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3회 맞고도 증상이 재발하거나 호전이 없는 경우, 그 다음 선택지는 또 한 번의 주사가 아니라 A1 활차의 기계적 해결입니다. 주사가 늘어날수록 효과는 떨어지고 힘줄 손상 위험은 올라갑니다. 4번째 주사를 맞을 시간에, 5분짜리 경피적 유리술을 받는 것이 환자의 손에 훨씬 더 친절한 선택입니다.
"주사를 또 맞을까요, 수술해야 할까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근처 정형외과에서 주사 두세 번 맞았는데 또 걸려요. 한 번 더 맞으면 될까요, 아니면 수술이에요?"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면 이 질문이 부쩍 늘어납니다. 겨우내 못 했던 청소, 텃밭 정리, 헬스 재개, 골프 라운딩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그동안 숨어 있던 방아쇠수지가 일제히 깨어나기 때문입니다. 본원에서 최근 6개월간 진료한 방아쇠수지 환자만 90명 가까이 됩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신환이고, 그분들의 상당수가 "다른 병원에서 주사 맞고 나아진 줄 알았다가 다시 왔다"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주사를 한 번 더 권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친절한 게 아니라 결정을 미루는 겁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주사는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병태생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가 듣지 않는다는 건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방아쇠수지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곳은 손바닥 안쪽, 굴곡 힘줄이 통과하는 좁은 터널인 A1 활차(pulley)입니다. 이 터널은 본래 외층, 중간층, 내층의 3겹 구조로 되어 있어 힘줄이 매끄럽게 미끄러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복적인 압박과 마찰이 만성적으로 누적되면, 활차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적응을 시작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위장이 위산에 오래 시달리면 점막이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으로 변하면서 위산에 견디는 구조로 바뀝니다. 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압박을 견디기 위해 A1 활차 안쪽에 연골 화생(chondroid metaplasia) 이 일어나면서 터널 내벽이 연골 코팅을 입힌 것처럼 변합니다. 외층은 두꺼워지고, 중간층과 내층은 망가집니다. 적응의 결과로 터널 자체가 좁아지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 두 힘줄이 좁아진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마찰이 발생하고, 두 힘줄 사이에 섬유소성 유착(fibrinous adhesion)이 생기면서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손가락이 걸리고, 펴지지 않고, "딸깍" 하는 트리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이 과정 중 염증 부분만 가라앉힙니다. 두꺼워진 활차의 조직학적 변화, 연골 화생, 힘줄건초의 유착은 약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주사 후 며칠~몇 주 동안 통증과 부종이 줄어드니 "나았다"고 느끼지만, 터널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재발합니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주사 3번이 분기점인 이유
3번이라는 숫자에는 임상적 근거가 있습니다. 미국정형외과학회지(JAAOS) 2020년 리뷰에서 Gil 등은 스테로이드 주사의 효과가 1차 주사에서 가장 높고, 2차에서 절반 수준으로, 3차에서 더 떨어지며,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침범한 경우와 당뇨병 환자에서는 효과 지속 기간이 더 짧다고 정리했습니다(Gil et al., JAAOS 2020). 즉, 주사를 거듭할수록 한계 효용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2015년 The Orthopedic Clinics of North America에 실린 Giugale & Fowler의 종설은 3회 이상 반복된 스테로이드 주사 후에는 굴곡건의 약화 및 자발적 파열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Giugale & Fowler, Orthop Clin North Am 2015). 다시 말해, 주사는 단지 효과만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안 듣는 주사를 계속 맞는다는 건 손가락 힘줄 자체를 갉아먹는 일이 됩니다.
국내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대한수부외과학회지에 보고된 만성 불응성 힘줄 질환의 유리술 후 조직 소견(조덕연 등, 1998)에서,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힘줄 병변에서는 이미 조직학적으로 콜라겐 변성과 점액양 변화(myxoid degeneration)가 진행된 상태가 확인됩니다. 이는 약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기계적 개방이 필요한 단계라는 뜻입니다.
힘줄의 생리적 재생 능력은 13세를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집니다. 어른 손에서 만성 손상이 고착화되기 전에 활차를 열어 마찰을 해소해 주는 것, 이것이 근본 치료입니다.
주사 실패 후 선택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부분이 "주사 다음이 곧바로 큰 수술인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사와 절개수술 사이에는 분명히 중간 단계가 있고, 오히려 그 중간 단계가 지난 10년 사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 치료 방법 | 절개 크기 | 회복 기간 | 효과 | 적합한 경우 |
|---|---|---|---|---|
| 보존적 치료(부목·약물) | 없음 | 수주~수개월 | 초기에만 효과적 | 발병 3개월 이내 경증 |
| 스테로이드 주사 | 없음 | 즉시 | 1차 약 60~80%, 3차 이후 급감 | 첫 1~2회 |
| 경피적 유리술(하키나이프) | 1~2 mm | 1~2주 | 90% 이상 호전, 재발률 낮음 | 주사 실패, 1~3개 손가락 |
| 개방형 절개수술 | 1.5~2 cm | 4~6주 | 가장 확실 | 재수술, 굴곡 구축 동반 |
| A1 활차 재건술 | 2 cm 이상 | 6~8주 | 재건 필요 시 | 활차 손실이 큰 중증 |
JoVE 2024에 실린 Yang 등의 연구는 단순 A1 활차 절개와 활차 재건술을 비교하면서, 활차의 외층까지 광범위하게 손상된 중증례에서는 단순 절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재건이 필요할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Yang et al., JoVE 2024). 다시 말해, 끝까지 미루면 단순 유리술이 아닌 더 큰 수술이 필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결국 절개를 작게 끝내는 길입니다.
경피적 유리술(하키나이프)이 표준이 된 이유
경피적 A1 활차 유리술은 미국과 유럽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보급된 술기로, 국소마취 후 1~2 mm 정도의 미세 천공을 통해 특수 제작된 칼날(하키나이프 등)을 활차에 직각으로 진입시켜 두꺼워진 활차의 외층만 절개해 주는 방법입니다. 핵심은 힘줄 자체와 인접한 신경혈관다발은 건드리지 않고, 두꺼워진 터널 천장만 잘라 주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좁은 옷장 통로에 옷걸이가 끼어 안 움직일 때, 옷걸이를 부수는 게 아니라 통로 천장을 살짝 깎아서 길을 넓혀주는 것과 같습니다. 옷걸이(=힘줄)는 그대로, 통로(=A1 활차)만 손봅니다.
JAAOS 2020 리뷰는 경피적 유리술의 성공률을 90~100%, 재발률을 1~5% 수준으로 정리하며, 개방형 수술과 비교해 통증, 회복 기간, 환자 만족도에서 비열등하거나 우월하다고 보고했습니다(Gil et al., JAAOS 2020). 시술 자체는 5~10분 안에 끝나고, 당일 손 사용이 가능하며, 수일 내 일상 복귀가 가능합니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시술이 짧다고 해서 회복까지 짧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십니다.
시술 후 진짜 회복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활차를 열어 주는 것은 마찰의 원인을 제거한 것이고, 그동안 손상되어 있던 힘줄 자체의 재생은 별개의 과정입니다. 힘줄 치유는 보통 세 단계를 거칩니다.
첫째, 염증기에는 시술 직후 며칠 동안 호중구·대식세포·혈소판이 모여들고,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와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 등이 분비되며 신생 혈관이 형성됩니다. 둘째, 증식기에는 섬유아세포가 III형 콜라겐을 무작위로 깔기 시작합니다. 셋째, 리모델링 및 성숙기에는 수주~수개월에 걸쳐 III형 콜라겐이 인장 강도가 강한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며 재배열됩니다. 이 과정에서 변형성장인자(TGF-β)가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고,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가 세포 증식을 촉진합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이 리모델링 단계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재발 여부를 결정합니다. 과부하를 주면 흉터 조직이 무질서하게 굳고, 너무 안 움직이면 유착이 생깁니다. 적절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본원에서 시술 후 처음 2주간 권하는 핵심 동작은 갈고리 주먹쥐기(hook fist) 입니다. 손바닥과 너클 관절은 편 상태에서 둘째·셋째 마디 관절만 구부려 갈고리 모양을 만드는 동작인데, 이때 표재성 굴곡건과 심재성 굴곡건이 약 1 cm 정도 서로 다른 거리를 미끄러지면서 두 힘줄 사이의 흉터 조직이 다시 굳지 않게 됩니다. 한 번에 20회, 하루 2~3세트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시술 후 1~2주 사이 PDRN(폴리뉴클레오티드) 주사를 병행하면 성장인자 동원과 콜라겐 재배열이 가속됩니다. 본원에서는 시술과 재생치료를 짝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광화문·서소문에서 이 시술을 받을 때 확인해야 할 것
서울 도심에서 손가락 시술을 받으실 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반드시 초음파 유도 하에 시술이 진행되는지 확인해 주세요. A1 활차 바로 옆으로 손가락 신경혈관다발(digital neurovascular bundle)이 지나갑니다. 맹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신경 손상 위험이 있고, 이것이 경피적 술기의 가장 흔한 합병증입니다. 초음파를 보면서 활차의 위치, 두께, 신경의 주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진입해야 안전이 확보됩니다.
본원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유도 하에 시술을 시행하며, 시술 전 진단 초음파에서 활차 비후 정도와 힘줄 상태, 동반된 다른 부위 협착(여러 손가락 동시 침범 여부)을 확인한 뒤 절개 깊이와 위치를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사를 3번 맞아도 안 나았는데, 그래도 4번째 주사를 권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주사가 가장 간편한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술적 근거(JAAOS 2020 등)는 3차 주사를 분기점으로 효과 급감과 힘줄 약화 위험 증가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3회 시점에서는 추가 주사보다 기계적 해결책으로 단계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 표준에 가깝습니다.
Q. 경피적 유리술과 절개수술은 결과가 다른가요? 최종적으로 활차 외층을 절개해 마찰을 없앤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차이는 절개 크기와 회복 기간입니다. 경피적 유리술은 1~2 mm, 절개수술은 1.5~2 cm입니다. 단순 단일 손가락 방아쇠수지에서는 경피적 유리술이 1차 선택이고, 굴곡 구축이 동반되거나 활차가 광범위하게 손상된 경우는 개방수술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Q. 시술 당일 손을 사용해도 되나요? 가벼운 일상동작(식사, 양치, 샤워)은 당일부터 가능합니다. 다만 강하게 쥐는 동작(걸레 짜기, 무거운 가방 들기, 골프 그립)은 2주간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활차가 다시 닫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시술 부위 힘줄건초가 안정될 시간이 필요합니다.
Q. 한 손에 여러 손가락이 동시에 걸려요. 한 번에 다 시술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오히려 한 번에 하는 것을 권합니다. 여러 손가락 동시 침범 자체가 보존적 치료 반응이 떨어진다는 신호이고(Gil et al., JAAOS 2020), 시술도 5분 단위로 이어서 진행되므로 한 번의 마취·소독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회복도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Q. 당뇨병이 있는데 시술이 가능한가요? 가능하지만 두 가지를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첫째, 당뇨 환자는 보존적 치료(주사 포함) 반응이 떨어지므로 오히려 일찍 시술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둘째, 시술 전후 혈당 조절이 회복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HbA1c가 7% 이하로 관리되는 상태에서 시술받기를 권합니다.
Q. 시술 후에 다시 걸리는 경우는 없나요? 경피적 유리술의 재발률은 보고에 따라 1~5% 수준입니다. 재발의 대부분은 활차 외층 절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시술 후 4주 이내에 강한 쥐기 동작을 반복한 경우입니다. 시술의 깊이를 정확히 확보하는 것과, 시술 후 4주간 손 사용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재발 예방의 핵심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방아쇠수지 치료에서 주사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1~2회 주사로 끝났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결과지만, 3회를 채운 시점에서도 잠김이 반복된다면 그건 약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활차의 조직학적 변화는 주사로 되돌리지 못합니다. 4번째 주사보다 5분짜리 경피적 유리술이 손가락에도, 환자의 시간에도 더 친절합니다. 더 고생하지 마시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십시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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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참고문헌
- 저자 미상. Percutaneous A1 Pulley Release of Locked Trigger Thumb in Children.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대한수부외과학회지).
- 정덕환, 이재훈 (2002). Proper Digital Artery Injury after Percutaneous A1 Pulley Release in Trigger Finger. 대한수부외과학회지 제 7 권 제 2 호 (2002).
- 저자 미상. Ultrasound-Guided Percutaneous Release of the Trigger Thumb.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 박광희, 정재욱, 양석원, 신원정, 김종필 (2018). A Prospective Study of Bowstringing after A1 Pulley Release of Trigger Thumb: Percutaneous versus Open Technique. Archives of Hand and Microsurgery 2018;23(1):20-27. DOI: 10.12790/ahm.2018.23.1.20
- 강호정, 허만승, 이승엽, 한수봉. Comparison of the Clinical Results of HILT Versus ESWT in the Lateral Epicondyliti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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