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현명신경외과의원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결론: 신경차단술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 주사 시술"이고, 풍선확장술은 좁아진 신경 통로를 물리적으로 넓혀주는 "기구 시술"입니다. 두 시술은 목적과 적응증, 효과 지속 시간이 다르므로 환자의 병태생리에 맞게 선택해야 합니다.
핵심 정의 — 경막외 풍선 신경성형술(balloon adhesiolysis)은 척추 신경 주변의 유착을 풍선으로 박리하여 신경 압박을 완화하는 시술이다.
신경차단술과 풍선확장술, 같은 시술이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신경차단술이랑 풍선확장술이랑 뭐가 달라요?"입니다. 두 시술 모두 척추 통증을 다루는 비수술적 치료이고, 둘 다 꼬리뼈 또는 추간공을 통해 약물이나 기구를 삽입한다는 점에서 환자분들이 혼동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 입장에서 이 두 시술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의 치료입니다. 신경차단술은 염증과 통증 신호를 약물로 차단하는 "화학적 접근"이고, 풍선확장술은 유착된 조직과 협착된 공간을 기구로 넓히는 "물리적 접근"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시술의 차이를 적응증, 기전, 효과 지속 시간, 합병증, 환자 선택 기준 등 여러 각도에서 정리하고, 어떤 환자에게 어떤 시술이 적합한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경차단술 — 염증을 잠재우는 정밀 주사
기본 원리
신경차단술(Nerve block / Epidural Steroid Injection, ESI)은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정확히 주입하여 염증을 가라앉히는 시술입니다. 디스크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신경근(nerve root)에 염증이 발생하면 다리 저림, 방사통, 감각 이상이 나타나는데, 이 염증을 직접 표적해 치료하는 것입니다.
크게 세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 경막외 신경차단술 (Epidural block): 척추 경막 외 공간에 약물 주입
- 추간공 신경차단술 (Transforaminal ESI): 추간공을 통해 신경근 바로 옆에 주입
- 선택적 신경근차단술 (Selective Nerve Root Block, SNRB): 진단 + 치료 겸용
임상 근거
신경차단술의 효과는 다수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Brotis 등(2025)이 72편의 RCT를 종합 분석한 결과, 추간공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방사통에서 단기 통증 감소와 기능 회복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Ter Meulen 등(2017, 2021)이 진행한 STAR 연구에서도 급성 좌골신경통 환자에게 추간공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가 위약 대비 통증 감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발병 후 8주 이내의 급성기 환자에서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수술과의 비교 연구도 주목할 만합니다. Wilby 등(2018, 2021)의 NERVES 연구에서는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지속적 방사통 환자를 대상으로 미세디스크절제술과 추간공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비교했는데, 일부 환자군에서는 주사 치료만으로도 수술과 유사한 단기 효과를 보였습니다.
적응증
- 급성/아급성 요추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방사통
- 경증~중등도 척추관 협착증
- 수술 거부 환자 또는 수술 전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
- 진단 목적(어느 신경근이 통증의 원인인지 확인)
한계
신경차단술의 가장 큰 한계는 효과 지속 시간입니다. Benzon 등(2025)의 만성 통증 치료 종설에 따르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기반 신경차단술의 효과는 환자마다 편차가 크며, 일부 환자에서는 수주~수개월 후 통증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부위에 반복 주사 시 스테로이드 누적 용량 한계가 있어 무한정 시술할 수 없습니다.
풍선확장술 — 좁아진 공간을 직접 넓힙니다
기본 원리
풍선확장술(Balloon adhesiolysis / Balloon decompression)은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카테터 끝에 달린 풍선을 부풀려 신경 주변의 유착을 박리하고 좁아진 추간공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시술입니다.
기본 작동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꼬리뼈 천추열공(sacral hiatus)을 통해 카테터 진입
- C-arm 영상유도 하에 협착 부위까지 카테터 위치 조정
- 조영제로 협착·유착 부위 확인
- 풍선을 단계적으로 팽창시켜 공간 확장
- 풍선 제거 후 약물(스테로이드, 국소마취제, 히알루로니다제 등) 주입
신경차단술이 "약물만 주입"하는 것이라면, 풍선확장술은 "공간을 넓힌 후 약물 주입"이라는 추가 단계가 있습니다.
적응증의 차이
풍선확장술은 다음과 같은 환자에게 더 적합합니다:
- 만성 척추관 협착증 (특히 신경차단술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
- 수술 후 유착성 경막외염(Failed Back Surgery Syndrome, FBSS)
- 추간공 협착으로 인한 만성 방사통
- 보존적 치료와 신경차단술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
즉, 신경차단술이 염증 위주의 급성기에 강점이 있다면, 풍선확장술은 구조적 협착과 유착이 누적된 만성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메커니즘 비교 — 화학 vs 물리
화학적 접근 (신경차단술)
Manchikanti 등(2009)이 정리한 만성 척추 통증의 신경생리학적 기전 종설에 따르면, 신경근 통증은 단순히 신경의 기계적 압박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추간판에서 유출된 염증 매개물질(phospholipase A2, TNF-α, IL-6 등)이 신경근에 화학적 자극을 가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정확히 염증 부위에 도달시키면, 압박이 일부 남아있어도 통증이 크게 완화될 수 있습니다. 신경차단술의 성공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물리적 접근 (풍선확장술)
반면 만성 협착증이나 수술 후 유착에서는 구조 자체가 좁아져 있고, 신경 주위에 섬유성 유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약물만 주입해서는 약물이 협착 부위 너머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합니다. 풍선으로 공간을 먼저 확장하면 약물 도달률이 높아지고, 동시에 유착 자체가 박리되어 구조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Curatolo(2016)의 통증 치료에서의 국소마취 종설에서도 만성 통증의 경우 단순 신경차단보다 복합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효과 지속 시간과 반복 시술
신경차단술
일반적으로 효과는 시술 후 2~3일 내 나타나며, 짧게는 2~4주, 길게는 3~6개월 정도 지속됩니다. 같은 부위에 1년에 3~4회 정도까지가 권장 한계이며, 스테로이드 누적 용량을 고려해야 합니다(Benzon 2025).
풍선확장술
풍선확장술은 시술 후 효과가 1~2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만성 협착증 환자에서 6개월~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다만 협착의 진행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 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합병증과 안전성
두 시술 모두 영상유도(C-arm) 하에 시행되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술이지만, 고려해야 할 합병증 프로파일은 다릅니다.
신경차단술의 주요 위험
- 경막천자로 인한 두통
- 일시적 혈당 상승(당뇨 환자)
- 드물게 감염, 출혈
- 스테로이드의 전신 부작용(반복 시술 시)
풍선확장술의 주요 위험
- 카테터 조작으로 인한 신경 손상 가능성(매우 드묾)
- 경막 천공
- 카테터 부러짐(매우 드묾)
- 시술 시간이 신경차단술보다 길고, 술기 난이도가 높음
Benzon 등(2025)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기반 시술 전반의 안전성을 검토하며, 적절한 환자 선택과 영상유도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환자에게 무엇이 적합한가
신경외과 진료 현장에서는 다음 흐름으로 판단합니다:
1단계 — 보존적 치료 (약물, 물리치료, 운동치료) 4~6주
2단계 — 신경차단술 우선 고려 - 발병 6개월 이내 급성/아급성 통증 - MRI에서 명확한 디스크 탈출 + 신경근 부종 - 진단적 목적이 함께 필요한 경우
3단계 — 풍선확장술 고려 - 신경차단술 1~2회 시행 후 효과 부족 - MRI에서 명확한 협착증 또는 유착 소견 - 수술 후 잔여 통증(FBSS) - 수술 부담이 큰 고령자에서 협착증이 주된 병변일 때
4단계 — 수술 (미세현미경 디스크절제술, 내시경 척추수술 등)
이 단계적 접근은 Wilby 등(2018)의 NERVES 연구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모든 환자에게 처음부터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계적 치료로 수술을 회피할 수 있는 환자군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임상적 근거에 기반합니다.
한 번에 정리하는 비교표
| 항목 | 신경차단술 | 풍선확장술 |
|---|---|---|
| 주된 기전 | 화학적(약물 주입) | 물리적(공간 확장) + 약물 |
| 적합 시기 | 급성·아급성 | 만성, 협착·유착 |
| 효과 발현 | 빠름(2~3일) | 점진적(1~2주) |
| 효과 지속 | 수주~수개월 | 수개월~1년 이상 |
| 시술 시간 | 짧음(5~15분) | 비교적 김(20~40분) |
| 진단 목적 활용 | 가능(SNRB) | 제한적 |
| 반복 한계 | 스테로이드 용량 제약 | 상대적으로 유연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신경차단술을 받았는데 효과가 부족합니다. 바로 풍선확장술을 받아야 하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신경차단술 1회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 상태에 따라 2~3주 간격으로 1~2회 추가 시행해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반응이 미흡하고 MRI상 협착이나 유착이 명확하다면 풍선확장술을 다음 단계로 고려합니다. Brotis 등(2025)의 메타분석에서도 단회 시술보다 적절한 반복 시술이 효과 평가에 더 유의미하다고 보고합니다.
Q2. 풍선확장술은 수술인가요?
A2. 아닙니다. 풍선확장술은 피부 절개가 없는 비수술적 시술입니다. 꼬리뼈의 자연 개구부를 통해 가는 카테터를 삽입하므로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며, 시술 후 1~2시간 안정 후 귀가가 가능합니다. 다만 시술 자체의 술기 난이도와 영상유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주사보다는 상위 단계의 시술로 분류됩니다.
Q3. 두 시술 모두 스테로이드가 들어가는데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A3.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지만 누적 용량 관리가 중요합니다. Benzon 등(2025)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기반 신경차단의 적절한 용량 선택과 시술 간격이 안전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부위에 연 3~4회 이내가 권장되며, 당뇨·골다공증·고혈압 환자는 시술 전 반드시 알려주셔야 합니다.
Q4.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A4. 신경차단술은 시술 당일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풍선확장술도 비수술 시술이지만 시술 부위 안정을 위해 시술 당일은 격한 활동을 피하고, 다음 날부터 정상 활동을 권장합니다. 두 시술 모두 충분한 수분 섭취와 일시적인 자세 관리가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Q5. 풍선확장술을 받으면 다시는 디스크나 협착증이 재발하지 않나요?
A5. 아쉽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풍선확장술은 현재의 협착과 유착을 완화하는 치료이지, 척추의 노화 자체를 멈추는 치료는 아닙니다. 시술 후에는 체간 근력 강화 운동, 자세 교정, 체중 관리가 효과 지속에 매우 중요하며, 일정 기간 후 증상이 재발할 경우 다시 평가가 필요합니다.
Q6. MRI 없이도 시술이 가능한가요?
A6. 권장하지 않습니다. 두 시술 모두 정확한 병변 부위 확인이 효과와 안전성의 전제입니다. 특히 풍선확장술은 어느 신경근, 어느 추간공이 협착되어 있는지 명확해야 카테터를 정확히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Manchikanti 등(2009)도 영상 기반의 정확한 진단이 척추 통증 시술 성공의 핵심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치료 옵션 — 원인과 단계에 따라
치료는 원인 위치와 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려됩니다.
- 보존치료: 약물·물리치료·자세 교정. 경증이거나 초기 환자에게 우선 고려됩니다.
- 신경차단술: 보존치료로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고려되는 비수술 시술로, 염증이 있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합니다.
- 풍선확장술(경막외 유착박리): 신경 주위 유착이 동반되거나 신경차단술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에게 고려되며, 좁아진 경막외 공간을 넓히는 비수술 시술입니다.
- 신경성형술: 카테터로 유착을 박리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유착 범위가 넓은 환자에게 고려됩니다.
- 내시경 척추수술: 비수술 치료로 호전이 없고 신경 압박이 뚜렷한 경우 고려되는 최소침습 수술입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영상 소견과 증상을 함께 평가해 결정하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 Wilby MJ, et al. (2021). Microdiscectomy compared with transforaminal epidural steroid injection for persistent radicular pain caused by prolapsed intervertebral disc: the NERVES RCT. Health Technol Assess. DOI: 10.3310/hta25240. PMID: 33845941
- Ter Meulen BC, et al. (2017). Treatment of acute sciatica with transforaminal epidural corticosteroids and local anesthetic: design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BMC Musculoskelet Disord. DOI: 10.1186/s12891-017-1571-8. PMID: 28545491
- Ter Meulen BC, et al. (2021). STeroids Against Radiculopathy (STAR) trial: a statistical analysis plan. Trials. DOI: 10.1186/s13063-020-05018-2. PMID: 33482888
- Brotis AG, et al. (2025). Epidural steroid injections in lumbar disc herniation — Evidence synthesis from 72 RCTs. Brain Spine. DOI: 10.1016/j.bas.2025.104216. PMID: 40206594
- Wilby MJ, et al. (2018). Nerve root block versus surgery (NERVES) for the treatment of radicular pain secondary to a prolapsed cervical intervertebral disc: study protocol. Trials. DOI: 10.1186/s13063-018-2677-5. PMID: 30185221
- Benzon HT, et al. (2025). Corticosteroids for chronic pain interventions: sympathetic and peripheral nerve blocks. Reg Anesth Pain Med. DOI: 10.1136/rapm-2024-105593. PMID: 39019502
- Curatolo M. (2016). Regional anesthesia in pain management. Curr Opin Anaesthesiol. DOI: 10.1097/ACO.0000000000000353. PMID: 27137511
- Manchikanti L, et al. (2009). Comprehensive review of neurophysiologic basis and diagnostic interventions in managing chronic spinal pain. Pain Physician. PMID: 19668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