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현명신경외과의원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결론: 신경차단술과 경막외주사는 표적 신경과 약물 작용 부위가 다르므로, 통증의 해부학적 근원과 임상 양상에 따라 선택해야 하며, 단순히 "더 강한 주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진단적·치료적 목적을 분리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핵심 정의 — 경막외주사(epidural injection)는 척추 주변의 경막외강에 약물을 주입하여 신경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이다.
들어가며 — 두 시술은 왜 헷갈리는가
진료실에서 "신경차단술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경막외주사를 받으셨거나, 반대로 경막외주사를 권유받고 신경차단술로 알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두 시술 모두 척추에서 발생하는 방사통(다리로 뻗치는 통증)이나 신경병증성 통증을 다루기 때문에, 환자분 입장에서는 명칭만 다른 비슷한 시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차단술(Nerve Block)과 경막외주사(Epidural Steroid Injection, ESI)는 약물을 주입하는 해부학적 공간이 다르고, 표적이 되는 신경 구조물도 다르며, 따라서 적응증과 효과 지속 시간, 합병증 프로파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Benzon 등(2025)의 최근 종설에서는 만성 통증 중재 시술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적응증을 신경 구조와 약물 작용 부위 기준으로 재정리하면서, 임상 의사가 두 시술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시술의 해부학적 차이, 작용 기전, 적응증, 효과, 그리고 어떤 임상 상황에서 어떤 시술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신경외과 진료실의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해부학적 표적의 차이
경막외주사 — 경막외 공간을 향한다
경막외주사는 척수와 신경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dura mater) 바깥쪽 공간, 즉 경막외 공간(epidural space)에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 혼합액을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이 공간에는 여러 신경뿌리와 함께 지방조직, 정맥총이 분포하므로, 주입된 약물이 일정한 분절(level)에 걸쳐 확산되면서 광범위한 항염증 효과를 발휘합니다.
접근 경로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추간공 경유(transforaminal): 추간공을 통해 표적 신경뿌리 바로 옆까지 약물을 전달
- 후궁간(interlaminar): 인접 척추뼈 사이 후방 접근
- 천추열공(caudal): 천추 끝 작은 구멍으로 접근, 광범위 확산
Brotis 등(2025)이 72편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합 분석한 최근 증거 합성 연구에서는, 추간공 경유 경막외주사가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방사통에서 단기 통증 완화에 효과적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신경차단술 — 특정 신경을 표적한다
신경차단술은 더 좁은 범위의 특정 신경 구조물을 직접 표적합니다. 척추 영역에서 자주 시행되는 신경차단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선택적 신경뿌리 차단술(selective nerve root block, SNRB): 하나의 신경뿌리만을 표적
- 내측분지 차단술(medial branch block): 후관절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미세 신경
- 교감신경 차단술(sympathetic block): 성상신경절, 요부 교감신경절 등
- 말초신경 차단술(peripheral nerve block): 후두신경, 상견갑신경 등
신경차단술은 약물의 확산 범위를 의도적으로 좁혀, 어떤 신경이 통증의 발생원인지를 진단적으로 가려내거나, 특정 신경에 한정해 치료적 차단을 시도합니다. Curatolo(2016)는 통증 관리에서 부위 마취 기법의 임상적 가치를 정리하면서, 정확한 표적 신경 선택이 치료 성공의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작용 기전의 차이
경막외주사의 주된 작용 기전은 항염증 효과입니다. 추간판 탈출이 일어나면 수핵 내 물질이 신경뿌리 주변으로 누출되어 화학적 신경염을 유발하는데, 스테로이드는 이 염증 반응을 억제해 신경 부종을 줄이고 통증 신호 전달을 감소시킵니다. Ter Meulen 등(2017)이 발표한 급성 좌골신경통에 대한 추간공 경유 경막외주사 임상시험에서도, 약물의 항염증 작용이 단기 통증 완화의 주요 기전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신경차단술은 작용 기전이 조금 다릅니다. 국소마취제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경 전도 차단을 통해 통증 신호 자체를 일시적으로 끊고,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면 항염증 효과가 추가됩니다. 또한 Manchikanti(2009)가 지적했듯이, 만성 척추 통증에서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통증 발생원을 해부학적으로 국한시키는 신경생리학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가집니다. 즉 "통증이 어느 신경에서 오는가"를 가려내는 진단 목적이 치료 목적만큼 중요합니다.
교감신경 차단의 경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이 교감신경계 활성이 통증을 유지시키는 병태에 대해 사용되며, Benzon 등(2025)의 종설은 이러한 적응증에서 스테로이드 추가 사용의 근거를 재검토했습니다.
적응증 — 언제 무엇을 선택하는가
경막외주사가 우선되는 경우
-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방사통: 한쪽 다리로 뻗치는 전형적 좌골신경통, MRI에서 명확한 신경뿌리 압박이 확인된 경우
- 척추관 협착증의 신경원성 파행: 양측 다리 저림과 보행 시 악화되는 통증
- 수술 후 잔존 방사통: 미세 추간판제거술 후에도 일정 기간 남는 신경뿌리 부종
특히 Wilby 등(2021)의 NERVES 연구는 1년 이상 지속되는 신경뿌리 통증에서 미세 추간판제거술과 추간공 경유 경막외주사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두 치료법의 효과를 환자 선호와 비용까지 포함해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는 수술과 주사 시술을 단순 우열로 비교하지 않고, 환자의 상태와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합리적 옵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Wilby(2018)의 NERVES 프로토콜 논문에서는 이러한 비교 연구의 설계 원리가 상세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신경차단술이 우선되는 경우
- 다분절 압박에서 책임 분절 가려내기: MRI에서 L4-5와 L5-S1 모두에 이상 소견이 있을 때, 어느 신경뿌리가 실제 증상의 원인인지 선택적 신경뿌리 차단으로 진단
- 후관절 기원의 축성 요통: 다리로 뻗치지 않고 허리 자체가 아픈 경우, 내측분지 차단으로 후관절 통증 여부 확인
- 교감신경 매개 통증: CRPS,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안면 통증의 일부 유형
- 말초신경 포착 증후군: 후두신경통, 천장관절 기원 통증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그 자체로 치료가 아닌 검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50% 이상 통증 감소가 일정 시간 동안 재현되어야 양성 진단으로 판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치료 단계(고주파 신경박리술 등)를 결정합니다.
효과 지속 시간과 횟수 —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경막외주사와 신경차단술 모두 단회 시술의 효과 지속 시간은 환자에 따라 큰 편차를 보입니다. Ter Meulen 등(2021)의 STAR 시험 통계분석 계획서에서는 일차 평가 종료 시점을 시술 후 일정 기간으로 설정하면서, 통증 완화의 지속성을 평가하기 위한 추적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자주 설명드리는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 시술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지표: 시술 후 충분한 통증 감소가 일정 기간 유지되면, 같은 시술을 반복할 가치가 있습니다.
- 반응이 없는 시술의 무한 반복은 피한다: 효과가 미미했다면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진단을 재검토하거나 다른 치료 옵션을 고려합니다.
- 스테로이드의 누적 용량 관리: 일정 기간 내 스테로이드 주입 횟수에는 의학적 상한이 있으며, 이는 부신 억제, 골밀도 감소 등 전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신경차단술의 효과 지속 기간은 사용한 약물의 종류와 차단한 신경에 따라 다릅니다. 진단 목적의 차단은 효과가 수 시간으로 짧지만, 치료 목적의 차단은 항염증 효과로 보다 길게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합병증과 안전성
두 시술 모두 숙련된 의료진이 영상유도(C-arm 또는 초음파) 하에 시행할 경우 안전한 시술로 평가됩니다. 다만 각 시술에 고유한 위험이 있습니다.
경막외주사의 위험
- 경막 천자에 의한 두통(post-dural puncture headache)
- 일시적 혈압 변동
- 매우 드물게 보고된 척수 손상, 혈관 내 주입으로 인한 신경학적 합병증(특히 경부 추간공 경유 시 주의)
- 스테로이드 전신 부작용: 일시적 혈당 상승, 안면 홍조, 생리 주기 변동
신경차단술의 위험
- 표적 신경 인접 구조물 손상 가능성 — 정확한 영상유도가 필수
- 국소마취제 전신 흡수에 의한 일시적 어지러움
- 일시적 운동 약화(차단한 신경의 운동 분지가 함께 마취된 경우)
- 출혈 경향 환자에서의 혈종 위험
신경외과 진료실에서는 시술 전 항응고제 복용 여부, 당뇨 조절 상태, 감염 위험을 반드시 확인하며, 임신, 활동성 감염, 출혈성 소인이 있는 경우에는 시술을 보류하거나 연기합니다.
시술 선택의 의사결정 프레임
신경차단술과 경막외주사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 진료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사고를 따릅니다.
1단계 — 통증의 해부학적 근원이 명확한가? MRI 소견과 신체검진이 한 분절에 일치하면 경막외주사(특히 추간공 경유)를 우선 고려합니다. 일치하지 않거나 다분절 이상이 보이면 진단적 신경차단술을 먼저 시행해 책임 분절을 가려냅니다.
2단계 — 통증이 신경뿌리 분포인가, 축성인가, 교감신경 매개인가? - 신경뿌리 분포(다리로 뻗침) → 경막외주사 - 축성 요통(허리만) → 후관절 기원 의심, 내측분지 차단으로 진단 - 교감신경 매개(CRPS, PHN 등) → 교감신경 차단
3단계 — 시술 목적이 진단인가 치료인가? - 순수 치료 목적, 광범위 항염증 필요 → 경막외주사 - 진단 + 치료, 표적 신경 한정 → 신경차단술
4단계 — 환자의 전반적 치료 경로는? 수술이 적응증인 환자에서 주사 시술이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개별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Wilby(2021)의 NERVES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만성 신경뿌리 통증에서 수술과 주사 시술은 각각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의사와 환자의 충분한 상의 하에 결정됩니다.
신경차단술과 경막외주사 — 함께 사용되는 경우
실제 진료에서는 두 시술이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환자에 따라 다음과 같이 조합됩니다.
- 진단적 신경차단술로 책임 분절 확인 → 같은 분절에 추간공 경유 경막외주사
- 경막외주사 후 잔존 후관절 통증 → 내측분지 차단 추가
- 척추 시술 후 잔존 교감신경 매개 증상 → 교감신경 차단 추가
이런 조합은 통증의 다층 구조(신경뿌리 + 후관절 + 교감신경)를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단일 시술 반복보다 임상적으로 합리적일 때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신경차단술과 경막외주사 중 어느 쪽이 더 강한 주사인가요?
A1. "더 강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 시술은 약물을 주입하는 공간과 표적 신경이 다른 다른 종류의 시술입니다. 광범위한 항염증 효과가 필요하면 경막외주사가, 특정 신경 하나를 정확히 차단해야 하면 신경차단술이 더 효과적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통증 양상과 영상 소견을 함께 평가해 결정합니다.
Q2.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왜 필요한가요? 그냥 치료부터 시작하면 안 되나요?
A2. MRI에 두 군데 이상의 이상 소견이 있을 때, 어느 신경뿌리가 실제 증상의 원인인지를 영상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분절을 치료하면 효과도 없고 다음 치료 결정도 어려워집니다. 진단적 차단으로 책임 분절을 확인한 뒤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Q3. 주사 시술을 받으면 수술을 피할 수 있나요?
A3.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Wilby 등(2021)의 NERVES 연구에서는 1년 이상 지속되는 신경뿌리 통증에서 미세 추간판제거술과 추간공 경유 경막외주사가 모두 합리적인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다만 진행성 근력 약화, 마미증후군 의심 소견, 배뇨/배변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주사가 아닌 수술적 감압이 우선됩니다.
Q4. 시술을 몇 번까지 받을 수 있나요?
A4. 횟수에 대한 일률적 답은 어렵습니다. 첫 시술의 반응이 다음 시술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충분한 통증 감소가 일정 기간 유지되었다면 같은 시술을 반복할 의미가 있고, 반응이 미미했다면 횟수를 늘리기보다 진단을 재검토하거나 다른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스테로이드의 누적 용량은 부신 억제 등 전신 부작용 예방을 위해 의학적 상한 내에서 관리됩니다.
Q5. 경막외주사를 맞고 일시적으로 다리가 무거워졌습니다. 정상인가요?
A5. 시술에 사용된 국소마취제가 신경뿌리 주변으로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운동 분지에도 영향을 주어 다리가 무겁거나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통 수 시간 내 회복됩니다. 다만 시술 다음 날까지 회복되지 않거나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감각 저하의 확산, 배뇨 장애 등)이 나타나면 즉시 시술받은 의료기관에 연락하셔야 합니다.
Q6. 당뇨가 있는데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도 되나요?
A6. 가능합니다. 다만 시술 후 며칠간 혈당이 평소보다 상승할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주치의와 혈당 조절 계획을 상의하고 시술 후 일정 기간 혈당 측정을 더 자주 하시는 것이 권장됩니다. 혈당이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는 시술을 연기하거나 스테로이드 용량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Q7. 신경차단술 후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실패인가요?
A7. 그렇지 않습니다. 통증이 명확히 감소했다가 돌아왔다는 것은 차단한 신경이 실제 통증 발생원임을 시사하는 양성 진단 소견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같은 신경에 대해 보다 지속적인 치료(예: 고주파 신경박리술)를 다음 단계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단회 차단으로 영구 치료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과 치료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 옵션 — 원인과 단계에 따라
치료는 원인 위치와 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려됩니다.
- 보존치료: 약물·물리치료·자세 교정. 경증이거나 초기 환자에게 우선 고려됩니다.
- 신경차단술: 보존치료로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고려되는 비수술 시술로, 염증이 있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합니다.
- 풍선확장술(경막외 유착박리): 신경 주위 유착이 동반되거나 신경차단술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에게 고려되며, 좁아진 경막외 공간을 넓히는 비수술 시술입니다.
- 신경성형술: 카테터로 유착을 박리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유착 범위가 넓은 환자에게 고려됩니다.
- 내시경 척추수술: 비수술 치료로 호전이 없고 신경 압박이 뚜렷한 경우 고려되는 최소침습 수술입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영상 소견과 증상을 함께 평가해 결정하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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