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MRI는 정상인데 통증은 그대로? 신경차단술의 진단적 역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MRI에서 이상이 보이지 않아도 통증의 90% 이상은 실제 원인이 존재하며, 진단적 신경차단술로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영상에 잡히지 않는 통증은 "꾀병"이 아니라 "영상의 한계"일 뿐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한 마디

"원장님, MRI 찍으면 멀쩡하다는데 저는 진짜 아파 죽겠어요."

이 말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듣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환자분 표정에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섞여 있고, 어떤 분은 이미 대학병원에서 "검사상 이상이 없으니 신경정신과를 가보라"는 말까지 들은 뒤 오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영상이 못 본 것이지, 통증이 없는 게 아닙니다.

영상의학은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통증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MRI는 여전히 "해부학을 보는 도구"일 뿐 "통증을 보는 도구"가 아닙니다. 디스크가 아무리 깨끗하게 보여도, 그 안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화학적 염증이나 미세한 신경병증성 변화는 자기공명영상으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진단적 신경차단술(diagnostic nerve block)입니다. 한국 임상에서는 흔히 치료 목적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신경차단술의 본래 가치 중 절반은 "진단"에 있습니다. 통증이 나오는 정확한 신경 경로에 마취제를 주입했을 때 통증이 사라지면, 그 신경이 통증의 발원지라는 것을 거의 100%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의 테제는 단순합니다. MRI가 정상이라고 해서 통증의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영상이 놓친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는 가장 신뢰도 높은 방법이다.


왜 MRI는 통증을 다 보지 못할까

이 부분을 이해하시면 그동안의 좌절감이 상당 부분 풀립니다.

MRI는 본질적으로 수소 원자의 분포와 환경을 영상화하는 장비입니다. 디스크의 수분 함량, 신경의 굵기, 인대의 두께, 골수 부종 같은 구조적 변화는 정밀하게 잡아냅니다. 그런데 통증은 구조적인 문제만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Govind Jay 교수가 Australian family physician(2004)에서 정리한 요추 신경근통의 병태생리를 보면, 통증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압박 + 화학적 감작 + 자발성 이소성 신호 발생"의 복합 현상이라고 명시합니다. 즉 신경뿌리가 눌리는 그 순간보다, 눌린 신경 주변에서 분비되는 TNF-α, 인터루킨-6,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염증 매개물질이 신경섬유를 과민하게 만들어 통증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전선의 피복이 살짝 벗겨진 상태에서 그 위에 소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스파크가 튑니다. MRI는 피복이 벗겨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소금물 한 방울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80%는 그 소금물 한 방울에서 옵니다.

또 한 가지. MRI는 누워서 찍습니다. 우리 척추는 서 있을 때 체중을 받고, 앉을 때 디스크 압력이 가장 높아지며, 움직일 때 신경이 늘어납니다. 누워서 찍은 한 장의 정지 영상으로 동적 통증을 판단하는 것은, 사진 한 장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외에도 MRI가 놓치기 쉬운 통증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5월과 6월에 EMR 통계를 살펴보면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이 전년 대비 84~85% 증가합니다. 봄·초여름은 활동량이 늘면서 미세 신경자극이 누적되어 폭발하는 시기입니다. 이 환자분들 상당수가 MRI를 찍고 옵니다. 그리고 상당수가 정상입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통증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여기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통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신경 또는 관절국소마취제만 정확하게 주입한 뒤, 환자가 평소 호소하던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지를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면 그 신경/관절이 통증의 진원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마취제는 리도카인(작용시간 1~2시간) 또는 부피바카인(작용시간 4~6시간)이며, 정확한 위치 주입을 위해 C-arm 투시조영(fluoroscopy) 또는 고해상도 초음파를 사용합니다. 이 두 가지가 빠지면 진단적 신뢰도는 무너집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의 가장 큰 강점은 "기능적 진단"이라는 점입니다. MRI가 "구조"를 본다면, 신경차단술은 "기능"을 봅니다. 어떤 신경이 통증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그 신경을 잠시 끄면 통증이 사라지는지를 직접 확인합니다. 이 정도의 정확도는 다른 어떤 검사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진단적 신경차단술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차단술 종류 적응증 특징
선택적 신경근차단 신경뿌리병증, MRI 음성 좌골신경통 어느 신경뿌리가 원인인지 정확 감별
후관절 차단 만성 요통, 회전 시 악화 후관절성 통증 감별
천장관절 차단 엉덩이/사타구니 통증 SI joint 통증 확진
견갑상신경차단 만성 어깨통증, 오십견 어깨 신경병증 감별
대퇴신경/좌골신경차단 하지 방사통 말초 vs 중추성 감별
흉곽출구증후군 차단 팔 저림, 팔다리 약화 사각근/소흉근 압박 감별

근거: 국제 연구가 말하는 진단적 가치

근거 없이 시술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보겠습니다.

미국외과학회지(The American surgeon, 2026)에 발표된 흉곽출구증후군 신경차단술 메타분석에서는 진단 정확도 87%를 보고했습니다(PMID 41026580). 이는 임상검사나 영상검사 단독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MRI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 대표적 질환인데, 신경차단으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견갑상신경차단을 이용한 동결견(오십견) 메타분석은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2026, PMID 40681086)에 게재되었으며, 12개월 추시 많은 환자분들에서 통증과 기능 모두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습니다.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요추 신경근통에 대해서는 Govind Jay(Australian family physician, 2004)가 신경근통의 본질이 단순한 압박이 아닌 "감작된 이소성 신호 발생"임을 강조하며, 진단적 차단술이 통증 발원 신경을 확정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방법이라 명시합니다(PMID 15253601).

또한 한국 임상에서도 Lee Jin Young 교수팀이 Skeletal radiology(2017, PMID 28799128)에서 영상유도 차단술의 안정성을 분석했고, Kim Byoung Ho 교수팀의 Korean journal of pain(2015, PMID 25852838) 논문은 신경 차단/박리에서 영상 안내가 안전성에 결정적임을 보고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국내외 권위 있는 학회지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MRI 음성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는 데 있어, 영상유도 진단적 신경차단술만큼 정확한 도구는 없습니다.


어떤 분에게 진단적 신경차단술이 필요한가

저희 진료실에서 진단적 신경차단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환자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MRI는 정상인데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분. 이 경우 일반적인 진통제, 물리치료, 도수치료에 반응이 미미합니다. 신경에 직접 접근해야 답이 나옵니다.

둘째, MRI에 병변이 있긴 한데, 그 병변과 통증 양상이 일치하지 않는 분. 예를 들어 L4-5 디스크가 보이는데 통증은 종아리 바깥쪽으로 내려갑니다. 이 경우 보이는 디스크가 진짜 원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차단술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여러 부위에 변화가 있어 어느 곳이 통증의 주범인지 모호한 분. 척추는 다층 구조라 65세 이상에서는 거의 전 분절에 변화가 있습니다. 어느 분절을 치료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차단술이 필요합니다.

넷째, 수술 vs 비수술 결정이 필요한 분. 수술 전 진단적 차단술로 통증이 80% 이상 사라지면 수술 성공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단술로 통증이 전혀 줄지 않는다면 수술해도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섯째, 장기 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복용 중인 분.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약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방아쇠수지 시술과 CT·초음파, 영상검사 활용법


진료실에서 진단이 뒤집힌 사례들

저희 EMR 데이터를 보면 신경뿌리병증 동반 경추 디스크가 최근 6개월 간 신환 비율 27%, 추간판장애로 인한 좌골신경통도 신환 24%를 기록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 중 상당수가 MRI에서 "수술적 적응증은 없다"는 판독을 받고 옵니다.

다른 병원에서 5년간 좌골신경통으로 치료받던 50대 남자분이 있었습니다. MRI에서 L4-5 경증 돌출은 보였지만 신경 압박은 미미했습니다. 모든 의사가 "큰 이상 없다"고 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세를 바꿔보면서 통증을 재현시키니, L5 신경뿌리가 추간공 외측에서 자극되는 양상이 의심되었습니다. 선택적 L5 신경근차단을 시행했더니 통증이 5점에서 0.5점으로 떨어졌습니다. 진단이 확정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신경성형술 한 번으로 5년 통증이 정리되었습니다.

50대 여성, 어깨 통증으로 1년간 도수치료와 주사를 받았지만 호전이 없던 분. MRI는 회전근개 부분파열 외에는 정상. 견갑상신경차단을 시행하니 통증이 즉시 사라졌습니다. 견갑상신경 자체의 신경병증이었던 겁니다. 회전근개를 아무리 치료해도 답이 없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과 치료적 신경차단술의 차이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부분입니다.

구분 진단적 차단술 치료적 차단술
목적 통증의 원인 신경 확인 통증 자체의 치료
약제 국소마취제만 마취제 + 스테로이드
효과 지속 1~6시간 수주~수개월
평가 시점 시술 직후~당일 1주, 1개월 후
핵심 가치 진단 정확도 염증 억제

실제 임상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단적 차단으로 원인을 확인한 즉시, 같은 부위에 치료적 차단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둘을 섞으면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저는 첫 시술은 마취제 단독으로 시행하는 원칙을 지킵니다.


신경성형술/풍선확장술과의 관계

진단적 신경차단술의 결과는 다음 단계 시술의 결정에 결정적입니다.

만약 차단술로 통증이 80% 이상 사라졌다면, 그 신경에 신경성형술(경막외 신경성형술) 또는 풍선확장술(SZ641)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경성형술은 차단술이 일시적인 마취 효과만 주는 것에 비해, 카테터를 이용해 유착을 박리하고 약물을 정확한 병변 부위에 전달합니다. 풍선확장술은 좁아진 추간공 또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물리적으로 넓혀줍니다.

반대로 차단술 효과가 미미했다면, 시술의 효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는 다른 부위 차단술을 추가하거나 다른 진단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방아쇠수지 보존치료 한계 시점, 시술 결정 타이밍


안전성과 한계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영상유도 하에 시행되면 매우 안전한 시술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계와 주의점은 분명히 알고 시작하셔야 합니다.

Korean journal of pain(2015)에 보고된 흉부 신경차단 후 합병증 사례처럼, 차단 부위에 따라 드문 신경 손상이나 약물 확산에 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C-arm 투시조영 또는 고해상도 초음파를 사용해야 합니다. 맹검 차단(blind block)은 진단 정확도도 떨어지고 안전성도 떨어집니다.

또한 진단적 차단의 "위양성률"이 약 10~20% 존재합니다. 즉 차단으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100% 그 신경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임상적으로는 이중 차단(dual block), 즉 작용시간이 다른 두 가지 마취제로 두 번 시행하여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단적 시술이 그렇듯, 환자의 정직한 통증 보고가 결정적입니다. 시술 후 통증이 어떻게 변했는지, 평소 활동을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자세히 기록해주셔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맺음말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MRI가 정상이라는 말은 "통증이 없다"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보이는 이상이 없다"는 뜻일 뿐입니다. 통증은 영상이 아니라 신경에서 만들어지며, 그 신경의 상태는 진단적 신경차단술로만 정확히 검증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 안 잡힌다고 통증을 견디기만 하는 시간은 손해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신경은 더 감작되고, 통증은 만성화됩니다. MRI가 정상이라는 답을 듣고 좌절하셨다면, 그건 답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입니다. 정확한 진단부터 시작하면 길이 보입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RI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신경차단술을 받아볼 가치가 있습니까?

A: 네, 충분히 받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MRI는 구조를 보는 도구이지 통증을 직접 보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이 정상이라도 통증의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진단적 신경차단술은 의심되는 신경 경로에 마취제를 주입해 통증 발원지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으로, 영상이 놓친 원인을 찾는 데 신뢰도가 높습니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적응증이 다르므로 전문의 상담 후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진단적 신경차단술과 치료적 신경차단술은 어떻게 다릅니까?

A: 두 시술은 사용하는 약물과 술기가 비슷하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진단적 차단술은 통증의 발원 신경을 확인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 국소마취제 위주로 단시간 효과를 관찰합니다. 반면 치료적 차단술은 스테로이드 등을 함께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장기간 완화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진료실에서는 진단과 치료가 한 시술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흔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전문의가 판단합니다.

Q: 신경차단술 후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면 실패한 것입니까?

A: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단적으로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마취제 효과 지속 시간 동안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신경이 통증 발원지라는 것을 입증합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치료 단계, 예를 들어 고주파 시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보다 지속적인 치료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통증의 재발 시점과 강도는 다음 진료 시 반드시 전문의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Q: MRI 정상인데 계속 아프면 신경정신과 영역의 문제로 봐야 하나요?

A: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영상에 잡히지 않는 화학적 염증, 신경병증성 변화, 근막성 통증 등 구조적 영상으로 확인되지 않는 통증 원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경우 진단적 신경차단술이나 근막 압통점 검사 등을 통해 신체적 원인을 먼저 체계적으로 평가합니다. 심리적 요인은 신체적 원인을 충분히 배제한 후 고려해야 하며, 진단 과정은 환자마다 다르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참고 문헌

  1. Kim Byoung Ho, No Min Young, Han Sang Ju (2015). . . DOI: 10.3344/kjp.2015.28.2.148
  2. Lee Jin Young, Lee Sung Hyun, Sim Woo Seog (2017). . . DOI: 10.1007/s00256-017-2740-4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