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현명신경외과의원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결론: 근막통증증후군에서 TPI(trigger point injection)는 국소 근육 통증유발점을 직접 차단하는 1차 시술이고, 신경차단은 통증의 신경학적 전파 경로가 명확하거나 TPI에 반응이 부족할 때 선택하는 보완·상위 시술로, 두 기법은 경쟁이 아니라 통증의 해부학적 층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핵심 정의 — 근막통증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은 근육과 근막의 압통점에서 유발되는 국소 및 연관통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이다.
근막통증증후군의 본질과 통증 경로 이해
근막통증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 MPS)은 단순한 "근육 뭉침"이 아닙니다. 근막(fascia) 내부에 형성된 통증유발점(trigger point)에서 발생한 통증이 해당 근육 자체뿐 아니라 일정한 패턴을 따라 먼 부위까지 방사되는 연관통(referred pain)을 만들어내는, 신경-근막 복합 통증 질환입니다. 환자분들이 흔히 호소하시는 "어깨가 결리고 팔까지 저린데 MRI에서는 디스크가 정상이라고 한다"는 상황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신경외과 외래에서 만성 경부통, 견갑부 통증, 요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가장 먼저 감별해야 할 것은 통증의 발생원이 신경근(nerve root)인지, 후관절(facet joint)인지, 아니면 근막의 통증유발점인지입니다. 만성 척추성 통증에서 신경생리학적 기전과 진단적 중재의 역할을 종합 검토한 Manchikanti의 리뷰는 이러한 통증원 감별이 치료 성적에 결정적이며, 단일 영상 소견만으로는 통증 발생원을 단정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8].
통증유발점이 진짜 통증의 시작점이라면 TPI가 가장 빠르고 명료한 답을 줍니다. 반면 통증이 신경근이나 말초신경의 경로를 따라 발생한다면 신경차단이 보다 정밀한 해법입니다. 두 시술은 표적이 다르고, 그래서 적응증도 다릅니다.
TPI(통증유발점 주사)의 원리와 적응증
TPI는 근막 내부에 형성된 단단한 띠(taut band)와 그 안의 과민한 결절(통증유발점)을 직접 바늘로 천자하고, 소량의 국소마취제(혹은 생리식염수, dry needling)를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시술의 핵심은 약물 자체가 아니라 바늘이 통증유발점을 기계적으로 분쇄하고, 국소적 경련 반응(local twitch response)을 유발하면서 근섬유의 단축 상태를 풀어주는 데 있습니다.
TPI가 적합한 환자
- 명확한 통증유발점이 촉지(palpation)되며, 누를 때 환자의 평소 통증과 동일한 양상의 연관통이 재현되는 경우
- 영상검사상 신경근 압박 소견이 미미하거나 통증의 분포가 dermatome(피부분절)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 일정 자세 유지(컴퓨터 작업, 운전, 진료 의자 등) 후 악화되는 직업성·자세성 통증
- 만성 두통 중 후두하근(suboccipital) 또는 상부 승모근(upper trapezius) 통증유발점이 기여하는 경우
TPI의 한계
TPI는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통증유발점이 다발성으로 분포하거나 통증의 진정한 원인이 신경학적 압박일 때는 효과가 단발적·국소적으로 그칩니다. 즉, 통증의 "원천"이 근막이 아니라 신경이라면 TPI는 일시적 완화만 제공할 뿐입니다. 이때 다음 단계로 고려하는 것이 신경차단입니다.
신경차단의 정의와 근막통증증후군에서의 역할
신경차단(nerve block)은 통증을 전달하는 특정 신경 또는 신경근 주위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동시에 신경 주변 염증을 가라앉히는 시술입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척추의 신경근 차단(nerve root block), 후관절 차단(facet block), 경막외 신경차단(epidural injection) 등을 포함하며, 넓은 의미로는 말초신경 차단과 교감신경 차단까지 포함합니다.
근막통증증후군 단독이라면 일차 시술은 TPI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신경차단이 합리적입니다.
- TPI 후에도 같은 분포의 통증이 반복 재발하는 경우
- 통증이 명확한 신경 경로(C5, C6, L5, S1 등)를 따라 방사되는 경우
- 영상검사상 신경근의 압박이나 자극 소견이 있고, 근막 통증이 이차적으로 동반된 경우
- 교감신경계의 과활성이 의심되어 작열감, 자율신경 증상을 동반하는 만성 통증
만성 통증 영역에서 교감신경 차단과 말초신경 차단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의 근거를 정리한 Benzon 등의 종설은, 적응증을 명확히 한 신경차단이 만성 통증 환자의 기능 회복과 약물 의존성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6]. 또한 통증 관리에서 부위마취(regional anesthesia)의 역할을 정리한 Curatolo의 리뷰는, 진단적 신경차단이 통증원을 좁히는 데 핵심적인 도구임을 강조합니다 [7].
추간판 탈출과 신경근성 통증에서의 신경차단 근거
근막통증증후군은 단독으로도 발생하지만, 신경외과 외래에서는 추간판 탈출이나 척추관 협착 환자에서 이차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즉 일차 원인이 신경근 자극이고, 그로 인한 만성 근긴장이 이차적 근막통증을 만든 패턴입니다. 이 경우 TPI만 반복하면 통증의 일시적 표면만 다루는 셈이 되므로, 신경차단의 근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72개의 무작위대조시험을 종합한 Brotis 등의 근거 종합(evidence synthesis)은 요추 추간판 탈출 환자에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epidural steroid injection)가 단기 통증 완화에 일관된 효과를 보임을 보고합니다 [4]. 다만 장기 효과는 환자 선택과 시술 정확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점도 함께 지적됩니다.
급성 좌골신경통에서 경추간공 경막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 병합의 효과를 평가한 Ter Meulen 등의 연구는, 신경근에 직접 약물이 도달하는 transforaminal 접근이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이후 동일 연구진이 설계한 STAR(STeroids Against Radiculopathy) 시험의 통계분석 계획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더 엄밀히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3].
또한 신경근 차단과 수술적 미세추간판제거술을 비교한 NERVES 시험의 프로토콜은, 신경차단이 단순히 임시방편이 아니라 수술 회피 또는 수술 시기 조정의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같은 비교군을 다룬 Wilby 등의 HTA 보고에서는, 경추간공 스테로이드 주사가 미세추간판제거술과 비교했을 때 특정 환자군에서 비열등한 통증 개선을 제공할 수 있음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1].
이러한 근거들은 신경차단이 단순히 "약 한 번 더 맞는 것"이 아니라, 진단·치료·수술 회피 결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목적 시술임을 보여줍니다.
TPI와 신경차단의 단계적 통합 전략
저는 외래에서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을 표준으로 사용합니다.
1단계 — 정확한 통증원 감별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 통증유발점 촉진, 필요한 경우 MRI를 통해 통증이 근막에서 시작되었는지, 신경근에서 시작되었는지, 둘 다인지 판단합니다. 영상 소견과 환자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므로, 촉진과 유발 검사를 반드시 병행합니다.
2단계 — TPI 우선 시도
근막 기원이 우세하다고 판단되면 TPI를 먼저 시행합니다. 시술 후 1~2주 내 평소 통증의 60~70% 이상이 줄어들고, 같은 통증유발점에서 재현되던 연관통이 사라지면 진단과 치료가 일치한 것입니다. 이 경우 자세 교정, 스트레칭, 근력 운동을 결합해 재발을 막습니다.
3단계 — 반응 부족 시 신경차단으로 단계 상승
TPI에 반응이 부족하거나, 효과가 며칠 만에 소실되거나, 통증이 명확한 신경 분포를 따라간다면 신경차단으로 이행합니다. 척추성 신경근 통증에는 영상 유도하 신경근 차단 또는 경막외 차단을 사용하고, 말초신경 분포의 통증에는 해당 말초신경 차단을 고려합니다.
4단계 — 재평가와 의사결정
신경차단 1~2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한다면 단순 반복 주사보다는 수술적 옵션(미세추간판제거술, 내시경 수술 등)을 정직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주사는 적절한 시점에 멈출 줄 알아야 하는 시술입니다.
안전성, 부작용, 그리고 환자가 알아야 할 점
TPI는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지만, 표적 근육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기흉(흉부 후방 근육), 혈관 천자, 일과성 어지럼증, 미주신경 반응 등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술자의 해부학적 숙련도가 합병증 예방의 핵심입니다.
신경차단은 표적이 신경 주위라는 점에서 더 엄격한 무균술과 영상 유도(C-arm, 초음파)가 권장됩니다. 스테로이드의 반복 사용은 혈당 상승, 골밀도 영향, 국소 조직 위축 가능성이 있어 빈도와 용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만성 통증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정리한 Benzon 등의 종설은, 적응증과 빈도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합니다 [6].
특히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환자, 당뇨가 조절되지 않은 환자, 시술 부위 감염이 있는 환자는 시술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어떤 환자가 TPI에 적합하고, 어떤 환자가 신경차단에 적합한가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두 가지 전형을 비교하면 의사결정이 명료해집니다.
환자 A — 사무직, 30~40대, 컴퓨터 작업 후 어깨와 견갑부 통증, 누르면 똑같은 통증이 재현되고 그 부위가 단단하게 만져지며, MRI는 큰 이상 없음. → TPI 우선.
환자 B — 50~60대, 요통과 한쪽 다리 저림, 기침할 때 다리로 전기가 흐르듯 통증, MRI에서 해당 분절 추간판 탈출 확인. → 신경차단(필요시 경막외/신경근) 우선, 동반된 요방형근·이상근 통증유발점에 TPI 보조.
같은 "허리·어깨가 아프다"는 호소라도 통증의 출발점이 어디인가에 따라 시술 선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확한 진단 없이 시술만 반복하는 것은 환자에게도, 의료자원에도 손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TPI와 신경차단은 같은 시술인가요?
A1. 다릅니다. TPI는 근막 내부의 통증유발점을 직접 천자해 푸는 시술이고, 신경차단은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또는 신경근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신호 전달과 염증을 차단하는 시술입니다. 표적과 목적이 다르며, 적응증도 다릅니다.
Q2. TPI를 여러 번 맞아도 통증이 자꾸 돌아옵니다. 신경차단으로 바꾸면 좋아질까요?
A2. 통증유발점이 진짜 원인이라면 TPI 후 자세·운동 교정으로 재발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반복 재발은 통증의 진짜 출발점이 다른 곳(신경근, 후관절, 자세 불균형)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경우 신경학적 진찰과 영상검사로 재평가한 뒤 신경차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Q3. 신경차단은 수술 대신 받는 시술인가요?
A3. 수술의 "대체"보다는 단계적 치료의 한 축입니다. 일부 환자분에게는 수술을 회피하거나 수술 시점을 조정하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되며, 신경근 차단과 수술을 비교한 NERVES 연구는 이러한 의사결정 도구로서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5]. 다만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하거나 통증이 보존적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이 더 정직한 선택입니다.
Q4. TPI나 신경차단 후 운동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A4. TPI 후에는 당일은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다음 날부터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시작합니다. 신경차단 후에는 시술 부위, 사용 약물, 마취 범위에 따라 다르므로 시술 후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증이 줄어든 시기에 자세 교정과 코어 강화를 병행하는 것이 재발 예방의 핵심입니다.
Q5. 스테로이드 주사를 자주 맞으면 몸에 나쁘다고 들었습니다. 신경차단도 위험한가요?
A5. 스테로이드의 누적 사용은 혈당, 골밀도,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무제한 반복은 권하지 않습니다. 만성 통증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정리한 Benzon 등의 종설은 적응증, 빈도, 용량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6]. 적절한 간격과 누적 용량을 지키며, 효과가 없는데 단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Q6. 영상 유도(C-arm, 초음파) 없이 신경차단을 받아도 되나요?
A6. 표적이 표재성이고 해부학적 지표가 명확한 일부 말초신경 차단은 촉지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척추 신경근 차단과 경막외 차단은 영상 유도를 강하게 권합니다. 약물이 표적에 정확히 도달해야 효과가 있고, 혈관 내 주입과 같은 합병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7. 근막통증증후군은 완치가 되나요, 평생 관리해야 하나요?
A7. 자세, 직업, 생활습관과 깊이 관련된 질환이므로 "한 번 시술로 완치"보다는 "유발 요인을 줄이며 관리"하는 관점이 현실적입니다. TPI나 신경차단은 통증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도구이고, 본질적 회복은 자세 교정·근력 강화·작업환경 개선에서 옵니다.
치료 옵션 — 원인과 단계에 따라
치료는 원인 위치와 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려됩니다.
- 보존치료: 약물·물리치료·자세 교정. 경증이거나 초기 환자에게 우선 고려됩니다.
- 신경차단술: 보존치료로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고려되는 비수술 시술로, 염증이 있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합니다.
- 풍선확장술(경막외 유착박리): 신경 주위 유착이 동반되거나 신경차단술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에게 고려되며, 좁아진 경막외 공간을 넓히는 비수술 시술입니다.
- 신경성형술: 카테터로 유착을 박리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유착 범위가 넓은 환자에게 고려됩니다.
- 내시경 척추수술: 비수술 치료로 호전이 없고 신경 압박이 뚜렷한 경우 고려되는 최소침습 수술입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영상 소견과 증상을 함께 평가해 결정하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 Wilby MJ et al. (2021). Microdiscectomy compared with transforaminal epidural steroid injection for persistent radicular pain. Health Technol Assess. DOI: 10.3310/hta25240. PMID: 33845941
- Ter Meulen BC et al. (2017). Treatment of acute sciatica with transforaminal epidural corticosteroids and local anesthetic. BMC Musculoskelet Disord. DOI: 10.1186/s12891-017-1571-8. PMID: 28545491
- Ter Meulen BC et al. (2021). STeroids Against Radiculopathy (STAR) trial: statistical analysis plan. Trials. DOI: 10.1186/s13063-020-05018-2. PMID: 33482888
- Brotis AG et al. (2025). Epidural steroid injections in lumbar disc herniation — Evidence synthesis from 72 RCTs. Brain Spine. DOI: 10.1016/j.bas.2025.104216. PMID: 40206594
- Wilby MJ et al. (2018). Nerve root block versus surgery (NERVES) for radicular pain secondary to disc herniation. Trials. DOI: 10.1186/s13063-018-2677-5. PMID: 30185221
- Benzon HT et al. (2025). Corticosteroids for chronic pain interventions: sympathetic and peripheral nerve blocks. Reg Anesth Pain Med. DOI: 10.1136/rapm-2024-105593. PMID: 39019502
- Curatolo M (2016). Regional anesthesia in pain management. Curr Opin Anaesthesiol. DOI: 10.1097/ACO.0000000000000353. PMID: 27137511
- Manchikanti L et al. (2009). Comprehensive review of neurophysiologic basis and diagnostic interventions in chronic spinal pain. Pain Physician. PMID: 19668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