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통증인 줄 알았는데 척추가 원인이었던 경우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타구니나 엉덩이가 아파서 고관절 문제로 오인되는 통증의 상당수는 실제로는 요추 신경뿌리 압박, 즉 척추가 원인입니다. 고관절척추감별이 제대로 안 되면 엉뚱한 부위만 들여다보다 수개월을 허비합니다. 중구에서 진료하다 보면 일주일에도 여러 명 만나는 흔한 오진 패턴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원장님,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MRI까지 찍었는데 멀쩡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사타구니가 계속 아파요." 그러면 저는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검사를 합니다. 60도쯤에서 환자가 인상을 찌푸리면, 그날 진단의 방향이 바뀝니다. 고관절이 아닙니다. 척추입니다.
[📷 사진1: 진료실에서 환자 하지직거상 검사(SLR)를 시행하는 장면 — 환자가 누운 자세에서 원장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음]
왜 척추 문제가 고관절 통증처럼 느껴지는가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해부학적으로 거의 필연입니다. 요추 2번부터 4번까지의 신경뿌리는 대퇴신경(femoral nerve)을 형성해 사타구니 앞쪽과 허벅지 앞면으로 내려갑니다. 요추 5번부터 천추 1번까지는 좌골신경(sciatic nerve)을 만들어 엉덩이 뒤쪽과 다리 뒤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환자 머릿속에서는 통증이 느껴지는 곳이 곧 문제의 위치입니다. "사타구니가 아프니까 고관절이지" 하고 직선적으로 사고하는 거죠.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전기 콘센트에 꽂은 전등이 깜박일 때, 사람들은 보통 전등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벽 안쪽 배선이 헐거워진 것일 수 있습니다. 신경뿌리가 척추에서 눌리면, 그 신경이 지배하는 먼 곳의 피부와 근육에서 통증이 발현됩니다. 의학용어로는 방사통(radicular pain) 또는 연관통(referred pain)이라고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고관절이 아프다"고 느끼지만, 콘센트 안쪽 배선, 즉 척추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요추 3-4번 신경뿌리가 압박되면 대퇴신경 분포 영역, 즉 사타구니와 허벅지 앞쪽 통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이걸 환자도, 심지어 일부 의료진도 고관절 질환으로 오인합니다. 본원 최근 6개월 데이터를 보면, 추간판장애로 인한 좌골신경통(M511) 환자가 73명이었는데, 그중 첫 내원 시 "고관절이나 엉덩이뼈가 아프다"고 표현한 경우가 30% 이상이었습니다. 신환 비율도 27.4%로, 처음 척추 진료를 받는 분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 사진2: 요추 신경뿌리와 대퇴신경/좌골신경의 주행을 보여주는 해부학 일러스트 — 신경뿌리 위치와 다리의 통증 분포 영역을 색으로 매핑]
여기에 한 가지 더 까다로운 요소가 있습니다. 경추두개증후군(M5301) 환자가 본원에 6개월간 244명이나 왔는데, 이분들 중 일부는 목 통증과 함께 어깨, 견갑골, 심지어 가슴 통증까지 호소합니다. 척추 신경의 방사통은 목에서도, 허리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일어납니다. 결국 척추 어느 분절이든, 신경뿌리가 압박되면 통증은 멀리 떠납니다.
진단의 갈림길 — 어떻게 구별하나
이 부분이 오늘 핵심입니다. 사타구니 통증을 들고 온 환자에서 고관절척추감별을 하는 임상적 단서는 명확합니다. 그저 MRI 한 장 더 찍는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이 먼저, 영상은 그다음입니다.
| 감별 포인트 | 고관절 원인 (관절 자체) | 척추 원인 (방사통 오인) |
|---|---|---|
| 통증 부위 | 사타구니, 엉덩이 깊은 곳 | 사타구니+허벅지 앞/뒤로 연결된 띠 |
| 움직임과의 관계 | 다리를 안쪽으로 돌릴 때 악화 | 허리 굽힘/뒤로 젖힘 시 변화 |
| 보행 양상 | 절뚝거림, 다리 짧아 보임 | 다리 저림, 힘 빠짐 동반 |
| FABER 검사 | 양성(통증 유발) | 음성 또는 애매 |
| 하지직거상(SLR) | 음성 | 양성(60도 이하 통증) |
| 대퇴신경 신연 검사 | 음성 | 양성(L3-4 압박 시) |
| 야간 통증 | 누워 있을 때도 지속 | 특정 자세에서만 |
핵심은 동작에 따른 통증 변화입니다. 고관절 자체가 문제라면 다리를 안쪽으로 돌리거나(internal rotation) 쪼그려 앉을 때 통증이 명확히 재현됩니다. 반면 척추가 원인인 방사통오인 사례에서는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extension) 한쪽으로 기울일 때 다리 통증이 더 도드라집니다. 종아리에 저림이나 따끔거림이 함께 오면 거의 척추입니다.
사타구니 통증이 있는데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60도 이하에서 허리부터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재현된다면, 그날부터 고관절 검사는 잠시 미뤄두십시오. 척추부터 보아야 합니다.
영상의학적으로는 단순 X-ray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관절 X-ray가 정상이라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요추 MRI를 동시에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단순 MRI 판독에서도 놓치기 쉬운 케이스가 있습니다. 특히 외측 추간공 협착(foraminal stenosis)은 일반 축상 영상에서 잘 안 보입니다. 시상면(sagittal)에서 신경뿌리가 추간공을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진 모습을 봐야 진단됩니다.
[📷 사진3: 요추 MRI 시상면 영상에서 L3-4 추간공 협착으로 신경뿌리가 압박된 부위를 화살표로 표시한 진단 화면]
여기서 한 가지 더, 본원에서는 진단이 모호한 환자에게 진단적 신경뿌리 차단술(diagnostic selective nerve root block)을 활용합니다. 의심되는 신경뿌리에 국소마취제를 정확히 주입했을 때 사타구니 통증이 70% 이상 호전되면, 그 분절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습니다. MRI 영상 소견과 환자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런 기능적 확인 절차가 결정적입니다. 2024년 Pain Physician에 발표된 Lee 등의 전향적 연구(PMID: 39621993)에서도 초음파 유도 진단 영상이 신경통의 정확한 원인 분절을 가려내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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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진의 비용은 단순히 "병원을 한 번 더 가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 전략 자체가 정반대로 갑니다. 고관절 질환이라면 관절 보존 치료, 글루코사민, 심하면 관절경 수술, 더 심하면 인공관절 치환술까지 갑니다. 척추가 원인이라면? 신경뿌리 감압이 핵심입니다. 고관절 약을 아무리 먹어도, 글루코사민을 아무리 챙겨도, 신경뿌리가 눌려 있으면 사타구니 통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척추 신경뿌리 압박으로 인한 방사통 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첫 단계는 약물 치료와 활동 조절, 신경뿌리 차단술 같은 보존적 치료입니다. 보존적 치료에 4-6주 반응이 없거나 증상이 심하면, 다음 단계로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또는 내시경적 신경뿌리 감압술 같은 비수술적·최소침습적 시술을 고려합니다.
특히 내시경적 감압술은 최근 십 년간 가장 빠르게 발전한 영역입니다. 2023년 Spine 저널에 게재된 Gibson 등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PMID: 36083850, n=241)에 따르면,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에서 내시경 감압술이 기능 개선 측면에서(ODI 지표 기준) 기존 개방형 수술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요추 척추관 협착증에 대한 2015년 Pain Physician 연구(Choi 등, PMID: 25675060, n=135)에서도 내시경적 감압술이 통증(VAS) 감소에 효과적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시경진단의 강점은 단순히 절개가 작다는 것을 넘어섭니다. 직경 7-8mm의 내시경을 추간공으로 진입시키면, 신경뿌리가 어디서 어떻게 눌리고 있는지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MRI에서 애매하게 보이던 외측 협착의 정도, 황색인대의 비후 양상, 골극의 위치까지 직접 보고 처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시경은 치료 도구이자 동시에 정밀 진단 도구입니다.
다만 모든 환자가 내시경 적응증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고려됩니다.
| 치료 단계 | 적응증 | 대표 방법 |
|---|---|---|
| 1단계 (보존) | 발병 4-6주 이내, 신경학적 결손 없음 | 약물, 물리치료, 활동 조절 |
| 2단계 (시술) | 보존 치료 반응 부족, 영상 소견 명확 | 신경뿌리 차단술,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
| 3단계 (최소침습) | 시술 반응 부족, 구조적 압박 명확 | 내시경적 신경뿌리 감압술 |
| 4단계 (수술) | 진행성 마비, 대소변 장애 | 개방형 미세현미경 감압술 |
2006년 JAMA에 발표된 SPORT 연구(Weinstein 등, PMID: 17119140, n=501)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서 수술이 보존 치료보다 통증과 기능 개선에 더 빠른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2년 추적에서는 두 군의 차이가 줄어들었기에, 모든 환자에게 즉시 수술이 정답은 아닙니다.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아니라면, 보존적 치료부터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사진4: 초음파 유도 신경뿌리 차단술 또는 신경성형술을 진행하는 시술 장면 — 환자가 엎드린 자세에서 초음파 프로브와 시술 도구가 보이는 모습]
여기서 정형외과vs신경외과 선택 문제가 종종 거론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자가 어느 과를 먼저 갈지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사타구니, 엉덩이,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주증상이라면, 신경뿌리 압박 평가에 익숙한 신경외과 진료가 한 번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정형외과는 관절·뼈의 구조적 평가에, 신경외과는 신경·척수의 기능적 평가에 강점이 있습니다. 둘 다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재활과 일상 관리 — 치료 이후가 더 중요하다
신경뿌리 압박이 해소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끝이 아닙니다. 압박받았던 신경은 일정 기간 회복기를 거칩니다. 이 시기에 일상 활동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재발 여부를 결정합니다.
여름철은 특히 주의가 필요한 계절입니다. 2026년 7-8월 본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 환자가 평년 대비 125-138% 증가하는 패턴을 매년 보입니다. 여름에 신경통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히 더워서가 아닙니다. 휴가철 장거리 운전, 차박, 야외활동 후 무리한 자세, 에어컨 직풍에 의한 근육 경직, 그리고 늘어난 신체 활동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요천추 염좌도 8월에 116% 증가합니다. 사타구니 통증으로 시작했다가 신경 압박으로 진행되는 케이스가 이 시기에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신경뿌리 감압 이후 권장되는 핵심 재활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코어 근력 강화입니다. 복횡근(transverse abdominis)과 다열근(multifidus)은 척추 안정성의 핵심입니다. 누운 자세에서 배꼽을 척추 쪽으로 당기는 호흡, 한쪽 무릎을 굽힌 채 반대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동작 같은 저강도 운동부터 시작합니다. 둘째, 햄스트링과 장요근 스트레칭입니다. 이 두 근육의 단축이 골반 전방경사를 만들어 요추에 추가 부담을 줍니다. 셋째, 직업 환경 조절입니다. 사무직이라면 모니터 높이와 의자 깊이를 점검하고, 한 시간마다 일어나 5분씩 걷는 습관이 필수입니다.
[📷 사진5: 환자가 매트 위에서 데드버그(dead bug) 또는 버드독(bird dog) 코어 운동을 시범 보이는 장면 — 정확한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 촬영]
신경뿌리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합니다.
- 압박 지속 기간 (3개월 이상이면 회복 지연)
- 환자 연령과 당뇨 등 기저 신경병증 동반 여부
- 흡연 (혈류 저하로 신경 회복 둔화)
- 비만 (요추 부담 증가)
- 직업적 반복 자세 (장시간 앉기, 무거운 짐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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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
맺음말
사타구니 통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관절이 아닙니다. 통증이 느껴지는 곳과 원인이 있는 곳이 다른 것, 이것이 신경계 질환의 본질입니다. 고관절척구감별의 핵심은 "사타구니가 아프면 척추도 함께 확인한다"는 사고의 전환입니다. 정형외과에서 정상 진단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그날 바로 척추 평가를 받으십시오. 수개월을 헤매는 것보다, 한 번 더 정밀하게 보는 것이 빠릅니다.
여름철 신경통 환자가 급증하는 7-8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타구니나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로 뻗치는 느낌이 동반된다면 미루지 마십시오. 척추는 시간이 갈수록 회복이 느려지는 장기입니다.
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20 ENA센터 3층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관절 MRI에서 정상이라고 나왔는데도 사타구니가 계속 아픈데, 다음에는 어디를 검사해야 합니까?
A: 고관절 영상이 깨끗하다면 요추 MRI를 권합니다. 특히 요추 2~4번 신경뿌리는 대퇴신경을 통해 사타구니와 허벅지 앞쪽으로 통증을 보냅니다. 진료실에서 하지직거상검사, 대퇴신경견인검사 같은 신경학적 진찰을 먼저 시행한 뒤 영상을 결정합니다. 증상과 검사 소견에 따라 진단 경로가 달라지므로 신경외과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Q: 고관절 통증과 척추에서 온 방사통은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구별합니까?
A: 고관절 자체 문제는 걷거나 다리를 회전할 때 사타구니 깊은 곳이 콕 찌르듯 아픕니다. 척추에서 온 통증은 오래 앉아 있거나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악화되고, 저림이나 당김이 무릎 아래로 뻗어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두 양상이 겹치는 환자도 있어 자가 구별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확한 감별은 신경학적 진찰에서 시작됩니다.
Q: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중 어디부터 가야 합니까?
A: 통증 위치가 사타구니나 엉덩이라도 저림, 당김, 다리로 뻗는 양상이 동반되면 신경외과 진료가 우선입니다. 반대로 체중을 실을 때만 사타구니가 깊게 아프고 다리 회전 시 통증이 심해진다면 정형외과 고관절 진료가 적합합니다. 본원에서는 두 영역이 겹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진찰 후 필요시 협진 방향을 잡습니다.
Q: 척추가 원인이라면 수술 없이도 좋아질 수 있습니까?
A: 진료실에서 만나는 신경뿌리 압박 환자 다수는 약물, 신경차단술, 도수치료 등 비수술 치료로 호전됩니다. 압박 정도가 심하거나 근력 저하, 배뇨 이상이 동반되면 내시경 척추 수술을 고려합니다. 다만 같은 진단명이라도 신경 압박 위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경로가 달라지므로, 전문의 진찰 후 맞춤 결정이 필요합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