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신경외과 전문의

의학적 검토 · 작성: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신경외과 전문의 · 정형외과 전임의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신경외과 전문의 취득 (2000, 연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 정형외과 전임의 수료 (2003–2005, 대전선병원 정형외과)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시청역 인근)

학회·자격: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종신회원 · 대한신경손상학회 정회원 · AMISS 정회원

숫자로 보는 현명신경외과: 2013년 서소문 개원 · 누적 환자 67,000명 · 누적 진료 44만 건 · 연간 도수치료 약 1만 회 · Brain CT 당일 촬영, 신경외과 전문의 즉시 판독 · 매년 약 40명의 뇌종양을 두통 환자에서 발견

최종 검토·업데이트: 2026-06-25

본 글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만성 통증에서 신경차단술 — 진단과 치료 양면 효과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성 통증 신경차단은 단순한 진통 시술이 아닙니다. 통증의 진짜 출처를 가려내는 진단 도구이자, 동시에 그 자리를 직접 가라앉히는 치료 수단입니다. 약을 6개월 먹어도 안 잡히는 통증의 80%는 출처가 잘못 짚어져 있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 끄는 순간 양상이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겁니다. "허리 MRI에서는 디스크가 있다는데, 정작 약을 먹어도 다리만 더 아파요. 도대체 어디서 오는 통증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상에 보이는 병변과 실제 통증을 만드는 자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만성 통증을 다룰 때는 영상보다 신경차단술의 반응이 더 정확한 답을 줍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환자의 통증 분포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신경 분절을 짚어 설명하는 장면]


통증이 만성으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은 완전히 다른 병입니다. 흔히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이라는 시간 정의를 쓰지만, 정확히는 통증을 처리하는 신경계 자체가 변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손상은 다 아물었는데 통증 신호는 계속 울리는 상황이 되는 거지요.

말초 신경에서 시작된 통증 신호가 척수 후각으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NMDA 수용체를 통해 정상적인 통각 전달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신호가 수주, 수개월 반복되면 후각의 신경세포들이 흥분에 점점 더 민감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의학적으로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라고 부르고, 임상적으로는 가벼운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질통(allodynia)이나, 정상 통증보다 훨씬 크게 느끼는 통각과민(hyperalgesia)으로 나타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평소엔 잘 들리지도 않던 시계 초침 소리가 잠 못 드는 밤에는 점점 크게 들리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청각 자체가 변한 게 아니라, 중추가 그 신호에 과민해진 거지요. 만성 통증의 중추 감작도 같은 원리입니다. 통증 자체보다 통증을 듣는 귀가 예민해진 상태.

여기서 중요한 임상적 함의가 나옵니다. NYU 척추 강좌의 임상 지혜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침해수용성과 신경병증성이 섞인 혼합 통증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물 반응이 시원치 않다면 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통증의 성격을 잘못 짚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신경차단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 사진2: 정상 신경 전도와 만성 통증에서 중추 감작이 일어난 척수 후각의 비교 일러스트]


진단적 차단과 치료적 차단은 같은 시술이 아니다

신경차단술이라는 단어 하나에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의도가 섞여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시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지난번에 차단했는데 왜 또 차단하세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 이유지요.

진단적 신경차단은 통증의 출처를 가려내는 시술입니다. 의심되는 신경 분절에 국소마취제만 소량 주입하고, 30분에서 2시간 사이의 짧은 통증 변화를 관찰합니다.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면 그 신경이 통증의 진짜 발원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1998년 Link 등이 Radiologic Clinics of North America에 발표한 고전적 정의대로, 표적 경막외·신경근 차단은 요통과 하지 방사통의 진단·치료 모두에 표준 술기로 자리잡아 왔습니다(Link SC et al., 1998).

치료적 신경차단은 진단으로 찾아낸 그 자리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또는 다른 약제를 함께 주입해 염증과 통각 전달을 동시에 가라앉히는 시술입니다. 효과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갑니다. 2005년 Hodge가 Seminars in Ultrasound, CT, and MR에서 정리한 대로, 척추 경피적 차단술은 진단·치료 양 목적을 가진 술기이며, 비척추 차단(고관절, 천장관절)이 먼저 들어가 통증원을 좁히는 절차가 표준화되어 있습니다(Hodge, 2005).

구분 진단적 차단 치료적 차단
목적 통증 출처 확인 통증 자체 치료
약제 국소마취제만 국소마취제 + 스테로이드 등
효과 지속 30분~수시간 수주~수개월
판정 기준 통증 50% 이상 감소 VAS 점수 추적
반복 시행 1~2회면 충분 적응증에 따라 결정

핵심은 이겁니다. 같은 시술을 하더라도 의도가 다르면 결과 해석도 다릅니다. 진단적 차단에서 효과가 짧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고, 치료적 차단의 효과 지속이 평생일 거라고 기대할 일도 아닙니다.

[📷 사진3: 초음파 유도하 신경차단술 시행 장면 — 모니터 화면과 시술 자세]


신경차단술이 일하는 두 가지 기전

진단적 차단이 어떻게 통증 출처를 찾아낼 수 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국소마취제는 신경세포막의 나트륨 채널을 일시적으로 봉쇄해 활동전위 전파를 차단합니다. 의심 신경의 신호 전달만 잠시 꺼버리는 거지요. 만약 그 신경이 통증의 진짜 출처라면 통증이 사라지고, 아니라면 그대로 남습니다. 일종의 신경계 디버깅(debugging)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회로가 문제인지 하나씩 꺼보면서 찾아내는 방식.

치료적 차단의 기전은 좀 더 복잡합니다. 단순히 신호를 끄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함께 주입되는 스테로이드는 인지질가수분해효소 A2를 억제해 프로스타글란딘과 류코트리엔 합성을 차단하고, 신경 주변의 부종을 빼며, 비정상적 흥분성을 가진 신경섬유의 발화를 가라앉힙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통증의 끈을 한 번 끊어주면 중추 감작이 풀리는 현상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과민해진 척수 후각이, 일정 기간 통증 신호가 들어오지 않으면 원래 민감도로 돌아오는 거지요.

비유하자면 끓는 냄비를 가스레인지에서 잠시 내려놓는 것과 같습니다. 불을 완전히 끄지 않아도, 일단 식히면 끓어 넘치던 거품이 가라앉습니다. 신경계도 그렇게 한 박자 쉬어주면 통증의 악순환이 끊어집니다.

[[관련글: 신경차단술이란 — 통증을 차단하는 원리]]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임상 데이터. 2021년 Guerra-Londono 등이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흉부 수술 후 늑간신경차단 메타분석에서, 신경차단을 받은 군은 수술 직후 통증 점수와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모두 의미 있게 줄었습니다(Guerra-Londono et al., 2021). 통증을 일찍, 정확한 위치에서 끊으면 만성화 자체를 예방한다는 강력한 근거입니다.


어떤 통증에 신경차단술이 고려되는가

모든 만성 통증이 신경차단의 적응증은 아닙니다. 다만 다음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습니다.

첫째, 영상 소견과 증상이 불일치하는 경우입니다. 허리 MRI에는 두 군데 디스크 탈출이 보이는데, 환자가 호소하는 다리 통증의 분포는 그중 한쪽 신경근만 설명되는 식의 상황이지요. 이때 양측을 모두 의심하기보다는, 각 신경근에 진단적 차단을 순차로 넣어 진짜 출처를 가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둘째, 다양한 약물치료와 보존 치료에 반응이 미미한 경우입니다. NYU 척추 강좌의 임상 지혜를 다시 인용하면, "둔근, 대퇴, 종아리로 가는 좌골신경통 환자에서는 여러 보존 치료의 근거 수준이 비슷비슷하며, 강한 근거를 가진 단일 모달리티는 없다. 다만 체간 운동 조절 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일관되게 권장된다." 약물과 운동 치료를 충실히 받았는데도 안 풀리는 통증이라면, 진단 자체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어깨의 동결견(오십견)이나 만성 견봉하 충돌 같은 관절 주변 통증입니다. 2026년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에 실린 견갑상신경차단 메타분석(452명, 12개월 추적)에서는 동결견 환자에서 견갑상신경차단이 VAS 통증 점수를 의미 있게 떨어뜨렸다고 보고되었습니다(Frozen shoulder suprascapular nerve block, 2026). 수술 없이도 어깨 가동범위와 통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근거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관절치환술 전후의 통증 관리. 2026년 A&A Practice의 무릎치환술 후 통증 메타분석(2,400명)과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의 고관절치환술 후 초음파 유도 차단 분석(1,424명, 12개월 추적)에서, 적절한 신경차단을 동반한 군은 수술 직후 통증 점수와 회복 기간 모두 의미 있게 개선되었습니다(Knee OA, 2026; Total hip arthroplasty US-guided, 2026).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도 차단을 적절히 사용하면 회복 경로가 짧아진다는 뜻이지요.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진료실에 부쩍 늘어나는 환자군이 있습니다. 7월부터 8월에 걸쳐 상세불명의 신경통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늘고, 요추 부위 염좌가 함께 급증합니다. 무더위에 자세가 무너지고, 에어컨 바람과 야외 활동의 온도차로 근막이 굳으며, 휴가철 장거리 이동이 척추에 누적 부하를 거는 패턴입니다. 이 시기에 시작된 통증을 가볍게 보고 두세 달 끌면 만성화로 굳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 사진4: 척추 신경근 분포도와 환자의 통증 분포가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진단 차트]


진단적 차단의 진짜 가치 — 불필요한 수술을 막는 것

이 부분은 좀 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채로 수술 결정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MRI에 보이는 디스크 탈출이 있다고 해서 그게 환자 증상의 진짜 원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무증상 디스크 탈출은 40대에서 30%, 60대에서 60% 이상 발견된다는 게 오래된 정설입니다.

수술의 결과를 망치는 가장 큰 변수는 수술 술기가 아니라, 잘못된 진단입니다. 통증 출처가 아닌 곳을 수술하면 아무리 잘 해도 통증은 그대로 남습니다. 무릎 치환술 후 지속되는 통증을 다룬 정형외과 보드 검토 자료에서도 "감별 진단의 폭이 매우 넓다 — 인공관절 해리, 마모, 부정 정렬, 불안정, 감염, 골소실, 관절 섬유화, 슬개 대퇴 기능부전, 충돌, 활액막염, 기타 염증 등"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한마디로 통증 원인을 정확히 짚는 것이 수술 결과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단적 차단은 "수술할까 말까"의 갈림길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검사 중 하나입니다. 신경근 차단으로 통증이 80% 이상 사라진다면 그 신경근이 진짜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 동일 부위에 치료적 차단을 반복하거나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 시술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단을 해도 통증이 그대로라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관련글: 통증 주사 치료의 종류 — 신경차단, 프롤로, PDRN 비교]]

본원에서는 초음파 또는 영상 유도하에 시술을 진행합니다. 1996년대 초기 척추 차단술에 비해 지금의 영상 유도 기술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정확합니다. 국내 신경외과학회지에 발표된 초기 척추 시술 보고들과 비교하면, 영상 유도가 도입된 이후 시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진5: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시술 부위를 정확히 표적하는 의료진의 시술 장면]


시술 당일과 회복 — 환자분이 알아야 할 실제

신경차단술은 외래 시술입니다. 입원도, 전신마취도 필요 없습니다. 시술 시간은 10분에서 30분 사이, 회복실에서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귀가합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시술 당일은 운전을 권하지 않습니다. 국소마취제 효과로 다리에 일시적인 감각 저하나 약한 근력 저하가 올 수 있어, 자가 운전은 위험합니다. 보호자가 동반하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거나 격렬한 운동도 24시간은 피합니다.

시술 후 통증 변화는 두 가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즉각적 통증 감소 — 국소마취제가 작용하는 동안의 효과입니다. 이 변화가 클수록 진단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며칠 뒤부터 천천히 나타나는 지속적 통증 감소 — 스테로이드 효과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시점이지요. 그래서 시술 직후에 약간 통증이 다시 올라온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닙니다. 1주일 뒤 평가가 진짜 평가입니다.

[[관련글: 신경차단술 후 일상 복귀 — 시술 당일과 회복 기간]]

회복 기간 중 가장 흔한 질문이 운동과 일상 복귀 시점입니다. 가벼운 걷기와 일상 활동은 시술 다음 날부터 가능합니다. 다만 골프, 등산, 헬스 같은 부하가 큰 운동은 통증이 충분히 가라앉은 뒤 — 보통 1주에서 2주 후 — 시작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신경 주변의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사진6: 시술 후 회복실에서 환자가 안정을 취하며 통증 변화를 기록하는 장면]


마무리

만성 통증 신경차단의 진짜 가치는 진통 그 자체가 아닙니다. 통증의 출처를 정확히 가려내고, 그 자리에 직접 작용해 통증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것 — 이것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해내는 양면 효과입니다. 약을 오래 먹어도, 영상 검사를 여러 번 받아도 안 풀리는 통증이 있다면, 한 번쯤 통증의 출처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만성 통증 신경차단은 그 답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주는 도구입니다.

수술이 답인지, 시술이 답인지, 보존 치료가 답인지 — 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정확한 통증 출처 확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영상에 보이는 병변보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분포가 더 정직한 정보이고, 그 통증의 출처를 신경차단술이 가려줍니다.

[[관련글: 신경차단술 종류와 선택 — 척추 사지 두경부 어디든]]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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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 문헌

  1. Guerra-Londono CE, Privorotskiy A, Cozowicz C (2021). . . DOI: 10.1001/jamanetworkopen.2021.33394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