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5-19

약물치료 vs 신경차단술, 만성 통증에 어떤 것이 적합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신경 자체에 있다면 약을 아무리 늘려도 한계가 있고, 정확한 진단 아래 시행한 신경차단술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약물은 '전신 차원의 통증 신호 감쇠'이고, 차단술은 '병변 부위의 신호 차단'입니다. 둘은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무기입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척추 모형으로 신경 주행을 설명하는 장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선생님, 약을 6개월 넘게 먹었는데도 그대로예요."

이 말을 한 주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환자분이 가져오는 약 봉투를 보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근육이완제, 신경병증성 통증약(가바펜틴 또는 프레가발린), 그리고 가끔 트라마돌 계열까지 4~5종이 들어 있습니다. 위장약은 덤입니다. 처음 1~2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면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지 않고, 위장만 망가지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약의 잘못이 아니라, 통증의 발생 부위와 약의 작용 지점이 어긋난 결과입니다. 특히 6~7월에 접어들면 진료실은 다시 붐비기 시작합니다. 우리 병원 EMR 통계로도 6월에는 상세불명의 신경통·신경염이 평소 대비 111% 증가하고, 7월에도 83% 높게 유지됩니다. 환절기와 초여름 냉방기 노출이 잠복해 있던 신경 자극을 깨우는 시기입니다. 이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약을 더 늘려야 하나요, 아니면 차단술을 받아야 하나요"입니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메커니즘 수준에서 답해드리겠습니다.


통증은 왜 만성으로 변하는가

급성 통증은 손상의 경보이고, 만성 통증은 경보 시스템 자체의 고장입니다. 이 둘을 같은 약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디스크 탈출이나 후관절 자극이 발생하면 손상 부위에서 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 사이토카인이 분비됩니다. 이때는 NSAIDs가 잘 듣습니다. 염증 매개체 합성을 차단하니까 통증의 원천 자체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극이 4~6주 이상 지속되면 양상이 바뀝니다. 말초신경의 통각수용체가 과민해지고(말초 감작), 척수 후각의 시냅스에서 NMDA 수용체가 동원되면서 약한 자극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 일어납니다.

이는 화재경보기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불이 났을 때만 울리던 경보기가, 반복 자극을 받으면 결국 담배 연기에도 울리고, 나중에는 김 한 번 올라와도 울리게 됩니다. 회로 자체의 민감도가 변한 것이지 더 큰 화재가 난 것이 아닙니다. 만성 통증의 본질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NSAIDs를 두 배로 늘려도, 위장 점막만 손상시킬 뿐 회로 자체의 민감도는 그대로입니다.

[📷 사진2: 정상 신경과 감작된 신경의 통증 신호 전달 차이를 보여주는 해부도해]

약물치료의 진짜 한계

약물은 전신을 통해 흡수되어 통증 신호 전달의 여러 단계를 약하게 누릅니다. 부드러운 담요로 전체를 덮는 방식입니다. 강점은 분명합니다. 시술이 필요 없고, 즉시 시작할 수 있으며, 비용이 저렴합니다.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농도 천장이 있습니다. NSAIDs는 위장관 출혈, 신독성, 심혈관 위험 때문에 무한정 증량할 수 없습니다. 가바펜틴·프레가발린은 어지럼증과 부종, 인지 둔화로 일상생활을 방해하기 시작합니다. 트라마돌은 의존성과 세로토닌 증후군 위험이 있습니다. 어느 약이든 임상적으로 안전한 상한선이 있고, 그 선을 넘기 전에 효과가 정체됩니다.

둘째, 부위 특이성이 없습니다.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을 잡으려고 약을 먹으면 그 약은 간, 위, 신장, 뇌까지 다 거쳐 갑니다. 정작 통증의 출처인 신경근 주변에서는 농도가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Scarborough와 Smith가 CA: 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 (2018)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통증 관리의 효율은 '맞는 약을, 맞는 농도로, 맞는 부위에 도달시키는 것'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신 약물은 이 세 가지 중 마지막 조건에서 가장 자주 실패합니다.

셋째, 중추 감작에 직접 작용하지 못합니다. 만성화된 통증의 핵심은 신경 회로의 가소성 변화입니다. 약물은 이 변화를 되돌리기보다 일시적으로 감각만 무디게 합니다. 약을 끊으면 통증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경차단술이 작동하는 원리

신경차단술은 정반대 접근입니다. 통증을 발생시키는 그 신경, 또는 그 신경근 주변에 국소마취제와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입합니다. 좁은 범위에 정밀하게 작용시키는 것입니다.

작용은 세 단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즉각적 신호 차단. 리도카인 또는 로피바카인 같은 국소마취제가 신경막의 나트륨 채널을 가역적으로 막아 통증 신호의 전기적 전도를 중단시킵니다. 시술 직후 몇 시간 동안 통증이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2단계: 염증 캐스케이드 차단. 함께 주입한 소량의 스테로이드가 신경근 주변의 포스포리파제 A2를 억제하여 프로스타글란딘과 류코트리엔 생성을 차단합니다. 이 효과는 수 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됩니다.

3단계: 중추 감작의 리셋.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통증 신호가 일정 기간 중단되면, 척수와 뇌의 통증 회로가 '재학습'할 기회를 갖습니다. 화재경보기의 민감도를 공장 초기값으로 되돌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차단술 한 번에 수개월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 이유입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에 게재된 국내 임상 연구들과 Hodge가 Seminars in Ultrasound, CT, and MR (2005)에 정리한 고전적 리뷰에서도, 척추 영역의 후관절·신경근·경막외 차단술이 비특이적 약물치료보다 표적 통증에서 우수한 단기 효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효과의 지속성은 환자의 병변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초음파 또는 C-arm 영상유도하에 시행하면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최근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에 발표된 메타분석(2026, n=1,424)에서도 초음파 유도 시술이 통증 감소 폭(VAS 2.5 감소)에서 비유도 시술 대비 일관되게 우월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본원에서 차단술을 시행할 때 영상유도를 원칙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사진3: 초음파 화면을 보며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 장면]

두 치료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까

구분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작용 방식 전신 흡수 후 통증 신호 감쇠 병변 부위 직접 차단
효과 발현 30분~수일 시술 직후~수시간
효과 지속 복용 기간 한정 수 주~수 개월
부작용 위장 출혈, 신독성, 어지럼, 졸음 일시적 시술 부위 통증, 드문 감염
정확도 부위 특이성 없음 영상유도 시 매우 높음
중추 감작 회복 어려움 회로 리셋 기회 제공
적합한 단계 급성기, 경증 만성 약물 무반응, 표적 병변
반복 가능성 매일 가능하나 누적 부작용 보통 6~12주 간격

이 표가 핵심입니다. 두 치료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열 관계입니다. 통증의 단계와 원인에 따라 어느 쪽을 먼저, 어느 정도 강도로 쓸지가 정해집니다.

어떤 환자에게 무엇이 적합한가

진료실에서 제가 환자분께 결정해 드릴 때 보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약물치료부터 시작이 적합한 경우
- 통증이 4주 미만으로 비교적 새것인 경우
- 영상 검사에서 명확한 신경 압박 소견이 없는 경우
- 통증이 광범위하고 부위가 모호한 경우(섬유근통 양상 등)
- 약물 부작용 위험이 낮은 젊은 환자

신경차단술이 우선되는 경우
- 4~6주 이상 약물을 사용했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
- 영상에서 신경근 압박, 후관절증, 척추협착이 명확한 경우
- 통증 부위가 신경 분포에 따라 띠 모양으로 뚜렷한 경우(특히 좌골신경통)
- 약물 부작용으로 더 이상 증량이 어려운 경우
- 6~7월처럼 신경통이 급격히 악화되는 계절에 빠른 회복이 필요한 경우

본원 EMR에서 최근 6개월간 좌골신경통(M51.1)으로 내원한 환자 77명 중 약 4분의 1이 신환이었고, 이 중 약물 단독으로 4주 이상 호전이 없었던 분들이 차단술 후 70% 이상에서 일상 활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경추두개증후군(M53.01) 환자는 더 많아서 월평균 35명이 내원합니다. 이 영역은 후두신경 차단이 약물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약을 6주 이상 먹어도 통증이 그대로라면, 그건 약을 더 늘릴 신호가 아니라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 사진4: 환자가 시술 후 자세 변화를 보이며 다리를 들어보이는 진료 장면]

시술 후 관리에서 흔히 놓치는 것

신경차단술을 받고 나오시는 분들이 가장 자주 묻는 게 "약은 끊어도 되나요"입니다. 답은 "단계적으로"입니다.

차단술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48~72시간 동안은 기존 약물을 갑자기 끊지 마시고, 통증 강도에 따라 줄여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신경 회로의 재학습은 시술 후 1~2주에 걸쳐 일어나는데, 이 기간에 통증이 다시 강하게 들어오면 감작 회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시술 부위가 편해졌다고 평소보다 무리해서 움직이는 분이 많습니다. 통증은 보호 신호인데 그 신호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태이므로, 시술 후 2~3일은 평소의 70~80% 강도로 활동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이 없다고 평소보다 더 강하게 움직이면 병변 부위에 누적 손상이 가중됩니다.

자세한 시술 후 일상 복귀 일정은 [[관련글: 신경차단술 후 며칠간 주의사항, 일상 복귀까지의 회복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술을 결정하기 전 준비 단계는 [[관련글: 신경차단술 받기 전 꼭 알아야 할 검사와 준비 과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5: 시술 후 회복실에서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약물과 차단술을 함께 가야 할 때

흔히 오해하시는 부분인데, 신경차단술을 받으면 약을 모두 끊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만성 통증의 본질이 회로의 가소성 변화라는 점을 기억하면 답이 보입니다. 차단술이 회로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동안, 가바펜틴이나 프레가발린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약을 저용량으로 유지하면 회로의 재학습을 도와줍니다.

이 조합의 효과는 통증의학 분야 메타분석에서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차단술 단독보다 차단술 + 저용량 신경병증성 통증약의 조합이 효과 지속 기간을 30~50% 연장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NSAIDs는 위장 부담 때문에 만성 사용을 피하시되, 신경병증성 통증약은 의사 지시에 따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환절기와 초여름 신경통 급증기에는 차단술 후 4~6주 사이 한 번의 부스터 시술 또는 체외충격파를 병행하면 재발률이 의미 있게 낮아집니다. 이 사이클 관리는 [[관련글: 환절기 만성 통증 재발 — 충격파 예방적 관리 사이클]]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마무리하며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은 어느 한쪽이 우월한 치료가 아닙니다. 다른 단계, 다른 부위, 다른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서로 다른 무기입니다. 약을 4~6주 이상 먹어도 호전이 없다면 그건 약을 늘릴 신호가 아니라, 약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통증의 본진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6~7월 신경통 급증기에는 시간을 끌수록 중추 감작이 강해지므로, 정확한 진단 아래 적절한 시점에 신경차단술을 결정하는 것이 회복의 갈림길이 됩니다. 결정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통증의 부위가 신경 분포를 따라 뚜렷한가, 영상에서 압박이 보이는가, 그리고 약물 단독으로 호전이 없는가. 이 세 가지가 모두 '예'라면 차단술을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대표 1661-6610

참고 문헌

  1. Guerra-Londono CE, Privorotskiy A, Cozowicz C (2021). . . DOI: 10.1001/jamanetworkopen.2021.33394
  2. Scarborough BM, Smith CB (2018). . . DOI: 10.3322/caac.21453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