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2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2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다리 저림의 70% 이상은 허리에서 시작됩니다. 무릎이 아프고 종아리가 저려서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허리 MRI를 찍어보자"는 말을 듣고 당황하셨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십시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은 모두 허리(요추)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왜 허리가 문제인데 다리가 저릴까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원장님, 저는 허리는 하나도 안 아픈데요. 다리만 저려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환자분께 똑같이 설명드립니다. 허리 통증 없이 다리 저림만 나타나는 경우가 오히려 더 흔합니다.

척추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근(nerve root)은 요추 4번, 5번, 천추 1번에서 주로 출발합니다. 이 신경들이 모여서 좌골신경(sciatic nerve)을 형성하고, 엉덩이 뒤쪽을 지나 허벅지 뒤, 종아리, 발끝까지 뻗어 내려갑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전선(신경)의 피복이 벗겨지면 어디서 합선이 났든 전기(통증·저림)는 전선이 연결된 끝부분까지 흐르게 됩니다. 허리에서 신경이 눌려도 뇌는 "다리가 아프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를 연관통(referred pain)이라고 합니다.

신경이 압박받으면 다음과 같은 병태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1. 기계적 압박: 추간판(디스크) 탈출이나 뼈 돌기(골극)가 신경근을 직접 누름
  2. 염증 반응: 수핵(nucleus pulposus)이 탈출하면 phospholipase A2가 활성화되어 염증 매개물질 분비
  3. 신경 허혈: 신경 주위 미세혈관이 눌려 혈류 감소 → 신경 기능 저하
  4. 탈수초화: 만성 압박 시 신경 수초(myelin sheath)가 손상되어 신호 전달 장애

특히 요추 5번 신경근이 눌리면 엄지발가락까지 저리고, 천추 1번이 눌리면 새끼발가락 쪽과 발뒤꿈치가 저립니다. 무릎 안쪽이 저리다면 요추 4번을 의심해야 합니다.

좌골신경통과 단순 무릎 통증, 어떻게 구분하나

진료실에서 감별의 핵심은 통증의 패턴입니다.

무릎 자체의 문제라면

  • 계단 오르내릴 때 악화
  • 쪼그려 앉을 때 악화
  • 무릎 관절 부위를 누르면 아픔
  • 무릎 부종이나 열감 동반

허리에서 온 방사통이라면

  • 오래 앉아 있으면 악화
  • 허리를 숙이거나 비틀 때 악화
  • 기침, 재채기할 때 다리까지 전기 오듯 저림
  •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 뒤쪽을 타고 내려가는 양상

1978년 Rask의 고전적 연구(Clinical Orthopaedics and Related Research)에서 처음 기술된 무릎 굴곡 검사(knee flexion test)가 있습니다. 좌골신경통 환자가 바닥에 손을 짚으려고 허리를 숙일 때,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구부리는 현상입니다. 이는 좌골신경근 압박의 객관적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

핵심 감별점: 똑바로 누워서 다리를 쭉 편 채로 들어올릴 때(하지직거상검사), 30~70도 사이에서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으로 당기는 통증이 재현되면 좌골신경 압박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가끔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syndrome)이라고 해서 엉덩이 깊숙한 곳의 이상근이 좌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3년 Michel 등(Annals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Medicine)의 종설에 따르면, 이상근증후군은 전체 좌골신경통의 약 6~8%를 차지하며, MRI에서 허리 디스크가 없는데도 좌골신경통 증상이 있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구분 무릎 관절 문제 허리 기원 방사통 이상근증후군
통증 위치 무릎 주변 국소 엉덩이→허벅지→종아리 엉덩이 깊은 곳
악화 요인 계단, 쪼그림 앉기, 허리 굽힘 오래 앉기, 운전
SLR 검사 음성 양성 음성 또는 약양성
FAIR 검사 음성 음성 양성
영상 소견 관절 연골 손상 디스크 탈출 MRI 정상 또는 이상근 비대

허리 디스크가 다리 저림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추간판은 섬유륜(annulus fibrosus)과 수핵(nucleus pulposus)으로 구성됩니다. 섬유륜은 마치 양파 껍질처럼 여러 겹의 콜라겐 섬유가 교차 배열되어 있고, 수핵은 70~80%가 수분인 젤리 같은 물질입니다.

치약 튜브를 한쪽에서 짜면 반대쪽으로 치약이 밀려 나오듯,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수핵이 뒤쪽으로 밀립니다. 이 동작이 반복되면 섬유륜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어느 순간 수핵이 그 틈을 뚫고 탈출합니다.

탈출한 수핵이 신경근을 누르면

급성기(1~2주)

  • 수핵 내 phospholipase A2 활성화
  • 프로스타글란딘, 류코트리엔 등 염증 매개물질 분비
  • 신경근 주변 부종 → 기계적 압박 가중

아급성기(2~6주)

  • 대식세포가 탈출된 수핵을 탐식하기 시작
  • TNF-α, IL-1β 등 사이토카인 분비
  • 신경근의 탈수초화 진행

만성기(6주 이상)

  • 섬유화 및 유착 발생
  • 신경근의 축삭 손상(axonal damage)
  • 근위축 및 감각 둔화

흥미로운 점은 탈출된 디스크의 자연 흡수 현상입니다. 수핵이 많이 탈출할수록 혈관과 대식세포의 접근이 쉬워져 오히려 흡수가 잘 됩니다. 크게 터진 디스크가 보존 치료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 이유입니다.

꼭 수술해야 할까요? 치료의 실제

진료실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수술 안 하고 나을 수 있나요?"

대부분은 수술 없이 좋아집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기다리면 안 됩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대소변 장애, 회음부 감각 저하, 양측 하지 마비
  • 진행성 근력 저하: 발목을 올리지 못함(족하수), 발가락 힘이 급격히 빠짐
  • 참을 수 없는 통증: 마약성 진통제로도 조절 안 됨

위 세 가지가 아니라면, 6~8주간 보존 치료를 먼저 시도합니다.

보존 치료의 단계

1단계: 약물 치료 + 물리치료 (1~2주)

  • NSAIDs (소염진통제)
  • 근이완제
  • 신경병증성 통증약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 도수치료, 견인치료

2단계: 주사 치료 (2~4주)

  •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
  • 선택적 신경근 차단술
  • 초음파 유도 근막이완술

3단계: 중재적 시술 (4~8주)

  • 신경성형술(경피적 경막외신경성형술)
  • 풍선확장술
  • 고주파 열응고술

2026년 Medical Gas Research에 발표된 메타분석(409명)에 따르면, 무릎 골관절염에서 관절강 내 오존 주사가 통증 감소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척추 영역에서도 비슷한 원리로 오존 요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 표준 치료로 확립되지는 않았습니다.

수술을 고려해야 할 때

8주 이상 적극적인 보존 치료에도 호전이 없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수술을 권합니다.

수술 방법도 다양합니다

  • 미세현미경 디스크 절제술: 가장 표준적
  • 내시경 디스크 절제술: 절개 최소화
  • 인공디스크 치환술: 젊은 환자, 단일 분절

2026년 Journal of Arthroplasty의 체계적 문헌고찰(23,235명)에서 인공관절 치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0.34%로 매우 낮게 보고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무릎 관절 데이터지만, 척추 영역에서도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합병증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치료 후 관리, 이것만은 꼭 하세요

수술을 했든 안 했든, 재발 방지가 핵심입니다.

급성기 (1~2주)

  • 통증이 심한 동안은 절대 안정
  • 딱딱한 바닥에 옆으로 눕기 (무릎 사이 베개)
  • 앉는 자세 최소화

회복기 (2~6주)

  •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면 걷기 시작
  • 하루 20~30분, 평지 걷기
  • 수영장 걷기(수중 보행) 권장

강화기 (6주 이후)

  • 코어 근육 강화: 플랭크, 버드독, 브릿지
  • 허벅지 근육 강화: 스쿼트, 런지
  • 유연성 운동: 햄스트링 스트레칭, 이상근 스트레칭

특히 맥켄지 운동(McKenzie exercise)이 효과적입니다. 엎드린 자세에서 팔꿈치로 상체를 들어올리는 동작인데, 탈출된 수핵을 앞쪽으로 밀어주는 원리입니다. 다만, 이 운동이 모든 환자에게 맞는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시행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Q. 다리 저림이 한쪽만 있는데 양쪽 허리가 다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디스크는 대부분 한쪽으로 탈출하기 때문에 증상도 한쪽에만 나타납니다. 오른쪽 다리가 저리면 오른쪽 신경근이 눌린 것입니다. 다만, 중앙 탈출형(central disc herniation)은 양측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마미증후군의 가능성이 있어 응급 상황입니다.

Q. MRI에서 디스크 탈출이 있는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나요?

네, 매우 흔합니다. 40세 이상 성인의 30~40%에서 증상 없이 MRI상 디스크 팽윤이나 탈출이 관찰됩니다. 영상 소견만으로 치료를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영상 소견과 임상 증상의 일치 여부입니다.

Q. 다리 저림이 있으면 운동을 쉬어야 하나요?

급성기에는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통증이 어느 정도 조절되면 오히려 적절한 운동이 회복을 앞당깁니다.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약해진 근육은 척추를 더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걷기, 수영, 코어 운동이 좋고, 무거운 것을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피하십시오.

Q. 주사 치료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아픈데, 계속 맞아도 되나요?

스테로이드 주사는 연간 3~4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복 주사는 조직 약화, 감염 위험 증가, 혈당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주사로 일시적 호전만 반복된다면,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치료(시술 또는 수술)를 고려해야 합니다.

Q. 허리 디스크가 있으면 평생 조심해야 하나요?

"조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허리를 감싸고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을 체화하는 것입니다. 한 번 손상된 디스크가 완전히 새것이 되지는 않지만, 주변 근육과 인대가 튼튼해지면 재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Q. 다리 저림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치료해도 안 되는 건가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만성화된 신경 압박은 회복이 느리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경 손상이 심해지면 저림보다 감각 둔화와 근위축으로 바뀝니다. 저릴 때 치료하는 것이 아파서 치료하는 것보다 낫고, 아플 때 치료하는 것이 감각이 없어진 후 치료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맺음말

다리 저림으로 오셨는데 허리 이야기를 하니 의아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경해부학적으로, 다리로 가는 모든 신경은 허리에서 출발합니다. 무릎만 쳐다보면 원인을 놓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다리 저림 + 허리를 숙이거나 오래 앉으면 악화 = 허리 MRI 촬영이 필요합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대부분 수술 없이 호전됩니다. 다만, 대소변 장애나 급격한 근력 저하가 있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십시오.

참고문헌

  1. 지용철, 이시우 (1998). Cervical Far Lateral Disc Herniation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7:80-82 (1998).
  2. 공병준 외 5명. Far Lateral Lumbar Disc Herniation Combined Approach. J Korean Neurosurg Soc.
  3. 이경석, 권영준, 도재원, 윤일규 (1999). Factitious Herniated Lumbar Disc -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8:269-272 (1999).
  4. 조원호 외 5명 (2002). Brown-Sequard Syndrome from Cervical Disc Herniation. J Korean Neurosurg Soc 31:392-394 (2002).
  5. 저자 미상. Foraminal Lumbar Disc Herniation Diagnosis.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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