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현명신경외과의원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결론: 천추 신경차단술(Caudal block)은 요추 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수술 후 통증 증후군 등에서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신경근병증성 통증을 완화시키는 안전하고 검증된 비수술적 시술로, 정확한 적응증 선별과 영상 유도하 시술이 치료 성공의 관건입니다.

천추 신경차단술이란 무엇인가

천추 신경차단술(Caudal block, Caudal epidural injection)은 천골 열공(sacral hiatus)을 통해 경막외강(epidural space)으로 약물을 주입하여 요천추 신경근의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키는 중재적 통증 치료법입니다. 1901년 처음 임상에 도입된 이후 한 세기 넘게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요추 신경근병증(lumbar radiculopathy) 환자에서 가장 널리 시행되는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 경로 중 하나입니다.

이 시술은 천골과 미골이 만나는 부위에 위치한 천골 열공이라는 자연적인 해부학적 통로를 이용합니다. 환자를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천골 열공을 촉지하거나 C-arm 형광투시(fluoroscopy) 또는 초음파 유도하에 바늘을 진입시켜, 천추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혼합액을 주입합니다.

천추 접근법의 가장 큰 장점은 경막 천자(dural puncture)의 위험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천골 열공은 척수 종말부(conus medullaris, 보통 L1-L2 수준)보다 한참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척수 손상의 가능성이 사실상 없으며, 경막낭(dural sac)이 끝나는 S2 수준 이하에서 시술하므로 의도치 않은 척수강 내 주입 위험도 매우 낮습니다. 이러한 안전성 덕분에 경요추부 수술 후 해부학적 구조가 변형된 환자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시술로 자리잡았습니다.

천추 신경차단술의 작용 기전

신경근병증성 통증의 핵심 병태생리는 단순한 기계적 압박만이 아닙니다. 추간판이 탈출되거나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근을 압박할 때, 동시에 추간판 수핵에서 분비되는 phospholipase A2, TNF-α, 인터루킨 등의 염증 매개물질이 신경근 주위에 화학적 신경염(chemical radiculitis)을 유발하여 통증을 증폭시킵니다.

천추 경막외강에 주입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이러한 염증 매개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막의 부종을 감소시키며, 손상된 신경 섬유의 이소성 흥분(ectopic discharge)을 안정화시키는 다중 작용을 합니다. Manchikanti 등의 종설에 따르면 만성 척추 통증의 신경생리학적 기전은 말초 감작(peripheral sensitization)과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막외 주입은 이러한 감작 회로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주입되는 국소마취제(리도카인, 부피바카인 등)는 즉각적인 진통 효과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통증 신호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Curatolo의 종설에서 강조하듯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부위 마취 기법은 만성 통증의 신경학적 회로 재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주요 적응증 — 누가 시술을 받아야 하는가

1) 요추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신경근병증

가장 대표적인 적응증입니다. 추간판이 탈출되어 신경근을 압박하고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radicular pain), 즉 좌골신경통(sciatica)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환자는 보통 한쪽 엉덩이에서 시작하여 허벅지 뒤, 종아리, 발까지 이어지는 전기 흐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며, 기침이나 재채기로 통증이 악화되는 특징적 양상을 보입니다.

Brotis 등이 2025년 발표한 72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종합한 근거 합성 연구에 따르면, 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에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은 단기 및 중기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며, 수술적 치료에 비해 비용 효율성이 우수합니다.

2) 척추관협착증 — 신경인성 파행

척추관이 좁아져 보행 시 다리 저림과 통증이 발생하는 신경인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 환자에서도 천추 신경차단술이 사용됩니다. 특히 다발 분절을 침범한 협착증의 경우, 한 번의 주입으로 여러 신경근을 동시에 적실 수 있는 천추 접근법이 유리합니다.

3) 급성 좌골신경통

Ter Meulen 등의 2017년 연구는 급성 좌골신경통 환자에서 경요추 경유접근(transforaminal)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이 자연 경과보다 빠른 통증 회복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천추 접근법은 transforaminal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서 유용한 대안이 됩니다.

4) 수술 후 통증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

요추 수술 후 유착이나 잔존 압박, 인접 분절 퇴행 등으로 인해 지속되는 신경근병증성 통증에서 천추 접근법은 매우 유용합니다. 수술 부위 위쪽이 아닌 아래쪽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수술 후 변형된 해부 구조와 무관하게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만성 신경근병증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신경근병증에서 약물 치료(NSAIDs, 신경병증성 통증 약물, 근육이완제 등)와 물리치료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 다음 단계의 비수술적 옵션으로 천추 신경차단술이 고려됩니다.

6) 수술 결정을 위한 진단적 가치

Wilby 등의 NERVES 시험(2018)은 신경근차단술과 수술적 미세추간판절제술의 임상적 효과를 직접 비교한 중요한 연구입니다. 후속 분석인 2021년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보고서에서는 신경근차단술이 일부 환자에서 수술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천추 신경차단술은 단순한 통증 완화를 넘어 수술 결정 과정에서 진단적·치료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하는 시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술 과정과 영상 유도의 중요성

천추 신경차단술은 시술 자체가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한 약물 전달을 위해서는 영상 유도가 필수적입니다. 맹검(blind) 시술의 경우 천골 열공 바깥쪽에 바늘이 위치하거나 혈관 내로 주입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 현재는 C-arm 형광투시 또는 고해상도 초음파 유도하 시술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술 단계

1단계 — 환자 자세 잡기 환자는 시술대에 엎드린 자세를 취합니다. 골반 아래 베개를 받쳐 요추 전만을 줄이고 천골 부위를 노출시킵니다.

2단계 — 천골 열공 확인 촉지로 미골과 천골 후면을 더듬어 천골 열공의 위치를 가늠한 뒤, C-arm 측면 영상으로 천골 열공의 정확한 위치와 깊이를 확인합니다.

3단계 — 소독 및 국소마취 시술 부위를 소독한 뒤 피부와 피하조직에 리도카인으로 국소마취를 시행합니다.

4단계 — 바늘 진입과 위치 확인 22~25게이지 바늘을 천골 열공을 통해 경막외강으로 진입시킵니다. 조영제를 소량 주입하여 약물이 경막외강을 따라 정상적으로 퍼지는지(epidurogram), 혈관 내 주입이 아닌지 확인합니다.

5단계 — 약물 주입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베타메타손 등)를 혼합한 용액을 천천히 주입합니다. 일반적으로 총 10~20mL 용량을 사용합니다.

6단계 — 시술 후 관찰 시술 후 30분~1시간 정도 회복실에서 활력 징후와 하지 근력을 관찰한 뒤 귀가합니다.

효과와 기대치 —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천추 신경차단술의 효과는 환자마다, 그리고 통증의 원인과 만성도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임상 경과가 관찰됩니다.

즉각적 효과: 시술 직후 국소마취제 효과로 수 시간 동안 통증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이 시기의 통증 감소 정도는 진단적 정보로도 활용됩니다.

지연성 효과: 스테로이드의 항염증 작용은 24~72시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보통 2~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지속 기간: 단일 시술의 효과는 환자에 따라 수 주에서 수 개월까지 지속되며, 일부 환자에서는 일회 시술로 장기간 증상이 조절되기도 합니다.

Ter Meulen 등의 STAR 시험(STeroids Against Radiculopathy, 2021)은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의 효과를 엄격하게 평가하기 위해 사전에 통계 분석 계획서를 발표한 모범적 시험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추가가 국소마취제 단독에 비해 의미 있는 임상적 이득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Benzon 등의 2025년 종설은 만성 통증 중재 시술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역할을 재조명하면서, 적절한 적응증 선별과 용량 최적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금기증과 주의사항

다음과 같은 경우 천추 신경차단술은 시행할 수 없거나 신중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절대적 금기

  • 시술 부위 감염 또는 전신 패혈증
  • 출혈성 질환 또는 항응고제 사용 중인 환자(중단 일정 평가 필요)
  • 사용 약물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병력
  • 환자의 시술 거부 또는 의사 결정 불능 상태

상대적 금기

  •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스테로이드가 일시적으로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음)
  • 울혈성 심부전 진행기
  • 면역 억제 상태
  • 천골 부위 해부학적 변이로 인한 접근 곤란
  • 임신

시술 후 흔한 일시적 반응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시술 부위 일시적 통증, 안면 홍조, 일시적 혈당 상승, 가벼운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며칠 내에 자연 소실됩니다.

다른 시술과의 비교 — 어떤 환자에게 어떤 접근법이 맞는가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에는 세 가지 주요 접근법이 있습니다.

1) 천추 접근법(Caudal): 가장 안전하고 광범위한 분포를 보이지만 약물 농도가 희석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발 분절 침범, 수술 후 변형 해부, 진단이 불분명한 광범위 통증에 유리합니다.

2) 후방 정중 접근법(Interlaminar): 표적 분절에 직접 접근하지만 경막 천자 위험이 천추보다 약간 높습니다.

3) 신경공 접근법(Transforaminal): 표적 신경근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여 효과가 가장 강력하지만 혈관 내 주입과 신경 손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Wilby 등의 연구는 이 접근법과 수술 사이의 비교 근거를 제공합니다.

천추 접근법은 특히 다음 환자에서 1차 선택이 됩니다. 다발 분절 협착증 환자, 요추 수술 후 신경근통 환자, 양측성 또는 광범위한 신경근통 환자, 항응고제 중단이 어려워 안전한 접근이 필요한 환자입니다.

시술 후 관리와 재활

천추 신경차단술은 단독 치료가 아닌 종합적 통증 관리 프로그램의 일부로 시행될 때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시술 당일은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합니다. 시술 다음 날부터는 일상 활동이 가능하며, 통증이 호전되는 시기에 맞춰 점진적으로 운동 치료와 코어 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중요합니다.

물리치료, 도수치료, 자세 교정, 체중 관리, 금연, 신경병증성 통증에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신경차단술의 효과를 연장시키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천추 신경차단술은 얼마나 자주 받을 수 있나요?

A1. 일반적으로 한 번의 시술 후 효과를 충분히 평가한 뒤 필요하다면 2~3회까지 간격을 두고 반복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의 누적 용량과 부신 억제, 골다공증 위험 등을 고려하여 1년에 무제한으로 반복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으며, 담당의의 판단에 따라 개별화된 일정을 정합니다. 반복 시술에도 효과가 미미하다면 다른 치료 옵션을 재평가해야 합니다.

Q2.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A2. 시술 자체는 보통 15~30분 정도 소요되며, 시술 후 회복실에서 30분~1시간 관찰 후 귀가합니다. 시술 당일은 운전을 피하고 무리한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다음 날부터는 가벼운 일상 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무거운 물건 들기, 격렬한 운동, 장시간 운전 등은 며칠 후부터 점진적으로 재개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Q3. 효과는 언제부터 느낄 수 있나요?

A3. 시술 직후에는 국소마취제 효과로 통증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마취 효과가 사라지면서 원래 통증이 일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의 항염증 효과는 보통 시술 2~3일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1~2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시술 후 즉시 효과가 없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Q4. 천추 신경차단술과 수술 중 어느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하나요?

A4. 진행성 신경 손상,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진행하는 근력 약화, 배뇨·배변 장애 등 응급 적응증이 있다면 수술이 우선됩니다. 그러나 통증이 주증상이고 신경학적 결손이 안정적이라면, 비수술적 치료의 한 단계로 신경차단술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NERVES 시험 등의 연구는 일부 환자에서 신경차단술이 수술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Q5. 당뇨병 환자도 받을 수 있나요?

A5.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시술 후 며칠간 일시적으로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시술 전 혈당 조절 상태를 확인하고 시술 후 약 1~2주간 평소보다 자주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HbA1c가 매우 높거나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우선 내과적 조절 후 시술 일정을 정합니다.

Q6.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데 시술이 가능한가요?

A6.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신규경구항응고제(NOAC) 등을 복용 중이라면 시술 전 일정 기간 중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응고제 중단으로 인한 혈전 위험을 함께 평가해야 하므로, 처방한 내과 또는 심장내과 의료진과 상의하여 안전한 중단 일정을 정합니다. 천추 접근법은 다른 경막외 접근법에 비해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부 환자에서는 조정된 일정으로 시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Q7. 시술 후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나요?

A7. 드물게 시술 후 1~2일간 일시적으로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입된 약물의 부피로 인한 일시적 압력 증가나 시술 부위 자극 때문이며 대부분 2~3일 내에 완화됩니다. 그러나 발열, 시술 부위의 심한 발적과 부종, 진행하는 근력 약화, 배뇨·배변 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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