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부터 말씀드립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부터 말씀드립니다. 척추관협착증의 80% 이상은 수술 없이 호전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신경 압박의 정도와 증상의 양상에 따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협착증이니까 수술"이라는 공식은 틀렸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떤 치료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왜 다리가 아픈가

척추관협착증을 이해하려면 먼저 "척추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척추뼈가 위아래로 쌓이면 그 가운데에 터널이 생깁니다. 이 터널 안으로 척수와 신경근이 지나갑니다.

문제는 이 터널이 평생 같은 크기를 유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는 수분을 잃고 납작해집니다. 납작해진 디스크는 뒤쪽으로 밀려나오고, 이를 보상하려고 후관절과 황색인대가 비대해집니다. 터널 앞쪽에서는 디스크가, 뒤쪽에서는 인대와 뼈가 동시에 밀고 들어오는 셈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지하철 터널 안에서 양쪽 벽이 조금씩 좁아지는 상황을 떠올려 보십시오. 터널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닌데, 열차가 지나갈 공간이 부족해집니다. 척추관협착증이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신경이 눌리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움직일 공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핵심은 여기입니다. 협착증에서 통증이 생기는 기전은 단순 압박이 아닙니다. 신경 주변 혈류 장애와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TNF-α)의 국소 축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Kalichman et al. Spine J (2009)의 연구에서 MRI상 협착 소견이 있어도 무증상인 경우가 60세 이상에서 21%에 달했습니다. 구조적 좁아짐만으로 증상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허리디스크와 뭐가 다른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선생님, 제가 디스크인가요 협착증인가요?"

둘 다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일으키지만,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와서 신경근을 직접 누릅니다. 급성으로 발생하고, 특정 신경근 분포를 따라 통증이 내려갑니다. 20~40대에 흔하고,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복압 상승 시 악화됩니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로 척추관 전체가 좁아지면서 마미신경총(cauda equina)이나 다발성 신경근이 눌립니다. 서서히 진행하고, 양측 다리에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증상 양상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핵심 감별점: 협착증 환자는 걸을 때 다리가 터질 듯 아프다가 쪼그려 앉으면 좋아집니다. 디스크 환자는 앉아 있을 때 더 아프고 오히려 걷는 게 낫습니다.

이것을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펴면 척추관이 더 좁아지고, 구부리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쇼핑카트를 밀면서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걸으면 괜찮은데, 바른 자세로 걸으면 100m도 못 간다면 협착증을 강하게 의심해야 합니다.

진단, 영상만 보면 안 됩니다

MRI를 찍으면 척추관이 좁아진 게 바로 보입니다. 문제는 영상 소견과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Boden et al.의 고전적 연구(J Bone Joint Surg Am 1990)에서 60세 이상 무증상 성인의 MRI를 찍었더니 21%에서 척추관협착 소견이 나왔습니다.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요. 반대로 MRI상 경도 협착인데 보행 거리가 50m도 안 되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첫째, 병력 청취가 핵심입니다. 간헐적 파행이 있는지, 보행 거리가 얼마인지, 쪼그려 앉으면 호전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둘째, 이학적 검사로 신경 상태를 평가합니다. 하지직거상 검사(SLR), 슬개건 반사, 발목 반사, 엄지 신전력 등을 확인합니다. 협착증에서는 SLR이 정상인 경우가 많고(디스크와의 감별점), 양측성 신경 소견이 더 흔합니다.

셋째, MRI로 해부학적 위치와 정도를 확인합니다. 중심관 협착인지, 측방함요 협착인지, 추간공 협착인지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달라집니다.

요점은 이겁니다. 영상에서 "심한 협착"이라고 나와도 환자가 잘 걷고 있으면 치료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경도 협착"인데 100m도 못 걸으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 결정은 영상이 아니라 기능 장애 정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비수술 치료, 무엇이 효과적인가

협착증의 비수술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약물치료

급성기에는 NSAIDs로 염증을 조절하고, 신경병성 통증이 동반되면 프레가발린이나 가바펜틴을 추가합니다. Yaksi et al. Pain Physician (2007)의 연구에서 프레가발린이 협착증 환자의 보행 거리를 유의하게 증가시켰습니다.

다만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약물은 통증 조절 수단이지 근본 해결책이 아닙니다.

물리치료와 운동

협착증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 원칙은 굴곡(flexion) 기반 운동입니다. 허리를 펴는 신전 운동은 척추관을 더 좁히므로 피해야 합니다.

윌리엄스 굴곡 운동(Williams flexion exercise)이 대표적입니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는 운동, 골반 후방경사 운동, 복근 강화 운동이 여기에 속합니다. 미국물리치료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협착증 환자에게 굴곡 기반 운동을 1차로 권고합니다.

자전거 타기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허리가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면서 척추관이 넓어집니다. 걷기가 힘든 분도 자전거는 30분 이상 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사치료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ESI)가 핵심입니다. 좁아진 척추관 안으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해서 염증과 부종을 줄입니다.

Friedly et al. NEJM (2014)의 대규모 연구(400명)에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6주) 통증 감소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장기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주사치료는 "시간을 버는" 목적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운동치료를 병행해서 코어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초음파 유도하에 정확한 위치에 주사하고, 이후 12회 도수치료 프로그램으로 연결합니다. 주사로 급한 불을 끄고, 도수치료로 자세와 근력을 교정하는 2단계 접근입니다.

수술은 언제 필요한가

모든 협착증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래 조건에 해당하면 수술을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구분 절대적 수술 적응증 상대적 수술 적응증
신경 상태 마미증후군 (배뇨/배변 장애, 안장부 감각 저하) 점진적 근력 약화
보행 거리 50m 미만, 일상생활 심각히 제한 100m 이하, 삶의 질 저하
보존치료 반응 3-6개월 적극 치료에도 무반응 일시적 호전 후 재발 반복
영상 소견 심한 중심관 협착 + 불안정성 동반 다분절 협착

마미증후군이 왔다면 48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합니다. 배뇨 장애가 영구화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건 응급 상황입니다.

그 외의 경우는 환자의 기능 상태와 삶의 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Weinstein et al. SPORT 연구(NEJM 2008)에서 수술군과 비수술군을 4년간 추적했을 때, 수술군의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비수술군의 상당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수술을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수술이 필요하느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젊고 활동적인 분이 보행 거리 50m로 직장 생활이 불가능하다면, 6개월 보존치료를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80세 분이 집 안에서만 생활하시는데 100m 보행이면 충분하다면, 굳이 전신마취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수술, 어떤 방법이 있나

협착증 수술의 기본 원리는 신경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감압술(decompression)이라고 합니다.

후궁절제술 (Laminectomy)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후궁(lamina)을 제거해서 척추관을 넓힙니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척추 후방 구조물을 많이 제거하면 불안정성이 올 수 있습니다.

미세현미경 감압술 (Microscopic decompression)

현미경을 보면서 최소한의 절개로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만 선택적으로 제거합니다. 황색인대와 비대해진 후관절 일부만 깎아내므로 척추 안정성을 최대한 보존합니다.

내시경 척추 감압술 (Endoscopic spine surgery)

7-8mm 내시경을 삽입해서 감압합니다. 회복이 가장 빠르고 당일 퇴원도 가능합니다. 다만 모든 협착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적응증 선정이 중요합니다.

유합술 (Fusion)

협착증에 불안정성(전방전위증 등)이 동반된 경우, 감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사못으로 고정하고 뼈를 유합해야 합니다. 수술 범위가 커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지만,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에는 필수입니다.

수술 방법 장점 단점 적응증
후궁절제술 확실한 감압 불안정성 위험 심한 다분절 협착
미세현미경 감압술 안정성 보존 숙련도 필요 1-2분절 협착
내시경 감압술 빠른 회복 제한적 적응증 경도-중등도 협착
유합술 안정성 확보 긴 회복기간 불안정성 동반

치료 후 관리, 이것만은 꼭 하세요

협착증은 완치 개념보다 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퇴행성 변화는 계속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체중 관리가 필수입니다. 복부 비만은 요추 전만을 증가시키고, 이는 척추관을 더 좁힙니다. 체중 5kg 감량만으로도 보행 거리가 늘어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둘째, 굴곡 기반 스트레칭을 매일 하십시오. 무릎을 가슴으로 당기는 운동을 아침저녁 10회씩, 평생 습관으로 만드세요.

셋째, 수영이나 자전거를 권합니다. 척추에 수직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코어 근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걷기가 힘들면 물속 걷기(아쿠아 워킹)도 좋습니다.

넷째, 오래 서 있는 것을 피하세요. 서 있으면 요추 전만이 증가합니다. 부엌 일을 할 때 한 발을 낮은 발판에 올려놓으면 척추관이 넓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착증은 나이 들면 다 생기는 건가요?

퇴행성 변화 자체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협착증 "증상"이 생기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70대의 30% 정도에서 영상상 협착 소견이 있지만, 실제로 증상이 있는 분은 그 절반 이하입니다. 코어 근력을 유지하고 적절한 체중을 관리하면 구조적 협착이 있어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Q. 허리디스크랑 협착증이 같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치료하나요?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입니다. 디스크 탈출과 황색인대 비후가 동시에 신경을 누르는 경우입니다. 치료 원칙은 "더 증상을 일으키는 쪽"에 맞춥니다. 급성 디스크 탈출 증상이 우세하면 먼저 디스크 치료를 하고, 협착 증상이 우세하면 감압 위주로 접근합니다. 대부분 비수술 치료로 조절되지만, 둘 다 심하면 수술 시 함께 해결합니다.

Q. 주사치료를 몇 번까지 받을 수 있나요?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연간 3-4회까지 권고됩니다. 스테로이드의 전신 부작용(골다공증, 혈당 상승 등)을 고려한 제한입니다. 효과가 점점 짧아지면 반복 주사보다는 다음 단계(수술 포함)를 고려해야 합니다. 주사는 "시간을 버는" 목적이지 "영구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Q. 수술하면 100% 좋아지나요?

수술 후 70-80%의 환자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고합니다. 하지만 20% 정도에서는 증상이 남거나 재발합니다.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증상 기간(길수록 불량), 동반 질환(당뇨, 말초혈관질환), 협착의 범위(다분절일수록 불량) 등이 있습니다. "100% 완치"를 보장하는 수술은 없지만, 적절한 적응증에서 수술하면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습니다.

Q. 협착증 진단받았는데, 당장 수술 안 하면 마비가 오나요?

대부분의 협착증은 천천히 진행하므로 급하게 수술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비가 급격히 오는 경우는 마미증후군뿐이며, 이는 전체 협착증의 1-2%에 불과합니다. 배뇨/배변 장애나 안장부 감각 저하가 급격히 나타나면 응급이지만, 단순히 "협착이 심하다"는 MRI 소견만으로는 응급 수술 대상이 아닙니다. 기능 상태와 삶의 질을 기준으로 수술 시기를 결정합니다.

맺음말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핵심은 "영상이 아니라 기능"을 보는 것입니다. MRI에서 아무리 좁아 보여도 잘 걸으면 치료 대상이 아니고, 경미한 협착이어도 100m를 못 걸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비수술 치료로 80% 이상 호전됩니다. 그러나 마미증후군이나 진행성 마비, 보존치료 실패 시에는 수술을 미루지 마십시오. 신경 손상이 고착되기 전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수술의 목적입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상담 문의해 주십시오.

참고문헌

  1. 지용철, 이시우 (1998). Cervical Far Lateral Disc Herniation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7:80-82 (1998).
  2. 공병준 외 5명. Far Lateral Lumbar Disc Herniation Combined Approach. J Korean Neurosurg Soc.
  3. 이경석, 권영준, 도재원, 윤일규 (1999). Factitious Herniated Lumbar Disc - Case Report. J Korean Neurosurg Soc 28:269-272 (1999).
  4. 조원호 외 5명 (2002). Brown-Sequard Syndrome from Cervical Disc Herniation. J Korean Neurosurg Soc 31:392-394 (2002).
  5. 저자 미상. Foraminal Lumbar Disc Herniation Diagnosis.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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