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정지인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분과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과정 수료 (2021-2024))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석박사 수료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고혈압이 있어도 안전한 신경차단술, 혈압 조절 가이드

시술 전 체크리스트와 실전 매뉴얼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고혈압이 있다고 해서 신경차단술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약을 잘 드시고 시술 당일 수축기 혈압이 160mmHg 미만으로 조절되는 분이라면, 안전하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제가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신경차단술 받아도 괜찮을까요?" 60대 환자분들의 절반 이상이 이 질문을 하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질문에 "괜찮습니다"라고만 답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혈압 조절 상태, 복용 중인 약제의 종류, 시술 부위에 따라 준비 사항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혈압 측정 후 신경차단술을 설명하는 진료 장면]

오늘은 고혈압 환자분이 신경차단술을 안전하게 받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겠습니다.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메커니즘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왜 시술 전 혈압이 그렇게 중요한가

신경차단술은 척추 신경 주변의 좁은 공간에 약물을 정확히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경막외강, 추간공, 신경근 주변 같은 해부학적 표적은 모두 혈관과 매우 가까이 있습니다. 요추 부위만 해도 경막외 정맥총(epidural venous plexus)이 신경 옆으로 그물망처럼 분포하고, 추간공 주변에는 분절 동맥이 지나갑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전기 케이블과 수도관이 동시에 매설되어 있는데, 그 골목길에 정밀하게 주사를 놓는 작업입니다.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는 수도관(혈관) 안의 압력이 평소보다 강하기 때문에, 바늘이 미세하게 혈관을 건드릴 경우 출혈이 더 쉽게 일어나고 멈추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립니다.

특히 경막외 혈종(epidural hematoma) 은 신경차단술의 합병증 중 가장 두려운 것입니다. 발생 빈도 자체는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척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위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바로 시술 전 혈압 안정화입니다.

박창규 교수의 대한내과학회지(2004) 논평에서도 강조했듯이, 현대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표적 장기 손상과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습니다. 시술 환경에서는 이 원칙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 사진2: 척추 경막외강 주변 혈관 분포를 보여주는 해부도해]


시술이 가능한 혈압의 기준선

본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혈압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 수치는 절대적인 학회 권고는 아니지만, 20년간의 신경외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안전한 구간을 정한 것입니다.

혈압 구간 (수축기/이완기) 시술 가능 여부 추가 조치
140/90 미만 즉시 시술 가능 일반 프로토콜
140-159 / 90-99 30분 안정 후 재측정 재측정값 기준 판단
160-179 / 100-109 당일 시술 보류 권장 내과 협진 후 재방문
180/110 이상 절대 보류 즉각 응급 평가

긴장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white coat hypertension)도 흔합니다.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혈압을 재면 평소보다 20mmHg 정도 높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본원에서는 혈압이 경계선상에 있을 경우, 환자분을 대기실에서 30분 정도 안정시킨 후 다시 측정합니다. 다수의 환자에서 이 한 번의 재측정만으로도 정상 범위로 돌아옵니다.

[📷 사진3: 자동 혈압계로 안정 후 재측정하는 장면]


복용 중인 혈압약, 시술 당일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헷갈려하시는 부분이 시술 당일 약을 먹어야 하는지 끊어야 하는지입니다.

원칙: 대부분의 혈압약은 시술 당일에도 정상 복용하셔야 합니다.

자의로 약을 끊으면 반동성 혈압 상승(rebound hypertension)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베타차단제와 클로니딘 계열은 갑자기 중단할 경우 심각한 혈압 급등을 유발하므로 절대 임의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약제 종류별로 주의 사항이 조금씩 다릅니다.

ACE 억제제 / ARB 계열 (라미프릴, 로살탄, 발사르탄 등)
- 시술 당일 정상 복용
- 다만 시술 중 일시적 저혈압 가능성이 있어, 시술 전 주치의에게 복용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칼슘채널차단제 (암로디핀, 니페디핀 등)
- 시술 당일 정상 복용
- 가장 안전한 계열입니다

베타차단제 (비소프롤롤, 카르베딜롤 등)
- 시술 당일 정상 복용 (절대 끊지 마십시오)
- 심박수가 느려질 수 있음을 시술자에게 알립니다

이뇨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
- 시술 당일 정상 복용
- 다만 시술 직후 어지럼증 가능성이 있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합니다

항혈소판제 / 항응고제 동반 복용 시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NOAC)
- 이 부분은 별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 약제별 중단 기간이 다르므로 반드시 시술 1주일 전 진료 시 모든 복용 약물 목록을 가져오십시오

[📷 사진4: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을 시술 전 원장에게 보여주는 진료 장면]


신경차단술 자체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

흥미롭게도 신경차단술은 혈압 자체에도 영향을 줍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첫째, 통증 감소로 인한 혈압 안정화 효과. 만성 통증은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혈압을 올립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만성 요통 환자분들 중 많은 분이 통증이 심한 시기에는 혈압이 더 높아진다고 호소하십니다. 신경차단술로 통증이 가라앉으면 교감신경 항진이 풀리면서 혈압이 평소보다 안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시술 직후 일시적 저혈압 가능성. 특히 요추부 경막외 차단술이나 교감신경 차단술의 경우, 국소마취제가 교감신경 섬유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면서 하지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평소 혈압이 잘 조절되던 분도 시술 직후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본원에서는 시술 후 최소 30분 회복실에서 안정 후 보행 상태와 혈압을 재확인하고 귀가시킵니다.

[📷 사진5: 시술 후 회복실에서 혈압 모니터링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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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질환이 있을 때 추가로 확인하는 것들

고혈압 단독이라면 위의 가이드만으로 충분하지만, 다른 만성질환이 함께 있을 경우 추가 평가가 필요합니다.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 신경차단술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일부는 일시적 혈당 상승을 유발합니다. 본원에서는 당뇨 환자분의 경우 가급적 스테로이드 용량을 최소화하거나, 입자형 스테로이드 대신 비입자형(덱사메타손)을 선택합니다. 시술 후 2-3일간 혈당 자가측정을 권유드립니다.

심부전이나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된 경우. 시술 자체의 직접 부담은 크지 않지만, 시술 중 일시적 혈역학 변동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심장내과 진료 기록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신부전이 동반된 경우. 일부 조영제 사용 시술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본원의 초음파 유도 신경차단술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신기능 부담이 없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Park (2024) 논평에서도 지적했듯이, 고혈압 환자의 동반 질환 관리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일 시술의 안전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체 건강 상태 안에서 시술의 위치를 판단해야 합니다.

[📷 사진6: 환자의 진료 기록과 약물 목록을 검토하는 진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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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당일 환자분이 준비해야 할 것

본원에 시술을 위해 오시는 고혈압 환자분께는 다음과 같이 준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평소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약 봉투째로 가져오시거나 약품 사진을 찍어 오십시오. 단순히 "혈압약 먹어요"가 아니라 정확한 약제명이 필요합니다.

둘째, 시술 당일 아침 약은 평소처럼 드십시오. 단, 식사는 시술 2시간 전까지만 가볍게 하시고 이후에는 물만 드십시오.

셋째, 가정에서 시술 전 1주일간 아침저녁 혈압을 측정해서 기록을 가져오시면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진료실 한 번의 측정값보다 가정 측정 평균값이 훨씬 신뢰할 만합니다.

넷째, 시술 후 운전은 피하시고 동반자와 함께 오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십시오. 시술 자체가 의식을 흐리게 하지는 않지만, 일시적 저혈압이나 다리의 일시적 무력감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5월과 6월, 신경통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

EMR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매년 5월과 6월에 신경통 환자가 평소보다 80% 이상 증가합니다. 봄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척추에 무리가 가는 동작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정원 가꾸기, 등산, 골프 같은 활동이 시작되는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시기에는 60대 이상 환자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이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십니다. 그래서 5-6월에는 진료실에서 "혈압약 먹는데 시술 받아도 되나"라는 질문이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봄철 통증으로 신경차단술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미리 가정에서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시는 것이 시술 당일 시간을 절약하는 길입니다. 평소 잘 조절되던 분이라도 야외 활동 후 통증이 심해지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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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후 며칠간 챙겨야 할 것들

시술 당일 귀가 후에는 가벼운 안정을 권장하며, 격렬한 운동이나 무거운 짐 들기는 3-4일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시술 부위 안정화를 위함이지 고혈압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아침저녁 혈압 측정을 평소처럼 유지해주십시오. 시술 후 24-48시간 동안 평소보다 5-10mmHg 정도 변동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정상 범위입니다. 다만 수축기 혈압이 평소보다 30mmHg 이상 높거나 두통, 시야 흐림이 동반되면 즉시 본원이나 가까운 응급실로 연락 주십시오.

시술 후 며칠간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를 수 있으므로(스테로이드 영향), 당뇨가 있는 분은 자가측정을 평소보다 자주 해주십시오.


맺음말

고혈압이 있다고 해서 신경차단술을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평소 혈압이 잘 조절되고, 시술 당일 안정 후 측정값이 160/100 미만이며, 복용 약물 정보를 정확히 공유해주신다면, 안전하게 받으실 수 있는 시술입니다. 오히려 통증을 방치하면 교감신경 항진으로 혈압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시술 전 정확한 평가, 약물 정보의 투명한 공유, 그리고 시술 후 적절한 관찰. 이 세 가지만 지켜지면 고혈압은 신경차단술의 절대 금기가 아닙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진료실에서 모든 복용 약과 평소 혈압을 솔직히 알려주십시오. 그것이 가장 안전한 시술의 출발점입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 문헌

  1. Park J-H (2024). . . DOI: 10.1186/s40885-024-00286-5
  2. 이중엽, 박병주 (2011). . . DOI: 10.5124/jkma.2011.54.10.1006
  3. 박병주 (2011). . . DOI: 10.5124/jkma.2011.54.10.1004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