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 vs 신경차단술, 만성 통증에 어떤 것이 적합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증이 3개월을 넘긴 만성 통증 환자에게 진통제 단독 처방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신경 자체가 통증 신호를 증폭시키는 상태에서는 약이 위장에 가서 풀리는 동안 통증 회로는 이미 굳어버리거든요. 차단술은 그 회로를 직접 끊는 시술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진통제를 6개월째 먹고 있는데 점점 더 자주 먹어요. 위장도 안 좋아지고요. 그런데 약을 끊으면 또 아프니까 못 끊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동안 약을 드시면서 통증이 점점 줄어드셨나요, 아니면 통증은 비슷한데 약 용량만 늘었나요?" 거의 모든 환자가 후자입니다. 이 시점에서 약물치료만 고집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6월과 7월에는 신경통 환자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본원 EMR 데이터를 봐도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 환자가 6월에 +116%, 7월에 +87% 증가합니다. 정중신경 병변과 어깨 충격증후군도 함께 치솟습니다. 장마철 기압 변화와 냉방 노출, 그리고 5월에 시작된 야외 활동의 누적 부하가 신경에 가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약물치료가 어디까지 통하고, 어디서부터 신경차단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두 치료를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만성 통증에서는 진통제가 잘 안 들을까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입니다. 이걸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급성 통증은 조직 손상 → 염증 매개체 분비 → 통각 수용체 자극 → 척수 → 뇌로 이어지는 단순한 일방향 신호입니다. 이때는 NSAIDs가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 효소를 막아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차단하면 통증이 잡힙니다. 발목을 삔 후 3일간 진통제 먹으면 듣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3개월입니다. 통증이 3개월을 넘기면 신경계 자체가 변합니다. 척수 후각(dorsal horn)의 신경세포가 같은 자극에 대해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재배선됩니다. 이걸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라고 합니다. 말초의 자극이 사라져도 척수와 뇌의 통증 회로는 계속 돌아가는 상태가 되는 거죠.
쉽게 비유하면 화재경보기와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진짜 연기가 났을 때만 울리던 경보기가, 반복적으로 울리다 보니 센서 감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서 담배 연기에도 울리고, 나중에는 따뜻한 공기에도 울리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때 경보기 옆에서 부채질해봐야(=진통제로 말초 염증을 잡아봐야) 경보는 멈추지 않습니다. 회로 자체를 끊어줘야 합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만성 통증 환자가 장기 복용하는 약물들의 부작용입니다. NSAIDs를 6개월 이상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합니다. 트라마돌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는 의존성 문제가 있고, 어지러움·구역질·변비가 따라옵니다. Kim 등이 Korean J Pain(2020;33(3):234-244)에 발표한 국내 환자 인식 조사를 보면, 만성 통증 환자 다수가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동시에 약물 의존을 동시에 호소합니다. 이 모순이 임상의 현실입니다.
약물치료가 잘 듣는 통증, 그렇지 않은 통증
먼저 약물이 잘 듣는 케이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급성기 통증, 즉 발생 6주 이내의 통증은 약물치료가 1차 선택입니다. 단순 근막통증증후군, 가벼운 염좌, 수술 후 회복기 통증은 NSAIDs와 근이완제, 단기간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대부분 호전됩니다. 이때 차단술을 먼저 권하는 것은 과잉진료입니다.
문제는 다음 케이스들입니다. 이 환자들에게 약물만 처방하는 것은 의학적 직무유기에 가깝습니다.
| 통증 양상 | 약물치료 단독 효과 | 신경차단술 권장도 |
|---|---|---|
| 6주 이내 급성 근육통 | 매우 좋음 | 불필요 |
| 디스크에 의한 방사통(좌골신경통) | 제한적 | 강력 권장 |
| 3개월 이상 지속된 어깨 통증 | 한계 명확 | 권장 |
| 후두신경통, 만성 두통 | 부분 효과 | 권장 |
| 대상포진 후 신경통 | 가바펜틴류로 부분 호전 | 조기 차단술 권장 |
|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 | 매우 제한적 | 강력 권장 |
| 추간판장애 좌골신경통 | 약 30~50% 호전 | 약물+차단술 병행 |
본원의 최근 6개월 데이터를 보면 추간판장애로 인한 좌골신경통 환자가 80명,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 환자가 33명입니다. 이 두 군은 약물 단독으로 3개월 이상 끌고 가면 신경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통증이 신경에서 오는가, 근육·관절에서 오는가." 이 감별이 약물과 차단술을 가르는 첫 분기점입니다.
신경차단술은 어떻게 작동하나
신경차단술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치 신경을 잘라내는 것처럼 오해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작동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소마취제로 통증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합니다. 신경 주변에 리도카인이나 부피바카인 같은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면, 신경막의 나트륨 채널이 막혀서 통증 신호가 척수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둘째, 소량의 스테로이드로 신경 주변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신경이 디스크나 좁아진 척추관에 눌려서 부어 있는 상태를 회복시키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통증만 잠시 가리는 게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추 감작 회로를 끊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통증 신호가 며칠간 들어오지 않으면, 과민해진 척수 후각이 정상 감도로 돌아갈 기회를 얻습니다. 이게 차단술이 단발성 시술임에도 몇 주에서 몇 달간 효과가 지속되는 이유입니다.
근거는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 2026년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에 발표된 메타분석(n=452, 12개월 추시)에서는 견갑상신경 차단술이 동결견(오십견) 환자의 통증 점수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습니다. 단순 진통제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호전이었습니다. 어깨 충격증후군이 7월에 +52% 치솟는 시기와도 직결되는 근거입니다.
척추 영역에서는 어떨까요. Hodge가 Seminars in ultrasound, CT, and MR(2005)에 정리한 바와 같이, 요추 후관절(facet) 차단술, 신경근(nerve root) 차단술, 경막외(epidural) 차단술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합니다. "어느 신경이 진짜 통증의 출처인가"를 가려내면서, 동시에 그 신경의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영상검사만으로는 잡히지 않던 통증 발생지가 차단술로 명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2021년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Guerra-Londono 등의 늑간신경 차단술 메타분석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유의하게 줄이는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DOI: 10.1001/jamanetworkopen.2021.33394). 차단술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이겁니다. 약 의존도를 낮추는 것. 만성 통증 환자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약은 끊어야 하나
이게 환자분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차단술을 받으면 약을 즉시 끊으라는 의사가 있다면 그 의사를 의심하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약만 평생 드시라는 의사가 있다면, 그 의사 역시 의심하셔야 합니다.
제가 임상에서 적용하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1단계. 진단 시점에 약물치료를 충분히 시도합니다. 4~6주가 보통입니다. NSAIDs, 신경병증성 통증에는 가바펜티노이드(가바펜틴, 프레가발린), 필요 시 단기 근이완제를 조합합니다.
2단계. 4~6주 후 호전이 50% 미만이면 신경차단술을 추가합니다. 이때 약을 갑자기 끊지 않습니다. 차단술 직후에는 약을 유지하면서, 통증 점수가 안정되면 1~2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합니다.
3단계. 차단술 효과를 평가합니다. 한 번의 차단술로 6주 이상 효과가 지속되면 성공으로 판단합니다. 효과가 2주 미만이면 다른 부위 차단을 시도하거나, 신경성형술 같은 더 정밀한 시술로 단계를 올립니다.
4단계. 동시에 도수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합니다. 통증이 줄어든 창(window)을 이용해서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을 회복시키는 시기입니다. 차단술만 받고 운동을 안 하면, 통증이 다시 돌아옵니다. 이건 마치 화재경보기를 끄기만 하고 누전된 전선을 안 고치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 유형별 선택 기준
같은 "허리가 아프다"라는 호소여도, 어떤 환자에게는 약물치료가 정답이고 어떤 환자에게는 차단술이 정답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30초 안에 분기하는 기준을 공개하겠습니다.
약물치료 우선군
- 발생 6주 이내의 급성 통증
- 통증 부위가 명확한 근육·근막 영역
- 신경학적 이상(저림, 근력 약화, 반사 변화)이 없음
- NSAIDs 복용 이력이 짧고 위장관 부작용이 없음
신경차단술 적극 권장군
- 3개월 이상 지속된 통증
- 방사통(통증이 팔이나 다리로 뻗어 내려감)
- 영상검사에서 신경 압박 소견이 명확함
- 진통제를 점점 더 자주 먹어야 통증이 잡힘
- 야간 통증으로 수면 장애 발생
- 직업 복귀가 시급한 활동기 성인
판단이 어려운 회색지대
- 6~12주 사이의 아급성 통증
- 영상검사 소견은 가벼우나 증상은 심한 경우
- 고령에 다발성 부위 통증
이 회색지대 환자들은 진단적 차단술을 먼저 고려합니다. 통증의 출처를 찾기 위한 차단입니다. 한 번의 차단술로 통증이 80% 이상 사라지면, 그 신경이 진짜 범인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거죠.
여담이지만 통증의 만성화에는 비만이라는 위험인자가 깊이 관여합니다. 김자현·박정율이 Kor J Spine(2006;3(4):201-204)에 정리한 바와 같이, 체중 증가는 척추 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을 직접 높이고, 동시에 만성 염증 상태를 유지시켜 통증의 만성화를 가속시킵니다. 차단술을 받았는데 효과가 짧게 끝난다면 체중 관리도 같이 봐야 합니다.
신경차단술 후 며칠간 주의사항, 일상 복귀까지의 회복기
차단술의 한계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차단술이 만능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의사의 도리입니다.
첫째, 차단술은 원인 치료가 아닙니다.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통증 회로를 끊고 염증을 가라앉혀서,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버는 시술입니다. 따라서 차단술 후에는 반드시 자세 교정과 근력 강화가 따라와야 합니다.
둘째, 모든 통증이 차단술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통증이 정확히 어느 신경에서 오는지 영상과 진찰로 짐작은 가능하지만,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1차 차단술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부위 차단을 시도하거나, 진단 자체를 재검토합니다.
셋째, 횟수의 제한이 있습니다.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 차단술은 연 3~4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한정 반복할 수 있는 시술이 아닙니다. 그래서 차단술 후 재활과 생활 교정이 그토록 강조되는 겁니다.
넷째, 출혈성 경향, 항응고제 복용, 시술 부위 감염 등이 있으면 시술이 어렵습니다. 모든 시술 전에 반드시 복용 약물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통이 한 달째? 후두신경 차단술로 감별하는 만성 두통
맺음말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성 통증에서 진통제 단독 치료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통증이 3개월을 넘기면 신경계가 변하고, 약을 더 먹는다고 회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신경차단술은 그 회로를 직접 끊고, 동시에 약 의존도를 낮추는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다만 차단술도 완치 시술이 아닙니다. 약물·차단술·재활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입니다. 통증의 발생 시점, 양상, 신경학적 소견을 정확히 평가받고, 그 단계에 맞는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진통제를 6개월 이상 복용하고 계신다면, 한 번쯤 전문의와 차단술의 적응증을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대표 1661-6610
자주 묻는 질문
Q: 진통제를 오래 먹어도 통증이 그대로인데, 차단술로 바꿔야 할까요?
A: 통증이 3개월을 넘기고 진통제 용량이 점점 늘어나는데 통증 강도는 비슷하다면, 약물 단독 치료의 한계 신호다. 중추 감작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말초 염증을 잡는 약만으로 통증 회로를 끊기 어렵다. 본원에서는 이런 환자에게 차단술 병행을 권한다. 다만 통증 부위와 신경 분포에 따라 적합한 차단술 종류가 달라지므로 진료실 평가가 필요하다.
Q: 신경차단술을 받으면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나요?
A: 차단술의 목적은 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통증 회로를 진정시켜 약 용량을 줄이고 효과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차단술 후 진통제가 다시 잘 듣는 경우가 많다. 통증 원인과 환자 상태에 따라 약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 기간 저용량 병행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개인 차이가 크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한다.
Q: 차단술은 한 번 맞으면 효과가 얼마나 갑니까?
A: 지속 기간은 통증 원인, 신경 손상 정도, 만성화 기간에 따라 다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개월까지 효과가 이어진다. 첫 차단술로 통증 회로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으면 일정 간격을 두고 추가 시술을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본원에서는 단발성 시술보다 약물·생활습관 교정과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을 권한다.
Q: 장마철에 신경통이 갑자기 심해졌는데 차단술을 바로 받아도 될까요?
A: 기압 변화와 냉방 노출로 통증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경우라면, 먼저 통증 양상이 기존 만성 통증의 재발인지 새로운 신경 손상인지 감별이 필요하다. 진료실에서 신경학적 검사와 영상 평가를 거친 뒤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무조건 차단술이 정답은 아니며, 일시 악화에는 약물·물리치료가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
참고 문헌
- Guerra-Londono CE, Privorotskiy A, Cozowicz C (2021). . . DOI: 10.1001/jamanetworkopen.2021.33394
- Scarborough BM, Smith CB (2018). . . DOI: 10.3322/caac.21453
- Kim CL, Hong SJ, Lim YH, et al. (2020). . . DOI: 10.3344/kjp.2020.3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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