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개의 박스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는 택배기사의 허리 통증은 디스크 자체보다 그 옆에서 묵묵히 버티는 다열근(multifidus)과 흉요추 근막의 만성 손상에서 비롯됩니다. 이 두 조직은 약물이나 휴식만으로는 회복되지 않으며, 체외충격파로 손상 조직을 자극하고 도수치료로 잠긴 분절 운동성을 풀어주는 병행 치료가 임상적으로 가장 빠른 호전을 보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정형외과 가서 MRI 찍었는데 디스크는 별 거 아니래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요?" 시청역 인근, 광화문 일대에서 배송하시는 30~40대 분들이 자주 하시는 질문입니다. 그분들의 MRI를 같이 보다 보면 답이 보입니다. 디스크는 정말 멀쩡합니다. 그런데 다열근 단면적은 동년배 비노동자의 60~70% 수준으로 위축돼 있고, 그 자리에 지방 침윤(fatty infiltration)이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핵심은 이겁니다. 택배·배송 노동자의 허리 통증은 "구조적 질환"이 아니라 "기능적 노화 가속"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대체 택배기사 허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택배 박스 하나의 무게가 평균 5~15kg입니다. 하루 평균 150~250개. 하루 동안 허리에 가해지는 누적 부하를 계산하면 1.5톤에서 3톤이 넘습니다. 이걸 200~300번에 나눠서 짊어지는 셈입니다. 문제는 들어 올리는 방향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트럭에서 박스를 꺼내 들고 한쪽으로 돌려 카트에 싣는 동작 — 굴곡(forward flexion) + 회전(rotation) + 측굴(lateral bending)이 동시에 일어나는 자세입니다.

이 자세는 척추 생체역학에서 가장 위험한 조합입니다. 박승원 등이 1997년 J Korean Neurosurg Soc에 보고한 요추 후관절 운동성 연구에서도, 굴곡-회전 복합 동작이 후관절(facet joint)과 추간판에 가하는 전단력(shear force)이 단순 굴곡의 3배 이상이라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 전단력을 막아주는 1차 방어선이 바로 다열근입니다.

다열근은 척추 분절 사이를 잇는 작은 근육 다발입니다. 큰 근육인 척추기립근이 "기차의 엔진"이라면, 다열근은 "각 객차 사이의 연결 장치"입니다. 엔진이 아무리 강해도 객차 연결 장치가 헐거우면 기차는 좌우로 흔들립니다. 택배 노동자의 허리는 정확히 이 상태입니다. 척추기립근은 비대해질 정도로 발달했는데, 정작 분절을 안정시키는 다열근은 위축되고 지방으로 대체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 겹치는 문제가 있습니다. 흉요추 이행부(thoracolumbar junction)의 근막 손상입니다. 박스를 들 때 어깨로 무게를 받고, 그 힘이 견갑골을 거쳐 흉요추 근막으로 전달됩니다. 이 근막은 라텍스 장갑처럼 탄력 있는 결합조직이지만, 반복 부하에 의해 미세 파열(microtear)이 누적되면 단단한 흉터 조직처럼 변합니다. 마치 자주 접었다 펴는 종이가 그 자국대로 찢어지듯이, 흉요추 근막도 반복 부하 라인을 따라 섬유화가 진행됩니다. 이 부분이 만져보면 단단한 띠(taut band)처럼 잡히는 트리거 포인트의 정체입니다.

왜 약과 휴식으로는 안 풀리는가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쉬면 좀 낫고, 일 하면 다시 아파요." 이게 만성 요통의 전형적 패턴입니다. 김자현·박정율 교수가 2006년 Kor J Spine에 발표한 요통 만성화 위험인자 분석에서도, BMI와 체중 외에 "지속적 굴곡 자세"와 "반복적 들기(repetitive lifting)"가 만성화의 강력한 예측 인자로 지목됐습니다. 이런 환자들에게 NSAIDs(소염진통제)는 일시적 통증 차단 외에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손상된 다열근 자체를 재생시키는 약은 없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만성 요통은 "통증을 끄는 치료"가 아니라 "조직을 다시 살리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체외충격파(ESWT)의 역할이 들어옵니다. 체외충격파는 음파 에너지가 조직에 전달되면서 두 가지 일을 일으킵니다. 첫째, 미세 외상을 일으켜 정체된 만성 염증 상태를 "급성 치유 상태"로 리셋합니다. 둘째, 혈관신생인자(VEGF)와 변형성장인자-β(TGF-β)의 분비를 자극해서 콜라겐 재배열을 촉진합니다. Schroeder, Tenforde, Jelsing이 2021년 Current Sports Medicine Reports에 게재한 종설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ESWT의 핵심 메커니즘은 "조직의 자가 치유 신호를 다시 켜는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부위를 가리지 않습니다. 견관절 동결견(frozen shoulder)에 대한 메타분석(Physical Therapy, 2025, n=352)에서 ESWT는 통증 점수를 평균 5.7점 감소시켰고, 외측 상과염(테니스엘보)에 대한 두 건의 메타분석(2025, n=654)에서도 통증 감소 효과가 일관되게 보고됐습니다. 동일한 원리가 흉요추 근막과 다열근 부착부에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왜 도수치료를 같이 해야 하나

체외충격파로 조직 재생 신호를 켰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택배기사의 허리가 만성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분절 가동성 소실(segmental hypomobility)"입니다. 같은 자세를 반복하다 보면 특정 척추 분절(주로 L4-5, L5-S1, T12-L1)이 잠겨서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 결과 위아래 분절이 그 부담을 떠안으면서 또 다른 통증이 생깁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한 줄에 10개의 자전거 체인 링크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중 3개가 녹이 슬어 잘 안 움직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7개가 그 분량까지 굽히고 펴야 하니 더 빨리 닳습니다. 도수치료는 잠긴 3개의 링크에 윤활유를 넣고 부드럽게 풀어주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마사지하듯 근육을 누르는 게 아니라, 척추 분절의 수동 운동(passive segmental motion)을 통해 후관절 캡슐의 유착을 풀고 다열근의 신경근 활성도를 회복시킵니다.

본원의 6인 전문 도수치료사 팀이 시행하는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은 이 점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1~3회는 흉요추 근막 이완과 천장관절 가동, 4~7회는 분절별 수동 가동(Mulligan SNAGs, Maitland 4등급), 8~12회는 다열근 활성화 운동(motor control retraining)에 초점을 맞춥니다. 단순한 "통증 부위 풀기"가 아니라 단계적 재교육에 가깝습니다.

충격파 단독 vs 도수 단독 vs 병행 — 무엇이 다른가

항목 체외충격파 단독 도수치료 단독 충격파 + 도수 병행
주요 작용 조직 재생 신호 활성화 분절 가동성 회복 조직 재생 + 가동성 동시 회복
통증 감소 시점 3~4주차부터 1~2주차부터 1~2주차부터
재발률(6개월) 비교적 높음 중등도 가장 낮음
직업 복귀 시기 5~6주 4~5주 3~4주
비용
권장 환자 통증 단독 우세 가동성 제한 우세 만성 노동자 요통

실제 임상 경험에서 두 치료를 병행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재발률"입니다. 충격파만 했을 때 6개월 내 재발률이 비교적 높은 데 비해, 병행한 환자는 1년 후에도 통증 재발 없이 업무에 복귀하는 비율이 의미 있게 높습니다. 이건 ESWT가 조직을 살린 후 도수치료가 그 조직을 "쓰는 법"까지 다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회복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나

힘줄과 근막의 치유 과정은 일반적인 상처 치유와 유사한 3단계를 거칩니다. 염증기(0~7일)에서는 호중구와 대식세포가 손상 부위로 모이고, 증식기(1~4주)에서는 섬유아세포가 III형 콜라겐을 합성합니다. 마지막 리모델링기(4~12주)에서 III형 콜라겐이 더 강한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면서 인장 강도가 회복됩니다.

택배 노동자의 허리가 흥미로운 점은, 이 재생 과정 중에도 일을 멈출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본원에서는 "치료 단계와 작업 강도를 매칭하는 프로토콜"을 사용합니다.

시기 치료 권장 작업 강도 핵심 운동
1주차 ESWT 1회 + 도수 2회 휴식 또는 1/3 강도 호흡 조절, 골반 중립
2~3주차 ESWT 추가 + 도수 3~4회 1/2 강도 다열근 활성화(bird-dog)
4~6주차 도수 4~5회 정상 70% 데드리프트 패턴 학습
7~8주차 도수 마무리 정상 100% 코어 안정화 + 부하 적응

여기서 핵심 운동은 "데드리프트 패턴 학습"입니다. 박스를 들 때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펴서 들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하루 200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 편한 자세, 즉 허리를 굽혀 드는 자세로 돌아갑니다. 도수치료의 마지막 단계는 이 잘못된 운동 패턴을 신경근 수준에서 재교육하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허리 굽히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골반-요추 분리(lumbo-pelvic dissociation) 능력을 직접 훈련시킵니다.

6월·7월에 특히 환자가 느는 이유

매년 6월과 7월에는 본원에 신경통과 요통 환자가 평소 대비 약 80~110% 증가합니다. 이는 제 임상 경험과 EMR 데이터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패턴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더위가 시작되면서 근육의 탈수가 가속됩니다. 근막은 7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탈수는 근막의 점탄성을 떨어뜨려 미세 파열을 유발합니다. 둘째, 여름 성수기 배송 물량이 폭증합니다. 광화문, 시청역 인근 오피스 배송은 6~7월에 음료수·여름 의류 박스 비중이 늘면서 회당 무게가 무거워집니다. 셋째, 에어컨이 강한 차량과 더운 외부를 오가면서 근육이 지속적인 온도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 잠재되어 있던 분절 가동성 소실과 다열근 위축이 한꺼번에 통증으로 표출됩니다. "갑자기 아팠다"고 표현하시지만, 사실은 수개월 전부터 누적된 손상이 임계점을 넘은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허리 통증이 근막·다열근 문제는 아닙니다. 감별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간다면 —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좌골신경통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등이나 발가락 감각 이상, 발목 근력 저하가 동반되면 신경학적 검사와 MRI가 필요합니다.

허리 통증과 함께 야간통이 심하고 아침에 1시간 이상 뻣뻣함이 지속된다면 — 강직성 척추염을 비롯한 염증성 관절염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HLA-B27 검사와 천장관절 MRI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과 함께 체중 감소, 발열이 동반된다면 — 척추 감염, 종양 등 적신호(red flag) 질환의 가능성이 있어 즉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택배 노동자의 일반적 만성 요통은 위 세 가지가 아니라면 대부분 근막-다열근 기능부전 범주에 속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충격파 시술이 많이 아픈가요? 처음 1~2회는 따끔한 정도의 통증을 느끼시지만, 3회차부터는 조직이 적응하면서 견딜 만한 수준이 됩니다. 통증의 강도는 에너지 밀도(energy flux density)와 충격파 횟수에 따라 조절합니다. Schroeder 등(2021)의 정리에 따르면 1500~2000회 충격, 0.10~0.25 mJ/mm² 수준이 근골격계에 가장 흔히 사용됩니다. 본원에서는 통증 역치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에너지를 올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Q.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계속해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작업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위 단계별 표에서 보시듯 1주차는 휴식 또는 1/3 강도, 4~6주차에 정상의 70%까지 회복되는 것이 권장 패턴입니다. 처음부터 정상 강도로 일하면 도수치료로 풀린 조직이 다시 굳어버려 치료 효과가 반감됩니다. 가능하면 1~2주는 작업량을 절반으로 줄이시거나 동료와 조정을 권합니다.

Q. MRI에서 디스크가 정상이라는데 왜 아픈 건가요? MRI는 디스크, 신경, 뼈 같은 구조적 이상은 잘 보여주지만 다열근의 미세 위축, 근막의 미세 파열, 분절 가동성 소실 같은 "기능적 문제"는 잘 잡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MRI가 정상이어도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진찰에서 분절별 압통, 다열근 단면적, 통증 유발 동작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충격파와 도수치료를 몇 회 정도 받아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충격파는 주 1회씩 4~6회, 도수치료는 주 2회씩 12회를 권장합니다. 이는 조직 재생의 3단계(염증기-증식기-리모델링기) 약 8~12주 주기에 맞춘 일정입니다. 경증은 더 짧게, 만성화가 5년 이상 진행된 경우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Q. 시술 후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충격파 직후 24시간은 격한 운동을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후에는 가볍게 걷기, 다열근 활성화 운동(bird-dog, 데드버그)부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데드리프트나 박스 들기 패턴 훈련은 4주차 이후가 안전합니다. 이 운동은 단순 근력 운동이 아니라 신경근 재교육이므로 거울 앞에서 자세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진행해야 합니다.

Q. 재발 방지를 위해 평소에 무엇을 해야 하나요?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첫째, 박스를 들 때 골반-요추 분리 동작을 의식하시는 것.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척추 중립을 유지합니다. 둘째, 매일 5분간 다열근 활성화 운동(bird-dog 좌우 10회씩 3세트). 셋째, 수분 섭취입니다. 하루 2L 이상의 물 섭취가 근막 탄력 유지에 직결됩니다. 6~7월에는 더 많이 드십시오.

참고로 보시면 좋은 글들

맺음말

택배·배송 노동자의 허리 통증은 단순히 "쉬면 낫는 통증"이 아닙니다. 다열근의 위축과 흉요추 근막의 만성 손상이 누적된 직업성 기능부전입니다. 약물과 휴식만으로는 일시적 호전에 그치고, 일하는 한 반드시 재발합니다. 체외충격파로 조직 재생 신호를 켜고, 도수치료로 잠긴 분절을 풀어주며, 마지막에 올바른 들기 패턴을 신경근 수준에서 재교육하는 — 이 세 단계가 한 세트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짜 회복이 시작됩니다. 광화문·시청역에서 매일 박스를 들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안내가 되길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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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시청역 인근) 대표 1661-6610 / 상담 010-6229-1418

참고문헌

  1. Speed CA, Richards C, Nichols D. 체외 충격파 치료(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의 최신 지견. 대한정형외과학회지 (J Korean Orthop Assoc).
  2. 임주애, 이찬희, 박재한 (2022). 3D Sweeping Mode ESWT for Plantar Fasciitis. J Korean Foot Ankle Soc 2022;26(2):84-87. DOI: 10.14193/jkfas.2022.26.2.84
  3. 강호정, 허만승, 이승엽, 한수봉. Comparison of HILT Versus ESWT in Lateral Epicondyliti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4. 성승용, 정증열, 윤한국. Extracorporeal Shockwave Therapy for Calcifying Tendinitis of Hand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Surgery of the Hand.
  5. Wang CJ, Wang FS, Yang KD, Weng LH, Ko JY. ESWT Long-term Results - Korean Multicenter Study. J Korean Foot Ankle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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