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5-31

비타민D 결핍, 뼈만 약해지는 게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비타민D는 뼈의 문제로만 보면 절반만 이해한 것입니다. 면역, 심혈관, 근력, 신경, 그리고 자가면역질환의 진행 속도까지 좌우하는 호르몬이며, 한국인의 80% 이상이 결핍 또는 부족 상태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저는 햇볕도 잘 쬐고 비타민도 챙겨 먹는데 왜 자꾸 피곤하고 무릎이 시큰거리죠?" 혈액검사를 해보면 25(OH)D 수치가 10ng/mL 대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본원 내과에서 최근 6개월간 진료한 환자 중 상세불명의 비타민D결핍(E55.9) 진단을 받은 분만 471명, 월평균 78명입니다. 그런데 이분들 중 처음부터 "비타민D가 부족할까봐" 오신 분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다른 증상으로 오셨다가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됩니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시절 저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배웠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강직성 척추염, 그리고 골다공증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들춰보면 거의 예외 없이 25(OH)D 수치가 낮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뼈에 좋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호르몬으로서의 비타민D, 왜 단순 비타민이 아닌가

학생 때 우리는 비타민을 "소량으로 인체 기능을 유지하는 미량 영양소"라고 배웁니다. 그런데 비타민D는 분류상 비타민이지만, 작동 방식은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동일합니다. 피부에서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 자외선 B를 받아 비타민D3로 전환되고, 간에서 25(OH)D로 1차 수산화, 신장에서 1,25(OH)₂D(칼시트리올)로 2차 수산화를 거치면서 활성 호르몬이 됩니다. 이 활성형은 거의 모든 세포의 핵 안에 있는 비타민D 수용체(VDR)와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직접 조절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VDR이 발현되는 세포가 뼈세포만이 아닙니다.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혈관 내피세포, 췌장 베타세포, 심근세포, 신경세포에 모두 발현됩니다.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공격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조절 T세포(Treg)의 분화에 비타민D가 직접 관여합니다. 즉, 햇볕을 안 쬐어 25(OH)D가 떨어지면, 단순히 칼슘 흡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이 흔들립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면역계를 군대에 비유하면, 비타민D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해주는 식별 신호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신호가 약해지면 군대는 혼란에 빠져 자국민(자기 조직)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 비타민D 결핍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인이 왜 이렇게 부족한가

"의사 선생님, 저는 매일 산책하는데도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자주 듣는 항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자연적으로 충분한 비타민D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위도 37도에 위치한 서울의 경우 11월부터 2월까지는 자외선 B의 입사각이 너무 낮아 피부에서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름철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SPF 15만 발라도 피부 합성이 93% 차단됩니다.

또 하나 큰 변수는 도시 직장인의 생활 패턴입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분들은 사실상 햇볕 노출량이 0에 가깝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타고,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다시 차로 퇴근하는 동선이 반복됩니다. 점심시간 15분의 노출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식이 섭취로 보충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자연 식품 중 비타민D 함량이 높은 것은 연어, 고등어, 정어리 같은 지방질 생선뿐인데, 매일 100g씩 먹어야 권장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한국식 식단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핍이 만드는 증상의 스펙트럼

수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6월과 7월에 본원 내과를 찾으시는 환자분들 중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 "정중신경의 기타 병변", "근근막통증증후군"으로 진단받는 분들이 급증하는데, 이분들 상당수가 비타민D 결핍을 동반합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비타민D는 칼슘 항상성을 통해 신경 전도와 근수축에 직접 관여하고, VDR이 발현되는 슈반세포(말이집을 형성하는 세포)의 기능에도 관여합니다.

대한고혈압학회지에 게재된 Kheiri B 등의 리뷰 논문(Clinical Hypertension, 2018)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은 단순한 뼈 문제를 넘어 심혈관질환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작용합니다.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을 직접 억제하고, 혈관 내피 기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핵심 결론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는 더 분명합니다. 박윤정 등이 발표한 한국인 루푸스 환자 골밀도 연구(대한류마티스학회지, 2011)는 한국인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서 25(OH)D 수치가 낮을수록 골밀도가 유의하게 감소함을 보고했습니다. 단순히 스테로이드 부작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 활성도 자체에 비타민D 결핍이 기여한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중요합니다.

증상/질환 영역 비타민D 결핍이 미치는 영향 기전
골다공증·골절 칼슘 흡수 저하, 부갑상선기능항진 유발 장 점막 칼슘 수송체 발현 감소
근력 저하·낙상 근섬유 위축, 근수축 효율 저하 근육 내 VDR 신호 약화
면역 이상 Treg 감소, Th17 증가 면역 관용 붕괴
심혈관질환 혈관 내피 기능 저하, RAS 활성화 직접 호르몬 작용
만성 신경통 신경 전도 이상, 근막 통증 민감화 슈반세포·근육 기능 저하
우울·피로 세로토닌 합성 저하 추정 뇌 VDR 발현 영역 작용

검사는 무엇을 봐야 하나

혈액검사에서 봐야 하는 것은 활성형 1,25(OH)₂D가 아니라 저장형 25(OH)D입니다. 이 부분에서 환자분들도 헷갈리시고, 가끔 다른 병원에서 활성형만 측정해 "정상"이라고 들었다며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활성형은 신장에서 그때그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핍 상태에서도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저장형이 진짜 지표입니다.

해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25(OH)D 수치(ng/mL) 상태 임상적 의미
< 10 심한 결핍 골연화증, 부갑상선기능항진 동반 가능
10–20 결핍 적극 보충 필요
20–30 부족 보충 권장
30–50 적정 면역·뼈 기능 최적
> 100 과잉 고칼슘혈증 위험

본원에서는 류마티스 환자, 골다공증 환자, 50세 이상 폐경 여성, 만성 콩팥병 환자, 그리고 원인 불명의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검사를 권합니다.

치료 — 얼마나, 어떤 형태로, 얼마 동안

여기서부터가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영역입니다. "약국에서 비타민D 사 먹어도 되나요?", "주사가 더 좋은가요?" — 매일 듣는 질문입니다.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결핍이 심할수록 초기에는 부하 용량(loading dose)으로 빠르게 끌어올리고, 이후 유지 용량으로 전환합니다. 둘째, 형태는 D2(에르고칼시페롤)보다 D3(콜레칼시페롤)가 효율적입니다. D3가 25(OH)D 상승 효과가 1.7배 정도 강합니다.

일반적인 프로토콜은 이렇습니다. 25(OH)D가 20 미만이면 처음 8주간 콜레칼시페롤 5,000~6,000IU를 매일, 또는 50,000IU 주 1회로 보충합니다. 이후 25(OH)D를 재측정해 30 이상으로 올라오면 유지량 1,000~2,000IU로 전환합니다. 주사 형태(콜레칼시페롤 200,000IU 근주)는 경구 흡수가 불량한 흡수장애 환자, 만성 콩팥병 환자, 또는 순응도가 떨어지는 분들에게 선택적으로 사용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칼슘과의 균형입니다. 비타민D만 단독으로 고용량 복용하고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부갑상선기능항진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고, 반대로 칼슘을 함께 과량 섭취하면 혈관 석회화 위험이 있습니다. 식이로 칼슘 700~1,000mg/일을 확보하면서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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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현, 송형근의 비전형적 대퇴골 골절 리뷰(대한골대사학회지, 2011)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장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전형 골절 위험을 다루면서, 비타민D 충분 상태에서 골 리모델링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약효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골다공증 약을 쓰기 전에 25(OH)D를 30 이상으로 올려놓는 것이 약의 효과와 안전성 모두에 결정적입니다.

만성 콩팥병과 자가면역질환에서의 특수성

이 두 그룹은 일반 보충 프로토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만성 콩팥병이 진행되면 신장에서 1α-수산화효소 활성이 떨어져 활성형 비타민D 생성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오윤주 등의 말기신부전 환자 골밀도 연구(대한골대사학회지, 2011)는 이런 환자에서 칼슘-인-부갑상선 호르몬 균형이 골밀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경우에는 콜레칼시페롤만으로는 부족하고 알파칼시돌이나 칼시트리올 같은 활성형 유사체를 함께 사용합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는 목표 수치를 일반인보다 약간 높게 잡습니다. 25(OH)D를 40~60ng/mL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질병 활성도 조절에 유리하다는 보고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다만 100을 넘어가면 고칼슘혈증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정기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생활에서 이것만은 꼭

약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햇볕 노출, 운동, 식이가 같이 가야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햇볕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 팔다리에 자외선 차단제 없이 15~20분, 주 3회 정도를 권합니다. 얼굴은 노화와 피부암 위험 때문에 가리시고, 팔다리만 노출하시면 됩니다. 운동은 체중부하 운동이 핵심입니다.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근력 운동이 골밀도 유지와 함께 근육 내 비타민D 작용을 활성화합니다. 식이로는 연어, 고등어, 정어리 등 지방질 생선을 주 2회 이상, 달걀노른자, 강화우유, 표고버섯(자외선 노출 건조한 것)을 추가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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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비타민D는 단순한 뼈 영양제가 아니라 면역, 심혈관, 신경, 근력을 아우르는 호르몬입니다. 한국인 대다수가 결핍 또는 부족 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분명하지만, 실제로 검사받고 적절히 보충하는 분은 소수입니다. 류마티스 질환, 골다공증, 원인 불명의 근골격계 통증, 만성 피로가 있으시다면 25(OH)D 한 번 확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검사 한 번이 향후 10년의 뼈 건강과 면역 건강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내과 · 정지인 원장 · 내과 전문의 · 류마티스내과 세부전공
서울대병원 전임의 수련 · 영남대 의대 석박사 수료
대한내과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골대사학회 정회원

참고 문헌

  1. Kheiri B, Abdalla A, Osman M, Ahmed S, Hassan M, Bachuwa G (2018). . . DOI: 10.1186/s40885-018-0094-4
  2. Park YJ, Park BH, Min DJ, Kim WU (2011). . . DOI: 10.4078/jrd.2011.18.1.19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