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비수술 치료 다 해봤는데 안 낫는다면 종착점은 내시경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까지 6개월 이상 끌어왔는데도 다리가 계속 저리다면, 그 통증은 더 이상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의 영역이 아닙니다. 비수술치료실패가 명확해진 순간, 1cm 절개로 끝나는 내시경척추 수술이 합리적 종착점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다른 데서 시술 다섯 번 받았는데 또 저려요." 차트를 넘겨보면 신경차단술 3회, 신경성형술 1회, 도수치료 12회. 그런데 환자는 여전히 종아리 바깥쪽이 저려서 30분 이상 걷질 못합니다. 이런 분께 또 신경성형술을 권하는 건 솔직히 의사로서 양심에 걸리는 일입니다.

오늘은 "비수술 치료 다 해봤다"는 말이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왜 내시경척추 수술이 합리적 선택지가 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비수술치료실패"라는 말의 의학적 정의

환자분들은 막연하게 "치료 효과가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의학적으로 비수술치료실패(failed conservative treatment)는 꽤 엄격한 기준이 있습니다. 단순히 "낫지 않는다"가 아니라, 아래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보존적 치료를 6주 이상 충분히 받았는가. 둘째, 최소 2가지 이상의 시술(신경차단술·신경성형술 포함)을 적절한 간격으로 시행했는가. 셋째, 통증 강도(VAS 또는 NRS)가 시술 전 대비 3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일시 호전 후 4주 내 재발했는가. 넷째, 일상생활능력(보행 거리, 수면, 직업 복귀)이 회복되지 않았는가.

이 네 가지가 모두 해당될 때 비로소 "비수술치료실패"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이 시점까지 평균 5~7개월이 걸립니다. 환자분 입장에서는 충분히 길게 견딘 셈이지요.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이 시점이 지나면 추가 시술은 효용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Kim 등의 2025년 메타리뷰(Medicina)에 따르면, 신경성형술(PEN)을 동일 부위에 3회 이상 반복할 경우 합병증 발생률은 누적되지만, 임상적 호전율은 1차 시술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보고됩니다. 즉, 5번째 시술과 6번째 시술은 수학적으로 의미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왜 어떤 디스크는 비수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가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디스크 탈출은 치약 튜브를 한쪽에서 짜면 반대편으로 내용물이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 짜낸 직후에는 손을 떼면 어느 정도 다시 들어갑니다. 그런데 며칠, 몇 주, 몇 달이 지나면서 짜낸 부분이 굳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밀어 넣을 수 없습니다.

디스크 탈출도 마찬가지입니다. 급성기 수핵은 수분 함량이 80% 이상이라 흡수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추간판 탈출의 60~70%는 6주 이내에 자연 흡수되거나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 치료에 반응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탈출된 수핵이 섬유화·석회화되면, 더 이상 흡수되지 않고 신경근을 만성적으로 압박합니다.

병태생리적으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만성 디스크 탈출에서는 TNF-α, IL-6,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신경근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분비되면서 신경근에 화학적 자극을 줍니다. 동시에 신경근 자체가 섬유화·유착되어 경막외 공간에서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이 두 가지 — 기계적 압박 + 화학적 염증 + 유착 — 가 합쳐지면, 약물·물리치료·신경차단술처럼 "염증만 잡는" 접근으로는 한계가 옵니다.

신경성형술이 이 단계에서 시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Heo 등의 2024년 연구(Medicina)에서는 풍선확장술과 신경성형술을 결합한 PEBN(percutaneous epidural balloon neuroplasty)이 유착이 동반된 추간공 협착 환자에서 단기 통증 감소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연구에서도 강조하듯, 6개월 추적 시점에서 30% 이상 환자는 통증이 재발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결국 수술적 감압을 받았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비수술 치료는 "유착을 박리하고 염증을 가라앉힌다"는 임시 조치이지, 탈출된 디스크 조각 자체를 제거하지 못합니다. 압박이 구조적으로 강하면, 결국 그 조각을 뽑아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내시경척추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가

환자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수술"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저는 종종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시대의 내시경척추 수술은 옛날 디스크 수술과 완전히 다릅니다."

요즘 시행하는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BESS, Biportal Endoscopic Spine Surgery)이나 단방향 내시경 수술(UBE)은 1cm 미만의 절개창 두 개 또는 한 개로 진행됩니다. 근육을 칼로 자르지 않고 벌려서 통과하기 때문에 척추 주변 근육 손상이 거의 없습니다. 수술 시간은 평균 60~90분, 입원 기간은 보통 1~3일입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JKNS)와 Neurospine에 보고된 국내 다기관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보존적 치료 6개월 실패 후 시행한 내시경 디스크 절제술의 단기 호전율은 85~92%, 5년 추적 만족도는 80% 전후로 유지됩니다. 합병증 발생률은 2~5%로, 같은 환자군에 반복 시술된 신경성형술의 누적 합병증률보다 오히려 낮습니다.

그러면 어떤 환자가 내시경 수술의 적응증일까요.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수술 치료 지속 영상 소견 신경학적 증상 권장 단계
6주 미만 소·중간 크기 탈출 저림·통증만 약물·물리치료
6주~3개월 신경근 압박 명확 다리 저림 지속 신경차단술
3~6개월 유착 동반 협착 보행 30분 미만 신경성형술·풍선확장술
6개월 이상, 시술 2회+ 압박 지속·탈출 잔존 근력 저하·발끝 저림 내시경척추 수술
즉시 마미증후군·진행성 마비 배뇨 장애·하지 마비 응급 수술

표에서 "6개월 이상 + 시술 2회 이상 + 증상 잔존"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비수술치료실패의 임상적 정의이고, 이 시점에서 내시경 수술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1cm 절개로 끝나는 디스크 수술, 내시경척추 수술이란


비수술 치료를 고집하다가 놓치는 것들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는 "수술이 무서워서" 1년, 2년을 끌고 오신 분들입니다. 그동안 신경성형술 5~6회, 도수치료 30~50회, 한방치료까지 받으면서 비용으로는 이미 수술비를 훌쩍 넘긴 상태로 오십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비용이 아닙니다.

신경근이 6개월 이상 만성 압박 상태에 있으면 신경 자체에 영구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미엘린초가 손상되고, 축삭이 가늘어지며, 섬유화가 진행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수술로 압박을 풀어줘도 신경 회복에 6개월~2년이 걸리거나, 일부 저림은 영구적으로 남습니다. "늦게 수술해도 어차피 결과는 비슷하다"는 말은 정확히 틀린 정보입니다.

요즘처럼 5~6월에 신경통 환자가 폭증하는 시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봄에 등산·골프·자전거를 다시 시작하면서 만성 압박 상태였던 신경근에 급성 자극이 더해지면, 한순간에 보행 불능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작년에도 5월에만 비수술치료실패로 응급 내시경 수술이 필요했던 직장인 환자분이 여러 분 계셨습니다.

대한통증학회지(KJP)와 대한신경외과학회지(JKNS)의 최근 논문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결론도 같습니다. "비수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디스크 탈출에서 수술 시점을 늦추는 것은 신경학적 회복을 악화시킨다."


시청역 직장인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저희 병원이 시청역 ENA센터 3층에 있다 보니, 광화문·서소문·중구 일대 직장인분들이 점심시간에 자주 오십니다. 이분들의 패턴이 거의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회사 근처 정형외과·통증의학과에서 신경차단술을 받습니다. 일주일 정도 좋아졌다가 재발합니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받습니다. 또 호전됩니다. 또 재발합니다. 그렇게 6개월~1년이 지나면 "더 이상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태로 저희에게 오십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두 가지를 합니다. 첫째, MRI를 다시 찍습니다. 6개월 전 영상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디스크는 살아있는 조직이고, 그동안 모양이 변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신경학적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발끝 들기 검사(L5), 발뒤꿈치 들기 검사(S1), 슬개건 반사(L4), 아킬레스건 반사(S1) — 이 단순한 검사 네 가지가 신경 손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가장 빠르게 알려줍니다.

이 두 가지 결과를 보면, 그동안 받아온 치료가 정말 실패한 건지, 아니면 다른 부위 문제가 추가된 건지 명확해집니다. 비수술치료실패가 확정되면, 그때 내시경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다리 저림이 한 달 넘게 안 사라진다면 협착증을 의심하세요

신경외과에서 받는 체외충격파 — 정형외과·통증의학과와 무엇이 다른가


맺음말

비수술치료실패는 의학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있고, 그 시점이 지나면 추가 시술의 효용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신경성형술 5번보다 잘 시행된 내시경척추 수술 1번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수술이 무섭다"는 감정적 회피가 환자분의 신경 회복 기회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진지하게 점검해보실 시점입니다. 도수치료, 충격파,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까지 다 해봤는데 다리가 여전히 저리다면, 더 늦기 전에 MRI 재촬영과 수술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시청역 도보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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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신경성형술을 3번이나 받았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한 번 더 시도해볼 가치가 있나요?

A: 동일 부위에 신경성형술을 3회 이상 반복하면 임상적 호전율은 1차 시술 대비 크게 떨어지는 반면, 유착·감염 등 누적 합병증 위험은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3회 시술에도 VAS 30% 이상 감소가 없다면 동일 시술 반복보다는 MRI 재판독과 내시경 수술 적응증 평가를 권합니다. 다만 디스크 위치·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Q: 비수술 치료를 얼마나 받아봐야 "실패"라고 판단할 수 있나요?

A: 의학적 비수술치료실패는 단순히 "안 낫는다"가 아닙니다. 보존적 치료 6주 이상, 2가지 이상 시술 시행, 통증 강도 30% 이상 감소 실패 또는 4주 내 재발, 일상생활능력 미회복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이 시점까지 보통 5~7개월이 걸립니다. 환자분 상황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시술 이력과 영상 검사를 함께 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내시경척추 수술은 일반 수술과 어떻게 다른가요? 흉터가 많이 남나요?

A: 내시경척추 수술은 약 1cm 절개로 카메라와 기구를 삽입해 탈출한 디스크 조각만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근육과 인대 손상이 최소화되어 회복 기간이 짧고 흉터도 점 모양으로 거의 남지 않습니다. 다만 디스크 위치, 신경 압박 양상, 척추 불안정성 여부에 따라 적합 여부가 달라집니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Q: 디스크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 흡수된다고 하는데, 그냥 더 기다려보면 안 될까요?

A: 급성기 수핵은 수분 함량이 높아 흡수가 가능하지만, 수개월 경과한 만성 탈출은 섬유화되어 자연 흡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6개월 이상 다리 저림이 지속되고 보행 거리가 줄어드는 상태라면 "더 기다리기"가 오히려 신경 손상을 누적시킬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증상 기간과 MRI상 디스크 상태를 함께 평가해 시점을 판단하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문헌

  1. Kim Doo-Hwan, Shin Jin-Woo, Choi Seong-Soo (2022). . . DOI: 10.17085/apm.22237
  2. Kim Jae Hun, Yoon Eun Jang, Jo Sung Ho (2025). . . DOI: 10.3390/medicina61081397
  3. Heo Juneyoung, Park Hyung-Ki, Baek Ji-Hoon (2024). . . DOI: 10.3390/medicina60071042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