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깊은 곳 통증, 이상근증후군은 결국 진단이 절반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엉덩이 깊숙한 곳이 쑤시고 다리까지 저린데 MRI에서 디스크가 깨끗하다면, 다음으로 의심해야 할 것은 이상근증후군입니다. 그리고 이 질환은 영상으로 찍히지 않기 때문에, 진단의 마지막 도장은 결국 신경차단술이 찍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허리는 멀쩡하다는데 왜 엉덩이 깊은 곳이 계속 쑤시고 앉으면 다리가 저릴까요?" 환자분은 이미 정형외과 두세 곳을 돌고 MRI도 찍어보고, 약도 한 달씩 드시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통증의 정체가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좌골신경통(sciatica)이라고 하면 대부분 허리 디스크부터 의심하지만, 그 좌골신경이 통과하는 길목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엉덩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상근(piriformis muscle)입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환자 둔부 압통점을 촉진하는 진료 장면]
이상근이 도대체 어디에 있길래
이상근은 천골(엉치뼈) 앞면에서 시작해 대전자(허벅지뼈 바깥쪽 돌출부)에 붙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굵기의 깊은 회전근입니다. 위치가 중요합니다. 이 근육 바로 아래(혹은 사람에 따라 근육 사이)로 인체에서 가장 굵은 신경인 좌골신경이 지나갑니다.
해부학적 변이가 핵심입니다. Beaton과 Anson의 고전적 해부학 분류에 따르면, 약 85%의 사람은 좌골신경이 이상근 아래로 통과하지만, 나머지 15%는 신경이 근육을 관통하거나 근육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변이형 해부 구조를 가진 분들은 평생 동안 이상근증후군 발생 위험이 더 높습니다. 이는 마치 좁은 골목길을 사람이 지나가야 하는데, 어떤 골목은 정문이 있고 어떤 골목은 벽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상근에 문제가 생기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장시간 좌식 생활로 인한 만성 단축. 둘째, 무거운 물건을 한쪽으로 들어 올리거나 골프 스윙처럼 반복적인 회전 동작에 의한 미세 손상. 셋째, 천장관절(SI joint) 기능 이상이 동반된 보상성 과긴장입니다.
근육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 그 아래를 지나는 좌골신경은 마치 출퇴근 만원 지하철 안에서 가방끈에 어깨가 눌리는 것처럼 압박을 받습니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신경 자극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사진2: 이상근과 좌골신경 해부 관계 일러스트 — 정상형 vs 변이형 비교]
디스크가 아니면 다 이상근증후군일까
아닙니다. 그래서 감별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양상의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적어도 네 가지가 있고, 이걸 구분하지 못한 채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 감별 질환 | 통증 위치 | 자세 영향 | 신경학적 소견 |
|---|---|---|---|
| 요추 디스크 탈출증 | 허리 → 둔부 → 다리 | 앉을 때 악화, 누우면 호전 | MRI에서 신경근 압박 확인 |
| 천장관절 증후군 | 천골 옆, 한쪽 둔부 상부 | 한쪽 다리에 체중 실을 때 악화 | FABER, Gaenslen 검사 양성 |
| 이상근증후군 | 둔부 깊은 곳, 좌골 결절 외측 | 장시간 앉기, 한쪽으로 다리 꼬기 시 악화 | FAIR 검사 양성, 직접 압통 |
| 고관절 관절순 파열 | 사타구니, 둔부 전방 | 회전 시 클릭음, 통증 | 고관절 MR 관절조영술 |
이상근증후군의 임상적 특징은 명확합니다. 환자분이 진료실 의자에 앉아 통증을 호소하는 자세가 핵심 단서입니다. 한쪽 엉덩이를 살짝 들거나, 통증 있는 쪽 다리를 뻗어 앉는 분들이 많습니다. 좌골 결절(앉을 때 닿는 뼈) 바로 위쪽, 그러니까 둔부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깊게 누르면 "거기예요!"라는 반응이 즉시 나옵니다.
FAIR 검사(Flexion, Adduction, Internal Rotation)도 유용합니다. 환자분을 옆으로 눕히고 통증 있는 쪽 다리를 고관절 굴곡 + 내전 + 내회전 자세로 만들면 이상근이 최대로 늘어나면서 그 아래 신경을 압박합니다. 이때 평소 증상이 재현되면 양성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신체검사가 100% 진단을 확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영상검사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MRI에서 이상근이 두꺼워져 있거나 비대칭이 보이면 도움이 되지만,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즉 영상 음성이 곧 질환 없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 사진3: FAIR 검사 시행 자세 —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고관절 굴곡·내전·내회전]
진단의 마지막 도장, 진단적 신경차단술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이상근증후군은 영상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상근을 정확히 마비시켰을 때 통증이 사라지는가"라는 약리학적 시험이 진단을 확정합니다. 이를 진단적 신경차단술이라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초음파 유도하에 이상근 내부 또는 그 직하방의 좌골신경 주위에 국소마취제(때로는 소량의 스테로이드 병용)를 정확히 주입합니다. 만약 통증이 30분 이내에 70% 이상 감소하면, 이상근 또는 그 주변 좌골신경이 통증의 원인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차단 후에도 통증이 그대로라면, 진단 가설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신경차단술의 진단적 정확도는 다른 신경병증 영역에서도 검증돼 있습니다. 흉곽출구증후군에 대한 신경차단의 진단 정확도를 분석한 American Surgeon(2026, Kim 등) 메타분석에서는 신경차단의 진단 민감도가 87%에 이른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부위지만 메커니즘은 동일합니다. 의심되는 신경 경로를 약리학적으로 차단했을 때 증상이 사라지면, 그것이 통증의 진원지라는 뜻입니다.
초음파 유도 시술의 정확도와 안전성도 충분히 입증돼 있습니다.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2026)에 실린 메타분석(n=1424)에서 초음파 유도 신경 시술이 무유도 시술 대비 VAS 통증 점수를 평균 2.5점 더 낮추었고, 합병증 발생률도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이상근 같은 깊은 회전근 시술에서는 초음파가 사실상 표준이 된 이유입니다. 손으로 만져서 찌르던 시절과는 정확도 자체가 다릅니다.
또한 견관절 영역의 신경차단을 분석한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2026, n=452, F/U 12개월) 메타분석에서도 표적 신경에 정확히 도달한 차단술은 통증 점수를 의미 있게 감소시켰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이 누적되면서, 신경차단은 단순한 일회성 통증 완화가 아니라 진단·치료 양면의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 사진4: 초음파 유도 이상근 신경차단술 시술 장면 — 초음파 프로브와 시술용 바늘]
한 번 차단했다고 끝나지 않는 이유
진단적 신경차단으로 "이상근이 범인"임이 확인되면, 다음 단계는 치료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입니다. 솔직히 한 번의 차단으로 모든 환자가 완전히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차단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면 그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통증을 일으키는 구조물은 확인됐다. 둘째, 그 구조물이 다시 자극받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손봐야 한다.
근본 원인은 대부분 만성적 단축과 과긴장입니다. 이상근이 굳어 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 근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과 천장관절, 요추가 만들어내는 역학적 부담의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차단 효과는 길어야 수 주에서 수 개월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치료 전략은 단계적으로 짭니다.
| 단계 | 내용 | 주요 적응증 |
|---|---|---|
| 1단계 | 도수치료 + 자가 스트레칭, NSAIDs | 발병 6주 이내, 신경 증상 경미 |
| 2단계 | 진단적·치료적 신경차단술 | 보존치료 6주 무반응, 진단 확정 필요 |
| 3단계 | 체외충격파(ESWT), 프롤로테라피 | 신경차단 일시적 호전 후 재발 |
| 4단계 | 풍선확장술·신경성형술 검토 | 척추 동반 병변 또는 만성 신경병증 |
각 단계는 환자의 임상 양상과 신경학적 소견에 따라 결정됩니다. 모든 환자가 4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대부분 1~2단계에서 충분히 호전됩니다. 다만 어떤 환자에게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진단적 신경차단으로 통증 발생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은 빠뜨릴 수 없습니다.
7월과 8월처럼 신경통·신경염 발병이 통계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름철 활동량 증가, 장시간 운전, 한쪽으로 짐을 옮기는 휴가철 짐 가방 등이 잠복해 있던 이상근의 과긴장을 깨우는 방아쇠가 됩니다. 본원 진료 데이터에서도 둔부 깊은 곳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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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술 이후의 진짜 싸움, 재활
신경차단으로 통증이 빠지고 나면 환자분들이 가장 흔히 묻는 질문이 이겁니다. "이제 다 나은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차단은 통증을 잠재웠을 뿐이며, 이상근이 다시 단축되지 않도록 길들이는 작업은 환자분 본인의 몫입니다.
핵심 재활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이상근 스트레칭. 등을 대고 누워 통증 있는 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4자 모양으로 올린 뒤, 반대쪽 허벅지 뒤를 양손으로 깍지 끼고 가슴 쪽으로 당깁니다. 둔부 깊은 곳이 시원하게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30초 유지, 3회 반복, 하루 2~3세트.
둘째, 둔근(엉덩이 큰 근육) 강화. 이상근이 과로하는 이유는 큰 둔근이 약해서 깊은 회전근에 일이 몰리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브릿지 운동, 한 발 데드리프트, 클램쉘이 표준입니다.
셋째, 좌식 자세 교정. 한쪽으로 다리 꼬기,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앉기, 한쪽으로 비스듬히 앉기를 끊어야 합니다. 30분에 한 번은 일어나서 걸어주십시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재발이 절반은 줄어듭니다.
[📷 사진5: 4자 자세 이상근 스트레칭 시범 — 바닥에 누워 다리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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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정리하며
이상근증후군은 영상이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진단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분의 자세, 통증의 양상, 신체검사, 그리고 마지막 도장으로서의 진단적 신경차단술. 이 네 가지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킬 때 비로소 치료 전략이 정확해집니다.
엉덩이 깊은 곳이 두 달 넘게 쑤시고, MRI는 깨끗한데 앉기조차 힘드시다면, 더 미루지 마시고 정확한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진단이 절반입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 문헌
- Guerra-Londono CE, Privorotskiy A, Cozowicz C (2021). . . DOI: 10.1001/jamanetworkopen.2021.33394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