되는 신경에 국소마취제를 정밀하게 주입한 뒤, 그 시점에 환자의 통증이 사라지는지를 관찰합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그 신경이 범인입니다. 통증이 그대로면 다른 곳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접근의 강점은 "기능 검사"라는 데 있습니다. 영상은 구조의 사진이지만, 신경차단술은 통증 회로를 실시간으로 끄는 행위입니다. 마취제가 닿은 신경에서 통증 신호 전달이 차단되어 환자가 즉각적으로 "어, 안 아파요"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통증 발신지를 확정합니다.

물론 정확한 주입이 전제됩니다. Lee JY, Lee SH, Sim WS가 Skeletal Radiology (2017, DOI: 10.1007/s00256-017-2740-4)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미부 차단술(caudal block)을 시행할 때 영상유도 없이 시행하면 혈관 내 주입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형광투시(fluoroscopy)를 이용한 영상유도가 안전성과 정확도를 모두 끌어올린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즉,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반드시 초음파나 형광투시 같은 영상유도 하에 시행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맹목적 주사는 진단도, 치료도 되지 않습니다.

영상 진단과 신경차단술, 무엇이 다른가

두 도구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항목 MRI/CT 영상 검사 진단적 신경차단술
무엇을 보는가 해부학적 구조 (디스크, 인대, 뼈) 통증 회로의 기능
통증 직접 측정 불가능 가능 (마취 효과로 확인)
미세 염증/화학적 자극 잘 잡지 못함 직접 차단으로 확인
시야 바깥 통증 진단 어려움 의심 부위 직접 표적
결과 형태 정적 이미지 환자 자각 변화
한계 "정상"이어도 통증 가능 시술자 정밀도에 의존

표를 보면 명확합니다. 두 검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MRI로 구조적 문제를 배제하고, 그래도 원인이 불분명할 때 신경차단술로 기능적 출처를 추적합니다.

특히 어깨 통증에서 이 보완 관계가 두드러집니다.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 (2026, PMID: 40681086)에 실린 메타분석(452명 대상)에서는 동결견(frozen shoulder)에서 견갑상신경 차단술이 통증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동결견은 MRI에서 관절낭 비후 정도가 보일 수는 있지만, 통증의 강도와 영상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 발생기를 직접 끄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한 번에 진행됩니다.

여름철에 어깨와 신경통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본원 EMR을 보면 6월부터 7월에 걸쳐 어깨 충격증후군과 상세불명의 신경통이 평소 대비 80% 이상 증가합니다. 에어컨 직풍, 야외 활동 후 회전근개에 가해지는 미세 손상, 자세 변화로 인한 신경 자극이 모두 이 시기에 몰립니다. 그런데 환자가 MRI를 찍으면 "약간의 활액낭염" 정도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통증의 강도와 영상 소견이 따로 노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추상적인 설명만으로는 와닿지 않으실 테니, 실제 진료 흐름을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병력 청취입니다. 통증의 시작 시점, 양상(찌릿한지, 욱신거리는지, 저린지), 분포(어디에서 어디까지), 악화·완화 요인을 30분 가까이 듣습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60% 이상의 진단이 결정됩니다.

다음은 신체 진찰입니다. 신경학적 검사로 근력, 감각, 반사를 평가하고, 유발 검사(provocation test)로 의심 부위를 좁힙니다. 이 단계에서 영상에서 정상으로 나온 환자도 특정 자세에서 통증이 재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검토는 이미 외부에서 가져온 자료를 다시 봅니다. 큰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한 영상도, 특정 각도에서 다시 보면 추간공 협착이나 신경근 부종 같은 미세 소견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통증의 출처가 불분명하면 진단적 신경차단술을 제안합니다. 의심되는 신경에 초음파나 형광투시 유도 하에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주입합니다. 시술 자체는 10~15분 정도, 마취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환자분들이 "어 사라졌어요" 하시면 그 순간 진단이 확정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그 자체가 치료 효과도 가집니다. 차단된 신경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통증 회로가 재설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Archives of Orthopaedic and Trauma Surgery (2026, PMID: 41493622)의 고관절 골절 환자 1,059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관절낭주위신경차단술(pericapsular nerve group block)이 시술 후 24개월 추적관찰까지도 유의한 통증 감소를 보였습니다. 이는 신경차단술이 일회성 진단 도구가 아니라 통증 사이클을 끊는 치료 도구로도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시술 후 관리, 이것만은 지키세요

신경차단술 후 가장 흔한 오해가 "이제 다 나았다"입니다. 통증이 사라진 시간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통증이 다시 돌아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통증 유발 자세와 동작의 교정입니다. 어깨 신경통이라면 키보드 위치, 모니터 높이, 가방 메는 쪽을 점검합니다. 요추 신경통이라면 의자 높이, 운전 시간, 무거운 물건 드는 자세를 바꿉니다.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교정을 시작해야 신체가 새 자세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능동적 운동의 시작입니다. 통증이 가라앉은 시기는 운동 재활의 황금 창입니다. 특히 코어 근육과 견갑 안정화 근육을 강화하면 신경 자극의 재발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너무 격렬한 운동은 금물이지만, 가벼운 스트레칭과 저강도 근력 운동은 시술 후 2~3일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비수술적 치료의 경계도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A&A Practice (2026, PMID: 41533004)에 발표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 환자 2,400명 메타분석에서는 신경차단술이 수술 후 통증 관리에도 핵심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신경차단술이 수술 전 진단부터 수술 후 관리까지 전 영역에서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자주 묻는 질문

Q. MRI에서 정상이라고 했는데 정말 신경차단술이 필요한가요?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MRI는 해부학적 구조를 보는 검사이지 통증 자체를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경의 화학적 흥분이나 미세 염증, 기능적 자극은 영상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에 지장이 있다면, 영상이 정상이어도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통증의 진짜 출처를 찾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Q. 신경차단술을 한 번 받으면 효과가 얼마나 가나요?

진단적 차단의 마취 효과는 보통 4~12시간 정도이지만, 통증 사이클이 끊어지면서 며칠에서 몇 주 동안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환자분은 한 번의 차단으로 만성 통증이 크게 호전되기도 합니다. 다만 통증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 문제라면, 신경차단술은 일시적 완화일 뿐이고 추가 치료가 필요합니다.

Q. 큰 병원에서는 왜 신경차단술을 먼저 권하지 않았을까요?

대형병원은 영상 진단과 수술적 처치에 특화되어 있어, 영상이 정상이면 더 이상의 진단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신경차단술은 시술자의 정밀한 손기술과 영상유도 장비, 시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래 회전이 빠른 환경에서는 잘 시행되지 않습니다. 통증 클리닉이나 신경외과 외래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Q. 시술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나요?

영상유도 하에 정확하게 시행하면 안전합니다. 다만 영상유도 없이 맹목적으로 시행하면 혈관 내 주입이나 신경 손상 위험이 있습니다. 한 사례로 알코올을 이용한 늑간신경 신경파괴술에서 척수 손상이 발생한 보고도 있습니다(Korean Journal of Pain, 2015). 이런 사고는 정밀한 영상유도와 적절한 약물 선택으로 예방할 수 있으므로, 시술 환경과 시술자의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다른가요?

다릅니다. 신경차단술은 약물(주로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을 신경 주위에 주입하여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시술이고, 신경성형술은 가는 카테터를 경막외 공간에 삽입하여 유착을 박리하면서 약물을 정확한 병변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진단 단계에서는 신경차단술을, 만성 유착이 동반된 통증에서는 신경성형술을 선택합니다.

Q. 여름철에 어깨와 신경통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여러 원인이 겹칩니다. 에어컨 직풍에 어깨와 목이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근육 긴장과 신경 흥분이 증가합니다. 야외 활동 후 회전근개에 미세 손상이 누적되고, 습도와 기압 변화도 통증 인지를 변화시킵니다. 본원에서도 6~7월에 신경통과 어깨 충격증후군 환자가 평소보다 80% 이상 증가하는 패턴이 매년 반복됩니다.

마무리하며

영상이 정상이라는 말은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그 영상 속에서는 원인이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고 영상에서 답을 못 찾았다면, 진단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 단계가 바로 진단적 신경차단술입니다. 정확한 영상유도, 숙련된 시술, 그리고 시술 후 체계적인 관리가 결합되었을 때 통증의 진짜 출처를 찾고 끊어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내 통증이 가짜인가" 하는 의심에 시달리지 마시고, 통증의 기능적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문헌

  1. 저자 미상. Spinal Epidural Abscess after Invasive Spinal Intervention. The Nerve (peripheral nerve).
  2. 저자 미상. Sacroiliac Joint Pain Intervention - Korean Guideline. Neurospine.
  3. 저자 미상. ERAS Protocols for Spine Surgery Pain Management. Neurospine.
  4. 저자 미상. Interventional Pain Fellowship Training Standards. Neurospine.
  5. Cluff RS, Rowbotham MC. Spinal Cord Stimulation for Pain Management. J Korean Neurosurg Soc.

---

현명신경외과의원

  •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 전화: 1661-6610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사업자등록 104-91-45592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