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안 낫는 만성 건염 — 충격파를 고려할 시점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염제와 물리치료를 6주 이상 지속했는데도 통증이 그대로라면, 그건 약이 부족한 게 아니라 병의 단계가 바뀐 겁니다. 이때부터는 체외충격파(ESWT)가 주된 선택지가 됩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약을 두 달 넘게 먹었는데 왜 안 낫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약이 안 듣는 게 아니라, 지금 환자분 힘줄은 약이 닿을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습니다."
이 글은 그 "단계가 바뀌었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리고 왜 그 시점에서 충격파가 필요한지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어깨 근막통과 신경통이 한 해 중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간입니다. 가벼운 봄나들이 후에 어깨가 안 올라가서, 정원 일을 하다가 팔꿈치가 굳어서, 골프 시즌 시작과 함께 발뒤꿈치가 아파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이 이야기를 해야 할 때입니다.
만성 건염은 염증이 아닙니다 — 이름부터 잘못된 병
먼저 가장 큰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건염(tendinitis)"이라는 이름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로, 힘줄에 염증이 생긴 병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조직병리 연구가 쌓이면서, 만성으로 진행된 힘줄병에서는 염증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신 무엇이 보이느냐. 콜라겐 섬유의 무질서한 배열, 점액양 변성(mucoid degeneration), 미세 신경혈관의 비정상적 증식, 그리고 정상 힘줄 조직의 빈자리가 채워진 섬유아세포 덩어리입니다. 이런 병리 소견을 통틀어 요즘은 "건증(tendinopathy)" 또는 "건병증"이라고 부릅니다. 염증이 아니라 퇴행과 재생 실패의 흔적인 것이죠.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위장 점막이 위산에 오래 노출되면 보호 차원에서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으로 변합니다.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거예요. 적응이긴 한데, 이 변화 자체가 다시 위암의 전 단계가 되어버립니다. 힘줄도 똑같습니다. 반복적인 미세 손상에 적응하느라 콜라겐이 III형으로 바뀌고, 신경섬유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들어가고, 조직이 두꺼워집니다. 적응의 결과물인데, 그게 바로 통증의 원인입니다.
이 점이 왜 중요하냐면, 염증이 아닌 병에 항염증제(NSAIDs)를 아무리 써도 통증의 뿌리는 손대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약이 듣지 않는 게 아닙니다. 약이 손댈 수 없는 단계로 병이 넘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적정선인가
이게 가장 실용적인 질문입니다. 환자분들이 진짜 알고 싶어 하시는 건 "내 병이 무슨 메커니즘이냐"가 아니라 "지금이 충격파 받을 시점이냐 아니냐"이니까요.
제가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드리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발병 후 0~2주: 휴식 + 소염제(NSAIDs) + 냉찜질
이때는 진짜 급성 염증반응(혈관 확장, 부종, 호중구 침윤)이 진행 중이라 약물이 가장 잘 듣습니다. 대부분의 가벼운 건염은 여기서 끝납니다.
2단계 — 2~6주: 소염제 + 물리치료 + 활동 수정
6주가 어디서 나온 숫자냐면, 힘줄의 1차 치유 단계인 염증기-증식기가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회복이 일어났다면 이 시기쯤이면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줄어 있어야 합니다.
3단계 — 6주~3개월: 약이 안 들으면 멈출 시점
이 시점에 통증 강도가 처음과 비슷하거나, 사라졌다 재발했다를 반복한다면 병의 성격이 이미 바뀐 것입니다. 더 강한 약, 더 자주 먹는 약으로 대응할 단계가 아닙니다. 이때부터 충격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4단계 — 3개월 이상: 만성 건증 단계
이 단계에서는 약물이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순 있어도 조직 재생을 일으키지는 못합니다. 충격파, 프롤로테라피, 초음파 유도 시술 같은 재생 자극 치료가 주된 무기가 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6주는 약을 더 늘릴지 결정하는 시점이 아니라, 약을 멈추고 다른 길로 갈지 결정하는 시점입니다. 한국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이 시점을 놓치고 6개월, 1년씩 약만 드시다가 옵니다. 그러는 사이 힘줄 안의 변성은 더 깊어지고, 회복 시간은 더 길어집니다.
충격파가 만성 건증에 효과를 내는 메커니즘
체외충격파(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 ESWT)는 1980년대에 신장결석 분쇄용으로 도입됐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근골격계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충격파가 뭘 부수는 거냐"는 오해가 많았는데, 사실은 부수는 게 아니라 깨우는 것입니다.
충격파가 조직에 가해지면 일어나는 일을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계적 자극에 의한 세포 활성화(mechanotransduction). 음향 에너지가 세포막을 변형시키고, 이 신호가 핵 안의 유전자 발현을 바꿉니다.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변형성장인자-β(TGF-β),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의 발현이 늘어납니다. 이 인자들은 모두 힘줄 치유의 증식기에 핵심 역할을 하는 신호분자들입니다.
둘째, 신생혈관 형성(angiogenesis). 만성 건증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정상 혈관은 부족한데 신경섬유와 동반된 비정상 혈관이 늘어 있다는 점입니다. 충격파는 정상 혈관을 새로 만들어 영양 공급을 회복시키고, 동시에 비정상 신경혈관 다발을 정리합니다.
셋째, substance P를 비롯한 통증 전달 신경펩티드의 감소. 충격파는 통각수용체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만성 통증 회로에서 만들어지는 P 물질과 CGRP의 농도를 줄입니다. 이게 시술 직후부터 통증이 빠지는 메커니즘입니다.
넷째, 콜라겐 재배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III형 콜라겐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한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되며 평행 배열로 정렬됩니다. 이 과정은 8~12주에 걸쳐 천천히 진행됩니다.
쉽게 말하면, 충격파는 만성기에 멈춰버린 힘줄의 치유 시계를 다시 증식기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약물은 통증의 입을 막는 거라면, 충격파는 조직에게 "다시 일하라"고 지시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6~12주에 걸쳐 누적되는 것입니다.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가 — 기대치를 솔직하게
충격파가 만능은 아닙니다. 어떤 부위, 어떤 상태에서 효과가 좋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적응 부위 | 6개월 후 호전율(추정) | 권장 강도 | 권장 횟수 |
|---|---|---|---|
| 족저근막염(만성) | 60~80% | 중~고강도 | 3~5회 |
| 석회화건염(어깨) | 70~85% | 고강도(focused) | 3~6회 |
|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 | 65~75% | 중강도 | 3~5회 |
| 회전근개 건증(비파열) | 55~70% | 중강도 | 4~6회 |
| 아킬레스건증(비파열) | 60~75% | 중강도 | 4~6회 |
| 슬개건증(점퍼스니) | 60~70% | 중강도 | 4~5회 |
| 대전자 동통증후군 | 55~65% | 중강도 | 4~5회 |
이 수치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한 일반적 기대치이며, 개인 편차가 있습니다.
효과가 좋은 환자의 공통점:
- 통증 지속 기간이 3개월~2년 사이
- 영상 검사상 부분 변성은 있으나 완전 파열은 없음
- 당뇨, 류마티스 등 전신질환 조절이 양호
- 시술 후 활동 수정과 재활 운동을 잘 따라옴
- 비흡연자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
- 통증 지속 5년 이상의 만성 고착화
- 완전 파열을 동반한 경우 (수술 적응증)
- 조절되지 않는 당뇨(HbA1c >9.0%)
- 시술 직후부터 다시 부하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 흡연자(콜라겐 합성 자체가 떨어집니다)
이 표를 환자분들과 같이 보면서 결정합니다. "70%는 좋아진다"는 말과 "30%는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는 말을 같이 드립니다. 이게 솔직한 의료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감별 포인트: 회전근개에서 통증이 안 잡히는 환자분 중 일부는 사실 경추 신경근병증입니다. 어깨가 아닌데 어깨에 충격파를 백날 쳐도 좋아지지 않습니다. 시술 전 경추 검사가 빠졌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시점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 5월~6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
EMR 데이터를 보면 5월과 6월에 어깨 근막통, 신경통, 그리고 요추 염좌가 한꺼번에 피크를 칩니다.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겨울 동안 활동량이 줄어 있던 근육과 힘줄이, 봄에 갑자기 등산, 골프, 정원 일, 자전거 같은 활동에 노출됩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은 처음 며칠은 "근육통이려니" 하고 지나가십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안 빠지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드시고, 한 달이 지나면 "참다 보면 낫겠지" 하시고, 두 달이 지나서야 병원에 오십니다.
그 두 달이 결정적입니다. 그 사이에 급성 염증성 손상이 만성 건증으로 넘어갑니다. 똑같은 회전근개 통증이라도 발병 6주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은 환자와 6개월 끌고 온 환자는 회복 속도가 두세 배 차이가 납니다.
5월에 어깨가 시작되면 6월 중순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여름엔 바빠서 가을에 받겠다"고 미루시면, 가을에는 이미 만성 단계입니다. 도수치료실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후회하시는 말이 "그때 좀 더 일찍 올 걸"입니다.
약과 충격파를 함께 써도 되나 — 흔한 오해
"충격파 받는 동안 약은 끊어야 하나요?" 이것도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NSAIDs(이부프로펜, 디클로페낙, 나프록센 등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는 시술 전후 며칠은 끊는 것이 좋다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충격파의 핵심 작용 기전이 인위적인 미세 염증반응을 통한 치유 신호 활성화인데, 강력한 항염증제를 같이 쓰면 그 신호가 죽어버립니다. 통증은 줄어도 효과의 핵심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보통 시술 2~3일 전부터 시술 후 1주일 정도는 NSAIDs를 끊고, 통증이 심하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으로 대체하시도록 안내드립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항염증 작용이 약해서 치유 신호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시술 직전 4주 이내에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맞으셨다면 충격파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스테로이드 자체가 콜라겐 합성을 억제하고 힘줄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4~6주 간격을 두고 시작합니다.
충격파 강도 단계별 차이 — 저강도·중강도·고강도 선택
시술 후 재활 — 충격파가 깨운 신호를 살리는 법
충격파를 받고 일주일 동안 통증이 살짝 더할 수 있습니다. 이건 부작용이 아니라 치유 반응이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잠들어 있던 힘줄이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이때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실수는 "아프니까 또 약을 드시는 것".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NSAIDs는 신호를 죽입니다. 통증이 심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냉찜질, 미지근한 찜질로 대응하세요.
두 번째 실수는 "통증이 줄었다고 바로 무리하시는 것". 시술 후 2~3주에 통증이 빠지는데, 이때 조직은 아직 재배열 중입니다. 이 시점에 다시 격한 활동을 하시면 모처럼 시작된 콜라겐 재배열이 무너집니다.
부위별 재활의 큰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깨 회전근개: 시술 후 1주는 통증 없는 범위 내 가동 운동, 2~4주는 진자 운동과 외회전 등척성 수축, 4주 이후 가벼운 저항운동으로 진행.
테니스엘보: 시술 후 1주는 휴식과 손목 신전 스트레칭, 2주 이후 점진적 편심성 수축 운동(eccentric exercise) 시작. 편심성 운동은 만성 건증 재활의 핵심입니다. 힘줄 콜라겐 재배열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합니다.
족저근막염: 시술 직후부터 종아리 스트레칭, 2주 이후 발 내재근 강화, 적절한 깔창 사용 병행.
아킬레스건증: 알프레드슨(Alfredson) 프로토콜에 따른 편심성 종아리 운동을 12주간 매일 시행. 이 프로토콜은 1998년에 발표된 이후 표준 재활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맺음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약을 두 달 넘게 드시는데도 통증이 비슷하다면, 그건 약이 부족한 게 아니라 병의 단계가 바뀐 것입니다. 만성 건증에 항염증제만 더 쓰는 것은, 이미 닫힌 문을 더 세게 두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6주가 지나도록 호전되지 않는 어깨, 팔꿈치, 발뒤꿈치 통증이 있으시다면 약 처방을 한 번 더 받기 전에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내 병의 단계에 맞는 치료인가를 점검해 보세요.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미루기 시작하면 가을 내내 끌고 가는 분들이 가장 많이 생기는 구간입니다. 더 고생하지 마시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십시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염제를 6주 넘게 먹었는데도 통증이 그대로입니다. 약을 더 강하게 바꾸면 나아질까요?
A: 약의 강도 문제가 아니라 병의 단계가 바뀐 신호로 보셔야 합니다. 만성 건증은 염증세포가 거의 없는 퇴행성 변화라 항염증제로는 통증의 뿌리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이 시점에는 약 증량보다 체외충격파처럼 조직 재생을 자극하는 치료로 전환을 검토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개인 차이가 있으니 영상 검사 후 전문의와 단계 평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Q: 체외충격파는 통증이 심한가요? 마취나 입원이 필요한가요?
A: 마취나 입원 없이 외래에서 진행되며, 시술 중 시큰한 자극은 있지만 강도를 환자분 반응에 맞춰 조절합니다. 끝난 직후 일상 복귀가 가능하고, 며칠간 묵직한 통증이 남을 수 있으나 대부분 자연 소실됩니다. 다만 통증 역치와 병변 위치에 따라 체감이 달라지므로, 첫 회는 진료실에서 강도 적응을 확인한 뒤 다음 회기 강도를 결정합니다.
Q: 충격파를 몇 회 받아야 효과가 나타나나요? 한 번에 끝나기도 하나요?
A: 보통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 회 반복하는 프로토콜로 진행됩니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고, 힘줄 조직의 재배열은 시술 후 수 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마지막 회기 직후가 아니라 그 이후에 호전을 체감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병변 깊이와 만성도에 따라 회수가 달라지므로 진료실에서 초음파로 확인 후 계획을 잡습니다.
Q: 충격파로도 안 낫는 경우엔 어떤 치료가 다음 단계인가요?
A: 충분한 회기를 마쳤는데도 반응이 약하다면 병변 위치와 형태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부분 파열이 진행했거나 석회가 단단하게 굳은 경우에는 초음파 유도 주사, 신경 차단, 또는 수술적 봉합이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한 가지 치료를 끝까지 고집하기보다 단계별로 재평가하는 것이 회복 경로를 단축하는 길이며,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문헌
- 황성현, 송준혁, 이용식 (2025). . . DOI: 10.14193/jkfas.2025.29.4.151
- 박순우 (2011). . . DOI: 10.5124/jkma.2011.54.10.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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