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신경외과 전문의

의학적 검토 · 작성: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신경외과 전문의 · 정형외과 전임의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신경외과 전문의 취득 (2000, 연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 정형외과 전임의 수료 (2003–2005, 대전선병원 정형외과)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시청역 인근)

학회·자격: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종신회원 · 대한신경손상학회 정회원 · AMISS 정회원

최종 검토·업데이트: 2026-06-09

본 글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허리디스크, 수술 없이 나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허리디스크의 80~85%는 수술 없이 호전됩니다. 단, "기다리기만 하면 낫는다"가 아니라 "병태생리에 맞는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낫는다"는 뜻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겁니다. "원장님, MRI에 디스크 튀어나왔다고 나왔는데 수술해야 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또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1년 뒤에도 통증이 남는 분이 30%나 됩니다. 오늘은 이 두 문장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경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대체 허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척추 디스크를 흔히 "쿠션"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디스크의 구조는 그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가운데 젤리 같은 수핵(nucleus pulposus)이 있고, 그 주변을 양파 껍질처럼 여러 겹의 섬유륜(annulus fibrosus)이 감싸고 있습니다. 수핵은 80%가 물이고, 섬유륜은 II형 콜라겐과 I형 콜라겐이 동심원으로 배열되어 안쪽 압력을 가둬두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수핵은 사방으로 동일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유체이고, 섬유륜은 그 압력을 가둬두는 압력 용기입니다. 비유하자면 치약 튜브와 같습니다. 한쪽을 강하게 누르면 반대쪽에서 내용물이 터져 나오죠.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면, 디스크 앞쪽이 눌리면서 뒤쪽 섬유륜에 가장 큰 인장력이 걸립니다. 이 인장력이 반복되거나 한 번에 과도하게 가해지면 섬유륜이 찢어지고, 그 틈으로 수핵이 밀려 나옵니다. 이게 우리가 "디스크 탈출"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수핵이 빠져나온 것 자체가 통증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져나온 수핵 조직은 원래 면역세포가 닿지 않는 격리된 부위에 있던 물질입니다. 이게 신경근(nerve root) 근처로 노출되는 순간, 우리 몸은 이걸 "이물질"로 인식해서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TNF-α, IL-6,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면서 신경근을 화학적으로 자극합니다. 그래서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다리가 저리고 아픈 겁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수핵의 80% 이상은 물입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이물질을 흡수하거나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빠져나온 수핵 조직은 대식세포(macrophage)에 의해 점차 흡수됩니다. 이게 바로 "자연 흡수(spontaneous regression)"의 분자생물학적 근거입니다. 위장 점막이 위산 자극을 견디기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면서 적응하듯, 척추도 손상에 대한 적응과 회복 기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수술해야 한다"와 "수술하면 안 된다" 사이

수술 여부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 있습니다. 환자분이 어떤 증상으로 오시든,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이겁니다.

첫째, 발목이나 발가락에 마비가 진행되고 있는가. 둘째, 대소변 조절이 안 되는가. 셋째, 안장 부위(회음부)에 감각이 없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그 자리에서 응급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이건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의 신호이고, 48시간 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영구적 신경 손상이 남습니다. 다행히 이 경우는 전체 허리디스크 환자의 1% 미만입니다.

나머지 99%의 환자분께는 진단을 위해 다음을 확인합니다. 통증의 위치와 양상(허리만 아픈지, 다리까지 내려가는지), SLR 검사(Straight Leg Raising —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30~70도에서 다리 저림이 재현되는가), 근력 검사(엄지발가락 들기, 발끝으로 서기, 발뒤꿈치로 걷기), 감각 검사, 그리고 MRI입니다.

여기서 환자분들이 가장 오해하시는 게 MRI입니다. MRI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왔다고 모두가 수술 대상이 아닙니다. 무증상 성인의 30%에서도 MRI상 디스크 탈출이 보입니다. 즉, MRI 사진보다 환자분의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이 더 중요합니다. 사진이 환자를 진단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사진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적극적 비수술 치료가 필요한 이유

"수술 안 해도 된다"는 말을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로 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건 위험한 오해입니다. Gugliotta 등이 BMJ Open(2016)에 발표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보존적 치료군과 수술군을 비교한 결과 1년 시점에 두 군의 통증 점수는 비슷해졌지만, 보존적 치료군은 첫 6개월간 통증과 기능 장애가 훨씬 심했습니다. 즉, 시간은 회복을 가져오지만 그 시간 동안 환자분은 일도 못 하고 삶의 질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적극적 비수술 치료가 필요한 겁니다.

비수술 치료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염증을 빠르게 줄여 신경근을 자극에서 벗어나게 한다. 둘째, 디스크 주변 근육과 인대의 안정성을 회복시켜 재발을 막는다. 이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료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치료법 작용 기전 적응증 효과 발현 시기
약물치료 (NSAIDs, 신경병증성 약제)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 신경 흥분 조절 경증~중등도 모든 환자 1~2주
신경차단술 (선택적 신경근 차단) 염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직접 주입 → 국소 항염 다리 저림이 뚜렷한 환자 즉시~3일
풍선확장술 (경막외 신경성형술) 카테터로 유착 박리 + 약물 주입 보존 치료 4주 이상 반응 없는 경우 1~2주
신경성형술 유착된 신경근 주변 박리, 약물 전달 효율 ↑ 만성화 또는 재발성 1~4주
도수치료 관절 가동성 회복, 근막 이완, 자세 교정 만성기 또는 회복기 4~12주 누적
체외충격파 (ESWT) 신생혈관 유도, 통증 매개물질 감소 주변 근막통, 만성 통증 3~6주

치료 선택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급성기에는 염증을 누르는 치료(약물, 신경차단)를, 아급성기에는 신경 주변 유착을 푸는 치료(풍선확장술, 신경성형술)를, 회복기에는 구조적 안정성을 회복시키는 치료(도수치료, 운동)를 적용합니다.

특히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은 어떤 환자에게 고려되는가가 중요합니다.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을 4주 이상 시행했음에도 다리 저림이 지속되거나, MRI에서 신경근 주변에 유착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는 경우 적응증이 됩니다. 가는 카테터를 꼬리뼈를 통해 진입시켜 염증 부위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고, 풍선을 이용해 좁아진 공간을 부드럽게 넓혀주는 시술입니다.

전기자극 치료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근거가 있습니다. 최근 Journal of Clinical Neuroscience(2026, PMID 41418517)에 발표된 메타분석(413명 대상)에서 요추 디스크 수술 후 통증에 대한 전기자극의 VAS 통증 감소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보조적 치료법이지만, 신경 회복 단계에서 의미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도수치료, 정말 효과가 있나

도수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마사지받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다릅니다. 도수치료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척추 주변의 짧아지고 굳은 근막을 이완시켜 가동성을 회복시킨다. 둘째, 약해진 심부 근육(다열근, 복횡근)을 재활성화시킨다. 이건 안마와는 차원이 다른, 해부학적 표적이 분명한 치료입니다.

본원은 6인 전문 도수치료사 팀이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1~4회차는 통증 완화와 근막 이완 중심, 5~8회차는 척추 안정화 운동 학습, 9~12회차는 일상 동작 재훈련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둡니다.

근거도 명확합니다. Spine Journal에 발표된 메타분석(PMID 36805624, 1,661명 대상)에서, 저항운동(resistance training)이 만성 요통 환자의 기능 개선(ODI 0.32)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즉, "쉬는 것"보다 "올바른 방법으로 움직이는 것"이 회복을 앞당깁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습니다. 급성기에는 도수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염증이 끓고 있는 신경근을 자극하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으로 다리 저림이 50% 이상 감소한 이후에 도수치료를 시작합니다.


치료 후에 이것만은 꼭 하세요

치료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디스크는 본질적으로 재발하기 쉬운 질환입니다. Journal of Clinical Neuroscience(2026, PMID 41370992)의 메타분석에서, 콜라겐 이상과 인대 이완성이 디스크 탈출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즉, 디스크 자체의 구조적 취약성은 한 번 약해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생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핵심 관리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코어 근육을 살려두십시오. 다열근(multifidus)과 복횡근(transverse abdominis)은 척추를 안쪽에서 받쳐주는 코르셋입니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디스크에 가는 부담이 그대로 늘어납니다. 추천 운동은 "데드 버그(dead bug)", "버드독(bird dog)", "플랭크"입니다. 처음에는 30초씩, 하루 3세트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립니다.

둘째, 굽히지 마십시오. 정확히는, "허리를 굽히지 마십시오." 허리를 굽혀 물건을 들면 디스크 내압이 정상의 3~4배까지 올라갑니다. 반드시 무릎을 굽혀 다리 힘으로 들어 올리는 자세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셋째, 오래 앉지 마십시오. 앉은 자세에서 디스크 내압은 서 있을 때의 1.4배입니다.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2~3분 걷는 게 의자를 바꾸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여름철에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7~8월은 요천추 염좌와 신경통이 폭증하는 시기입니다. 휴가지에서의 무리한 활동, 수영장이나 계곡에서의 미끄러짐, 차가운 에어컨에 노출된 후의 근육 경직이 흔한 원인입니다. 디스크 병력이 있는 분이라면 이 시기에는 특히 갑작스러운 동작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다리가 저린 증상, 허리 문제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짚어봅니다

다리 저림이 모두 허리디스크인 건 아닙니다. 척추관협착증은 50대 이후에 흔하고, 걸으면 다리가 아파 쪼그려 앉아 쉬어야 하는 "신경성 파행"이 특징입니다. 이상근증후군은 엉덩이 깊은 곳의 근육이 좌골신경을 누르는 질환으로, MRI는 정상인데 통증은 디스크와 비슷합니다. 천장관절 통증은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국한된 통증이 특징이고, 말초신경병증(특히 당뇨병성)은 양쪽 발끝의 저림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진단 단계에서 이런 질환들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글: 목디스크 증상과 자가 진단법]]


결론

허리디스크는 시간이 약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6개월간 일도 못 하고 통증과 싸우다 결국 흔적이 남는 회복을 할 것인가, 적극적 비수술 치료로 한두 달 안에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수술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되, 그 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치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권하는 원칙입니다.

MRI 사진에 디스크가 튀어나왔다고 너무 겁먹지 마시고, 그렇다고 통증을 참기만 하지도 마십시오. 그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자주 묻는 질문

Q: MRI에서 디스크 탈출이 보이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MRI 영상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영상 소견과 실제 증상, 신경학적 검사 결과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무증상자에서도 디스크 탈출이 흔히 관찰되며, 영상 변화보다 다리 저림·근력 저하·배뇨장애 같은 임상 증상이 수술 판단의 핵심 기준입니다. 전문의 진료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받으시기 바랍니다.

Q: 수술 없이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병태생리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와 안정이 필요하고, 통증이 줄면 코어 근육 강화와 자세 교정으로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단순히 누워서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습니다. 환자분 상태에 따라 신경차단술 같은 중재 시술이 함께 고려되기도 합니다.

Q: 수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마미증후군(대소변 장애·회음부 감각 저하), 진행성 근력 약화, 6~12주 이상 적극적 보존치료에도 호전 없는 심한 방사통이 있을 때는 수술적 치료가 권고됩니다. 특히 발목이 떨어지거나 배뇨가 안 되는 응급 상황은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적색 신호 없이는 보존치료를 먼저 충분히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탈출된 디스크가 정말 자연 흡수되나요?

A: 그렇습니다. 빠져나온 수핵 조직은 대식세포에 의한 면역반응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크고 탈출 정도가 심한 디스크일수록 흡수가 잘 일어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다만 흡수에는 수개월이 걸리고 모든 환자에서 동일하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흡수 과정 동안의 통증 관리와 신경 보호가 치료의 핵심이며, 개인 차이가 크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참고 문헌

  1. Gugliotta M, da Costa BR, Dabis E (2016). . . DOI: 10.1136/bmjopen-2016-012938
  2. 저자명 (2025). . . DOI: 10.1186/s12893-025-40611244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