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3회까지 맞고도 증상이 재발하거나 전혀 호전되지 않는 경우, 그때부터는 주사를 한 번 더 맞는 것이 아니라 활차(pulley)를 물리적으로 열어주는 시술로 전환해야 합니다. 주사 4회차부터는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힘줄 손상 위험이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이겁니다. "다른 데서 주사를 두 번 맞았는데 또 걸려요. 한 번만 더 맞으면 안 될까요?" 그 한 번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오히려 힘줄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주사가 어느 시점에서 한계를 맞는지,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주사 한 방 더? 그 한 방이 왜 위험한가

방아쇠수지에 쓰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흔히 트리암시놀론이나 덱사메타손 계열입니다. 이 약물은 A1 활차 주변의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혀 일시적으로 힘줄이 통과할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첫 번째 주사의 6~12개월 시점 성공률은 보고에 따라 50~80% 사이로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세 번째부터입니다. Gil JA, Hresko AM, Weiss AC가 2020년 JAAOS에 발표한 종설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주사의 효과는 영향받은 손가락 수와 임상적 등급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반복 주사 시 효과가 점진적으로 감소합니다. 임상적으로 같은 손가락에 3회 이상 주사를 시행하면 그다음부터는 성공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주사가 안 듣는 것은 약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A1 활차 자체가 이미 화학적 자극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주방에서 자주 쓰는 고무 호스가 같은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꺾이면 그 부분이 두꺼워지고 결국 굳어버립니다. 처음에는 끓는 물을 부어주면 잠깐 부드러워지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아무리 데워도 다시 펴지지 않습니다. 굳어버린 고무를 다시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 부분을 잘라내는 것뿐입니다. A1 활차에서 일어나는 일도 정확히 같습니다.

활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A1 활차는 본래 외층, 중간층, 내층의 3겹 조직학적 구조를 갖습니다. 만성적인 압박과 마찰이 반복되면 외층이 두꺼워지고 중간층과 내층은 손상됩니다. 이때 두꺼워진 활차 내부에 연골 화생(chondroid metaplasia)이라는 적응성 변화가 발생합니다.

이는 위장 점막이 만성적인 위산 자극을 견디기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보호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그 적응이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위에서는 장상피화생이 위암의 전 단계가 되고, 손에서는 연골화된 활차 내벽이 힘줄 통로를 더욱 좁혀 마찰을 가중시킵니다.

이 단계까지 진행된 활차에 스테로이드를 한 번 더 주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종과 염증은 일부 가라앉을 수 있지만, 연골 화생으로 굳어진 조직 자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노출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누적시킵니다.

  •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의 콜라겐 약화
  • 피하지방 위축 및 피부 색소 탈실
  • 힘줄 자체의 자발 파열 위험 증가
  • 반복 주사 후 시술 시 출혈 경향 증가

Giugale JM, Fowler JR가 2015년 The Orthopedic Clinics of North America에 발표한 종설에서도 성인 방아쇠수지의 비수술적 치료로 활동 수정, 부목, 스테로이드 주사를 제시하면서, 비수술 치료 실패 시 경피적 A1 활차 절개술과 개방 수술이 선택지로 등장합니다. 즉, 주사에는 명확한 한계 시점이 있다는 것이 국제 가이드라인의 공식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3번이 정확한 한계선인가

임상에서 흔히 "3번 룰"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가이드라인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2회차에서도 다음 단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로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신호 첫 주사 후 4주 이내 재발 / 두 번째 주사로도 잠금(locking) 현상이 풀리지 않음 / 굴곡 시 손가락이 손바닥 안에 갇혀 반대 손으로 펴야 함 / 야간 통증으로 수면 방해 / 당뇨병 등 대사질환 동반

특히 당뇨병 환자는 주사 효과가 짧고 재발이 빠릅니다. 이런 경우 무리하게 주사를 반복하기보다는 조기에 활차 개방으로 넘어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손을 더 잘 살리는 방법입니다.

본원에서 최근 6개월간 방아쇠수지로 내원한 환자 약 78명의 사례를 보면, 신환 비율이 37%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주사 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떨어져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한 번만 더 맞아볼까 했는데 결국 안 나아서 왔다"는 말씀을 하신다는 점입니다.

주사 다음 단계,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주사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치료법 절개 범위 회복 기간 적응증 주요 장점
추가 스테로이드 주사 없음 즉시 1~2회 시행한 경우 한정 비침습적
경피적 A1 활차 절개술 (HAKI 등) 1mm 미만 펀 hole 3~5일 명확한 잠금이 있는 1~3등급 흉터 거의 없음, 즉시 일상 복귀
개방형 수술 1.5~2cm 절개 2~3주 4등급, 재발성, 동반 병리 직접 시야 확보, 합병 병리 처리 가능

여기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1mm 펀 hole만 만드는 시술이 정말 1cm 절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느냐"입니다. 핵심은 활차 절개술의 본질이 활차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좁아진 통로를 열어주는 것에 있다는 점입니다. Yang M, Zou X, Dong Y가 2024년 Journal of Visualized Experiments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A1 활차 재건술과 전통적 A1 활차 절개술의 결과를 비교했고, 활차 처리의 핵심이 통로 확보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키나이프와 같은 특수 도구는 1mm 미만의 진입로를 통해 굴곡 힘줄 위에 정확히 활차를 절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초음파 유도하에 시행하면 정중신경, 측부 신경혈관 다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활차만 선택적으로 개방할 수 있습니다.

시술 후 어떻게 회복되는가

주사를 3회 이상 맞은 환자의 경우 활차 주변 조직이 이미 약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활차를 개방한 뒤에도 힘줄과 새로운 활차 기능을 재건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술 직후부터 3~5일 사이에 시작해야 하는 핵심 운동이 갈고리 주먹쥐기(hook fist)입니다. 손가락 중수지절관절(MCP)은 편 상태로 두고 근위·원위지절간관절만 구부려 갈고리 모양을 만드는 동작입니다. 이 동작은 표재성 굴곡건과 심재성 굴곡건을 약 1cm 차등 활주(differential gliding)시켜 두 힘줄 사이의 유착을 방지합니다.

여기에 손상된 굴곡건과 활차 주변 인대 조직의 재생을 돕기 위해 PDRN 주사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PDRN은 손상된 조직의 혈관 신생과 콜라겐 재배열을 촉진하는 성분으로, 시술 후 허약해진 힘줄이 새로운 압박력에 적응할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힘줄 치유는 3단계를 거칩니다. 손상 직후의 염증기,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어 III형 콜라겐을 무작위로 합성하는 증식기, 그리고 무질서한 III형 콜라겐이 강도 높은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는 리모델링 및 성숙기입니다. TGF-β가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고, VEGF가 신생 혈관을 만들며, IGF-1이 세포 증식을 촉진합니다. 시술 후 4~6주가 이 분자생물학적 재배열의 핵심 시기입니다.

6월 이후 신경통이 늘어나는 이유

여름철 진료실에서는 6월부터 7월에 걸쳐 상지 신경통, 어깨 충돌증후군과 함께 방아쇠수지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단순히 더워서가 아니라, 봄에 시작한 운동이나 정원일, 그리고 에어컨 환경에서의 장시간 키보드·스마트폰 사용으로 손가락 굴곡건의 사용량이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주사 효과가 짧다는 분들이 특히 많이 오십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사로 염증을 가라앉혀도 일상생활의 굴곡 부하 자체가 늘어나니 활차가 다시 좁아지는 속도가 빠른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4번째 주사를 시도하기보다는, 활차를 한 번에 열어주고 재활을 통해 새 활차 기능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사를 4번 맞으면 무조건 힘줄이 끊어지나요? 무조건은 아니지만 위험이 분명히 증가합니다.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노출은 굴곡건 콜라겐의 가교 결합을 약화시키고, 특히 같은 부위에 3회 이상 누적되면 자발 파열 사례가 보고됩니다. 4번째를 맞고 일정 기간 무사하더라도, 그 손가락의 힘줄이 정상 강도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에서도 3회를 사실상의 상한선으로 권고합니다.

Q. 다른 곳에서 주사를 3번 맞았는데 여기서 또 맞을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맞았든 같은 손가락에 누적된 횟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마지막 주사로부터 시간이 충분히 지났고 증상이 가벼우면 1회 추가를 신중히 고려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3회로도 호전되지 않은 분들은 약물 반응성 자체가 떨어진 상태이므로, 활차 개방으로 넘어가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Q. 시술받으면 바로 손을 쓸 수 있나요? 1mm 미만의 진입로로 시행하는 경피적 활차 절개술은 봉합이 필요 없고 다음 날부터 가벼운 일상 동작이 가능합니다. 다만 첫 3~5일은 갈고리 주먹쥐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무거운 물건 들기나 강한 쥐기 동작은 4주 정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힘줄과 새로운 활차 기능이 재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Q. 한 손가락만 시술하면 다른 손가락도 곧 생기지 않나요? 방아쇠수지가 한 손가락에 발생한 사람은 다른 손가락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습니다. 특히 당뇨병, 류마티스, 갑상선 질환이 있는 경우 양손 다발성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손가락이 아직 잠금 증상이 없다면 예방적 시술은 권하지 않습니다. 손가락별로 진행 속도가 다르므로 각각 평가해야 합니다.

Q. 시술 후에도 재발할 수 있나요? 드물게 가능합니다. A1 활차를 충분히 개방했어도 환자의 손 사용 패턴이 그대로이고, 주변 인대 조직에서 새로 형성되는 활차 기능이 또다시 두꺼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시술 후 6~8주간 강한 쥐기 동작과 반복적인 손가락 압박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필요하면 PDRN 주사로 힘줄과 인대 재생을 돕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6월부터 손가락 통증이 심해졌는데 단순 신경통일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손가락 끝까지 저린 느낌이 동반되면 수근관 증후군이나 경추 신경근 병변과 감별이 필요합니다. 방아쇠수지는 특정 손가락에 잠금 또는 딸깍하는 느낌이 명확하고, 손바닥쪽 A1 활차 부위에 압통과 만져지는 결절(nodule)이 있는 것이 전형입니다. 둘이 동반된 경우도 흔하므로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방아쇠수지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는 분명 좋은 1차 치료입니다. 하지만 모든 약물 치료에는 천장이 있고, 그 천장을 알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판단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3회를 넘어가는 주사는 통증을 잠시 미루는 대가로 힘줄을 잃을 위험을 늘리는 거래입니다.

좁아진 활차를 1mm 진입로로 정확히 개방하고, 갈고리 주먹쥐기로 힘줄 활주를 회복시키며, 필요하면 PDRN으로 재생을 돕는 것이 현대적 접근입니다. 더 고생하지 마시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셔야 할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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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대표 1661-6610

참고문헌

  1. 저자 미상. Percutaneous A1 Pulley Release of Locked Trigger Thumb in Children.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대한수부외과학회지).
  2. 정덕환, 이재훈 (2002). Proper Digital Artery Injury after Percutaneous A1 Pulley Release in Trigger Finger. 대한수부외과학회지 제 7 권 제 2 호 (2002).
  3. 저자 미상. Ultrasound-Guided Percutaneous Release of the Trigger Thumb.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4. 박광희, 정재욱, 양석원, 신원정, 김종필 (2018). A Prospective Study of Bowstringing after A1 Pulley Release of Trigger Thumb: Percutaneous versus Open Technique. Archives of Hand and Microsurgery 2018;23(1):20-27. DOI: 10.12790/ahm.2018.23.1.20
  5. 강호정, 허만승, 이승엽, 한수봉. Comparison of the Clinical Results of HILT Versus ESWT in the Lateral Epicondyliti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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