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보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소속: 현명신경외과의원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빌딩 3층
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검토일: 2026-05-04
본 글은 신경외과/내과 전문의가 작성·검토한 의학 정보입니다.
결론: 2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2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신경차단술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 위치에 따라 척추, 사지, 두경부, 흉곽까지 부위별로 모두 다른 시술이며, "신경차단 한 번 맞아볼까요"라는 말은 사실 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저번에 정형외과에서 신경차단 맞았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어요. 다시 맞아도 될까요?" 그런데 그 환자분의 통증은 어깨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이전에 받은 시술은 허리의 경막외 신경차단이었습니다. 통증의 원인 신경과 차단한 신경이 일치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신경차단술을 이해하는 첫 단추는 "어떤 신경을 차단했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합니다.
신경차단술이라는 이름이 가리는 진실
신경차단술(nerve block)은 통증을 전달하는 말초·중추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 스테로이드, 또는 두 가지를 혼합한 약제를 주입하여 통증 신호의 전도를 차단하는 시술입니다. 그러나 이름이 같다고 해서 같은 시술이 아닙니다. 차단하는 신경의 위치, 깊이, 주변 해부학적 위험 구조물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서울 시내의 교통 정체를 풀려면, 정체가 일어난 정확한 교차로를 찾아 그 신호등을 조정해야 합니다. 광화문이 막히는데 강남역 신호를 바꾸는 격이 되어선 안 됩니다. 신경차단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증 신호가 올라오는 정확한 신경 분절(level)을 찾아내야 하고, 그 신경이 척추 후관절에서 나오는지, 추간공에서 나오는지, 말초에서 나오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Hodge가 Seminars in Ultrasound, CT, and MR (2005)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척추 영역만 보더라도 후관절차단(facet block), 신경근차단(nerve root block), 경막외차단(epidural block) 세 가지가 완전히 다른 시술입니다. 각각 표적 구조물이 다르고, 진단적 가치도 다릅니다. 후관절증의 통증을 잡으려고 경막외차단을 하면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신경차단술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부위가 같아도 신경이 다르면 시술이 다르다.
척추 신경차단술 — 가장 흔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영역
본원 진료 데이터를 봐도, 최근 6개월간 척추협착(M4806)으로 내원하신 환자가 269명, 월평균 45명에 달합니다. 이 중 상당수가 신경차단술의 적응증에 해당합니다. 척추 신경차단은 부위가 좁고 주요 혈관·신경이 밀집해 있어, 시술자의 해부학적 이해도와 영상 유도 정확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후관절차단(Facet Joint Block)
요통의 약 15~40%는 후관절증(facet arthropathy)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후관절은 척추 뼈 두 개가 만나는 작은 관절이고, 여기에 분포하는 내측분지신경(medial branch)이 통증을 전달합니다. 후관절차단은 이 내측분지신경 또는 관절강 자체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입합니다.
진단적 가치가 큽니다. 차단 후 24시간 이내 통증이 80% 이상 감소하면, 통증의 원인이 후관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후 고주파신경응고술(RF rhizotomy)로 장기적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신경근차단(Selective Nerve Root Block)
추간판탈출증이나 추간공협착증으로 특정 신경근이 눌려 다리로 방사통이 내려갈 때 시행합니다. 영상유도하에 추간공 입구 부근에서 해당 신경근에 약제를 주입합니다. 진단과 치료 모두에 쓰입니다. 만약 L5 신경근을 차단했는데 다리 통증이 깨끗이 사라진다면, 그 환자의 방사통 원인은 L5 신경근 압박이 분명한 셈입니다.
경막외차단(Epidural Block)
척추관 안의 경막외 공간에 약제를 주입하여 여러 신경근에 동시에 작용시키는 시술입니다. 광범위한 척추협착이나 다발성 신경근 자극에 사용합니다. 미추 접근(caudal), 추간공 접근(transforaminal), 후궁간 접근(interlaminar) 세 가지 경로가 있고, 병변 위치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척추 신경차단은 통증을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꺼야 할 스위치를 찾는 진단 과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효과가 없다고 실패가 아니라, 다음에 어떤 신경을 표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가 됩니다.
사지 신경차단술 — 어깨, 무릎, 고관절의 통증 지도
사지의 신경차단은 척추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표적이 되는 신경이 더 굵고, 주변 혈관·신경의 위치가 환자마다 미세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거의 예외 없이 초음파유도(ultrasound-guided) 방식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어깨 — 견갑상신경차단(Suprascapular Nerve Block)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회전근개 병변, 견봉하 충돌증후군에서 활용됩니다. 어깨 통증을 전달하는 주된 신경이 견갑상신경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십견의 통증기에 환자분들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이때 견갑상신경차단의 효과가 뚜렷합니다.
2026년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에 실린 메타분석(452명, 12개월 추적)에서, 견갑상신경차단군은 위약 또는 단순 관절강내 주사군 대비 통증감소(VAS)가 유의하게 우수했습니다. 본원에서도 오십견 환자분에게 도수치료 프로그램과 견갑상신경차단을 병용하는 경우, 가동범위 회복 속도가 단독 도수치료보다 빠른 경향을 관찰합니다.
특히 6~7월에 어깨충돌증후군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적 패턴이 있는데(여름철 무거운 짐 운반, 야외활동 증가), 이때 견갑상신경차단은 단기 통증 조절에 유용합니다.
무릎 — 슬관절 주변 신경차단(Genicular Nerve Block)
진행된 무릎 골관절염, 그리고 인공관절치환술 전후의 통증조절에 사용됩니다. 무릎 주변에는 superior medial, superior lateral, inferior medial 등 여러 슬관절신경(genicular nerves)이 분포하는데, 이들을 표적으로 합니다.
2026년 A&A Practice의 체계적 문헌고찰(2,400명)에 따르면, 인공관절치환술 후 통증조절에서 슬관절신경차단군은 대조군 대비 VAS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고,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줄였습니다. 수술 적응증이 아닌 보존적 치료 단계의 환자에게도, 도수치료·체외충격파와 병행하면 통증 사이클을 끊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고관절 — 관절막주위신경차단(PENG Block)
고관절 골절이나 진행성 고관절염에서 비교적 최근 도입된 시술입니다. 대퇴신경, 폐쇄신경, 부폐쇄신경의 관절가지를 동시에 차단합니다.
2026년 Archives of Orthopaedic and Trauma Surgery에 발표된 메타분석(1,059명)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 환자에서 PENG 차단군은 대조군 대비 VAS 통증감소 점수가 평균 4.00점 더 컸습니다. 같은 해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에 실린 인공고관절치환술 관련 체계적 문헌고찰(1,424명, 12개월 추적)도 초음파유도 신경차단의 통증조절 우수성을 확인했습니다.
두경부와 흉곽 — 통증의 막다른 골목을 여는 자리
흉부외과 영역이지만 환자분들이 자주 묻는 부분이 있어 짚고 갑니다. 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소흉근차단, 사각근차단이 그것입니다. 2026년 American Surgeon의 메타분석은 사각근/소흉근 차단의 진단정확도가 약 87%에 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어깨와 팔로 내려가는 저린 증상의 원인이 경추인지 흉곽출구인지 감별이 어려울 때, 이 차단술이 결정적 단서를 줍니다.
또한 늑간신경차단(intercostal nerve block)은 늑골골절, 대상포진후신경통, 흉부수술 후 통증에 활용됩니다. Guerra-Londono 등이 JAMA Network Open (2021)에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흉부수술 환자에서 늑간신경차단은 단기 통증조절과 마약성 진통제 절감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두경부와 흉곽 신경차단은 본원에서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영역이 아니며, 척추·사지 통증 영역에서 필요할 때 선별적으로 고려합니다.
어떤 신경차단술이 나에게 맞을까 — 부위별 선택 지도
| 통증 부위 | 일차 표적 신경/구조 | 대표 시술명 | 진단/치료 비중 | 효과 지속 |
|---|---|---|---|---|
| 요통(중심성) | 후관절 내측분지 | 후관절차단 | 진단 60%/치료 40% | 2주~수개월 |
| 다리 방사통 | 단일 신경근 | 신경근차단 | 진단 70%/치료 30% | 2주~수개월 |
| 광범위 협착증 | 경막외 공간 | 경막외차단 | 치료 70% | 1~3개월 |
| 어깨(오십견·충돌) | 견갑상신경 | 견갑상신경차단 | 치료 80% | 2~6주 |
| 무릎 관절염 | 슬관절신경 | Genicular block | 치료 80% | 2~3개월 |
| 고관절 통증 | 관절막주위신경 | PENG block | 치료 80% | 4~12주 |
| 흉곽출구증후군 | 사각근/소흉근 | 사각근/소흉근차단 | 진단 70% | 가변적 |
이 표를 보고 "그럼 효과가 영원하지 않으니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경차단술의 본질은 통증 사이클을 일시적으로 끊어 재활이 가능한 창문(window)을 여는 것입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도수치료도 운동도 못 하던 환자분이, 신경차단으로 2주만 통증이 가라앉아도 그 사이 근육을 되살리고 자세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다시 올라올 무렵에는 이미 신체가 새로운 균형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시술 후 재활과 일상 복귀 — 차단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이 부분이 가장 오해가 많습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주사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나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경차단만으로 끝내려 하면, 효과가 빠지는 시점에 통증이 거의 동일하게 돌아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신경차단은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할 뿐, 통증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기능적 문제(디스크 변성, 척추 정렬 이상, 약화된 심부근, 뻣뻣해진 관절막)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원에서는 신경차단술을 단독 처방하지 않고, 다음 4가지를 함께 설계합니다.
첫째, 시술 후 24~72시간은 가벼운 활동만 합니다. 무거운 짐, 장시간 좌식, 격한 운동은 피합니다. 통증이 없다고 무리하게 움직이면 차단 효과가 끝난 후 반동이 큽니다.
둘째, 시술 후 3~7일부터 도수치료를 시작합니다. 통증이 줄어든 창문을 활용해, 평소 통증 때문에 불가능했던 가동범위 회복과 심부근 활성화를 시도합니다.
셋째, 시술 후 2~4주에는 능동운동과 근력강화로 넘어갑니다. 척추라면 코어, 어깨라면 회전근개와 견갑골 안정화근, 무릎이라면 대퇴사두근과 둔근이 표적입니다.
넷째, 시술 후 1~3개월에는 효과 평가와 재시술 여부를 결정합니다. 통증이 30% 이하로 잘 조절되고 있다면 추가 시술 없이 운동만 유지합니다. 50% 이상 재발 시 추가 신경차단 또는 풍선확장술·신경성형술 같은 한 단계 위 치료를 고려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경차단술은 한 번 맞으면 영구적으로 효과가 가나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국소마취제 단독은 수 시간,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면 평균 2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효과가 유지됩니다. 영구적 효과를 원한다면 진단적 차단으로 통증의 원인 신경을 확정한 뒤, 고주파신경응고술(RFA)이나 신경성형술(PEN) 같은 추가 시술로 넘어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차단만 반복하는 것은 근본 치료가 아닙니다.
Q.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다른가요? 완전히 다른 시술입니다. 신경차단술은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입하여 일시적으로 통증 신호를 끊는 것이고, 신경성형술은 카테터를 척추관 내로 삽입하여 신경 주위의 유착을 박리하면서 약물을 정확한 병변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신경성형술은 만성 척추협착이나 수술 후 통증증후군처럼, 단순 차단으로 효과가 부족한 환자에게 적용합니다.
Q. 시술 후 통증이 오히려 심해진 것 같은데 정상인가요? 일부 환자에게서 시술 후 24~48시간 동안 일시적 통증 증가(post-injection flare)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약물의 화학적 자극과 주삿바늘 자극에 대한 정상 반응입니다. 보통 냉찜질과 가벼운 진통제로 호전되며 3일 이내 가라앉습니다. 다만 발열, 시술 부위 부종 악화, 다리에 새로운 마비감이 동반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Q. 임신 중이거나 당뇨가 있어도 받을 수 있나요? 임신 중에는 방사선 노출과 스테로이드 사용 모두 신중을 요합니다. 영상유도 시술은 원칙적으로 권하지 않으며, 꼭 필요하다면 산부인과 협진 후 초음파유도로 제한적 시행합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스테로이드 사용 후 1~2주간 혈당이 상승할 수 있어, 시술 전후 혈당 모니터링과 인슐린 용량 조정이 필요합니다. 미리 알려주시면 약물 종류와 용량을 조정합니다.
Q. 여러 신경차단을 동시에 받아도 되나요? 원칙적으로는 한 번에 한 부위 차단을 권장합니다. 진단 목적이라면 어느 신경이 통증의 원인인지 명확히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치료 목적이라도, 동시에 여러 신경을 차단하면 약물 총량이 늘어나 전신 흡수에 의한 부작용 위험이 높아집니다. 다만 어깨와 경추처럼 임상적으로 분명히 두 영역의 문제가 공존하는 경우, 시기를 1~2주 간격으로 분리하여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Q. 신경차단을 자주 받으면 신경이 손상되거나 약해지지 않나요? 적절한 영상유도하에 정확한 위치에 시행한다면, 신경 자체에 구조적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다만 같은 부위 스테로이드 반복 주입은 주변 연부조직 위축, 색소 침착, 드물게 골밀도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본원에서는 같은 부위 스테로이드 차단을 연 3~4회 이내로 제한합니다. 이 한계에 가까워지면 다른 치료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신경차단술은 한 가지 시술이 아니라, 부위와 신경에 따라 수십 가지로 분화된 시술의 묶음입니다.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짚지 않은 채 "신경차단 한 번 맞아본다"는 접근은 의학적으로 효율이 떨어집니다. 진단으로 시작해, 적절한 표적을 선택하고, 시술 후 재활로 마무리하는 일관된 흐름 속에서만 신경차단술은 제 가치를 합니다. 통증이 오래되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한 분일수록, 부위·원인·신경을 따져 묻는 진료가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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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문헌
- 저자 미상. Spinal Epidural Abscess after Invasive Spinal Intervention. The Nerve (peripheral nerve).
- 저자 미상. Sacroiliac Joint Pain Intervention - Korean Guideline. Neurospine.
- 저자 미상. ERAS Protocols for Spine Surgery Pain Management. Neurospine.
- 저자 미상. Interventional Pain Fellowship Training Standards. Neurospine.
- Cluff RS, Rowbotham MC. Spinal Cord Stimulation for Pain Management. J Korean Neurosurg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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