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디스크와 협착증이 동시에 있을 때 수술 전략
한 번에 다 손댈 것인가, 단계로 나눌 것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이 동시에 있는 복합척추질환에서, 신경학적 결손이 없다면 비수술 치료를 6주 이상 시도한 뒤, 주된 통증의 원인이 어느 쪽인지 가려서 그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꺼번에 다 손대는 광범위 감압유합술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선택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곤란한 케이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한 병원에서는 디스크라고 했고, 다른 병원에서는 협착증이라고 했어요. 도대체 뭘 믿어야 하나요?"
답을 드리면 두 곳 다 맞는 말입니다. 50대 이후 요추 MRI를 찍으면 디스크 탈출과 척추관 협착이 동시에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걸 의학용어로 복합척추질환(combined spinal pathology) 이라고 부릅니다. 본원 외래에서도 최근 6개월간 좌골신경통 환자가 약 79명, 경추간판장애 환자가 33명 진료를 받으셨는데, 이 중 상당수가 단일 진단이 아닌 복합 병변이었습니다.
특히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요천추 염좌와 신경통이 80% 이상 급증합니다. 봄이 되어 등산, 골프, 텃밭 같은 활동량이 늘면서 평소에 잠복해 있던 복합 병변이 급성 통증으로 터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환자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은 이겁니다. "둘 다 수술해야 하나요?"
오늘은 이 질문에 정공법으로 답을 드리겠습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같은 병이 아닙니다
먼저 두 질환이 왜 다른지 명확히 해야 전략이 보입니다.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은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와 신경뿌리를 직접 압박하는 병입니다. 비유하자면 치약 튜브를 한쪽에서 짜면 반대쪽으로 내용물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압박은 국소적이고, 한쪽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radicular pain)이 주증상입니다. 환자분이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칼로 베는 듯 저려요"라고 호소하는 그것입니다.
척추관 협착증 은 다릅니다. 황색인대가 비후되고, 후관절(facet joint)이 비대해지면서, 디스크가 전반적으로 부풀어 올라 척추관 자체가 좁아지는 병입니다. 이건 마치 수도관 내부에 석회가 수십 년에 걸쳐 두껍게 침착되어 물길이 좁아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협착은 광범위하고, 신경인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 즉 "조금 걸으면 다리가 터질 것 같아 멈춰서 쉬어야 한다"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한 환자에게 동시에 있을 때입니다.
50대 이후 요추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변화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수핵의 프로테오글리칸이 감소하면서 디스크 높이가 낮아지고, 그에 따라 후방 관절면에 가해지는 부하가 증가합니다. 이 부하를 견디기 위해 후관절이 비대해지고 황색인대가 두꺼워지는 일종의 적응성 비후(adaptive hypertrophy) 가 일어납니다. 이건 위 점막이 만성적인 위산 자극을 견디기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적응 현상입니다. 다만 위에서는 점막이 두꺼워져도 위장이 좁아지지는 않지만, 척추에서는 이 비후 자체가 새로운 압박 구조물이 됩니다.
여기에 디스크가 갑자기 탈출하면, 이미 좁아진 척추관에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같은 크기의 디스크 탈출이라도 협착이 있는 사람에서 훨씬 심한 증상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MRI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복합척추질환의 진단은 단순히 MRI에서 디스크와 협착이 보인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핵심은 "지금 환자분의 통증을 만드는 주범이 누구인가" 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여기가 오늘 핵심입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첫째, 통증의 양상. 한쪽 다리로 뻗치는 날카로운 방사통이 주증상이라면 디스크 우세형입니다. 양쪽 다리가 묵직하고 보행 시 악화되는 파행이 주증상이라면 협착 우세형입니다.
둘째, 신경학적 결손. 발목을 못 들어 올리는 족하수, 항문 주위 감각 저하, 배뇨장애가 동반되면 응급 수술 영역입니다. 시간이 곧 신경입니다. 이건 망설일 문제가 아닙니다.
셋째, 선택적 신경차단술 진단검사. 의심되는 신경뿌리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정밀 주입해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면, 그 신경뿌리가 범인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이걸 diagnostic block 이라고 부르며, 영상에서 여러 부위가 의심될 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CT가 있는 의원에서는 골성 협착의 정도, 후관절 비후, 추간공(foraminal) 협착 여부까지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MRI 단독으로는 골성 변화 평가에 한계가 있어, 복합 병변에서는 두 영상을 함께 보는 것이 표준입니다.
CT가 있는 신경외과에서 척추 진단을 받아야 하는 이유
비수술 치료가 첫 번째 카드입니다
"디스크에 협착까지 있다"고 하면 환자분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수술을 떠올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신경학적 결손이 없는 한, 첫 번째 카드는 비수술 치료입니다.
이건 게으른 권유가 아니라 근거 기반의 표준입니다. 국내 통증학회지에 보고된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신경뿌리병증과 신경인성 파행이 동반된 복합척추질환 환자의 60-70%가 6주에서 12주의 적극적 비수술 치료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습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JKNS)에 보고된 척추 사례 분석 또한 비수술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을 가리는 임상적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수술 치료의 핵심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 치료 | 목표 | 효과 발현 시점 | 적응증 |
|---|---|---|---|
| 약물치료(NSAID, 신경병성 통증약) | 염증 및 신경 자극 감소 | 1-2주 | 모든 단계 |
| 경막외 신경성형술(PEN) | 유착 박리, 약물 정밀 주입 | 즉시-2주 | 디스크 우세, 추간공 협착 |
| 풍선확장술(SZ641) | 좁아진 추간공 물리적 확장 | 즉시-4주 | 협착 우세, 광범위 협착 |
| 도수치료 + ESWT | 주변 근막 이완, 통증 회로 차단 | 4-12주 | 동반 근막통증 |
특히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 은 복합 병변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디스크 탈출 부위의 유착을 풀어 주면서, 동시에 협착으로 좁아진 추간공을 풍선으로 물리적으로 넓혀 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시술로 두 병변을 모두 손볼 수 있는 셈입니다.
본원에서 신경성형술 또는 풍선확장술을 받으신 환자분 중 상당수가 6개월 이상 수술 없이 일상으로 복귀하셨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통하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약 먹으면 좀 낫는데 끊으면 재발, 진통제 의존의 한계
수술이 필요할 때, 어디까지 할 것인가
비수술 치료 6주에서 12주를 충실히 했는데도 통증이 일상을 무너뜨리는 수준으로 남아있거나,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한다면 수술을 고려합니다. 이때가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의 순간입니다.
선택지는 셋입니다.
첫째, 표적 감압술(targeted decompression). 주범으로 확인된 한 부위만 정밀하게 푸는 방법입니다. 양방향 척추내시경(BESS)이나 단일통로 내시경(UBE)으로 디스크 우세 병변에서 탈출된 수핵만 제거하거나, 협착이 심한 한 부위만 황색인대를 절제합니다. 인접 분절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둘째, 광범위 감압술. 협착이 두세 분절에 걸쳐 광범위하게 있고, 보행 거리가 100미터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입니다. 여러 분절의 황색인대와 비대된 후관절 일부를 절제합니다. 척추 안정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행합니다.
셋째, 감압 + 유합술.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되거나, 감압만으로는 불안정성이 우려될 때 선택합니다. 이건 마지막 카드입니다. 분절 운동성을 영구히 잃기 때문입니다.
| 수술 방법 | 절개 크기 | 입원 | 척추 안정성 | 적응증 |
|---|---|---|---|---|
| 양방향 내시경(BESS) | 7-8mm × 2 | 2-3일 | 보존 | 1-2분절 디스크 또는 국소 협착 |
| 단일통로 내시경(UBE) | 1cm | 2-3일 | 보존 | 추간공 협착, 외측 디스크 |
| 미세현미경 감압술 | 3-4cm | 4-7일 | 부분 보존 | 광범위 협착 |
| 후방 유합술(PLIF/TLIF) | 5-7cm | 1-2주 | 분절 고정 | 전위증 동반, 불안정성 |
여기서 핵심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가장 큰 통증의 원인부터 해결한 뒤,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이걸 단계 수술(staged surgery)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L4-5에 큰 디스크 탈출이 있고 L3-4에 중등도 협착이 있는 환자라면, 우선 L4-5 디스크만 내시경으로 제거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다리 통증의 80%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3-6개월을 지켜보며 L3-4 협착 증상이 일상에 지장을 주는지 평가하고, 그때 가서 결정합니다. Neurospine 등 국내 척추 전문 학회지에 보고된 다수의 임상 시리즈에서, 이러한 단계적 접근이 한 번에 광범위 감압유합술을 시행하는 것보다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내시경 척추수술이 복합 병변에 적합한 이유
광화문 인근에서 진료하다 보면, 직장인 환자분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게 회복 기간 입니다. 내시경 수술이 복합척추질환에서 갖는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첫째, 인접 분절을 보존합니다. 7-8mm 절개창 두 개로 진입하기 때문에 정상 근육과 인대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이건 단계 수술 전략의 전제 조건입니다. 첫 수술에서 척추 주변 조직을 광범위하게 망가뜨리면, 향후 인접 분절 수술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둘째, 수술 시야가 정확합니다. 내시경은 4mm 직경의 카메라가 병변에 직접 다가가서 10배 이상 확대된 영상을 보여줍니다. 신경뿌리 주변의 미세 혈관까지 보이기 때문에, 디스크와 협착이 동시에 있는 복잡한 해부학에서 오히려 더 안전합니다.
셋째, 감각 환자에게 맞습니다. 60대 이상 고령, 당뇨,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에서 부담이 적습니다. 전신마취 시간을 짧게 가져갈 수 있고, 출혈이 거의 없어 회복이 빠릅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광범위 다분절 협착이나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된 경우, 내시경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이때는 정직하게 미세현미경 수술이나 유합술을 권유드립니다. 모든 환자에게 내시경을 들이대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아닙니다.
수술 후 4주에서 12주, 이 시기가 진짜 승부처입니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사실 진짜 승부는 수술 후 재활 에서 갈립니다. 대한재활의학회지(ARM)에 보고된 척추수술 후 재활 프로토콜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점이 있습니다. 수술 후 4주에서 12주의 코어 안정화 운동이 1년 후 재발률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재활의 핵심은 다음 셋입니다.
1단계, 수술 후 1-2주: 보호 단계. 보조기 착용으로 수술 부위에 가해지는 회전·굴곡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걷기는 평지에서 하루 20-30분, 천천히 시작합니다. 이 시기 무리한 운동은 출혈, 재유착의 원인이 됩니다.
2단계, 수술 후 3-6주: 재활 시작. 코어 근육(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을 깨우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누워서 골반 기울이기, 죽은벌레 자세, 새 사냥개 자세 같은 등 중립 자세 운동이 핵심입니다. 이때 통증이 없어졌다고 무리해서 골프, 등산을 시작하면 거의 100% 재발합니다.
3단계, 수술 후 6-12주: 기능 회복. 직장 복귀와 일상 활동을 점진적으로 늘립니다. 무거운 물건 들기, 비틀기 동작은 12주 이후로 미룹니다. 이 시기에 코어 근력이 수술 전보다 나아지지 않으면 인접 분절에 부하가 쏠려 새로운 병변이 생깁니다.
수술 후 보조기 착용 기간, 운동 강도 조절은 환자의 수술 종류와 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허리 보조기 언제까지 차야 하나요, 수술 후 착용 가이드
맺음말
복합척추질환에서 가장 위험한 두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디스크니까 그냥 견디면 된다"며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되는데도 방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이왕 수술할 거 한 번에 다 해결하자"며 광범위한 감압유합술을 받는 것입니다. 둘 다 환자에게 큰 부담을 남깁니다.
정답은 중간에 있습니다. 충분한 비수술 치료 → 주된 통증 원인 정밀 진단 → 표적 감압 우선 → 단계적 평가. 이 순서가 척추를 가장 오래 보전하면서도 환자의 일상을 빨리 되찾아드리는 길입니다. 5-6월 신경통이 폭발하는 이 시기, 무리한 활동으로 증상이 악화된 분이라면 우선 가까운 척추 전문 의원에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년 경력)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 1661-6610
자주 묻는 질문
Q: 디스크와 협착증이 동시에 있으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마미증후군이나 진행성 근력 약화 같은 신경학적 결손이 없다면, 비수술 치료를 6주 이상 먼저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물, 신경차단술, 운동치료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주된 통증의 원인이 디스크인지 협착증인지 가려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두 질환이 동시에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광범위 수술로 가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Q: 디스크와 협착증 중 어느 쪽을 먼저 치료해야 하나요?
A: 주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쪽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쪽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주증상이라면 디스크가 우세한 병변일 가능성이 높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한 신경인성 파행이 주증상이라면 협착증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RI 영상 소견과 임상 증상을 함께 보고 판단하며, 단계적 접근이 안전합니다. 정확한 판단은 전문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Q: 한 번에 다 수술하는 광범위 감압유합술은 언제 선택하나요?
A: 불가피한 경우에만 선택해야 합니다. 다분절에 걸쳐 심한 협착과 디스크 탈출이 동반되어 있고, 척추 불안정증이 명확하며, 비수술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해당됩니다. 광범위 수술은 회복 기간이 길고 인접 분절 퇴행이라는 부작용 위험이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단계적 최소침습 접근이 가능하다면 그쪽이 우선입니다.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진료실 상담이 필요합니다.
Q: 비수술 치료 6주 동안 호전이 없으면 바로 수술로 가나요?
A: 바로 수술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6주 시점에서 증상 변화, 신경학적 소견, 영상 추적 결과를 종합해 다음 단계를 결정합니다.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중간 단계 시술로 추가 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그래도 호전이 없거나 신경 손상 진행 신호가 보일 때 수술을 고려합니다. 환자분의 활동량, 직업, 연령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 Kim BR, Lee JY, Kim M et al. (2014). . . DOI: 10.5535/arm.2014.38.6.742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