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9

고관절 통증인 줄 알았는데 척추가 원인이었던 경우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타구니나 엉덩이 깊숙한 곳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고관절이 아니라 요추 신경뿌리 압박이 진짜 원인입니다.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MRI를 찍었는데 멀쩡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이제 척추를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다른 병원에서 고관절 사진 찍었는데 깨끗하대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프죠?"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분들의 70~80%는 척추, 특히 L1-L2, L2-L3 같은 상위 요추의 신경뿌리 문제입니다. 고관절을 지배하는 감각신경(특히 폐쇄신경, 외측대퇴피신경, 대퇴신경)이 모두 상위 요추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요추에서 신경이 눌리면 통증이 마치 고관절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를 임상에서는 "방사통의 가면(mask of radiculopathy)"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글의 핵심 테제는 이겁니다. 사타구니와 엉덩이 깊숙한 통증은 고관절-척추 감별 진단이 선결되어야 하며, 척추 원인을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을 헛고생하게 된다. 특히 5월~6월 신경통 발생률이 평년보다 85% 가까이 치솟는 봄철 환절기에는 이런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왜 척추 문제가 고관절 통증으로 위장하는가

해부학을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고관절 부위, 즉 사타구니와 엉덩이 옆면, 그리고 허벅지 앞쪽 윗부분의 감각은 단일 신경이 아니라 여러 신경이 분산해서 담당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고관절 부위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모두 요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신경 기시 위치 담당 부위 압박 시 증상
장골서혜신경 T12-L1 사타구니 윗부분 사타구니 작열통
외측대퇴피신경 L2-L3 허벅지 바깥쪽 감각이상성 대퇴통
폐쇄신경 L2-L4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 사타구니 깊은 통증
대퇴신경 L2-L4 허벅지 앞 무릎까지 내려가는 방사통
상둔신경 L4-S1 엉덩이 바깥 보행 시 골반 흔들림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전기 배선 공사를 생각해 보십시오. 거실 전등이 깜빡인다고 해서 거실 전구만 갈아 끼우면 안 됩니다. 두꺼비집(분전반)에서 합선이 일어났을 수도 있거든요. 사타구니 통증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증이 느껴지는 그 자리(거실 전등)가 아니라, 신경의 출발점인 요추(두꺼비집)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L2-L3 추간판 탈출증은 임상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진단 중 하나입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90% 이상이 L4-L5와 L5-S1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의사들도 무의식적으로 하부 요추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L2-L3에서 신경이 살짝 눌려 폐쇄신경 분포 영역(허벅지 안쪽, 사타구니)이 아픈 환자는 정형외과를 전전하다가 결국 정신건강의학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본원에서 최근 6개월간 추간판장애로 인한 좌골신경통(M51.1) 환자 79명,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M50.1) 환자 33명을 진료했는데, 이 중 약 30%가 처음에는 고관절 또는 사타구니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셨습니다.


병태생리, 신경뿌리 압박이 어떻게 통증을 만들어내는가

신경뿌리가 추간판이나 후관절에 의해 압박되면 단순히 "눌려서 아픈" 게 아닙니다.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왜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지, 왜 진통제가 잘 안 듣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경뿌리 압박은 두 가지 경로로 통증을 만듭니다.

첫 번째는 기계적 압박입니다. 추간판이 튀어나와 신경뿌리를 직접 누르면 신경 내 미세혈관이 막혀 허혈이 발생합니다. 신경섬유 자체가 산소 부족으로 손상되면서 이상 방전(ectopic discharge)이 시작되고, 이게 통증 신호로 뇌에 전달됩니다.

두 번째는 화학적 염증입니다. 손상된 추간판에서 누출된 수핵 성분(특히 phospholipase A2, TNF-α, IL-6)이 신경뿌리 주변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이 신경뿌리의 슈반세포를 손상시키고, 신경섬유의 절연 역할을 하던 수초(myelin)가 벗겨집니다. 절연이 벗겨진 전선처럼 신경이 자기 마음대로 신호를 발사하게 되는 거죠.

핵심은 이겁니다. 만성 신경뿌리 압박에서는 기계적 압박보다 화학적 염증이 통증의 주범입니다. MRI에서 디스크가 살짝만 튀어나와 있어도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고, 반대로 디스크가 크게 튀어나와 있어도 염증이 가라앉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원리는 위 점막의 만성 염증과 비슷합니다. 위 점막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점막 자체의 손상보다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이 위염 증상을 만들어내듯, 신경뿌리도 추간판 누출 물질이 만든 염증이 통증의 본체입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연구들에서도 이 화학적 염증 가설이 일관되게 검증되어 왔습니다. 특히 봄철(5~6월)에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겨울 동안 운동량이 줄어 코어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미세 균열이 생긴 추간판에서 수핵 성분이 누출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어떻게 감별하는가

자, 그러면 환자분 입장에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 어떻게 구분할까요?

먼저 환자분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신호들입니다.

고관절 자체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 앉았다 일어날 때 사타구니가 "딱" 걸리는 느낌
- 양반다리가 아예 안 됨 (외회전 제한)
- 통증이 사타구니 한곳에 집중
- 걸을 때 절뚝거림(antalgic gait)이 뚜렷함

척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 누워서 다리를 들면 통증이 심해짐
- 기침, 재채기, 배변 시 통증이 번쩍 옴
- 허리 구부리기보다 뒤로 젖힐 때 더 아픔(협착증), 또는 그 반대(디스크)
- 통증이 사타구니에서 허벅지 안쪽이나 무릎까지 띠 모양으로 내려옴
-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짐
- 밤에 누워있을 때 가장 아픔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신경뿌리가 영화 필름이라고 했을 때, MRI는 한 장면을 멈춰서 보여주는 스틸컷입니다. 내시경은 영화 전체를 직접 돌려보는 겁니다. 어느 장면에서 필름이 엉켰는지, 어디가 찢어졌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한통증학회지(Korean J Pain 2020;33(3):234-244)와 Neurospine 학술지에 발표된 국내 연구들에서도 만성 요통 및 방사통 환자에서 내시경 진단의 정확도가 MRI 단독에 비해 의미 있게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치료, 보존부터 비수술 시술까지

치료는 단계별로 접근합니다. 절대 처음부터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1단계 — 보존적 치료 (4~6주)
- 약물치료: NSAIDs + 신경병성 통증약(가바펜틴, 프레가발린)
- 도수치료: 6인 전문 치료사 팀이 12회 구조화 프로그램으로 진행
- 운동치료: 코어 강화, 햄스트링 신장
- 자세 교정 및 생활습관 수정

본원에서 진료한 추간판 좌골신경통 환자들의 약 60~70%는 이 단계에서 호전됩니다. 그러나 4주가 지나도 통증이 50% 이상 줄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2단계 — 초음파/투시 유도 신경차단술

폐쇄신경 차단술, 대퇴신경 차단술, 또는 선택적 신경뿌리 차단술을 시행합니다. 이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합니다. 폐쇄신경을 차단했는데 사타구니 통증이 사라지면, 폐쇄신경 분포 영역의 문제가 확정되는 거죠. 동시에 스테로이드를 함께 주입해 화학적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3단계 — 신경성형술(PEN, 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

꼬리뼈로 카테터를 진입시켜 신경뿌리 주변의 유착을 풀고, 약물(스테로이드+히알루로니다제+고농도 식염수)을 정확히 신경뿌리 주변에 도포합니다. 화학적 염증 가설에 정확히 들어맞는 치료법입니다.

4단계 — 풍선 확장술 또는 경막외 내시경

신경성형술로도 효과가 부족하거나, 협착증이 동반된 경우 풍선 확장술을 추가합니다. 추간공 부위에 풍선을 넣어 좁아진 신경 통로를 직접 넓혀주는 시술입니다. 만성 유착이 심한 경우는 내시경으로 직접 보면서 풀어줍니다.

시술 적응증 회복 기간 입원
신경차단술 급성 신경뿌리 통증 당일 일상복귀 외래
신경성형술(PEN) 만성 방사통, 유착 의심 1~2일 휴식 외래
풍선 확장술 협착증 동반 2~3일 휴식 외래 또는 1박
경막외 내시경 PEN 무효, 심한 유착 3~5일 휴식 1박

5단계 — 수술

내시경 척추 수술을 고려합니다. 내시경 척추 수술은 약 7mm 절개로 진행되며,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합니다.

재발한 디스크, 두 번째 수술도 내시경으로 가능합니다


치료 후 재활, 이걸 안 하면 다시 옵니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치료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신경뿌리 주변의 염증이 가라앉고 유착이 풀렸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약해진 코어 근육이 회복되지 않으면 추간판은 다시 압력을 받고, 같은 부위에서 재발합니다.

대한재활의학회지(Ann Rehabil Med 2014;38(6):742-751)에서도 강조되듯, 신경학적 손상 후 회복은 단순 통증 완화가 아니라 기능적 회복까지 포함되어야 합니다.

핵심 재활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코어 안정화 운동 — 복횡근, 다열근 활성화. 특히 데드 버그(dead bug), 버드 도그(bird dog), 플랭크 변형 동작을 매일 시행합니다. 처음에는 1세트 10회씩 3세트로 시작해서, 4주 후에는 30초씩 3세트의 정적 유지로 진행합니다.

둘째, 신경 활주 운동(Nerve Gliding) — 폐쇄신경, 대퇴신경의 미끄러짐을 회복시키는 운동입니다.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천천히 펴면서 발끝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이건 신경뿌리 주변의 재유착을 막는 데 결정적입니다.

셋째, 햄스트링과 고관절 굴곡근 신장 — 거의 모든 만성 요통 환자가 햄스트링이 짧아져 있고 고관절 굴곡근이 짧아져 있습니다. 두 근육이 짧으면 골반이 전방경사 또는 후방경사로 기울면서 요추에 다시 부담이 갑니다.

디스크 환자가 피해야 할 자세 5가지, 일상에서 지키는 척추


5월~6월 환절기에 폭증하는 이유

매년 5월부터 6월 사이에 신경통과 요천추 염좌 환자가 평년 대비 50~85% 증가합니다. 본원 EMR 데이터로도 동일하게 확인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겨울 동안 약해진 코어 — 추운 계절에는 활동량이 줄고 근육이 위축됩니다. 다열근, 복횡근 같은 코어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봄이 되면 갑자기 등산, 골프, 자전거 같은 활동을 시작합니다. 추간판이 감당하기 힘든 압력이 한꺼번에 가해지는 거죠.

둘째, 일교차에 따른 근육 긴장 — 봄철 일교차는 10도 이상 벌어집니다. 새벽과 낮의 온도 차이로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겪으면서 만성 긴장 상태가 됩니다.

셋째, 가드닝과 봄맞이 청소 — 쪼그려 앉기, 허리 굽혀 들기 동작이 폭증합니다. 추간판 내압이 평소의 2~3배까지 올라가는 자세입니다.

허리·다리 통증으로 잠 못 자는 밤, 신경눌림이 만든 불면


맺음말

다시 강조드리겠습니다. 사타구니, 엉덩이, 허벅지 안쪽의 깊은 통증은 고관절이 아니라 척추 신경뿌리 압박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MRI가 깨끗하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건 안심할 근거가 아니라 척추를 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5월~6월 환절기는 신경통이 폭증하는 시기입니다. 통증이 4주 이상 지속되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마시고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진단이 늦을수록 만성 유착으로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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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고관절 MRI는 정상인데 사타구니가 계속 아픕니다. 다시 검사받아야 하나요?

A: 고관절 영상이 깨끗하다면 다음 단계는 요추 검사입니다. 사타구니 깊숙한 통증을 담당하는 폐쇄신경과 대퇴신경은 L2-L4에서 출발하므로, 상위 요추의 신경뿌리 압박이 고관절 통증으로 위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요추 MRI와 신경학적 진찰을 병행해 감별합니다. 다만 환자마다 양상이 달라, 전문의 상담 후 검사 계획을 세우는 편이 좋습니다.

Q: 허리는 안 아픈데 사타구니만 아파도 척추 문제일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신경뿌리 압박은 압박 부위가 아니라 신경이 지배하는 말단에서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를 방사통의 가면이라 부르며, 허리 통증 없이 사타구니나 허벅지 앞쪽만 아픈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본원에서는 허리 통증 유무와 무관하게 사타구니 통증이 지속되면 요추 평가를 권합니다. 진단은 개인 차이가 크므로 전문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Q: 걸을 때 골반이 흔들리고 엉덩이 옆이 아픕니다. 고관절 관절염인가요?

A: 고관절 관절염일 수도 있지만, 상둔신경(L4-S1)이 압박되면 동일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보행 시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엉덩이 바깥쪽이 욱신거리는 양상은 신경 원인일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진료실에서는 고관절 가동 검사와 신경학적 검사를 함께 시행해 감별합니다. 두 원인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어, 단일 진단으로 단정하지 말고 전문의 평가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환절기만 되면 사타구니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가 있나요?

A: 기온 변화기에는 근막과 신경 주변 조직이 수축하면서 기존의 경미한 신경뿌리 압박이 증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무증상이던 환자도 봄철 환절기에 통증을 호소하는 빈도가 뚜렷이 늘어납니다.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요추와 고관절 양쪽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증상 양상은 개인차가 크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참고 문헌

  1. Kim CL, Hong SJ, Lim YH, et al (2020). . . DOI: 10.3344/kjp.2020.33.3.234
  2. Kim BR, Lee JY, Sohn MK, et al (2014). . . DOI: 10.5535/arm.2014.38.6.742
  3. Park KH, et al (2017). . . DOI: 10.5535/arm.2017.41.3.362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